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94화
“오늘은 운이 아주 좋은 날이야. 예전부터 이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도강준이 뽑아 든 엽도(獵刀)를 본 유현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로 물든 엽도는 조금 전 피를 닦아 냈을 텐데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단순히 피를 다 닦지 못해서가 아니다. 엽도가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계속 빨아들이고 있었다.
저 엽도가 특별한 무구라서 저런 성능을 보이는 걸까?
“새로운 능력을 각성했나 보군.”
“벌써 눈치챘나? 뭐, 숨길 것도 없지. 이번에 새로 얻은 능력이다.”
도강준은 자신의 능력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파편을 얻은 이후로 누군가를 죽이고 그 피를 빨아들여 힘을 강탈하는 힘을 얻었다.
이것을 위해서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정체를 숨기고 컬렉터들을 사냥하며 서서히 힘을 키워 나갔다.
협회에 알려진 그의 레벨은 86이었지만, 파편의 힘 덕분에 지금의 그는 90레벨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누군가를 죽이고, 그 생명을 흡수해서 강해지는 능력이라. 여러모로 껄끄럽지만, 또 상대를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군.’
도강준은 이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짓밟았다.
그리고, 혹시 자신의 자리까지 올라올지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철저하게 짓밟고 그들의 삶을 유린했다.
피해자들이 흘린 피는 고스란히 도강준의 배를 불렸다.
파편을 통해 얻은 힘은 결국,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였다.
‘자신의 욕망, 혹은 살아 온 삶에 반응해서 파편이 저런 힘을 준 건가?’
그렇다는 것은 도강준이 지닌 파편은 가변적인 것이며, 유현이 사이비 교주로부터 강탈한 파편과 같은 부류라는 소리다.
사이비 교주 본인은 자신의 힘을 대단한 기적인 것마냥 입에 침을 튀겨 가며 발악했지만, 맥스웰의 악마조차도 이기지 못했던 능력이다.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사용자의 수준을 감안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으리라.
혹시라도 뭐 대단한 능력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던 고민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웃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 유현의 모습에 기분이 상한 걸까, 도강준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피를 완전히 빨아들인 엽도를 겨누었다.
“어디 팔다리가 잘려 나가고도 웃음이 나오는지 보자.”
“그래서 웃는 거야.”
상대방은 아직도 자신의 수준을 맹신하고, 이쪽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하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그러니 웃을 수밖에.
자신보다 훨씬 약한 자가, 스스로 강자라고 착각하면서 벌써부터 복수를 할 거라는 생각에 도취되어 있다.
그런 사람을 면전에서 뭉개 주고, 무수한 관객들의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데.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겠어?”
도강준은 눈이 밝아 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유현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순간 저 남자가 짓는 미소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눈을 끔뻑 감았다가 뜰 수밖에 없었다.
유현의 얼굴에 시꺼먼 어둠이 내려앉고, 오직 눈과 입만 하얗게 빛나며 초승달을 그린 채 이쪽을 주시하는, 그런 환각을 본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유현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순간이나마 느꼈던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잔향을 남겼다.
도강준은 팔에 돋은 닭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기세에서 밀렸다고?’
상급 컬렉터인 그는 단순히 싸움이라는 것이 힘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싸움이란 결국 기세와 머리도 끼어들게 된다. 힘이 밀리면 기술로, 기술이 밀리면 수 싸움으로, 그마저도 밀리면 기세로.
결국 기세까지 밀리면, 사실상 마음이 꺾이고 승부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
도강준은 자신이 거기까지 밀렸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강해졌다. 어쩌면 힘을 잃기 전 무신과 만나서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고작 텔러 따위가!”
공포에 질린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도강준은 발악하듯 소리 지르며 유현을 향해 엽도를 휘둘렀다.
붉은 피를 잔뜩 빨아들인 엽도에 흉흉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 검강이 줄기줄기 흘러나오며 유현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유현은 가볍게 오른손으로 수도를 만들고, 날아오는 검강을 옆으로 툭 쳤다.
투쾅!
강하게 후려친 것도 아닌데, 검강은 방향을 잃고 비스듬하게 날아가 가시나무 숲 일대를 휩쓸었다.
“별거 아니군.”
“무슨…….”
나름 견제용으로 날렸다 하지만, 고작 가벼운 손날 비껴치기에 막힐 공격은 아니었다.
거기에 이쪽을 깔보듯 말하는 저 도발적인 말투까지 더해지자 도강준의 가슴에 불이 지펴졌다.
도강준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 낼 수 있는지 보자.”
그의 전신에 핏줄이 울긋불긋 돋아나더니 이윽고 엽도를 쥔 손이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동시에 허공에 복잡한 거미줄 같은 붉은 실들이 그어졌다. 그것은 전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일격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물이었다.
붉은 그물망이 유현을 집어삼키며 일대를 갈아엎었다.
