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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24화 (324/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24화

천체주식회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중앙 건물의 야외 테라스 라운지.

데미알로스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사’를 곁눈질로 살피면서 단정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가 아무리 시화실에 8명밖에 없는 부장이라 하더라도, 눈앞의 상대는 그런 그조차도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는 자였다.

단순히 파벌이 다르면 모를까.

저자야말로, 자신을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준 자였으니까.

“강유현 텔러가 유배지로 간지도 벌써 2주 이상이 흘렀군.”

상대방이 그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는 듯이 데미알로스가 입을 열었다.

“예. 그런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역시 그자 또한 전임자들과 같은 전철을 밟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겠지. 그곳은 어지간해서는 살아나올 수 없는 곳이니까. 아니. 어지간한 것이 아닌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끔찍한 곳이지.”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째서 강유현 차장은, 자기 스스로 회장님의 앞에서 그곳으로 향하겠다고 한 건지.”

데미알로스는 아직도 유현이 마지막에 보였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유현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는 깊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 남자는 겉으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일관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도 방심할 수 없는 간계가 숨어 있다는 걸.

그것을 알기에 함정을 파고, 증거를 모으며 회장님이 보는 앞에서 그의 죄를 몰아갔다.

그런데도 강유현은 별로 놀란 기색도 없이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무언가 알고 있지 않는 이상 보일 수 없는 태도야.’

데미알로스는 그것이 자꾸 걸렸다. 혹시라도 유현이 유배지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불안감이 그를 계속 자극했다.

“이사님. 혹시라도 녀석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럴 일은 없네. 아니,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지? 데미알로스. 잊었나? 그곳에 있는 것은 바로 게오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 세상을 그렇게 만든 것이 저희인데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데미알로스는 문어발로 이루어진 자신의 매끈한 피부를 쓰다듬으며 낮게 읊조렸다.

“그 성령을 타락시키고, 세상을 그 꼴로 만들어 저희의 정적을 제거하는 유배지로 사용했잖습니까.”

그 충격적인 진실에 마주 앉은 상대방이 웃었다.

“그래. 그리고 게오른은 그런 유배지에서, 우리가 보낸 녀석들의 목을 대신 베어 주는 사형 집행인이고.”

눈앞의 ‘이사’급 텔러는 32년도 전의 과거를 떠올렸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재미있는 성령이었어. 그만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이 평생은 살아가지 못할망정 후계자를 만들고 싶다고 하다니. 그래. 그러니 이런 꼴을 겪게 된 거겠지.”

“그때의 일은 저도 자세히 모릅니다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데미알로스는 유배지의 진상을 알고 있는 텔러였지만,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은 그 이후에 투입되어 유배지의 상태를 살피고, 해당 세계를 절망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을 뿐.

사실 입안자부터 해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 눈앞의 존재였다.

“궁금한가? 하긴, 이제 부장이 됐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겠군.”

“경청하겠습니다.”

“자네도 들어서 알고는 있겠지? 게오른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닌 성령이었지만, 성격이 다른 자들과 달라서 상당히 괴랄했어.”

“어떤 부분에서 괴랄한 겁니까?”

“그 강력한 힘을 지니고도 후계자를 키우려고 했지. 단순히 자신을 믿고 따르는, 그런 추종자가 아니라 또 다른 성령이 될 수 있는 후계자를. 그래. 그 멍청한 녀석은, 자식이 가지고 싶다고 한 거야.”

“사실상, 새로운 성령을 강제로 만들겠다는 소리군요.”

성령이 성령을 만든다.

그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 데미알로스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실제로 현존하는 대부분 3세대 성령 중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자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데미알로스. 자네도 알다시피 본디 순혈이라 불릴 만한 성령들은 높게 쳐줘도 2세대야. 3세대는 그 이후에 무분별하게 발생한 부산물에 불과하지.”

“예. 그랬죠.”

3세대 성령들은 대부분 1, 2세대 성령들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 자들이었다.

1, 2세대 성령으로부터 태어난 데미갓들, 혹은 그들로부터 막대한 이야기와 선물을 받으며 자동적으로 격이 올라 별의 자리에 오른 자들.

흔히들 3세대 성령들의 경우에는 ‘만들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본인들은 그 말을 죽어도 싫어하지만,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대성군은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일부러 3세대 성령을 양산하고자 하기도 했지. 실제로 가장 그런 짓을 활발하게 한 곳이 있었으니까.”

“올림포스……말입니까.”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와서도 모두에게 전해질 정도로 유명했다.

대성군 올림포스의 지배자가 만들어 낸 3세대 성령들의 숫자만 다른 곳의 수십 배는 넘었으니까.

