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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07화 (30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07화

“호호호! 이거 참 내가 미안하네. 이렇게 성격이 참한데 괜히 의심부터 하고 말이야.”

“에이. 그럴 수도 있죠.”

유현이 여관 주인아주머니와 친해지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현이 진심으로 일을 돕겠다고 나서며 이것저것 도와주고, 대답도 꼬박꼬박 잘하니까 그녀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곧바로 얼굴이 풀어지며 유현에게 푸근하게 웃어 보였다.

원래부터 성격이 나빴다기보다는 오히려 웃으면서 통쾌하게 말하는 지금이 그녀의 본래 성격이리라.

“내 이름은 벨라라고 해. 이곳 ‘봄의 한 조각’ 여관의 주인을 하고 있지.”

“벨라 아주머니셨군요. 저는…….”

“아아. 괜찮아. 네 이름은 뭐 듣지 않아도 다들 아니까. 이전에도 꾸준히 들었고. 일단 이렇게 서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뭣하고, 자리에 앉자. 밥은 먹었고?”

“아뇨.”

“그러면 안 되지. 이런 때일수록 든든하게 먹어야 해! 자자 앉아.”

“어, 정말 괜찮은데…….”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오늘 힘 좀 제대로 써 볼까. 조금만 기다려. 내가 아주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줄 테니까.”

벨라는 유현을 빈 테이블 앞에 강제로 앉히고, 곧바로 부엌으로 돌아가 요리에 열중했다.

돕겠다고 나서려고 해도 벨라가 도끼눈을 뜨고서 가만히 앉아 있으라 했으니, 유현은 그저 꼼짝없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케이라라고 불리는 의체에 얽힌 일들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유현의 본질이 아닌, 이런 겉모습 자체를 혐오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상당하다는 것은.

유현은 지금 이곳에서만큼은 강유현이 아니라 케이라였다.

그리고, 케이라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상당한 장해물이 될 것이다.

‘일단 다시 링우그를 찾아서 듣지 못했던 것들을 더 물어봐야 하나.’

헨더라는 남자는 또 누구고 이곳의 상태는 어떻고. 동토의 저주는 정확히 무엇이고, 해결책은 있냐고.

또 하나 걸리는 것은 레안이라는 남자였다.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도시의 지도자, 혹은 그에 준하는 입장으로 추정됐다.

무엇보다 그를 처음 봤을 때 유현이 느낀 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안. 그 남자는 분명히 강해.’

표정만 보면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유현은 그가 검을 차고 있다는 것과 은연중에 뿜어내는 기세가 범상치 않은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그럼에도 완성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만들다 만 것 같은,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은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책을 보는 능력이 아쉬워지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에 온 순간부터 그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을 보는 힘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으니까.

버린 것은 아니었다. 책을 보는 파편의 힘은 아직 유현에게 남아 있었다.

나머지 파편은 전부 강혜림과 권지아, 서수민, 유영민에게 넘겼지만, 이건 오로지 유현의 것.

줄 생각도 없고, 줄 수도 없다.

다만, 지금 이 세상에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 힘은 상당히 제한을 받고 있어.’

시스템은 파편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는 것은 유현이 지금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시스템에 의한 억압이 아니었다.

이 세계 어딘가에, 자신의 파편의 힘을 억누르는 무언가가 있다.

‘또 다른 파편 때문이겠지.’

이 세상에 또 다른 파편이 있다. 오엘로에게 대충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 찾으려니 그마저도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보통 파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파편은 아주 크고 강력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건 또 어디서 찾느냐인데.’

이곳 가르디안에 도착하면서 유현은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파편과 관련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세계 어딘가에 있는 파편, 그리고 나의 의체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 이 절망이 가득한 생존자들의 도시에서 시화를 펼쳐야 하는 것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여유를 부리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의체를 입고 있다고 해도 결국 유현의 본질은 텔러의 것. 제대로 된 포인트를 얻지 못하면, 그는 그대로 소멸하고 만다.

그전에 왔던 다른 텔러들이 맞이했던 결과처럼.

“자! 오래 기다렸지? 이 벨라 아주머니의 특제 스프다!”

부엌에서 나온 벨라가 유현의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 접시를 소리 나게 놓았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입에 댄 것이 없다 보니,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스프를 홀린 듯이 먹었다.

벨라는 유현의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턱을 괸 채 뿌듯하게 구경했다.

“엄청, 맛있네요.”

유현은 빈 접시를 내려놓으며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하하. 더 먹고 싶으면 말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뇨. 그래도 이 이상 먹으면 과식이겠죠. 애초에 이 육신이 그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요.”

한 접시만 먹었을 뿐인데도 이미 포만감이 가득하다. 스프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의체 자체가 특이한 것이었다. 배가 고팠는데, 조금만 먹어도 체력이 회복되다니.

그 솔직한 말에 벨라 아줌마는 눈을 빛냈다.

