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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15화 (315/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15화

성령이라니.

저 거인이 위험하다고는 느끼고 있었지만, 이건 유현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성령이 하계에 직접 강림할 수 없다. 그들은 상계의 존재이며, 상계와 하계는 시스템이 엄격하게 나누고 구분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이 세상 출신의 성령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세상에 완전히 내려올 수는 없었다.

온갖 보정을 다 받아야만 자신의 분신, 화신체인 아바타를 아래로 내려보낼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방금 본 그것은 절대 아바타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진신(眞身).

방금 본 성령은 본신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나도 모르겠다.”

레안도 왜 저자가 이곳에 존재하는지 당황스러웠다.

“분명 게오른은 자신의 힘을 남겨 주기 위해서 위대한 다섯 자매를 보내고, 후보자들을 모으고 있다고 들었는데.”

글라칼리스의 신 게오른.

북대륙의 지배자이자 가르드인들의 우상. 그리고 이 세상의 성령.

그런 게오른이 서리 거인과 같이 추악한 모습으로 영락한 채 이 하계에 남아 있었다.

“어째서 게오른이…… 저곳에 있는 거지? 그리고 어째서 저런 모습으로…….”

“……뭐가 어찌 됐든,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네요.”

유현은 게오른의 가슴팍에 박혀 있는 붉은 보석을 떠올렸다. 보기만 해도 불길한 기운이 맴도는 그것의 중심에는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코덱스의 파편이 박혀 있었다.

‘돌겠네.’

파편을 찾았다. 하지만 그 파편은 단순히 길가에 널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죽었다고 알려진 이 세상의 성령의 가슴팍에 박혀 있었다.

유현은 게오른과 서리 거인의 모습을 비교했다. 서리 거인은 딱 지금 게오른의 모습을 열화 복제한 모습에 가까웠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서리 거인의 존재가 게오른으로부터 비롯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동토의 저주도 마찬가지다.

“일단 돌아가요. 이대로 여기에 있는 것보다는,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어떻게?”

“네?”

“어떻게 설명하라는 말이지?”

레안은 아직도 게오른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지 충격을 떨쳐 내지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게오른은 이 세상의 신이었다. 무엇보다 게오른의 뒤를 이어 이 세상의 신으로 오르기로 했던 후보자 중 하나인 레안은, 특히나 게오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위대한 전사들의 신.

그들이 죽으면, 구원의 땅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게오른이었다.

그런 게오른이 사실 이 세상의 저주의 근간이었으며, 추악하게 영락해 서리 거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면 과연 사람이 믿을까?

아니, 사람들이 믿는다 치면 그 이후는?

위대한 신이 자신들을 직접 죽이려고 한다는데, 누가 그런 진실을 반길까?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거야.”

“그러면 이대로 손 놓고 가만히 있자고요?”

유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32년 동안 찾아 헤맸다면서요. 지금 그 원인이 저 앞에 있는데, 그걸 보고도 그냥 넘기겠다고요? 게다가 지금 내부에는 배신자가…… 하아. 아무튼, 겨우 알아낸 사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어요.”

“그러면 뭘 어쩌겠다는 거지?”

“알려야죠. 배신자가 있고, 이 세상의 신은 타락해서 괴물이 됐다고.”

“혼란이 찾아올 거야. 겨우 희망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떨 거라고 생각하지?”

“그래도 해야죠. 아니면 정말로 다 죽으니까.”

“게오른과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는 이 세상의 신이니까!”

“싸우지 않으면! 그러면 68년 동안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다가 멸망하려고?!”

유현도 참지 못하고 레안에게 소리 질렀다.

그 외침에 레안은 주먹을 까득 말아 쥐었다.

그라고 어찌 모를까. 이대로 가면 가르디안의 생존자들은 필연적으로 멸망한다.

하지만 게오른은, 성령과 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존재와 싸워도 죽는 것은 같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68년의 유예라도 얻으면서 어떻게든 견디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게오른은 그들에게 있어서 절대자였으니까.

“게오른은 신이야. 그리고 우리는 신과 싸워서 이길 수 없어.”

“신. 신. 아까부터 계속 신이라고 말하는데.”

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당신네들이 섬긴다고 하는 자들은, 성령이지 신이 아니에요.”

“성령이 신이 아니면 뭐라는 거지?”

“그들은 그저 우리보다 우월할 뿐, 전능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격을 벗어던져 별의 힘을 얻었지, 영원불사의 신이 아니에요. 그들도 결국에는 죽고 쇠퇴하고, 더 거대한 힘에 눌리죠.”

“하지만, 이 세상에서만큼은 전능하겠지.”

