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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96화 (296/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96화

“오늘도 시화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현은 웃으면서 멘트를 날렸고, 일부 성령들은 조금 아쉬워하면서, 일부 성령들은 즐거워하면서 서재를 벗어났다.

혼자 남게 된 유현은 곧바로 개인 메시지 함을 열어 방금 날아온 편지를 확인했다.

[먼저 이 쪽지를 보게 됐다는 것은 네가 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거겠지.]

말투가 가볍다.

첫 문장부터 느낀 감정은, 상대방은 격식을 잘 차리지 않고 자유분방한 성격 같다는 것.

유현의 눈이 그 뒤의 문장을 읽었다.

[이전부터 지켜보고는 있었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역으로 나를 부르는 너의 행동을 보고 확신이 들었지. 그러니 나도 너를 만나려고 결심했다. 당장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통해 그 책에 대해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이유는 너도 알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자고.]

그리고 뒤에 적힌 것은, 유현이 어디로 와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주소였다.

[천체 시장(Cosmo Market)으로 와라. 그 중에 5층인 자유 시장의 섹터7, 심층에 찾아오면 내가 널 마중하러 나가마.]

천체 시장.

거기로 오라는 말에 유현은 눈썹을 한 번 치켜뜨더니 이내 납득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원거리에서 문자를 주고받기에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제네시스 네트워크는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당장 사탄부터가 본인의 행동으로 유현에게 경고를 날렸다.

재단은 믿을 수 없다고.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통한 어떠한 것도 제재를 받는다고.

‘그렇다면 내가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이용해 시화로 선보이는 것도 위험한 건가?’

그런 것치고는 유현에게 아직 어떠한 압박도 들어오지 않았다.

‘제네시스 네트워크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거지.’

직접적으로 태초의 서에 대해서 언급하면 그것을 인지할 수 있지만, 진짜 태초의 서를 시화를 통해 대놓고 보여 줘도 제네시스 네트워크는 인지하지 못한다.

애초에 제네시스 네트워크는 절대적인 규율 같은 것은 아니었다. 출라판타카가 하계에 강림했을 때도 시스템을 우회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걸 생각하면 빈틈은 있다.

그렇다 해도 우회하고 돌려서 말하는 방식으로만 무언가를 해결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소가 바로 천체 시장이었다.

‘천체 시장이라. 이것도 참 오랜만에 듣는데.’

천체 시장은 혼성계를 대표하는 가장 거대한 시장이다.

텔러들이 컬렉터들에게 보여주는 온갖 카탈로그와 차원 상점의 물건들도 전부 다 천체 시장과 연동해 원격으로 판매하는 것들이었다.

하나의 세계 자체가 모든 이야기를 사고파는 교류장이 된 그곳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흘러들어 가고, 또 대부분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곳이었다.

유현은 지금 거기에 방문해야 했다.

‘상대는 대체 누구지?’

정체를 감추고 있다고 해서 이쪽에서 찾지 못할 것도 없었다. 유현은 곧바로 미래를 보는 라플라스의 힘을 발동했다.

만약 자신이 미래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대상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그러나, 미래를 더듬어 나갈수록 유현의 표정은 점점 미묘해졌다.

‘보이지 않는다.’

천체 시장까지 도착한 미래는 봤지만,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부터는 무언가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유현은 파편을 지닌 자의 미래를 볼 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둘의 차이점이라 한다면, 파편은 희미한 빛처럼 눈 부시게 해서 가리는 쪽에 가까웠고, 이번 경우에는 짙은 운무(雲霧)에 가려진 것처럼 한 치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편을 지니지 않아서? 아니면, 내가 아직 함부로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존재니까?’

그것이 어떻게 됐다 하더라도, 일단 만나 봐야 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이쪽에 연락을 취했다는 것은, 그쪽도 어느 정도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천체 시장으로 오라는 것도 일종의 돌려 말하기다.

서로 거래를 하자.

정체불명의 상대는 유현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받아 줘야지.’

언제까지 파편만 모을 수는 없었다.

태초의 서가 지닌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만든 로고스는 누구인지, 이 파편을 전부 다 모았을 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부 알아내야 해.’

* * *

다음날.

유현은 네 명의 계약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제가 여러분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잠시 갈 곳이 있어섭니다.”

“갈 곳? 우리 어디 가는 건가?”

“형. 우리 해외 파견 가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외에 있는 사상세계를 클리어 하러 가는 원정이었다.

컬렉터가 국내에서 명성을 쌓으면 그다음에 주로 향하는 곳이 해외였으니까.

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갑니다. 바로 저 우주 너머에 있는, 천체 시장이죠.”

“천체 시장…….”

이 자리에서 천체 시장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권지아가 유일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천체 시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해 줬다.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들뜬 반응을 보였다.

“와, 세상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저희는 지금 우주 여행을 하는 거네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죠.”

“흐음. 그런데 대체 어떻게 갈 생각이지? 방법은 있는 건가?”

“있으니까 제가 여러분께 말을 꺼낸 거 아니겠습니까. 자, 이걸 보시죠.”