쿠콰콰쾅!
뿌연 먼지구름이 치솟아 오르고, 대지와 함께 나무들이 갈려 나갔다. 충격파가 연달아 터지며 이 싸움을 지켜보던 환상체들이 거기에 휩쓸려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
반경 300m 안쪽에 있는 것은 벌레 하나도 가리지 않고 없애 버릴 수 있는 위력.
도강준은 이 정도면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을 거라 판단했지만, 먼지구름이 걷힌 이후 광경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주변 지형이 무참하게 갈려 나간 것과 다르게 중심에 서 있는 유현은 멀쩡했다. 그가 서 있는 반경 1m의 땅은 이 무참한 공격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순히 공격을 막거나 후려치고, 피한 것이 아니었다.
딱 자신에게만 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절묘하게 비껴 낸 것이다.
저런 광경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세심한 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 도강준은 알 수 없었다.
“대체, 텔러 따위가 어떻게 그런 힘을…….”
“왜? 설마, 방금 그걸로 끝이라면 조금 실망인데.”
유현은 아직 아포리아의 가면조차 쓰지 않았다. 네 악마를 꺼내지도 않았고, 백련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는 맨몸이었다. 조금 전에도, 지금도.
까득.
도강준은 그 모습에 이를 악물며 더욱 힘을 끌어올렸다. 그의 전신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본 유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피를 빨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본인도 광화하는 건가? 광전사가 따로 없군.’
눈이 빨갛게 물들었을 때 조금 전 공격이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신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근육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몸집이 이전보다 훨씬 더 거대해졌다.
커진 덩치에 맞추듯 손에 쥔 엽도 또한 알맞게 커졌다.
도강준의 입술을 비집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르르르.”
“이젠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군.”
강제로 폭주시킨 힘에 몸을 맡긴 도강준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목울대를 울리며 나는 소리는 포식자의 그것과 같았다.
비처럼 붉게 물든 도강준의 새빨간 시선이 유현을 향했다.
“크와아아악!”
도강준이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엽도를 휘둘렀다. 엽도의 끝에서 튀어나온 붉은 강기가 거대한 발톱처럼 뿜어져 나왔다.
다섯 갈래로 나가는 붉은 발톱이 대지를 유린하며 유현을 향했다. 유현은 곧바로 자세를 잡고 그대로 두 팔을 정면으로 뻗었다.
쩌어엉!
거친 충격음과 함께 유현의 몸이 뒤로 살짝 고랑을 파며 밀려났다.
흘리기도 아니고 받아치기를 했는데, 이쪽이 힘으로 밀렸다. 거대해진 덩치에 걸맞게 위력 또한 맨정신 때보다 몇 배는 늘어난 셈이다.
‘이래서는 공격을 흘리는 것도 무리겠네.’
조금 자신의 육체가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는데, 저쪽에서 남은 힘을 쥐어짜 내면서까지 덤비니 이쪽도 여유 부리기 힘들어졌다.
하려고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에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그리고 성령들은 그런 질질 끄는 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유현은 백련을 꺼낼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맨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성령들이 의아해했다.
[성령들이 당신의 행동에 의아해합니다.]
[성령들이 왜 무기를 꺼내지 않는지 궁금해합니다.]
“보시면 알 겁니다.”
성령들은 유현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 아직 잘 모른다.
지난 2개월간 보여 준 여러 시화에서도 그는 칠마흑천신공을 펼친 적이 없었으니까.
굳이 힘을 숨기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사용할 정도로 대단한 적을 만나지 않았기에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폭주하는 도강준을 보면, 이 정도라면 사용해도 나쁠 거 없어 보였다.
“영광으로 알아.”
이 기술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것은 진청운과 함께 움직이던 귀환자를 제외하면 2번째였다.
“크와아악!”
도강준은 유현의 칭찬 아닌 칭찬에도 눈을 까뒤집은 채 엽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악귀의 손이 튀어나오며 유현을 몇 번이고 계속 찍어 내려 들었다.
땅을 가르고, 숲을 날려 버리며 동시에 가시 같은 나뭇잎까지 함께 흩뿌린다.
그 거대한 태풍 같은 상황 속에서 유현은 균형을 잃지 않은 채 자리에 표표히 서 있었다.
피부를 찢어 버릴 거친 돌풍은 유현에게 닿기도 전에 힘을 잃었다.
유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강기가 도강준의 공격을 전부 막아 내며 상쇄시킨 것이다.
아니, 상쇄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유현의 기운이 도강준의 공격을 집어삼키면서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도강준이 미친 듯이 붉은 강기를 흩뿌릴수록, 유현의 주위를 휘감은 검은 기운은 더욱 크기를 불리며 선명해졌다.
그것이 어느 정도 형상을 취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평범한 강기가 아니었다.
