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99화
‘오엘로는 모른다.’
그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사탄이 모르는 것은 오엘로가 알고, 오엘로가 모르는 것은 사탄이 안다.
결국, 서로 아는 것이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엘로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유현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가 친절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의 비원을 이뤄 줄 수 있는 것이 유현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가 간절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태초의 서를 모을 수 있는 자격을 지닌 것도, 그것을 통해 숨어 지내는 배신자를 불러올 수 있는 것도.
오엘로가 하는 것은 거래이자, 유현을 향한 일종의 투자였다.
‘한낱 회사원에 지나지 않는 내가 이런 거물의 투자를 받는 다라.’
오엘로 본인은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유현은 차라리 이렇게 간단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오엘로님. 오엘로님이 뭘 원하시는 지는 제가 잘 알았습니다. 어차피 저 또한 파편은 계속 모으기로 다짐한 상황이니까요. 서로의 뜻이 일치한다면 좋은 일이죠.”
“물론, 빈말로는 하지 않겠어. 네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 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정보 따위가 아니니까.”
“그건 맞습니다.”
유현은 오엘로의 뜻대로 움직이는 부하도 아니고, 그의 하청을 대신 들어주는 업체도 아니다.
오엘로는 스스로의 입으로 개인과 개인의 거래라고 했다.
유현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과 비교하면, 오엘로가 알려 준 정보는 유용할지언정 그것이 합당한 대가는 아니었다.
오엘로도 그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 줬다고 해서 그것을 고스란히 행하라는 것은 날강도나 할 짓이지. 뭐, 너희 회장이나 다른 녀석들은 부려 먹는 것에 특화되어 있어서 충분히 그럴 만도 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은 남아 있거든.”
“듣던 중 다행인 소리네요.”
“그러니 정보를 준 것은 정보고, 네가 내 부탁을 이행해 준다면 나는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
“대가라고 한다면?”
“흠. 그건 내가 뭐라고 말하기 힘들군. 대가는 결국 받는 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거니까. 너처럼 대규모 서재를 이끌고 엄청난 후원을 받는 텔러에게 내가 포인트를 준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제대로 된 대가가 될까?”
유현은 굳이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포인트라는 것은 유현에게 썩어 넘치는 것이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이미 충분히 강해진 유현에게 그 다음의 단계를 넘보려면 포인트로는 부족했다.
“일단 제가 파편을 모으기는 하지만, 그것은 지구에 한정되어 있는 겁니다. 다른 세상에도 파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얻는 방법은 요원하죠.”
“어차피 별로 많지는 않을 거야. 대부분 파편은 지구에 쏠리게 됐으니까. 그 세계는 그만큼 특별하거든.”
“그러고 보니 지구가 조금 특별하다고 하셨죠.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는 겁니까?”
오엘로는 숨길 것도 없어서 곧바로 대답했다.
“지구가 바로 화맥이기 때문이야.”
“화맥이요?”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모이는 곳, 흐름이 겹치고 겹쳐 일종의 특이점이 된 공간. 지구란 그런 곳이다. 아직 견문이 낮은 녀석들은 그것을 모르지만, 나 정도 되면 알 수 있어. 아니, 굳이 나 정도가 될 필요도 없지. 너희 회사로 치면, 견문이 있는 차장급만 되도 알 거다.”
유현으로서는 화맥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처음 듣는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화맥은 이야기의 흐름이 서로 겹치고 겹치면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특별한 공간이었다.
“성령들이 지구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지구에 자신들의 다양한 이야기의 씨앗을 넘겨서 신화를 싹틔웠던 것도…….”
“전부 지구가 지닌 화맥이라는 가능성 때문이지. 그래. 굳이 너희 세상으로 따지면, 무수한 땅 중에서도 수도의 핵심적인 노른자 위 구역이라고 해야 할까. 지구는 그런 자격을 지닌 거다.”
“…….”
유현은 어째서 전생에 지구가 그런 일을 겪게 됐는지 이해가 갔다.
엑소도스는, 천체주식회사보다 먼저 지구가 화맥이며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아본 것이었다.
그렇기에 펜타그램 부서와 손을 잡고서 밑 작업을 시작했다.
천체주식회사는 자신이 지닌 지구의 가치가 처음에는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다. 성령들이 그만큼 투자를 했으니, 그 이상의 이야기를 뽑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엑소도스는 그런 천체주식회사의 판단을 흐리기 위해서 펜타그램 부서를 이용했다.
아무리 화맥이 흐르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 안쪽의 생명체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나아가지 못한다.
고이고 고이는 이야기란 결국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 과정의 끝에 벌어진 것이, 바로 지구의 종말.
“엑소도스는 대체 뭘 바라는 거죠?”
“그 녀석들이 원하는 것은 세상의 비극이다. 롯피우트, 담천, 카타르시스. 그 셋은 저마다 긁어모으는 이야기의 장르가 다르거든. 롯피우트는 가치만 있다면 이야기의 분류를 가리지 않지만, 담천과 카타르시스는 달라.”