유현은 주머니에서 4장의 티켓을 꺼냈다. 그것은 지구와 천체 시장을 오갈 수 있는 왕복 기차표였다.

단순히 평범한 표처럼 보이지만, 이것을 찢는 순간 곧바로 우주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것만 있다면, 여러분들도 천체 시장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가능한 건가?”

그런 의문을 내뱉은 것은 권지아였다.

“아직 지구는 물질계와 혼성계의 분리가 끝나지 않았다. 높게 쳐줘도 지금은 절반. 즉 우리는 절반은 아직 물질계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리지. 반면 천체 시장은 혼성계의 대표적인 마켓이다. 아직 물질계에 소속된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닐 텐데.”

“그거야 원래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 것도 아니라는 소립니다. 지구가 혼성계의 영향을 고작 1할에서 2할 정도만 받고 있었다면 힘든 일이겠지만. 지금은 거의 절반, 바꿔 말하면 무려 절반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 가면 조금 힘의 제약은 있지만, 출입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힘이 제약당해도, 가서 싸울 일도 없겠군. 즉, 특별히 허가만 떨어지면 우리도 방문이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죠. 그리고 제게 티켓 4개가 있습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용케 얻었군.”

“별거 아니었습니다.”

굳이 이 정도 티켓을 얻으려고 인맥을 총동원할 필요도 없었다. 천체 시장으로 통하는 입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곳으로 가는 왕복 티켓은, 그저 소정의 포인트만 지급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유현이 천체주식회사 소속 텔러라 어느 정도 티켓을 얻는 데 혜택을 받은 것도 있었다.

일종의 우주 공무원 같은 거라고 보면 됐다.

“여러분들께는 나름 신기한 경험이 되겠군요. 혹시 오늘 내가 정말로 바빠서 갈 수 없을 것 같다 싶으신 분들?”

그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긴장하거나 걱정은 해도, 네 사람의 눈빛에 깃든 것은 강렬한 호기심과 기대감이었으니까.

“좋습니다. 그러면 출발하죠.”

유현은 네 사람에게 각자 티켓을 나누어 줬다.

* * *

빠아아아아앙!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을 한 대의 열차가 경적 소리를 내며 내달렸다. 우주에서 소리가 울릴 리가 없음에도, 탑승객들은 그 소리를 전부 들었다.

우주 열차를 처음 타보는 강혜림과 서수민, 유영민은 그저 입을 헤 벌린 채 창밖에 펼쳐진 우주의 풍경을 내다봤다.

인류의 역사 이래로 실제 우주로 나간 사람도 고작 달에 착륙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그보다 훨씬 더 멀리, 태양계를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어 컬렉터가 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우주를 누비는 전근대적 열차를 타는 경험은 처음일 것이다.

“이것도 오랜만이군.”

권지아는 유현의 맞은편 좌석에 앉은 채 팔짱을 끼며 그렇게 말했다.

“가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주 예전에. 이젠 기억도 흐릿하지만, 지구가 완전히 종말에 빠지고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권지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실 지쳐서 도망친 것에 가까웠지’라고 뒷말을 덧붙였다.

여전히 신기해하는 세 사람을 곁눈질하며 권지아가 유현에게 은근하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를 천체 시장으로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지?”

“그야 모두에게 한 번 정도는 미리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죠.”

“그런 판에 박힌 소리를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역시 그렇죠?”

권지아가 이쪽을 향해 똑바로 말하라는 강렬한 시선을 보내자 유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히는, 만날 사람이 있어요.”

“만날 사람?”

“사실 사람은 아니겠지만요. 오히려 그보다 더 크고, 더 대단한 존재. 아무튼, 그런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이유는 말할 수 없는 건가?”

“저도 말해 주고 싶지만, 그럴 사안이 아니라서요.”

“혹시, 내가 아는 사안인가? 아니면, 내가 알면 안 되는 것?”

“지아 씨를 속이고 싶지 않으니, 솔직하게 후자라고 답하죠.”

권지아는 그 말에 조금 심통이 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며, 알아서도 안 된다는 말은 그녀에게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왈가왈부 따지지 않는 것은 그녀의 미덕이었다.

권지아는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꼬았다. 그녀의 입술은 평소와 다르게 살짝 튀어나왔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차라리 내가 예전의 기억을 완전히 되돌린다면 모를까.”

권지아가 말하는 기억은 그녀가 지닌 가장 초반부의 회귀였다.

강제로 봉인된 것에 가까운, 1회차부터 10회차까지 이어진 책들.

그때의 기억을 다시 봉인 당한 그녀는 아직도 자신의 잊어버린 기억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유현은 이대로 가면 그녀가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기억을 일깨울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전에 미리 그녀의 미련을 끊어 낼 필요가 있었다.

“흠흠. 지아 씨.”

“뭐지?”

“그게 그러니까…….”

“와! 저기 봐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옆 좌석에서 강혜림의 탄사가 터져 나왔다.

권지아와 유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크고 투명한 우주 열차의 유리창 너머, 그들이 목적지로 삼던 천체 시장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도착했군.”

“그렇군요.”