“너는 역시 전에 온 녀석들과는 다르구나.”

“네? 제가요?”

“그래. 녀석들은 너와 달라도 너무 달랐지.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싫은지 항상 얼굴을 이렇게 구기고 있었어. 그것도 모자라서 이래라저래라 자기가 상전인 것마냥 일을 시키기까지 했지. 당장에 내가 음식을 내줘도 그딴 걸 누가 먹냐고 접시를 집어 던지기까지 했지.”

“그건 너무하네요.”

“호호. 그렇지. 너무했지.”

유현은 텔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텔러들은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계의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 말 그대로 유배지.

유배지에 온 것도 서러운데, 하계의 인간들에게 어떻게든 잘 보여서 벗어나려고 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분명, 충돌이 있었을 거다.

“그래서 접시를 던진 녀석은 어떻게 됐나요?”

“어떻게 됐을 것 같니?”

벨라가 자신의 팔뚝의 근육을 불끈거리며 물었다.

“……어, 아뇨. 듣지 않을래요.”

“호호. 걱정 마렴. 내가 훈육에 힘을 쓰는 것은, 내 신경을 건드릴 정도로 건방진 아이에게나 할 뿐이니까.”

“왜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거 같네요.”

“그 점은 안타깝게 됐어. 결국 다 같은 건 아니고, 너처럼 건실하고 착한 아이도 있는 법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니까.”

“그 점에 대해서 아쉽지는 않아요. 이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구나.”

유현은 벨라의 말을 통해서 과거에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온 다른 텔러들은, 일단 이 케이라라는 의체를 지니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유배지에 온 텔러들이 과연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소에 가호로 보호를 받고 있던 녀석들일수록, 더더욱 육체를 가지고 직접 움직이는 것을 적응하지 못하겠지.’

게다가 이곳에서 시화를 선보여야 한다고 했는데, 대체 뭐부터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시화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보여 주는 것. 하지만 단순히 이런 곳에서 살아남는다고 해서 그것이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어. 시스템이 바라는 것,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 길은 오직…… 그에 걸맞은 이야기를 보여 주는 것.’

유현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동토의 저주였다.

‘이 세상은 동토의 저주로 인해 갑자기 얼어붙은 세상이 됐다고 했지. 그전까지는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지만, 동토의 저주와 서리 거인들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대부분이 죽고 이렇게 숨어서 모여 지내고 있어.’

그렇다면 동토의 저주는 왜 발생한 걸까.

동토의 저주와 함께 나타난 서리 거인들은 대체 무엇일까.

유현은 시스템이 인정할 정도의 시화가 바로 동토의 저주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곳은, 이상할 정도로 시스템의 상태가 나빠.’

눈보라에 무언가가 섞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시스템과의 연결이 좋지 않았다. 괜히 이야기가 얼어붙은 세계라고 불리는 곳이 아니었다. 정말로 이곳의 눈보라는 무언가를 방해하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광범위한 재밍이 걸려 있는 것 같아. 이런 곳에 뚝 떨어졌으니 다들 실패할 만도 하지.’

그리고, 그 실패가 쌓이고 쌓여서 가르드 생존자들이 케이라의 모습만 보여 줘도 저절로 불신을 심어 줄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유현은 굴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할 만하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뛰어넘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무너질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유현의 눈동자에 강렬한 이채가 맴돌았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지만, 유현은 차분하게 하나씩 제대로 풀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우선은, 그 레안이라는 남자에 대한 건데.’

벨라 아주머니가 보여 주는 호의적인 태도라면 물어보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해 줄 것 같았다.

유현이 입을 열어 물어보려는 그 순간이었다.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벨라 아주머니의 표정도 구겨졌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황제 패거리가 온 것 같다.”

“황제 패거리요?”

“이왕 알게 된 김에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낫겠지. 따라오렴.”

벨라는 유현을 이끌고 여관의 밖으로 나왔다. 소란의 근원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유현이 그곳에 도착해서 본 것은, 2개로 나뉘어 서로 경계하는 집단이었다.

한쪽의 선두에는 유현을 여관까지 안내한, 예의 그 금발 청년 레안이 여전히 피로에 찌든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반대편의 선두에는.

‘크다.’

아니, 실제로는 거구가 아니었다. 키가 190cm은 돼 보였지만, 유현이 지금까지 봐 온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자기도 모르게 크다고 중얼거린 것은, 그의 존재감이었다.

팔짱을 낀 채로 레안을 노려보는 은발의 남자. 입술은 재미있다는 듯 비틀려 있고, 정돈하지 않은 은발은 사자의 갈기처럼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자란 수염까지.

그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두 개의 파벌이 갈라져 있었다.

“아이고. 저 빌어먹을 황제 패거리는 또 저러네.”

“황제요?”

“사실 이제 황제도 아니지. 제국이 멸망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황제를 운운하겠어.”