담천은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원하고, 카타르시스는 어둡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그러한 경쟁은 단순히 있는 것을 주워 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코덱스가 찢어진 이후, 녀석들은 이제 이야기를 만들려는 지경까지 갔지. 그나마 롯피우트 녀석만 우직하게 제 역할을 밀어붙이지만, 담천과 카타르시스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들은 자신이 추종하는 장르의 이야기가 세상을 지배하길 원했다.
엑소도스가 화맥으로 이루어진 지구를 지배해서, 온갖 절망을 흩뿌린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가 절망이라는 잉크에 오염된다면, 그 주위의 모든 이야기 또한 거기에 물들게 될 테니까.
“끔찍하군요.”
“하하. 끔찍? 지구에 사는 하계의 인간들에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상계의 존재들에겐 그건 어찌 되든 좋은 거야. 그들에겐 그저 볼 수 있는 이야기의 메타가 바뀌는 것뿐이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요.”
전생에 성령들이 종말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오엘로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물론, 모든 성령이 하계의 인간들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아. 개중에는, 아주 특이하게도 하계의 존재들을 계도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려는 녀석들도 있지.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가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주고 싶군.”
“어째서죠?”
“초월자의 관심이란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관심의 대상을 망가뜨리는 법이거든. 그들이 말하는 사랑 또한, 하계를 병들게 만들기 충분하지.”
“잘 아시네요. 마치 보기라도 하신 것처럼.”
“허허. 이놈 보게. 이봐. 나는 편력왕이야. 하계, 중계, 상계의 존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켜보고 구경하고, 그들의 삶을 머리로 이해하지.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이해하니까. 너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고. 뭐, 사실 내가 괴짜인 이유가 가장 크긴 해.”
확실히 오엘로는 괴짜였다. 그에겐 다른 이야기의 왕과 같은 위엄 같은 것이 없었다. 오히려 편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 주는 배려심이 있었다.
보통 저 정도나 되는 존재라면 권위와 힘으로 모든 것을 찍어 누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텐데도 오엘로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그대로 빚어 올린 존재 같았다.
자신의 자유를 중시하면서도, 타인의 자유 또한 존중한다.
“그래서, 파편을 모을 생각이라면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보상은 뭐로 하실 겁니까?”
“포인트만으로 때울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포인트를 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포인트와 이야기, 그것 말고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줄 의향이 있어. 정 필요하면, 내 도움을 구할 수도 있고.”
“그건 좀 끌리네요.”
“하지만 노골적이거나, 혹은 시스템에 저촉되는 것은 나도 안 돼. 굳이 한다 해도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 그리고 사실 네가 지닌 파편을 생각하면, 굳이 내 도움이 필요할 일은 없을걸?”
“그건 모를 일이죠. 그보다, 제가 데려온 일행들에게는 역시 안 되는 겁니까?”
“안 돼.”
오엘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뭘 하겠다고 말을 꺼내지도 않았지만, 오엘로는 처음부터 그걸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듯 답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벽을 설치해서 대화를 막았다 생각하지? 파편은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거야. 나조차도 자격이 없어서 내가 만질 수도, 뿌릴 수도 없는 거지. 눈으로 보고 위치는 알지만, 그게 전부라는 거야.”
“자격이 없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래. 설사 1세대 성령이라 할지라도.”
“…….”
“네가 컬렉터들을 아끼는 건 알아. 뭐 나도 너의 첫 시화 때부터 봐 왔으니, 저 아이들이 얼마나 재능이 있고 각별한지 알고 있지. 하지만 부족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당장은 아니야.”
“그렇군요…….”
오엘로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하며, 투명한 벽 너머의 권지아를 곁눈질했다. 그의 눈동자는 지금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그 재능과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그나마 딱 하나, 광랑 권지아라고 한 인간이라면 가능은 할 법한데.”
“그녀 혼자는 안 됩니다.”
유현이 딱 잘라 말했다. 오엘로도 그럴 줄 알았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 넷 다는 안 돼. 그렇다고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하나한테 몰아주기에는, 그쪽도 조금 걸리는 거 같고. 아쉽겠군.”
“아쉽긴 합니다. 저 혼자서 파편을 다 모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리자의 느낌으로 부탁을 할까 했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네?”
유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오엘로는 그 표정이 재밌다며 웃었다.
“아하하. 생각 안 해 봤어? 애초에 내가 저 아이들에게 자격을 운운해도 의미가 없잖아. 애초에 나는 파편을 만질 자격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타인의 자격을 논할 수 있겠어?”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하지만, 너는 달라. 너는 자격이 있고, 이미 10개가 넘는 파편을 지녔지. 즉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파편을 다룰 힘이 있다는 거야.”
원하는 대로 파편을 다룬다.
유현은 사이비 교주에게 강탈한 파편으로 다른 파편을 찾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파편은 분명 유현의 의지에 반응해서 그렇게 바뀌었다.
