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00화
유현은 오엘로와 이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이야기를 다 들었을 때 오엘로가 보인 반응은 정말로 재미있다는 것도, 유현이 말한 것의 가능성을 비웃는 것도 아니었다.
“미쳤구나.”
오엘로는 그야말로 질렸다는 표정으로 유현을 바라보며 과자 하나를 집어 입안에 던져 넣었다.
“미쳤어. 정말로 미쳤어. 그런 발상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너 하나뿐일 거다.”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겠죠. 오엘로님께서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까.”
“날 거기에 끼워 넣지 마라. 나까지 오염된다. 내가 오래 살았다 자부해도, 너처럼 그런 짓은 하지 않아.”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평범한 텔러가 아니고 거의 호랑이 같은 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예측은 틀렸다. 너는 측정 불가능한 놈이야. 애초에 내가 너에게 알려 준 것은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파편의 위치였을 뿐이다.”
“네. 그리고 ‘그곳’에 파편이 하나 있고요.”
유현이 말하는 그곳이 어딘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오엘로는 반개한 눈으로 유현을 노려봤다.
“죽을 거다. 굳이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길이 있을 거야. 그런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짓을 한다고?”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습니다. 적들도 만만치 않고요. 시간을 주면, 유리한 건 저뿐만 아니라 그놈들도 마찬가집니다.”
유현은 데미알로스를 떠올렸다. 그 문어의 머리를 한 채, 이쪽을 향해 미소를 짓던 그 외형을.
하지만, 정말로 끔찍한 것은 단순히 데미알로스가 아니었다. 그와 손을 잡은 엑소도스의 텔러들도 있으며, 무엇보다 본사 내부에는 데미알로스보다 더 대단한 배신자가 하나 더 있었다.
진짜 정체를 모르는 이상, 유현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상당히 험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데미알로스를 비롯한 펜타그램의 파멸을 원하듯, 그들도 유현의 파멸을 원하니까.
“저도 특단의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었죠.”
“……지금까지 네가 한 시화를 보면서 느꼈지만, 실제로 마주하며 그런 각오를 들으니 뇌가 따라가질 못하겠군.”
오엘로가 지금까지 본 유현은 텔러 중에서도 괴짜이며, 정신 나갈 정도로 위험한 승부사였다.
녀석이 보여 준 시화는 언제나 그랬다.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에서 가호를 포기했을 때부터 해서, 그 이후에 무너지는 아귀도를 탈출하지 않은 채 명부의 말뚝을 뽑고, 미친 바다의 악마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유현이 벌인 짓을 생각하면,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목숨이 몇 개나 있어도 저게 가능한가 싶은 일들뿐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가 이 모든 도박을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성공하면, 이쯤 되면 도박이 맞기는 한지부터 의문이군. 사실상 성공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또 다음에 할 짓을 듣고 나면, 분명 도박이 맞아. 그것도 아주 극악한 확률의 도박.’
오엘로는 개인의 보신과 안위만 바라며 제자리에 멈춰선 녀석들은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유현은 그런 요즘 텔러들과는 반대로 너무 극단적이라 이쪽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정작 유현은 그런 반응조차 극찬이라는 듯 웃었다.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가려는 거냐?”
“예. 이미 할 이야기는 다 끝낸 것 같으니까요. 나중에 이름이 필요할 때 부탁드립니다.”
“그런가. 아, 잠시만 기다려 봐.”
오엘로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로봇 비서를 불렀다. 미리 언질을 줬기 때문일까, 로봇 비서는 들어올 때 자연스럽게 5개의 이야기 덩어리를 가지고 왔다.
오엘로는 유현과 컬렉터들을 가로막는 투명한 장벽을 해제하며 본인도 쿠션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건 뭡니까?”
“그래도 손님인데, 가기 전에 선물을 받아 가야지. 그래도 내가 자존심이 있지, 손님을 초대해 놓고 그냥 보내면 꼴이 뭐가 되겠냐?”
“선물이요?”
“특별 제작한 이야기다. 너희들에게는, 아주 쓸모가 있을 거야.”
단순히 빈말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현이 보기에도 비서가 들고 온 새하얀 덩어리는 대단한 힘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태초의 텔러 중 하나인 오엘로가 본인의 입으로 쓸모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저 이야기의 가치는 아무도 폄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각자 어울리는 것들로 골랐으니까 받아 가.”
“주신다면야 뭐, 감사히 받겠습니다.”