3세대 성령의 무분별한 탄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의 규율은 그 때문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계, 우리가 노리던 화맥인 지구의 말로 치면 ‘핵 확산 금지 조항’이라고 했나? 딱 그것과 같은 셈이지.”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핵은 그 하나만으로 확실히 위협적이지만, 3세대 성령들은 그 수준이 엄청난 큰 편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3세대지만 평균치의 위아래를 살피면 약한 녀석은 정말로 약하고, 강한 녀석은 2세대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으니까.

그중에서는 아주 극히, 1세대에 근접하는 존재도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3세대 성령의 양산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것도 이해는 가. 아무렴. 당장에 자신들이 바라던 그 최강의 결과물을 목도했으니까.”

“힘과 시련의 지배자 말입니까.”

힘과 시련의 지배자.

다른 이름으로는, 대영웅 헤라클레스.

영웅이지만 신에 가장 가까우며, 그 힘 자체만 놓고 본다면 1세대 성령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존재.

올림포스에서 전쟁과 싸움을 주관하는 아레스보다도 더욱 강한 것이 헤라클레스였기에, 사실상 대성군 올림포스의 최종 병기라 불렸다.

“제2, 제3의 헤라클레스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었지. 그리고 그런 녀석을 뽑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준 미달의 3세대 성령들이 태어날까. 혼성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

“그래서 재단이, 시스템을 통해서 엄중하게 금지한 거였군요.”

“맞아. 그 수가 한정되어 있는 1세대 성령과 맞먹는 자들이 1세대 성령의 손에서 탄생하다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지. 그래서 성령들은 더 이상 멋대로 성령들을 만들 수 없게 됐어. 자식을 잉태할 수는 있지만, 힘을 줘서는 안 되고. 제자를 키워도 자신의 힘을 넘겨줄 수 없게 됐지.”

그런 세상 속에서 게오른은 자신의 후계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게오른은 그 금기를 범하려 한 것이다.

“물론, 게오른은 마냥 멍청하지는 않았어. 자신이 하려는 짓이 위험한 걸 알고 있었으니까. 성령의 숫자를 강제로 늘려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자신은 후계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 없었지. 그래서 그는 재단을 통해 거래를 했다.”

“거래라면 어떤 거래를?”

“자신의 힘을 후계자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이지.”

“힘이라고요? 그렇게 하면…….”

“그래. 본인은 죽는 거지.”

성령이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과 권리를 포기하다니.

보통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이해가 가지 않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 못 할 것들이 아주 많아. 그런 게오른의 행동은, 뭐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 애초에 손해를 보는 것은 게오른 본인뿐이었으니까.”

“어차피 사라지는 것은 자신. 규정상 성령의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으니, 그 방법이 먹혔을지도 모르겠군요.”

“맞아. 그래서 시스템은 그를 억제하지 않았지.”

이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사악하게 웃었다.

“시스템은, 말이야.”

“이사님께서…….”

“그래. 내가 그때 손을 조금 썼지.”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필요했으니까. 그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라면, 충분히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에게 접근해서, 후계자 양성을 도와주겠다고 꼬드겼지.”

중계의 텔러가 상계의 존재에게 간섭하다니.

이미 진실을 알고 그것을 다시 듣게 되는 거지만, 데미알로스는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하겠지.”

중계의 존재가 상계의 존재에게 간섭한다는 것.

제네시스 시스템은 그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가능성’ 자체를 상정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텔러가 대단해도, 어떻게 성령을 자기 멋대로 주무른단 말인가.

그 성령이 좋아서 상호합의하에 행동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납득이 가지만, 성령이 모르는 사이에 텔러가 멋대로 그런 짓을 벌인 것이 들통나면.

그때는 단순히 시스템의 철퇴가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 성령의 분노를 사게 되겠지. 그것도 그냥 성령들이 아닌, 자신이 성령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대성군 소속의 1세대 성령들의 분노를.”

“……그거 끔찍하군요.”

텔러 따위가 성령을 기만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한 성령을, 그런 꼴로 만들어 버렸다면?

데미알로스는 결코 대성군 성령들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단지 어느 한 대성군에 국한된 일이면 모를까.

이 일이 알려질 경우에 대부분 성령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차라리 시스템의 단죄를 받아 죽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말지.

“그래. 그러니까 비밀로 하는 일 아니겠는가. 자네나, 나나.”

“들킬 일은…… 없는 겁니까?”

“32년간 우리가 들켰던가?”

게오른은 타락했다. 자신의 힘의 절반을 미리 남겼지만, 심장에 ‘그것’이 박힌 이상 그의 영락은 정해진 바였다.

게오른은 그렇게 타락한 성령이 되었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행성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재앙이자 저주로 군림하게 됐다.

거대한 눈보라로 인해 주위의 시선이 완전히 끊기고, 이야기는 얼어붙어 시화의 구역으로 써먹지도 못하게 됐다.

게오른이 왜 저렇게 됐는지 관심을 갖는 성령들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그가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힘을 남겨 주려다가 실패했을 거라고 여겼을 뿐.

