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98화
유현은 말없이 자신의 앞에 담긴 잔을 들어 올려 음료수를 한 모금 머금었다.
무엇으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혀에 닿는 순간 청아한 느낌이 입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 덕분에 조금 충격적인 존재를 목도하고도 이렇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걸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저 어려 보이는 소년이 태초의 텔러이자, 넷 밖에 없는 이야기의 왕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힘들었다.
아니,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저것은 진짜 모습이 아니다. 성령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내듯, 저 금발 소년의 모습 또한 오엘로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별로 안 놀라네. 나는 그래도 까무러칠 줄 알았는데.”
“어차피 언젠가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으니까요.”
“역시, 너는 보통 텔러가 아니야. 하긴. 코덱스의 파편을 지니고 있으니 당연한 건가?”
“코덱스라. 그게 태초의 서의 진짜 이름입니까?”
“그래. 이름까진 처음 들어 본 건가?”
“그렇습니다.”
그 이름의 흔적을 들을 뻔한 적은 있지만, 완전한 이름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가볍게 듣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오엘로님은 저를 어쩐 일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이놈 보게. 솔직히 나는 너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는 했지만, 먼저 만나자고 대놓고 신호를 보낸 것은 너였어. 나는 단지 거기에 응했을 뿐이고.”
“필요한 것이 있으니 제 부름에 응답하신 거겠죠.”
“맹랑하구나. 하지만 틀리진 않았어. 그래 맞다. 네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 나 또한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지. 그래서 내가 거래라고 한 것이다. 너와 나, 둘이서만 이루어지는 거래.”
회장 롯피우트와 대등한 존재인 오엘로를 상대로 단둘이서 거래를 하다니.
유현은 객관적으로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회장의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그는 분명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거대한 존재일 것이다.
그런 회장과 형제라 불리는 오엘로와 거래를 한다는 것은, 옛날의 유현으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서 뭘 바라십니까?”
“아, 잠깐. 내가 먼저 말하기 전에, 일단 네가 원하는 것부터 알려 주고자 해.”
“정말입니까? 제가 멋대로 듣고 입을 꾹 다물면 어쩌시려고.”
“그러려고?”
순간이지만, 오엘로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것을 마주 보는 순간, 유현은 출라판타카를 마주했을 때 그 이상의 압박감을 느꼈다.
저 자그마한 소년의 너머, 그 뒤에 있는 그의 본체를 목도한 것만 같았다.
까마득한 심연의 우주 속에서, 그 형체조차 알기 어려운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을 내려다봤다.
유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미쳤다고 회장님과 대등하신 분을 등쳐 먹겠습니까?”
“그렇지. 너는 그런 녀석이야. 항상 예상외의 모습을 자주 보여 줘도,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기준을 지켰으니까. 그래서 내가 너의 시화를 꾸준히 챙겨 보는 거였고. 기왕 말 나온 김에 하는 소린데, 너 내가 후원한 포인트가 얼마인지는 알아?”
“……어, 글쎄요?”
“이것 봐. 어휴. 진짜 나만 호구 다 됐지. 얼마냐고? 50만이 넘는다 이것아. 물론 그중에 수수료 떼고 하면 롯피우트 그 자식의 배를 좀 불려 줬겠지만, 너한테도 많이 갔을 거 아니야.”
“어차피 오엘로님의 재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보다 오엘로님은 어떻게 성령들과 같은 권한을 지니신 겁니까?”
“그야 나는 특별하니까.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지.”
그가 괜히 편력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엘로는 어디에서 소속되어 있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조직을 만들지도 않았다.
지금 있는 이 자그마한 공장도 단지 취미 겸 재미를 위해 운영하는 것일 뿐, 그의 진짜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주로 멋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움직이지. 굳이 성향을 따지면, 담천 그 녀석과 비슷하려나. 다만 담천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가리는 반면에, 나는 장르 불문하고 다 잘 받아들이거든.”
“그랬습니까.”
“예전까지는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던 이야기들, 정말 재밌게 봤었지. 그런데 요즘 것들은 전혀 그러질 않아. 명맥도 끊겼고. 성령들도 마찬가지야. 그놈의 사이다가 뭐라고, 맨날 사이다 타령. 좀만 답답하고 지루하면 고구마 타령. 사이다패스 자식들.”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겠죠.”
“세상은 항상 변하지.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이 옳다는 양 대놓고 까불거리는 놈들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이런 이야기가 조금 헛돌았군그래.”
오엘로는 한쪽 손으로 턱을 괴며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바라는 것은, 코덱스와 관련된 정보겠지?”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면 그가 오엘로를 만나러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최우선적으로 이 코덱스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으니까.
“하긴. 벌써 파편을 10개 이상 모은 녀석이라면 궁금할 만도 하겠지. 내가 너를 고른 것도, 네가 가장 파편을 많이 지니고 있던 것이기도 하니까.”