뇌기를 다루는 강혜림에게는, 그 출력을 더욱 거대하게 늘려주는 [뇌정의 이야기]를.
끝없이 싸움을 갈구하며 포기할 줄 모르는 권지아에게는 상처 입고 지칠수록 더욱 공격을 극대화시켜 주는 [불굴의 광전사]를.
지닌 의념과 내공에 비해서 아직 육체가 나약한 서수민에게는 [무극지체]를.
그리고, 원거리에 특화된 유영민에게는 공격의 위력을 늘릴 수 있는 [한계출력돌파]를.
전부 다 상급 컬렉터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이것을 선물로 가볍게 주는 부분에서 오엘로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그리고, 너한테는……. 이게 잘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오엘로는 그렇게 말하며 유현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건넸다.
“이거……?”
“최근 대단한 무공을 사용하더군. 무공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려면, 그다음 단계를 넘어서야 하는데 하계에서는 그것을 의념이라고 부른다지?”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너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군.”
오엘로가 유현에게 건넨 이야기는 [의지집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일행들에 비해서 가장 초라한 이야기를 받았다고밖에 할 수 없겠지만, 오엘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심플하고 간단해 보일수록 그것이 지닌 효과는 무엇보다도 올곧고 강렬한 법이지. 게다가 네가 앞으로 벌일 미친 짓을 생각하면, 이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왜죠? 어차피 그곳으로 향하면, 이런 이야기도 의미가 없을 텐데.”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서, 누구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이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법이지.”
오엘로는 거기까지만 설명해 주고 입을 다물었다. 그 뒤의 일은 이제 이쪽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오엘로는 떠나가는 유현의 등 뒤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잘 가라.”
“예. 나중에 또 뵙죠.”
“네가 나를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
그 말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곧 유현이 벌일 짓이 성공할지 본인은 확신하지 않으며 오히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돌려서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유현은 그 말을 굳이 정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피식 웃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잠시 상념을 품었을 뿐.
그렇게 유현은 일행들과 함께 다시 우주 열차를 타고 지구로 돌아왔다.
* * *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눈 거냐?”
사옥으로 돌아왔을 때 권지아는 유현을 따로 불러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유현이 오엘로와 벽 너머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른다. 독순술로 알아차리려 해도, 투명한 벽은 입 모양마저 완전하게 바꿔서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단지, 그 금발의 소년이 정말로 대단한 존재라는 것과 유현에게 자기들도 모르는 무슨 거래를 했다는 것.
그녀는 그것이 못내 아쉬웠고, 조바심을 느꼈다.
다시 지구로 돌아와, 그녀가 따로 불러서 질문을 하기 전까지도 유현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언질도 주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가 그렇게 부족한 건가?’
그녀뿐만이 아니라 강혜림과 서수민, 그리고 유영민은 충분히 강해졌다.
유현의 발목을 붙잡지 않기 위해서, 그 남자의 과거를 본 이후에도 끝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듯 그들은 이전보다 더욱 성장하고 강해졌다. 스스로 그것을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럼에도 닿지 않는다.
이 남자는 눈앞에,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이렇게나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란 건가?’
권지아는 자신이 과거를 잊었다는 것이 이렇게나 후회될 줄 몰랐다. 분명 그때의 기억은 그녀에게 있어서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가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나아갔던, 가장 강한 시절이기도 했다.
고통과 함께 얻게 된 강함.
권지아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유현의 목소리가 권지아를 다시 현실로 잡아 이끌었다.
“나는,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인가?”
“네.”
그 짧고도 단호한 대답이 권지아의 마음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는 살짝 상기된 눈동자로 유현을 쏘아봤다.
우리가 부족해서 그런 거냐고, 그렇게 묻는 것보다도 먼저 유현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제게 너무나도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
마치 이쪽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은 반응에 권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솔직한 심정으론 저도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이걸 저 혼자 안고 가기에는 제게도 힘들고, 여러분들께도…… 솔직히 피해를 주는 거니까요. 하지만 지아 씨도 아실 겁니다. 세상에는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현도 마음 같아서는 태초의 서에 대해서 말해 주고 싶다. 파편에 대해 알려 주고, 힘을 합쳐서 파편을 모두 모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파편의 존재가 함부로 알려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나 권지아는 파편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그걸 통해 무슨 일을 겪었다. 만약 파편의 진실에 대해 알려 준다면, 거기에 반응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기억이 천천히 되찾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깨어날 경우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녀는 혹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스스로 기억을 봉인했고, 유현에게 절대로 되찾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사실을 권지아에게 고스란히 알려 줄 수가 없었다.
