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05화
하타 전무 이사는 롯피우트의 선택에 토를 달지 않았다.
회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봐서 알고 있기에, 그분이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다 뜻이 있다고 믿었으니까.
실제로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 보면, 남들이 의아하게 받아들일 만한 일도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알 수 있는 일이 파다했다.
회장님에게는 언제나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하타는 이번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회를 주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타 전무 이사. 그게 무슨 소리지?”
“강유현 차장 말입니다.”
“아, 그랬지.”
자신이 내린 판결에도 마치 잊고 있었다는 그 말에, 하타는 더더욱 롯피우트의 의중을 읽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문이라는 거지?”
“기회를 주신다고 하셨으면서, 그 악명 높은 유배지로 보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기회는커녕 사실상 죽으라고 보낸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걱정이었나? 내가 내린 판단이 공평한 거 같지 않아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하긴. 남들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하타의 말에도 롯피우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롯피우트는 자신의 긴 턱수염을 손으로 쓸어 넘기더니 이내 어깨를 들썩였다. 하타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
지금 회장 롯피우트는 즐거움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고 있었다.
“회장님?”
“흐흐. 아, 미안하군. 아무래도 그때 일이 떠올라서 즐거움을 참기 힘들었거든.”
“즐거움이라니…….”
“내가 왜 강유현 차장을 그곳으로 보냈냐고 물었지?”
롯피우트는 그 선택을 내린 것이 정말로 별거 아니었다는 듯 손을 저었다.
“녀석이 원했거든.”
“네?”
“강유현 차장. 그 녀석의 눈빛이 내게 말하고 있었어. 자신이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고. 단지 그뿐일세. 그 젊은 피가 그렇게 기회를 원하니, 다 늙은 내가 들어주지 않고 배기겠나.”
“그게 대체…….”
하타 전무 이사는 더 묻고 싶은 것이 가득했지만, 롯피우트는 그 이상은 자신도 말해 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회장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하타 전무 이사이기에, 그는 결국 자신의 호기심을 억누르며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께서는 지금 기대하고 계신다.’
누구를?
당연한 거 아닌가.
롯피우트는 지금 유배지로 떠나 버린 강유현 차장이 성공하고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회장님이라 하시더라도 이번에는 틀렸을지도 모를 텐데.’
지금까지 유배지로 떠난 텔러들만 몇인지 모른다. 그중에서 과연 재능이 있다고 불리는 자가 없었을까?
한때는 대단한 인재로 촉망받은 텔러들도 유배지로 끌려간 이후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 저주받은 세계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이야기마저도 움직이지 않은 곳이니까.
아무리 강유현 차장이 유례가 없는 천재라 하더라도, 유배지에 간 이상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하타의 입장이었다.
* * *
“이거 참.”
평소에 혼잣말을 하지 않는 유현이라도 지금 상황에선 그런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의체가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몇몇 이야기가 함께 딸려 온다는 것은 그도 들어서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그것이 설마 여성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방이 눈 덮인 곳이라 모습을 확인할 수단이 없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대단한 미인의 모습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뭔가 이질적이야.’
완전히 다른 성별,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의체를 지닌 탓일까 신체의 균형부터 해서 숨 쉬는 것 자체도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졌다.
유현은 손을 쥐었다 피거나 혹은 자리에서 가볍게 통통 튀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일단은 육체에 적응을 할 필요부터 있었다.
‘일단, 신체 스펙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가녀린 몸이지만, 힘이 강하다. 팔뚝을 만져 보면 근육 자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근력이 강했다. 탄력도 뛰어나다. 그렇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골이 강하다는 뜻이었다.
유현은 복장과 소지품을 점검했다.
복장은 고대 북유럽 사람이 입은 것 같은 짐승의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의복을 걸치고 있었고, 허리춤의 벨트에는 날이 선 장검 한 자루와 비상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량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당장 굶어 죽지는 않고, 그래도 호신용 무기는 있다 이건가.’
검 자체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검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육체 능력이 강해서 그런 것이다.
‘일단, 신체 능력 자체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강하군. 아니, 이 정도라면 각성한 컬렉터 중에서도 중견급 정도는 비빌 수도 있겠는데.’
단순히 타고난 신체 능력이 중견급 컬렉터 정도라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대체 어떤 종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추위에 대한 내성도 아주 강해.’
두꺼운 털가죽을 뒤집어썼다고 냉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에 피부가 드러난 손만 해도 이런 눈보라 속에서라면 순식간에 얼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손은 살짝 시리다는 느낌만 들 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체감 온도가 영하 50도는 되는 것 같은데도 피부가 멀쩡했다.