검은 용.
거대한 검은 용이 유현의 몸을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크르르르.
거대한 용이 눈을 번뜩이며 도강준을 노려봤다. 진짜 용이 아닌, 칠마흑천신공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가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걸 마주하는 도강준은 짐승의 본능으로 몸을 떨었다.
유현이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칠마흑천신공 삼마(三魔)
이윽고 완성된 용이 톱날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도강준을 향했다.
쿠구구궁. 유현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똬리가 풀리며 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강기로 이루어진 용은 마치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도강준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도강준은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공격을 가했다.
도강준은 사방으로 붉은 강기를 흩뿌렸다.
유성 같은 강기의 폭격이 꼬리를 남기며 용의 비늘을 때렸다. 무수한 폭격이 용의 전신을 때렸지만, 용은 도강준의 기운을 보란 듯이 흡수하며 거대한 태풍으로 변했다.
숲의 나무가 용의 비늘에 갈려 나가 뿌리째 뽑히다 못해 가루가 됐다.
땅이 갈라지고 용에게 닿은 대지는 모래처럼 잘게 변해 주위를 뿌옇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현은 이윽고 갈무리하던 기운을 풀었다.
마룡회천(魔龍回天)
용을 구성하고 있던 검은 강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도강준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용의 형태가 물에 풀어 낸 듯 무너졌고, 이윽고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폭풍의 눈은 그 중심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하고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그 반대였다.
용이 만들어 낸 이 소용돌이는 그 중심이야말로 모든 파괴력이 극대화되는 특이점이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그 무엇이라 하더라도 흔적조차 남길 수 없을 정도로 갈려 나가고 만다.
콰가가가각!
무시무시한 묵빛 소용돌이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하늘과 땅을 이었다.
한참을 회전하던 그것은 이윽고 서서히 힘을 줄이더니 흐릿하게 사라졌다.
폭풍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처참하게 갈려 나간 대지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강준도, 그가 지닌 엽도도 전부 다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그 광경을 본 유현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아무리 그래도 의념까지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욕심이었나?’
일부러 머리를 쥐어 짜내듯 사용해 봤지만, 여전히 의념이라는 개념은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억지로 기술을 강하게 펼치려다가 힘을 많이 소모해서 눈앞이 핑 돌았다.
생명의 열매와 지혜의 열매, 감로로 인해 다져진 육체는 곧바로 소모된 힘을 회복했지만. 아쉬운 마음까진 달래지 못했다.
지난 2개월 동안 그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의념은 조금 더 나중에 깨우칠 것 같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도강준의 시체가 있던 자리의 허공에 빛이 떠오르더니 이윽고 황금빛 종이로 변했다.
유현은 의도적으로 얼굴의 표정을 풀며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광경에 파편의 존재를 모르는 성령들은 유현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을 보면서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들은 전혀 다르게 반응할 거다.
‘셀린에게 혹시 모를 모습은 체크하라고 했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미끼를 던진 것은 확실하지.’
유현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황금빛을 손으로 가져왔다.
녀석은 제 주인을 잃었음에도 유현에게 저절로 이끌리더니 이윽고 그의 몸으로 흡수됐다.
유현은 내면에 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손을 쥐었다 폈다.
‘앞으로 몇 개를 모아야 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일단, 첫 번째 회수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거기에 더해서 겸사겸사 대표님의 복수까지도.
* * *
“이런 미친.”
관조자의 방에서 유현의 시화를 구경하던 아가엘은, 그가 보여 준 거대한 폭풍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혼자 있을 때도 험한 말은 어지간히 화가 나지 않으면 하지 않는 주의였는데, 이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험한 말이 나온 것이었다.
아가엘의 시선이 모니터에 홀린 듯이 박혔다.
유현이 보여 준 무위는 단순히 텔러가 강해진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텔러가 얼마나 강해지는지는 본인의 재량이며 자유라고는 하지만, 사실 텔러가 강해진다고 해서 딱히 쓸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화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가호를 포기하고, 저 정도의 힘을 지녔다면.
‘이쯤 되면 그냥 일인 군단 수준이잖아.’
무엇보다 유현은 자신에게 겁박할 때 보여 준 그 가면을 쓰지도 않았다.
아가엘은 과장의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상대를 보는 눈을 길러 왔다. 지금 와서는 유현을 적대한 부분에서 이미 그 눈은 신뢰도를 잃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틀리진 않았다.
그녀가 판단컨대 유현이 쓰는 4개의 눈이 달린 악마 가면은 단순히 멋으로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지금 유현이 지니고 있는 진짜 힘.
그걸 사용하지도 않고 저 정도 광경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직 유현은 자신의 전력을 보여 주지 않은 것과 일맥상통했다.
‘안 돼. 건드리면 절대로 안 돼.’
유현이 한 협박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아가엘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에 몸을 바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