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23화
유현이 프리첸과 다시 막사로 돌아왔을 때, 때마침 레안이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
“케이라, 그리고 프리첸. 어딜 갔다가 온 거야?”
“아뇨, 그러니까…….”
“적당히 적의 상황이 어떤지 염탐 좀 하려고 나갔어. 여기 이 아가씨는 내가 무슨 수상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감시를 하러 온 거고.”
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프리첸이 말을 가로챘다.
레안이 정말이냐는 시선을 보내자 유현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진군할 시간이야.”
“알아. 그러니까 타이밍 맞춰서 돌아왔잖아?”
프리첸은 실실 웃으면서 레안의 말을 가볍게 넘겼다. 레안은 그런 프리첸을 잠시 우묵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말 안 해 줘도 돼요? 오해는 푸는 게 좋을 텐데.”
“그쪽이야 내가 뭐 아는 걸 중간에 막을 수 없어서 그렇다 쳐도, 굳이 저런 녀석한테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잖아. 아니면 뭐, 내가 지고지순한 사랑꾼이었다고 말하고 서로 화해라도 시키게?”
프리첸은 그런 오그라드는 행동은 질색이었다.
그는 애초에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중요한 건, 자신은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일 뿐인데.
“나는 프리첸이다. 단지 그뿐이야. 남들의 인식이 어떻고 그걸 바꾸겠다고 괜한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아.”
남들이 지금까지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없었다.
그것을 잘난 듯이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부하들은요?”
“걔들한테도 뭐 말할 게 있다고. 오히려 녀석들은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지.”
그날.
프리첸을 살리기 위해서 그를 기절시키고 강제로 남쪽으로 도망친 회색 늑대 기사단원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프리첸을 따르고 있었다.
“부하들이 미운 건 아니야. 나도 녀석들의 마음은 이해하니까. 내가 황실의 마지막 희망이고 핏줄이고 지옥으로 가겠다는데, 말리지 않을 녀석이 어디 있어? 나중에 문책을 당하고, 눈이 뒤집힌 내 손에 죽는다 하더라도 녀석들은 그것까지 감안하고 행동한 거야.”
레베카를 잃고 실의에 빠져도, 자신의 휘하 기사단원들에게 뭐라 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들이 잘못한 건 없다. 자신에게 충성한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녀석들에게 굳이 레베카의 유품을 가지러 갔다고 말해 줘 봤자, 저 녀석들은 오히려 그때의 일을 마음에 두고 내게 더욱 죄송해하겠지. 난 그런 거 마음에 들지 않아.”
“부하들을 끔찍이 아끼시는군요.”
“아낀다고? 아니야. 단지 녀석들이 질질 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이야 제국이 망해서 저 녀석들도 이제 제국의 기사라고 부를 수 없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따르는 녀석들이야. 바로 나, 프리첸의 부하들이라는 거지.”
프리첸은 오만하게 웃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고 이끄는 이 남자가, 어째서 회색 늑대라고 불렸는지 유현은 알 것 같았다.
“그런 이 몸을 따르는 녀석들이, 고작 이런 일로 침울해지는 꼴을 내가 용납할 거 같아?”
“가혹한 상사네요.”
“이 정도면 친절한 거지.”
“저라면 당신 밑에서는 하루도 못 버틸걸요.”
“못 버티는 녀석이 나약한 거다. 그리고 내 부하들은 절대 나약하지 않아.”
그 목소리에는 지난 32년 동안 함께 해 온 동료들을 향한 무한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멀리서 프리첸을 알아본 회색 늑대 기사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이만 가 보겠어. 아가씨도 레안 녀석의 옆에서 준비하라고. 언제 어디서 누가 죽어 나갈지 모르니까.”
“그러죠.”
프리첸과 헤어진 유현은 레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타고 남은 룬석을 눈으로 덮고, 손질하고 있던 무기의 점검을 끝내고 몇 번 휘두른다.
그 이상으로 곧 있을 전투를 위해, 그들의 마음은 그 어떠한 날붙이보다도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저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싸우고자 했다.
유현까지 온 것을 확인한 레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가자!”
레안이 앞장서고 사람들이 뒤를 따른다.
장장 2천 명이나 되는 대군이 얼어붙은 안돌림 호수 위를 걸었다.
투명한 유리처럼 세상의 경계를 나누는 호수는, 이미 밑바닥까지 꽁꽁 얼었는지 금조차 가지 않았다.
“프리첸.”
레안은 마지막 싸움이 벌어지기 전, 프리첸을 불렀다.
프리첸은 이 남자가 무슨 고리타분한 이유로 자신을 부른 건지 몰랐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사고 치지 말고 열심히 싸우라는 말을 하려는 걸까?
“엉? 뭐냐.”