“전능? 그런 전능한 존재가,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고 후계자를 위해 후보자들을 골랐다고요?”

유현은 그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코웃음 쳤다.

“당신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뭔가 큰 착각을 하네요. 성령이라는 자들이 항거할 수 없는 대단한 신이라고.”

유현은 예전부터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구에 있을 때도 그랬다. 사상세계가 신이 내린 벌이라고 주장하고, 그들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더욱.

그들은 신이 아니다. 그저 신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자들에 지나지 않지.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라면, 한낱 필멸자인 우리가 절대로 신에게 저항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러면 왜 살고 있는 거죠?”

나약한 자들은 지배를 원한다.

스스로 설 힘이 없거나, 혹은 가혹한 현실에 도망치고 싶은 자들은 자신이 기댈 것을 찾고, 그 끝에 도달하는 것이 신을 향한 맹목적인 예찬이다.

본인들은 믿음과 신앙을 가지고서 그들을 섬긴다고 하지만.

유현이 보기에는 전부 다 개소리였다.

“전부 다, 도망만 치고 있잖아.”

그들은 결국 거대한 힘에 의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어쩔 수 없다고 힘에 굴종하고 자신을 지배하는 신이 선하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자신의 나약함을 신앙으로 포장하며, 그렇지 못한 타인을 불신자로 몰아간다.

겁쟁이들 같으니.

성령은 신이 아니다. 이 세상에 신은 없다.

단지 그들이 신이라는 허상을 만들고, 거기에 기대는 사람들만 있을 뿐.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확고한 절대자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지?”

“싸워야죠. 마지막 한 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모두가 그렇게 강할 수 없어. 누군가는, 그저 거대한 힘에 저항하는 것보다는 그것에 순응해서 죽는 것을 바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으니까.”

“알아요. 그러니 저도 강요하지는 않을 거예요. 도망치는 사람을 막지 않을 거고,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 또한 존중하죠. 하지만 저는 싸울 겁니다.”

싸우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 사람은 결국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을 망치로 부숴야만 했다.

과거에 종말의 속에서도, 유현은 모두가 죽길 바라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사람을 살렸다.

그것이 그의 싸움이었다. 힘으로 억누르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 고난의 행군은, 설사 폐부마저 얼릴 정도로 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도 멈출 수 없었다.

“너는…….”

레안은 그 흔들림 없는 유현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가 반푼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는,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레안은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다.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나.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버텨 왔나.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살리고 싶다. 이 세상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다.

싸늘하게 얼어 죽은, 이 현세에 억압된 영혼들을 다시 구원의 땅으로 보내 주고 싶다.

케이라의 의지도 다른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가 그러고 싶었다.

“……시간을 줘.”

“의외네요.”

유현은 잔뜩 힘을 준 이마를 풀었다.

“그래도 막연히 현실 도피만 할 줄 알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아니,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걸지도 몰라. 그러니 대답할 시간을 줘.”

“……오래는 못 줘요.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하염없이 지쳐 갈 테니까. 당신도, 나도.”

“알고 있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레안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유현도 그 이상 그를 추궁하지 않았다. 애초에 추궁을 할 생각조차 없었다.

“어쩌면 케이라는 정말로 당신을 믿어서 이렇게 자신의 흔적을 남긴 걸지도 몰라요.”

케이라는 자매들과 후보자들을 이끌고 저주의 근원지로 향했다.

그랬던 그녀가. 게오른을 못 알아봤을 리가 없다. 분명 케이라는 싸웠을 것이다. 게오른의 앞에서 절망한 자매들에게 용기를 심어 주고,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최후까지 남았겠지.

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게오른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흔적은 남았다.

시스템과 거래를 하고, 자신의 모습을 이용해 이 세상을 구하고자 했다.

아직 그녀에게는 희망이.

이 세상의 마지막 열쇠라고 할 수 있는 레안이 남아 있었으니까.

“…….”

레안은 유현의 말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 * *

이후 두 사람은 가르디안으로 돌아갔다.

오늘 너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다른 구역을 탐사할 여력이 남아 있질 않았다. 이미 진실을 알게 됐으니 다른 구역을 탐사할 필요도 없었다.

동토의 저주가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 그리고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됐다.

32년 동안 애타게 찾던 그 원인을 찾았으니 기뻐할 일이었지만,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성문을 지나 레안과 광장에서 헤어진 유현은 곧바로 여관으로 돌아와 방에 틀어박혔다.

‘누구지? 대체 누가 일부러 그 흔적을 지우고, 길을 막은 거지?’