지금까지 누구도 한 적이 없는 짓을 저질렀으니, 그 결과로 무엇이 나온다 하더라도 다들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 이상으로 게오른이 어떻게 됐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대체 이사님은 어떻게 그 정도나 되는 성령을 그런 꼴로 만드신 겁니까? 아무리 게오른이 방심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저희가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대상인 건 변함이 없었을 텐데.”

“그건 말해 줄 수 없네. 내가 말해 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데미알로스는 그 이상 캐물으려다 말았다.

저분이 저렇게까지 말했다는 것은, 그가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라고 경고를 날린 셈이었다.

데미알로스는 자신이 아는 것이 많다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몰라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억누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는 그렇게 부장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좋은 자세야.”

그의 경고를 받아들인 데미알로스를 보며, 이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그 녀석은 자신이 지닌 이야기를 모두 소실한 상황이다. 그 혹독한 곳에서 고작 게오른의 추종자가 남긴 의체만으로 뭘 할 수 있을 리가.”

물론, 그 의체라는 것은 그가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설마하니 게오른이 남긴 추종자 중에서, 시스템과 당돌하게 자신의 존재를 걸며 거래를 건 자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 덕분에, 유배지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때였다.

데미알로스의 앞으로 한 가지 소식이 날아온 것은.

잠시 실례하겠다며 메시지를 확인한 데미알로스는, 그 문어의 얼굴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감정의 동요를 드러냈다.

“……이사님. 이거 한번 보셔야겠습니다.”

데미알로스가 그렇게 말하며 보여 준 화면은.

새하얀 설원 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다.

* * *

“모두 진영을 유지해!”

“룬석! 다들 챙겨 온 룬석을 꺼내라!”

가르드의 전사들은 기습을 당했지만, 당황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들은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지옥을 끝내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는 것은, 전사의 들끓는 피가 용서하지 못했다.

“룬석 투척!”

“손이 비지 마라!”

각자 배분받은 룬석을 꺼내 들어 동시에 서리 거인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룬석의 표면이 뜨겁게 타오르더니 이내 강렬한 화염에 휩싸이며 서리 거인들과 충돌했다.

룬석에 맞은 서리 거인은 그대로 닿은 부위가 새하얀 김을 뿜으며 녹아내렸다.

원래 룬석은 불을 지피거나 할 때 연료로 쓰는 것에 가까운 물건이었지만, 곤둘보르가 거기에 새로운 수식을 더했다. 가늘고 길게 타오르는 룬석은 이제 뿜어낼 수 있는 열량을 순식간에 몰아서 폭발시킬 수 있는 폭탄이 됐다.

“특제 룬석의 효과가 있다!”

“몸통을 노리지 마! 노리를 노려라! 녹은 몸은 재생된다!”

룬석에 머리가 녹아내린 서리 거인은 그대로 쓰러졌지만, 그러지 않은 녀석들은 녹아내린 몸을 다시 재생시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전사들이 쓰러진 서리 거인의 목을 쳤다.

“허억! 허억! 맛이 어떠냐! 이 괴물들아!”

“나머지도 다 죽여 주겠어!”

가르드인들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지만, 표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서리 거인들의 숫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들이 가져온 룬석보다 많았으니까.

놈들은 아직도 시야를 가득 채우며 몰려오고 있었다.

“방심하지 마라!”

뜨거운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서리 거인들을 휩쓸었다.

곤둘보르는 호위를 받으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룬마법을 펼쳐 냈다.

“레안이 게오른을 쓰러뜨릴 때까지 버텨!”

곤둘보르를 향해 3마리나 되는 서리 거인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지가 없는 서리 거인들도 본능적으로 곤둘보르가 상당히 요주 인물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순간, 곤둘보르를 호위하던 유현이 움직였다.

서리 거인들이 곤둘보르에게 정신이 집중된 틈을 타, 재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머리를 잃은 서리 거인들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었다.

“고, 고맙네!”

“천만에요!”

“이런 젠장! 스승님의 모습을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곤둘보르는 투덜대면서도 허공에 새로운 룬을 그었다.

유현은 그런 곤둘보르를 지키며 다가오는 서리 거인들을 하나둘 처리했다.

‘힘들어.’

억지로 힘을 쥐어 짜내면서 싸우려고 하니 보통 지치는 것이 아니었다.

서리 거인들의 숫자는 많았다. 그리고 놈들은 한 놈 한 놈이 가르드 전사들보다 강했다.

지금이야 룬석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룬석을 다 쓰게 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레안이, 그사이에 어떻게든 게오른을 쓰러뜨려 줘야…….

“레, 레안!”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유현의 시선이 자기도 모르게 그곳을 향했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은, 게오른의 주먹을 맞고 튕겨 날아오는 레안의 모습이었다.

“안 돼!”

그것은 강유현으로서인가. 아니면, 의체인 케이라로서였을까.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전열을 이탈하며 레안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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