유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황제라 불리는 남자를 향했다.

동시에 남자 또한 레안을 주시하더니 이내 유현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쪽을 봤어?’

그 인파의 사이에서 정확히 이쪽을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상대도 유현을 보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어딘가 야성미가 넘치는 미소였다. 황제라고 불린 것치고는 근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산적 두목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때 황제가 입을 열었다.

“이봐 레안. 이거 좀 섭섭해지는데?”

“무슨 소리지?”

“또 한 명의 케이라가 돌아왔으면, 우리한테도 언질을 주지 그랬어.”

“…….”

케이라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레안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프리첸! 말이 지나치다!”

그때 레안의 뒤에 서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분노를 담아 외쳤다. 그의 외침에 황제, 프리첸은 콧방귀를 꼈다. 애초에 너 따위는 나와 말을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그의 태도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프리첸의 눈동자는 조금 전부터 계속 레안만 주시하고 있었다.

“레안. 아니다 아니다 말해도 결국에는 미련이 남았나 보지?”

“…….”

“그러지 않고서야, 저 아가씨를 이 안으로 데려왔을 리가 없으니까.”

프리첸의 말에 레안의 시선이 인파 사이에 있는 유현에게 향했다.

동시에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유현을 향했다.

‘아, 이거 참.’

그냥 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경이나 좀 하려고 했더니, 저 프리첸이라는 남자 때문에 그마저도 안 되게 생겼다.

유현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거리를 벌렸고 어쩌다 보니 유현을 중심으로 길이 하나 생겨났다.

유현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레안의 시선이 유현을 향했다가 이내 프리첸에게로 돌아갔다.

프리첸은 유현을 보며 일부러 과시하듯 말했다.

“오오, 케이라. 이거 참 오랜만이군그래. 이전에는 3년 전이었나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아니,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들으려나. 너는 그저 케이라의 탈을 뒤집어쓴 타인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말에 사람들의 적의가 유현을 향했다. 애초에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대놓고 면전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프리첸. 이 남자, 단순히 나를 도발하려는 게 아니야. 나를 이용해서 레안을 도발하는 거지.’

정작 레안은 그 말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었다. 유현을 감싸고돌지도, 그렇다고 프리첸의 말에 긍정을 표하지도 않았다.

그저 처음 봤을 때처럼 차갑게 가라앉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작 프리첸은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신기해했다.

“음? 생각보다 얌전하군.”

프리첸은 자신이 일부러 도발을 하면, 레안보다 케이라가 먼저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저 케이라의 모습을 한 녀석들은 언제나 제멋대로에, 자신이 가르드인들 보다 우월하다는 듯 거만하게 굴었으니까.

당연히 이런 사소한 모욕 같은 행위도 쉽게 참지 못하고 바로 불같이 화를 내고는 했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케이라는 생각보다 얌전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건가? 아니야. 이거.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케이라와는 확연히 달랐다.

프리첸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담겼다. 그는 이윽고 발걸음을 움직이며 유현의 앞에 섰다.

“화, 황제시여.”

“그만.”

프리첸의 뒤에 도열한 병사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프리첸은 한마디로 그들의 행동을 묵살하고는 유현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흐음. 이렇게 보면 외모는 그냥 똑같단 말이지.”

그런데, 성격이 다르다. 더 얌전한 녀석인가? 아니면, 분노를 참을 줄 아는 쪽?

그게 뭐가 어찌 됐든 이 전까지 나타나던 케이라들 과는 다르다는 건 확실했다.

프리첸의 탐색이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는 일부러 유현의 코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치, 이래도 화를 내지 않냐고 도발하는 꼴이었다.

“저, 저 녀석이!”

벨라가 그 모습에 분개하며 나서려고 했지만, 그보다 유현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말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설마하니 유현이 그녀를 막을 줄 몰랐는지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유현은 자신의 앞에 선 프리첸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확인은 끝났어?”

“허? 하. 하하하하! 확인이 끝났냐고? 세상에, 지금 그렇게 물어본 건가?”

프리첸은 설마 유현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 배를 잡고 웃었다.

다르다.

이 녀석은 지금까지 봤던 다른 케이라들과 확실히 달랐다!

“너, 재미있구나.”

프리첸은 그렇게 말하며 유현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

“좋다. 기분이다. 너, 내 여자가 되지 않겠나?”

그 노골적인 말에 레안 쪽 사람들에게서 분노 어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프리첸은 거기에 신경조차 쓰지 않고 유현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유현은 곧바로 활짝 웃었다.

경국지색의 미모가 밝게 웃으니, 순식간에 주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일부러 도발하듯 말한 프리첸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혹했을 정도로.

“나는 남자야 이 새끼야!”

하지만, 터져 나온 말은 그 반대였다.

유현은 그대로 주먹을 쥐고 프리첸의 턱을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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