지푸라기 냄새가 나는 침대에 누운 채 고민했다.

배신자는 그 장소를 한 번만 오가지 않았다. 최소 10여 차례나 그 근방을 배회하며 혹시라도 누군가가 비밀 통로를 알아차리지 않을까 계속 확인을 해 왔다.

배신자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라는 것.

오랫동안 남들에게 들키지 않았으니, 탐색대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가장 먼저 의심을 해 봐야 하는 것은, 이 근방을 탐색했다고 먼저 말한 사람들이겠지.’

탐색대 본부에 기록이 남아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떠오르는 것은 레안이 했던 말이었다.

‘프리첸 황제와 그를 이끄는 기사단들이 저 근처를 자주 배회했다고 했었어.’

프리첸 황제는 무엇을 바라고 있기에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저 바깥을 돌아다니는 걸까.

설마, 멸망한 제국을 부흥시키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런 것치고는, 레안과 적대하는 것을 제외하면 프리첸은 이 가르디안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애초에 마법진이 없으면 아무리 제국의 영토를 되찾아도 동토의 저주를 이겨 낼 수 없다.

그는 허울뿐인 제국을 되찾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걸까?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프리첸 황제가 맞아.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

무엇보다 그가 정말로 배신자라 하더라도, 그 죗값을 물어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가 추종하는 부하들의 숫자와 세력을 생각하면, 가르디안이 반으로 쪼개져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프리첸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부하들이 등을 돌려도, 32년 동안 그를 옆에서 모셔 온 제국의 기사들은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 그들도 알고서 묵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프리첸을 배신자라고 해도, 큰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죽겠지.

게오른과도 싸워야 할지도 모를 때, 제 살을 깎아 먹는 짓을 벌일 수는 없었다.

‘레안은 어쩔 생각인 걸까.’

레안과는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정확히 뭘 바라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유현이 아는 것도 몇 가지 단서를 억지로 이어 붙여서 추측하듯 만들어 낸 진실이 전부였다.

대략적인 것이 들어맞는다고 쳐도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케이라! 내려와서 밥 먹어!”

밑에서 벨라의 우렁찬 목소리가 2층까지 전해져 왔다.

머리가 복잡해서 밥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유현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벨라는 다른 건 몰라도 밥을 굶는 것만큼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다. 이 소중한 양식을 헛되이 낭비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나.

계단으로 내려가자 벨라가 유현을 반기려다 얼굴을 보고 물었다.

“어라? 표정이 별로 안 좋네?”

유현은 웃으며 가볍게 둘러댔다.

“그냥요. 너무 멀리까지 갔다 왔더니 조금 피곤하더라고요.”

“그런 것치고는 좀 다른 느낌인데.”

벨라는 그렇게 말하며 스프가 담겨 있는 커다란 솥을 식탁 중앙에 놓았다.

테이블에 앉은 유현은 문득 벨라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응? 뭐가.”

“벨라 아주머니는, 왜 이런 곳에 여관을 세운 거예요?”

이 세상에는 이제 가르디안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대륙의 다른 곳에 생존자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가르디안이 전부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 집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관이라는 것은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외부의 손님이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니까.

“아. 혹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면 죄송해요.”

“응?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말어. 그래. 내가 왜 여관을 하냐고 물었지?”

“네.”

“남편 때문이야.”

“남편이요? 결혼하셨어요?”

유현의 솔직한 질문에 벨라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래. 결혼을 했었지. 아주 오래전. 내가 풋풋한 처녀였을 때 말이야.”

“하지만, 남편분은…….”

“죽었어. 20년도 더 된 오래전. 탐색꾼으로 일을 하다가 돌아오지 못했지.”

“…….”

“내가 여관을 하는 것도 그래서야. 원래는 남편의 꿈이었거든. 그 양반이 여관을 하고 내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그렇게 손님들을 맞이해 주는 것이 목표였어.”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고 죽어도.

그녀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그녀뿐만이 아니라, 사랑했던 그이의 꿈이기도 했으니까.

“나는 언젠가 봄이 찾아올 거라고 믿는단다. 예전에도 그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 죽어버린 양반은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하지만 언젠가 봄이 돌아오고, 나라가 번창하고,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나는 이 여관의 일을 계속하겠지.”

죽은 사람의 의지를 이어받았으니까.

그러니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계속 살아야만 했다.

“나뿐만이 아니야. 가르디안에 사는 모두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누군가는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세상이 얼어붙을지라도,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그렇……군요.”

유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스프를 먹었다.

평소에도 맛있고 따스하다고 생각했던 스프는, 오늘따라 유난히 더 몸에 온기를 채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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