‘강하게 타고난 신체 능력과 추위에 대한 내성. 마치 전설 속의 하이랜더, 혹은 고대 바이킹 같은 느낌이군.’
일단 이 의체가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인간보다 더 우월한 종이라는 것은 알겠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다음이었다.
‘적당히 몸도 적응이 됐고, 상태 점검도 끝났어. 그다음 문제는 이 끝없이 얼어붙은 세계인가?’
어둡고 탁한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뒤덮고 끝없이 눈을 토해 내고 있었다.
거친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멀리 있는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까지 끝없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비약이 아닐 것이다.
눈으로 보는 풍경이 시리도록 푸르고 하얗다.
단순히 눈만 내리는 하얀 세상이 아니라, 그것이 쌓이고 얼어붙어서 연푸른빛을 내는 만년빙이 됐다. 나무도 바위도 흙도 보이지 않는, 오직 눈과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청과 백의 세계.
유현은 어째서 이야기마저 얼어붙었다는 말이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여기에 더해 유현에게는 시간제한까지 따라붙어 있었다.
‘의체를 얻었다 해도 나는 결국 텔러. 텔러는, 생존을 위해 텍스트를 소모하지 않으면 결국 소멸하고 말아.’
지금 유현은 지니고 있는 텍스트가 없었다. 이전에는 차고 넘쳤지만, 유배지로 오면서 전부 다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명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감각으로 느끼건대 그의 수명은 대충 2주일 정도 남았다.
그전에 미션을 성공하거나, 혹은 텍스트를 추가로 얻어야 했다.
‘일단은, 움직여야겠지.’
육체가 추위에 내성이 있다 해도 내성이 있는 거지 완전한 면역이 아니었다. 이대로 멍하니 서 있을 경우에는 이런 육체를 지니고도 얼어 죽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어디로 향하냐는 건데…….’
일단, 방향을 가늠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했다. 나침반은 없고,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해서 태양이 어디에서 뜨고 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무작정 움직이는 건 위험한 짓이었다.
유배지라 불리는 곳이라 하더라도 생존자가 존재하는 세상.
그렇다면 그들과 만나기 위해서 최소한의 흔적을 발견해야 했다.
‘쯧. 이전부터 이곳으로 온 텔러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 것 같군.’
시작부터 이런 난관에 부딪힌다면, 지금까지 가호를 받으며 안전한 곳에서 관조만 하던 텔러들에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겠지.
유현은 지면에 쌓인 눈을 손으로 한 움큼 쥐고는 그것을 바스러트리며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눈보라도 그렇고, 바람의 방향이 조금 전부터 계속 일정해.’
이렇게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이라면 바람의 방향도 실시간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한 길로만 정해졌다는 듯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일정했다.
유현은 혹시라도 기다리면 풍향이 바뀌지 않을까 했지만, 30분이 지나 1시간에 도달했는데도 그대로인 걸 알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냥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야. 무언가에 의해서 벌어지는 인위적인 것에 가깝지. 저 방향에 무언가가 있는 건가?’
유현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눈에 담았다.
보통은 이런 경우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지만, 유현은 달랐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시화를 선보이려면,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근원을 확인해야 해. 그럴 거면 차라리 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낫겠지.’
분명 그곳은 위험한 곳이겠지만, 그런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그가 보여 줘야 할 이야기가 있는 법이었다.
유현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것이 북인지, 서인지, 동인지, 혹은 남쪽인지 모르겠지만.
바람이 부는 곳으로 향할수록 점점 기온이 낮아지는 착각을 받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야. 실제로 더 추워졌다.’
숨을 내뱉을 때마다 나오는 새하얀 김이 눈보라에 찢겨 사라진다.
유현은 잠시 자리에 멈춰서서 자신이 왔던 길을 돌아봤다.
등 뒤의 세계 또한 새하얗다.
그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새겨진 발자국은 순식간에 지워져, 얼마나 왔는지 가늠조차 힘들었다.
‘날씨가 거칠어지는군.’
거칠게 몰아치던 눈보라는 이전보다 더 강해져서 이제는 한 치 앞도 제대로 살피기 힘들 지경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주변 풍경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밤이라 부를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근처에서 하룻밤 지샐 곳이 있나?’
유현이 눈보라 속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휘오오옹.
귀를 떼어 갈 듯 울리는 폭풍의 울음소리 사이로, 유현은 자그마한 소리 하나를 들었다.
‘뭐지?’
귀에 감각을 집중해서 청력을 키워 보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박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눈을 밟아서 뭉개는 소리였다.
‘짐승? 아니, 발소리가 규칙적이야. 생존자다.’