“나중에 싸움이 끝나고, 만약에 우리 둘 다 살아남게 된다면.”
레안은 프리첸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술이나 한잔하자.”
“…….”
천하의 프리첸도 설마 레안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지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됐다.
레안은 그런 프리첸의 반응을 무시한 채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어느덧 눈보라가 그쳤다. 바람조차 불지 않은 저 너머에 뿌연 안개가 보였다.
얼음 안개는 게오른이 내뱉은 날숨이다.
그리고, 저 안개 너머에 이 세상을 이 꼴로 만든 원흉인 게오른이 있었다.
한때는 가르드인이 섬겼던 위대한 신이었지만, 이제는 추악한 모습으로 떨어져 세상에 절망을 흩뿌리는 괴물 되고 만 성령.
이미 사전에 말한 것이 있어서 사람들은 안개를 두고도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망할. 더러울 정도로 고요하구만.”
“꼭 이럴 때면 무슨 일이 터지던데.”
“쉿. 조용히 안 해?”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 눈앞의 안개에 이변이 생겼다.
안개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완전히 걷힌 것이다.
지난번에 찾아왔을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레안은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유현도 마찬가지였다.
“안개가, 갑자기 왜?”
“저, 저길 봐!”
누군가가 외치고 모두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안개의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탐색꾼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안개 속에 있던 것은 서리 거인이었다.
그 숫자는 약 100마리로 이쪽의 전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위협적인 숫자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모든 일의 근원이었으니까.
“게, 게오른.”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다.
이쪽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다란 서리 거인, 그보다도 열 배 이상은 더 커다란 덩치를 지닌 게오른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푸른 피부와 반대되는 붉은 눈동자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전신이 뾰족한 얼음으로 뒤덮이고, 머리카락과 수염마저도 얼음으로 이루어진 게오른이 몸을 일으켰다.
쿠구궁.
체고 200m에 도달하는 거인이 우뚝 서자 가르드 전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게오른이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도 공간이 진동했다.
레안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다들 무기를 들어! 준비했던 대로 간다!”
그들이 뭐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게오른이 입을 벌렸다.
우오오오오오────!!!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굉음과 함께 땅이 파스스 떨렸다. 지면에 옅게 쌓인 눈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먼지처럼 흩날렸다.
동시에 안돌림 호수에서 변화가 벌어졌다.
까드득!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호수의 바닥을 뚫고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모습을 감추고 있던 서리 거인들이 호수의 얼음과 동화되어 있다가 게오른의 명령을 받고 튀어나온 것이다.
“무, 무슨!”
“다들 조심해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서리 거인들은 곧이어 무차별로 주위의 사람들을 공격했다.
그 숫자만 물경 천이 넘었다.
“대, 대체 어떻게?”
“게오른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게오른은 마치 처음부터 이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행동했다.
함정. 가장 먼저 레안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곳은 이미 게오른이 함정을 파놓고 있었다.
“뒤! 뒤에서도 뭔가 옵니다!”
“이런 미친! 뒤에서도 서리 거인이 오고 있어!”
그들이 건너온 안돌림 호수 너머.
그곳에서도 서리 거인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포위당한 것도 모자라, 진영의 중심에서도 서리 거인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가르드인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서리 거인과 맞서 싸웠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레안은 선두에 서서 서리 거인의 목을 베어 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들은 포위됐다. 게오른이 처음부터 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서리 거인들이 사방에 잠복해 있었다.
“마, 막아!”
누군가 그렇게 외치고 동시에 곳곳에서 병장기가 충돌하며 서리 거인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의 속에서 레안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쩌지? 이제 어쩌면 좋지?’
그들이 생각한 작전은 시작과 동시에 얼음 안개를 밀어내며 게오른에게 기습을 가하는 것이었다.
게오른이 중간에 눈치를 챈다 하더라도, 서리 거인들을 부르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그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작전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레안님! 지시를!”
“레안님! 어떻게 합니까!”
레안님. 레안님. 레안!
그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레안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습은 실패했다. 역으로 서리 거인들이 이쪽을 포위하고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중이었다. 이쪽은 2천이었지만, 뒤에서 몰려오는 서리 거인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안 돼.’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발목 자체가 늪에 잠겨 있는 것만 같았다. 숨이 차오르고,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나 때문에.
내가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빠졌다.
“정신 차려!”
그런 레안의 눈앞이 순간 번쩍이더니 뺨에 통증이 내달렸다.
“케, 이라?”
“지금 뭐 하는 거야! 지도자인 네가 그렇게 멍때리고 있으면 어떡해!”
평소에 하는 존댓말도 없이, 유현은 레안을 노려보며 그렇게 외쳤다.
레안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서리 거인과 싸우는 사람들과 최측근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레안이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이미 여기까지 왔어. 이런 일에 당황하고 있으면 안 돼.”