“태초의 서, 코덱스란 무엇입니까?”
“이 세상의 근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지.”
“매우 형이상학적인 표현이군요.”
그 말에 오엘로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맞아.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도 이 이상으로 쉽게 말하기 힘들어. 모든 세상의 근원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 굳이 말하자면 이 코덱스라는 것은 우주 그 자체라 볼 수도 있겠지.”
우주란 곧 하나의 책이다.
그 책을 구성하는 것은 작고 작은 글자, 즉 활자들이었다.
세상의 근간이 텍스트가 되는 것도, 전부 코덱스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 코덱스를 만든 건 누굽니까?”
“로고스.”
“로고스는 누구죠?”
“우주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우리들의 전지전능한 아버지. 그래. 너희들의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전지전능?”
유현은 그 말이 유독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오엘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아버지가 그렇게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전지전능이라는 말은 취소. 다만, 거의 거기에 근접했다는 것은 마찬가지야. 당장 너희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성령들, 그런 녀석들보다는 훨씬 더 우월하니까.”
“……그렇군요. 그리고 아버지라고 하신 걸 보면…… 오엘로님과 저희 회장님도 설마.”
“그래. 로고스, 우리들의 아버지가 만들어 낸 존재지. 롯피우트, 담천, 카타르시스, 그리고 나. 우리는 태초의 텔러라 불렸으며, 아버지가 직접 창조한 존재들이야. 그분의 일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
“…….”
텔러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온다. 오엘로는 그것이 굳이 크게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말해 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유현에게는 그것을 들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코덱스의 주인 로고스. 그자가 바로 텔러의 기원이며,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야기의 왕을 창조한 신이었다.
“넷이나 되는 이야기의 왕을 만들다니. 그건 정말…….”
“놀라는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야. 하지만 조금 착각한 것이 있나 본데. 내 형제는 넷이 아니야.”
“예?”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다섯 번째가 있거든.”
“그게 대체 무슨…….”
다섯 번째라고? 태초의 텔러는 4명이 끝이 아니었단 말인가?
“너,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어째서 코덱스가 그렇게 갈기갈기 찢겨서 박살이 났는지.”
“……모종의 사건이 있었다고는 들었습니다.”
“그게 자세히 뭔지는 모르고, 말이지. 코덱스는 이 세상의 근간이야. 그런데 그것이 찢어져서 우주 곳곳에 흩어졌어. 네가 파편을 지녔지만, 원래는 파편이었어야 할 물건이 아니라는 소리지.”
“그 모종의 사건이 다섯 번째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오엘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우리 다섯은, 저마다의 목적이 있기에 아버지의 손으로 빚어졌다. 아버지는 태초의 서에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했지. 그것이 세상의 근간이니까. 하지만, 뭐든지 전부 다 혼자서 하면 효율이 나쁘잖아?”
그래서 우리가 태어났다고, 오엘로가 말을 이었다.
“우리 다섯 형제는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세상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긁어모아서, 그것을 코덱스에 보내는 역할을 했지.”
“그런…….”
“하지만, 모두가 다 같은 일은 하지 않았어. 굳이 우리의 태어난 순서를 매길 필요는 없지만, 다섯 번째. 막내라 불리는 녀석은 우리 중에서도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으니까. 그럴 수밖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넷이 이야기를 긁어모으면, 녀석이 그것을 정리해서 코덱스에 적어 넣었거든. 그게 총애가 아니면 뭐겠어?”
“즉 누구보다도 코덱스를 자유롭게 만질 수 있었던 거군요.”
“그래.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코덱스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도 있었지.”
오엘로의 눈빛 안쪽에서 이글거리는 용암이 타올랐다.
그것은 유현을 노려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배신자를 향한 맹렬한 분노였다.
“녀석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으면서, 아버지가 만들어 낸 책을 찢었다. 코덱스를 갈기갈기 찢고 그것을 혼성계 전역으로 퍼트렸지.”
“대체, 왜……?”
“이유는 나도 몰라. 나를 제외한 나머지 셋도 모르겠지. 녀석이 왜 그랬는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코덱스는 조각나서 뿔뿔이 흩어졌다는 거야. 그리고 녀석은,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도망쳐 버렸지.”
“그 다섯 번째가 대체 누구죠?”
“프라이티온.”
오엘로는 담담하게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나와 같은 태초의 텔러이자, 태초의 서를 찢어발긴 용서받지 못할 죄인. 우리 모두가 왕의 칭호를 가졌다면, 녀석 또한 이렇게 불려야겠지.”
배신왕(背信王) 프라이티온.
그것이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진실이었다.
유현은 잠자코 그 말을 들었다.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태초의 서가 무엇이고, 그걸 만들어 낸 창조주가 누구이고, 또 그를 배신한 자가 누구이고.