천체 시장은 혼성계 최고의 우주급 시장이라 그런지 그 크기도 행성에 필적했다. 정확히는 행성 하나가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코스모스 마켓은 커다란 행성을 마치 가로로 얇게 썰어 낸 것처럼 생겼다.

나뉜 원판들은 층을 이루며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고, 각 원판을 미세하게 잇는 것은 매우 얇은 기둥들이었다.

멀리서 보니까 얇은 기둥이지, 가까이서 본다면 저 기둥의 두께만 해도 수십 km를 아득히 상회할 것이다.

‘예전에도 본 모습이지만, 정말로 엄청나네.’

압도적인 광경에 저절로 시선을 빼앗겼다.

행성의 잘린 단면의 위로 빼곡한 건축물이 올라와 있었다. 여기서 보면 티끌 같지만, 저 건축물 하나하나가 지구의 것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거대하다.

9개의 층으로 나뉜 원판의 세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억이 넘는 생명체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저 단면들이 전부 다 시장이라니.”

“엄청난 규모로구나.”

강혜림과 서수민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코스모스 마켓은 총 9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본적으로 층마다 파는 물건이나 특징이 정해져 있다.

성령 전용 시장, 텔러 전용 시장, 계약자 및 컬렉터 전용 시장 등등.

물론, 모든 구역이 전부 다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았다.

거대한 9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천체 시장의 맨 꼭대기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시장이라기보다는 관광 혹은 거주지에 가깝다.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멀리 떨어진 항성의 빛을 가장 고스란히 받는 1층.

비스듬히 솟아 있는 꼭대기 층의 중심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건축물들이 왕관처럼 높게 솟아 있었는데, 저곳이 중요 손님들만 거처한다는 [스텔라리스 옵타툼]일 것이다.

‘반대로 코스모스 마켓 행성의 맨 아래.’

유현의 시선이 천체 시장의 9층, 가장 아래로 향했다.

꼭대기와 반대되는 바닥. 빛이 제대로 닿지 못해 어둡기만 한 저 아래에는 [스텔라리스 옵타툼]과는 생긴 건 비슷하지만, 근본은 다른 조형물이 있었다.

거대한 첨탑이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버려진 쓰레기들이 오랜 세월 동안 하나둘 쌓이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것들.

세련된 옵타툼과 다르게 첨탑들은 매우 불온하고 기괴하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마치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뻗는 손처럼 생기기도 했다.

저곳이 바로 쓸모없는 이야기들이 매립되어 있는 [데브리스 카타콤]이었다.

매립지 바로 위층이라 할 수 있는 8층은 이 혼성계에서 갈 곳을 잃은 자들이 머무는 슬럼가였고.

그 위로부터 층별로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내가 가야 할 곳은 5층.’

가장 넓은 원판이자, 모든 층의 중심이 되는 곳.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5층이야말로 천체 시장의 핵심인 자유 시장이었다.

우주 열차는 빠르게 달리더니 이윽고 천체 시장의 역에 도착했다.

“내립시다.”

코스모스 마켓에서 가장 활발한 구역을 꼽자면 단연코 자유 시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기이한 문명들이 한데 조화를 이루며 뒤섞인 이곳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가 흘러들어오고 또 나가는 곳이었다.

기차가 정차하고 바깥으로 나온 일행들은 더 제대로 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역에서 나온 유현을 반겨준 것은 자유 시장으로 통하는 거대한 입구였다.

넓이는 약 300m는 되었고, 높이만 따져도 2k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문. 양쪽으로는 양팔을 좌우로 교차한 거대한 석상이 우뚝 서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와.”

“세상에.”

“쩐다.”

강혜림, 서수민, 유영민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권지아도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자유 시장에 방문하는 것은 오랜만인지 조금 즐거워하고 있었다.

거대한 입구 너머, 혼성계의 온갖 다양한 종족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양풍 디자인의 건물도 있었고, 서양 특유의 양식의 건물도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으며 신비한 미를 뿜어냈다.

“자! 쌉니다, 싸요!”

“이보쇼! 여기 이야기 많이 있으니 한번 보고 가시게나!”

“이건 얼마요?”

행상인이 흥정을 하는 소리와 여기저기서 정보를 주고받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뒤섞였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스한 빛이 자유 시장에 더욱 활기를 심어 주었다.

슈웅!

하늘 위로 비공정이 날아다니며 허공을 누볐다. 비공정 말고도 누군가 거대한 날벌레를 타고 저 너머로 날아갔다.

좌판에는 온갖 다양한 물건이 깔려 있었고, 다양한 종족들이 앉아서 물건과 ‘이야기’를 팔고 있었다.

“이봐. 이 렌토로 검술 이야기는 얼마지?”

“1,500TP. 그 이하로는 절대로 못 깎아 주니까 그리 알아.”

“무림 2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흑풍창술 팝니다! 가격은 단 1,200TP! 싸다 싸!”

“아니, 구천의 영웅검객 이야기가 이렇게 비싸다고? 조금 싸게 해 주쇼.”

이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 방문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휩쓸려 시장을 구경하고 쇼핑을 하게 되지만, 유현은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이곳에 나를 초대한 녀석이 있다.’

태초의 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존재.

유현은 그자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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