“정신 차렸으면, 이제 명령을 내려.”
레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들어라!”
레안은 검에서 황금빛 오러를 뿜어내며 외쳤다.
절망에 빠진 가르드 전사들에게, 그 모습은 희망의 등불처럼 비쳤다.
“모두 시간을 끌어라! 서로 등을 맞대고 방진을 짜! 최대한 버티고 또 버텨라! 게오른은 내가 쓰러뜨리겠다!”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게오른을 최대한 빨리 쓰러뜨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게오른과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는 서리 거인들을 뚫고 지나가야 했다.
레안은 신호를 주고 유현과 함께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 뒤를 탐색꾼들이 이었다.
“길을 뚫어라!”
“레안 대장이 저곳에 가게만 하면 돼!”
그들로서는 레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레안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악물었다.
알고 있다. 자신이 한 말은 그저 무책임한 공수표를 남발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다는 걸.
게오른의 앞에 당도한다 하더라도, 열쇠검도 없는 그의 수준으로는 게오른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
마주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게오른은 힘을 잃었다 하더라도, 그가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강하다는 것을.
그래도.
‘여기까지 사람들을 끌고 왔어. 그들이 싸우고자 나를 따라왔어.’
그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할 수 없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금방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지금 모두의 마음에 불을 지펴준다면.
그걸로도 좋았다.
실패할 거라는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코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 집중한다.
“위대한 가르드를 위해!”
“구원의 땅을 위해!”
“이 세상을 위해!”
레안의 외침에 등 뒤를 따라오는 결사대가 호응하듯 외쳤다.
그 외침에 담긴 명예의 무게가 레안의 어깨를 짓눌렀지만. 레안은 멈추지 않았다.
뒤에서 비명과 함께, 서리 거인의 손에 쓰러져 가는 동료들의 죽음도 돌아보지 않았다.
일부러 외면하고, 오직 앞만 향했다.
“으아아아아!!”
싸워라. 검을 놓지 말고 휘둘러라. 앞으로 나아가라.
황금빛 오러가 허공에 빛나는 궤적을 그리며 서리 거인들의 목을 벴다.
레안이 지금 싸우는 것은 단순히 눈앞의 서리 거인 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한 명의 목숨이 사라진다.
그가 조금이라도 기대의 무게에 짓눌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죽는다.
나약한 자기 자신, 한정된 시간, 과중한 부담감.
그 모든 것들이 레안의 적이었다.
“버텨! 버티라고오오오!”
“다미르! 안 돼! 으아아아!”
“전열을 지켜! 무너지지 말고 버텨!”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한다.
서리 거인의 괴성과,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
푸른 얼음과 새하얀 설원의 위로 가르드인의 피가 뿌려졌다.
붉은색은 어디에도 섞이지 않았다. 붉은 것은 그저 선명히 붉었다.
그 끔찍한 지옥을 뒤로한 채 레안은 달리고 또 달렸다.
‘멀어.’
분명, 게오른과의 거리는 그렇게 먼 것이 아니었다.
그의 육체라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이 거리를 주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멀었다.
그가 내딛는 한 걸음이 발목에 쇳덩이를 단 것처럼 무거웠고, 그가 나아가야 할 새하얀 벌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히 멀었다.
그럼에도 게오른의 모습은 눈앞에 선명해서, 그가 코앞에서 자신을 희롱하는 것 같았다.
저주스러운 신이여.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는 겁니까.
어찌 제가 당신에게 검을 휘두르도록 종용하는 겁니까.
“게오르으으으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가로막은 서리 거인을 벤 레안이, 게오른의 앞에 섰다.
그때까지도 가만히 있던 이 서리 거인의 왕은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은 시선으로 레안을 내려다봤다.
레안은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힘이 검으로 모였다.
황금빛 검기. 그것이 5m 높이로 치솟아 올랐다. 그 영롱하기까지 한 자태에, 일부 전사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레안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높게 치솟아 오르며 게오른의 가슴팍까지 도달했다. 어느덧 레안의 검기는 10m까지 길어졌다.
모든 힘을 담은 일검.
레안은 자신이 지금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을 내질렀다.
“이걸로 끝이다!”
이 저주받은 세계도, 지긋지긋한 굴레도, 전부 이 일격으로 끝내겠다.
끝났어야 했다.
카앙!
황금빛 오러와 게오른의 목이 충돌하며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소음에 레안의 눈이 부릅떠졌다.
레안이 전력을 다한 일격은, 게오른의 목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게오른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레안을 가만히 두고만 봤던 것은 단지 반응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였지.
‘처음부터.’
닿을 수 없었던 건가.
게오른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레안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이후.
게오른의 주먹이, 그대로 레안의 몸을 내리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