간단한 이야기였다.
다만, 그 스케일이 그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났을 뿐.
“제게 프라이티온에 대해서 말해 주셨다는 것은, 그자와 관련해서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소리겠죠?”
“당연하지. 애초에 그러지 않았으면 너에게 이걸 말해 주지도 않았어.”
“제게 뭘 바라십니까?”
“프라이티온을 찾는 것. 그리고 찢어진 파편을 전부 모으는 것.”
어느 정도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왜? 태초의 텔러나 되는 자가, 어째서 한낱 텔러에 지나지 않는 자신에게 그걸 부탁하는 걸까?
유현의 눈빛에 담긴 불신을 읽어 낸 오엘로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 이상하게 느껴지겠지. 알 거 다 아는 내가 직접 안 움직이고, 왜 너한테 그걸 부탁하냐고.”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나는 그게 안 되니까 그래.”
“네?”
“코덱스는, 내가 찾으려 한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이미 찢어진 파편은, 파편이 선택한 자가 아니면 절대 모을 수 없거든. 그건 그런 책이야. 모을 수 있는 것도, 그걸 찾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너라는 소리지. 넌 이미 10개가 넘는 파편을 모았으니까.”
“그래서 제가 제격이라는 겁니까. 하지만 그 프라이티온이라는 자는 어떻게 찾으실 생각입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녀석은, 네가 찾으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너에게 나타날 테니까.”
“네?”
“놈의 목적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프라이티온 그 씹어 먹을 배신자 녀석은 코덱스가 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걸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찢어서 온 우주에 뿌린 거겠지. 그러니 당연하게도, 네가 파편을 모으면 모을수록, 녀석 또한 그걸 방해할 생각이라는 거야.”
“……어쩌면, 제가 파편을 다 모으면 저를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거고요.”
“바로 그거야. 그래서 내가 너한테 말을 한 거지. 너라면 어쩌면 다 모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숨어 있는 그 배신자 녀석도 나타날 거라고. 나는 그때를 기다리는 거야.”
이른바 유현을 이용해 잠입 수사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너에게도 나쁠 건 없지 않나? 어차피 너는 파편을 다 모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걸 다 모으면, 태초부터 존재했던 초월적인 텔러가 저를 죽일 듯 찾아온다는 걸 이제 알게 됐고요.”
“그래서 멈추게?”
“확신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묻죠. 만약 제가 모든 파편을 다 모으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됩니까?”
“세상이 바뀌겠지.”
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그런 추상적인 대답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라고 뭐 확신을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 애초에 그걸 다 모으고, 찢어진 책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몰라. 그런 경우는 이전에 없었으니까.”
“즉, 전부 최초라 이건가요?”
“하지만, 예측은 할 수 있지. 아마, 세상의 모든 법칙이 개변할 거야. 무엇보다 빠르고 또 강렬하게. 이른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거겠지.”
“새로운…… 시대.”
유현은 그 말이 살짝 불편했다. 그에게 새로운 시대라는 것은, 자신에게 절망을 안겨 준 종말뿐이었으니까.
지금의 지구는 그것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악몽처럼 남아 유현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
“그걸 만든다고 해서 무슨 빅뱅이 벌어지는 건 아니야. 어쩌면, 네가 새로운 책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 이 세상의 근간부터 다시 쓸 수 있는, 그런 책의 주인이.”
“……어차피 주인은 로고스가 아닙니까?”
유현의 말에 오엘로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버지는 책을 소실한 이후로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 칩거하셨어. 배신의 충격 때문인지 아마 세상의 일에 흥미를 잃은 거겠지. 그래도 이전의 최소한 하던 일은 유지하기 위해서 제네시스 재단을 만드셨고.”
“……재단이 태초의 서가 하던 것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겁니까?”
“그래. 그러니까 시화를 선보이는 3사에서 모았던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재단으로 보내는 거지. 하지만 그건 결국 불완전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본래의 우주는, 코덱스의 존재로 빚어진 것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제게 파편의 회수를 바라시는 거고요?”
“맞아.”
유현은 그 말에 턱을 쓰다듬었다.
분명 오엘로는 자신이 모르던 여러 진실을 가르쳐 주었다. 유현이 물어본 것들은 최대한 친절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알려 준 것이다.
그런데도 유현은 무언가가 걸렸다.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놓친 채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오엘로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가?
단순히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래.’
유현은 사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진청운의 말도 떠올렸다.
오엘로가 한 말은 분명 이 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담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엘로가 바라보는 진실이었다.
그는 파편이 흩어지는 것을 지켜봤으니 누구보다도 이 사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유현은 이상할 정도로 이자가 사탄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른 무언가가 있어.’
오엘로도 모르는, 코덱스와 관련된 또 다른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