“네 말마따나, 네가 원한다면 그들에게 대리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겠지.”
“제가 파편을 그렇게 멋대로 써도 되는 겁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지? 애초에 코덱스는 내 것이 아닌데.”
“…….”
“원래라면 아버지, 로고스의 것이었겠지만 이젠 그것도 아니지. 결국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말마따나 파편은 가진 자가 주인이라는 소리야. 그걸 어디서 어떻게 써도, 결국 본인의 자유라는 거겠지.”
“하지만, 파편을 모아 달라고…….”
“내가 파편을 무엇 때문에 모으라는 건지 잊었나?”
“아.”
확실히.
오엘로는 파편을 모아 달라고 했지, 그것으로 다시 코덱스를 합쳐서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엘로가 바라는 것은, 최초의 배신자 프라이티온을 찾아내 죽이는 것.
파편은 프라이티온을 이끌어 낼 미끼에 지나지 않지, 오엘로의 진짜 목적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복수야.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한, 형제인 우리를 배신한 녀석을 향한 복수.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뿐. 그것을 위해 세상을 떠돌았지. 뭐, 그렇게 다녀도 녀석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지만.”
“하지만 파편이 모이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자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거군요.”
“바로 그거야.”
오엘로는 씨익 웃으며 유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할 건가? 뭐, 사실 네가 내 제안을 거절하면 나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일 거야. 네가 거절하고 제멋대로 파편을 모아서 프라이티온을 불러도, 나는 계속 너를 주시하면서 녀석이 나타날 때를 기다릴 거고.”
“제게 선택지라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선택지는 있어. 그래도 조건을 받아들여서 보상까지 챙기는 것과 그냥 거절하고 보상은 안 받는 거.”
“거의 협박 아닙니까.”
유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고, 오엘로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깔끔하게 진행해야 하지.”
“그건 맞죠. 게다가 저로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그걸 굳이 거절하면서 얻을 보상을 버릴 필요도 없고요.”
“거의 내가 퍼주는 거나 다름없어. 알잖아?”
“하지만, 단순히 이야기나 포인트를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유현은 다리를 꼬고 손가락으로 깍지를 꼈다.
그 건방진 태도에 오엘로는 뭐라고 할 법도 했지만, 유현의 진중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저 녀석이 단순히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뭘 원하지?”
“오엘로님은 다른 세 형제분에 비하면 명성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 이름은 충분히 먹힐 정도는 되잖아요?”
“그걸 내 입으로 말하면 좀 그렇긴 한데, 맞아. 사실이지. 이렇게 보여도 태초의 텔러니까.”
“그러니 저는 오엘로님의 이름값을 빌리고자 합니다.”
어차피 주도권을 쥔 것은 유현이었다. 오엘로가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유현이 유일했고, 오엘로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유현이 원하는 보상은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유현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엘로에게서 뽑아 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 먹을 생각이었다.
그중에서 역시 가장 범용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태초의 텔러로서 지닌 이름값이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 뭐, 대출이라도 받게?”
“대출을 받을 바에야 오엘로님에게 포인트를 강탈해 가고 말죠.”
“이젠 빌린다는 말도 하지 않는군.”
“아무튼, 대출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의 입지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길 원할 뿐이죠.”
“너…….”
오엘로도 유현이 무언가를 하려는 걸 읽어 냈다.
과장급 텔러가, 그리고 곧 차장이 될지도 모르는 텔러가 입지를 운운할 리가 없었다.
시종일관 장난스럽게, 또 웃으면서 말하던 오엘로는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유현을 향해 노골적으로 의심을 드러냈다.
“나를 사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다니. 롯피우트의, 천체주식회사의 회장이라도 될 셈이냐?”
유현은 웃기만 할 뿐 그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내가 여기서 힘으로 널 굴복시킬 수도 있다.”
“안 하실 거잖습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확신하지?”
“복수를 원하는 자는, 대개 그렇더라고요.”
“……당돌한 녀석.”
“그런 모습을 한 오엘로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요.”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을 한 오엘로는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의 표시였다.
이쪽의 목적이 무엇인지 밝힌 시점에서, 이미 자신이 쓸 수 있는 패는 다 깐 거나 다름없었다.
반면에 저쪽은 숨겨 놓은 패가 아직도 더 있었다.
“나는 복수를 위할 뿐이지, 머리 복잡한 거래를 하며 흥정을 하려는 건 아니야. 어차피 이대로 패를 까면서 싸워 봤자, 심력만 더 소모할 거고. 난 그러기 싫다.”
“그걸 아니까 제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에라이 능구렁이 같은 녀석. 애초에 난 롯피우트 같은 사업가가 아니야. 이 늙은이를 등쳐 먹으니까 좋냐?”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그래서, 대충 뭘 하려는 건지는 말 안 해 주려고?”
“조금…….”
유현은 씨익 웃으며 약간의 단서 정도는 주기로 했다.
“본사 내부를 청소할 필요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