말하는 순간, 그녀가 스스로 봉인한 기억에 무슨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도 제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는 것은, 지아 씨에게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부탁을?”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집니다. 이 이상 알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
권지아는 유현의 얼굴을 본 순간, 그에게 따지려는 생각을 집어넣었다.
이 남자는 자신을 포함한 컬렉터들에게 무심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한결같이 이쪽을 걱정하고 배려하며 생각해 주고 있었다.
그걸 알지만, 호의를 받기만 하고 베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인가.
이쪽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데, 도움을 주고 싶은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서 강제로 가만히 있어야 하다니.
권지아는 그것을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나는 싫다. 너에게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회귀자의 특성이 경종을 울리며 절대로 외치지 말라고 그녀를 억압했지만, 권지아는 이를 악물고 그것을 견뎌 냈다.
특성에 휘둘려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은 싫었다.
“내가 뭘 어째야만 하지? 뭘 어떻게 해야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받기만 하는 건 지쳤다. 무엇을 위해 그 지옥 같은 회귀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이 저주받은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이타심을 살리며 타인을 살리고, 거기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은.
전부 그녀의 의지였다.
“대체, 나는 언제까지고 도움만 받으며…….”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 건실한 이야기를 하나 해 보죠.”
“……뭐?”
권지아는 순간 가벼워진 유현의 태도에 자기도 모르게 벙찐 표정이 되고 말았다.
지금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던가? 유현도 그것을 가만히 들어주던 게 아니었나?
“지아 씨의 마음은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 저는 다른 해결책을 하나 내놓기로 했죠.”
“다른…… 해결책? 그런 게 있다고?”
“지아 씨에게는 알아서는 안 될 진실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것 때문에 지아 씨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말을 해 줄 수 없고요. 그렇죠?”
“그건, 그렇……지.”
권지아는 유현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지아 씨를 비롯해서 다른 분들은 저를 돕고 싶어 하고요.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해요.”
“방법이 있다고?”
“아는 것과 직접 돕는 것은 완전 별개의 것이죠. 그렇다면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도와주기만 하면 돼요.”
“알려고 하지 않다니…….”
즉,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몸만 움직이라는 뜻이 아닌가?
“잘 될지는 모르지만.”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허공에 뻗었다. 그게 무엇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권지아는 분명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없지만, 분명 유현의 손 위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유현의 손이 권지아의 오른 손목 위에 얹어졌다.
“직접적인 접촉은 상관없는 것 같군요. 아니, 내 의지 때문인가.”
“그게 무슨…….”
“자, 보세요.”
“이건…….”
권지아의 오른 손목 위에는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분명 유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런 팔찌가 채워진 것이다.
“이건 대체……뭐지?”
“쉿. 알려고 하지 마세요.”
유현은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권지아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오른 손목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 알겠다. 알려고 하지 않으마. 이렇게까지 해 준 것도, 네가 나의 고집을 받아 준 결과였을 테니까.”
“딱히 고집이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요.”
“아니. 내 고집이 맞다. 그리고 넌 그걸 최대한,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들어준 거겠지.”
유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회귀자인 그녀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대충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유현은 파편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파편을 소유하는 순간, 유현은 파편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어 그것을 다룰 수 있었다.
오엘로는 말했다. 파편은 선택받은 사람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고.
유현은 거기서 조금 생각을 비틀었다. 파편에 의지를 심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자신이 되, 이 형상화된 파편을 다루는 것이 굳이 자신일 필요는 없다고.
‘이른바 하청 업체를 활용하는 거지.’
오엘로는 또 말했다. 유현이 데리고 온 일행들에게 당장은 파편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그것은 당장의 불가능을 말했겠지만, 앞일을 생각하면 그러지 않았다.
유현은 지난 몇 주 동안 자신이 파편을 회수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직접 뽑은 사람들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언젠가는, 그들 또한 파편을 인지하고 그것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전까지는 이 정도에서 그칠 수밖에.
“이 팔찌로, 거기에 공명하는 다른 기운을 모으세요. 할 수 있겠죠?”
권지아의 눈빛에 결연한 의지가 깃들었다.
이전까지 한탄만 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져, 권지아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얼마든지.”
그 순간, 허공이 찢어지더니 셀린이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작 다급한 것치고는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상당히 밝아 보였다.
“셀린? 무슨 일이지?”
“선배님. 그게…….”
셀린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자신이 가져온 소식을 알렸다.
“승진이, 정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