유현은 곧바로 소리의 근원지를 향했다. 바람 소리가 너무 강해서 중간중간 멈춰서 소리를 쫓지 않으면 방향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이 뛰어난 육체는 결국에 이 폭풍 속에서도 소리를 잡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유현은 정면에서 희미하지만, 인간의 것에 가까운 그림자 하나를 발견했다.
‘혼자인가? 어쩌면 떠돌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야.’
눈보라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기듯 정리하며, 유현은 천천히 걸었다.
이 거친 환경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그런지 냉기에 강하던 피부도 슬슬 아려 오기 시작했다.
생존자를 만나게 된 것은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계속 걷던 유현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분명 충분히 가깝다고 생각해서 걷고 있는데, 그림자의 주인과는 전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모든 것이 하얀 눈에 뒤덮이고 더불어 눈보라까지 몰아쳐서 거리 감각이 이상해졌다 해도, 이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것을 착각했을 리가 없었다.
멀리서 적당히 사람의 크기로 보였던 그것은.
어느덧 유현이 상당히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사람이…… 아니야.’
이윽고 동시에, 눈보라 사이의 검은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 같았다.
이 거친 바람 속에서도 서슬 퍼렇게 빛나는 푸른 안광을 마주한 순간, 유현은 소름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유현은 살짝 경사진 눈의 언덕 뒤로 몸을 날리듯 숨었다.
‘저거,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어.’
지금 그가 지닌 육체도 그렇게 작은 체구는 아니었지만, 방금 보았던 녀석은 아무리 봐도 7m는 돼 보였다.
거리 감각이 망가진 상태에서 아주 멀리 떨어졌는데도 보통 사람의 크기라고 생각했다.
가까이서 본 저자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 이상한 거리 감각 속에서도 인간으로 보였다면, 사실상 거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잖아.’
유현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돈키호테와 함께 다니던 사상세계에서 거인과 싸워 본 경험은 있다. 그러나 그때는 강유현으로서 힘을 지녔기 때문이지, 지금 유현은 대부분 이야기는 빼앗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육체는 분명 신체 능력은 뛰어나지만, 저 정도의 괴물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게 느껴졌다.
‘싸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저 괴물은 위험하다고.’
겨우 생존자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형상을 한 거인이라니. 게다가 방금 얼핏 보았던 그 눈동자는 아무리 봐도 대화가 통할 정도로 이성적이지 않았다.
마주치는 순간 죽는다.
유현은 그것을 깨달았기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녀석의 행동을 주시했다.
‘제길. 방금 눈이 마주친 거 같은데, 제발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군.’
유현이 속으로 그렇게 빌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빠드득.
조금 딱딱한 눈을 밟았을 때 나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멀리서도 발소리가 왜 들리나 싶었는데, 이 정도의 거구가 움직이니까 그렇게 소리가 크게 난 것이었다.
유현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거인을 살피며 입술을 깨물었다.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형상만 흐릿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일단은 도망치자.’
녀석은 유현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모르지만, 대략적인 방향을 특정하고 다가오는 중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
유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쏜살같이 도망쳤다.
우워어어어!!
등 뒤에서 유현이 도망치는 것을 본 거인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유현은 녀석에게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저 괴물에겐 이성이 없다. 그리고 저 거인은 상당히 흉포하다.
잡히는 순간 죽는다고 봐야 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유현은 뒤에서 느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필사적으로 눈보라 속을 달렸다. 달리면서 머리를 굴렸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는 위험하다. 날씨가 어둡고 시야가 넓지 않다고 해서, 저 녀석까지 똑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밤눈이 더 밝을 수도 있겠지.
유현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둔덕을 목표로 쉬지 않고 다리를 놀렸다.
의체의 힘 덕분일까. 푹푹 파여야 할 눈 속에서도 유현은 그 위를 빠르게 내달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뒤에서 쫓아오는 기척은 거리가 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쿵쿵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유현은 달리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냉기가 가득한 공기가 폐에 스며드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유현이 도착한 곳은 끝없이 올려봐야 할 정도로 높고 매끈한 빙산.
유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이 거대한 빙산에 나 있는 틈새를 발견했다.
딱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입구라 유현은 곧바로 몸을 던졌다.
‘녀석은, 쫓아오지 않는 건가?’
입구는 좁았지만,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빙산 안으로 들어온 유현은 매끈하고 반투명한 얼음 동굴 내부를 빠르게 훑고는 입구를 살폈다.
조금 전까지 열심히 쫓아오던 거인은 아무래도 유현을 놓친 것 같았다.
‘후우. 다행이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 등 뒤에서 다가온 투박한 손길이 유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