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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92화 (292/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92화

‘지도라니.’

황금빛은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져, 마치 입체적인 별자리 같은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것이 지구본의 형상을 유지하며 다른 황금빛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시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유현이 가장 바라 마지않던 형태로.

‘이것이 파편이 지닌 힘인가? 하지만 기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기묘한데.’

유현은 황금빛 지구본을 손으로 만져 봤다. 일단 가장 가까운 곳에 빛나는 점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니, 갑자기 빛이 확장되더니 주변 지리를 대략적으로 확대해서 보여 줬다.

‘확대 기능도 있다니. 어지간하면 황금빛의 위치를 못 찾을 수가 없겠군.’

이것은 기적의 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유현이 애타게 바라고 있던 쪽에 가까웠다.

유현은 이 파편의 힘이 소유자의 강렬한 의지에 반응하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다.

‘사이비 교주에게 왜 신의 기적 같은 힘이 생겼을까? 그것은 본인이 기적을 선보여야 교주로서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며, 신도들을 등쳐 먹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 같은 파편이 내게는 다른 능력을 보여 주는 건 이 때문일 거고.’

유현은 자신이 기적을 바라기보다는, 다른 황금빛의 위치를 찾는 걸 바랐다.

그렇기에 강탈해 온 황금빛이 거기에 반응해서 다른 황금빛의 위치를 알려 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그가 지닌 네 악마의 힘은 바라는 모습보다는 이미 정해진 쪽에 가까웠다.

‘파편마다 다 동일한 건 아닐 거야. 이미 능력과 형태가 정해진 파편이 있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파편도 있는 거고.’

진청운이 지니고 있던 파편도 다른 파편과 비교하면 월등히 컸다. 즉 파편이라고 다 같은 파편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황금 지도에 표시된 빛은 저마다 그 밝기와 크기가 달랐다.

클수록 중요한 파편이라는 소리고, 작은 것은 별것 아니라는 거겠지.

깔끔하게 등급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수준을 구분할 정도는 됐다.

‘어차피 다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 크건 작건 전부 상관없지.’

일단 이 파편이 보여 준 능력이 맞다면, 이건 상당히 유용하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였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볼 수 없는 파편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 다 알려 주는 꼴이니까.

‘다만 파편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건 별로 상관없겠지.’

위치만 안다면, 나머지는 성유찬의 도움을 통해 바로 개인 정보를 털어 내면 그만이다.

2차적인 작업이 들어가는 것은 아쉬웠지만, 원래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을 가능케 했다는 부분에서 유현은 만족하기로 했다.

“유찬 씨. 사무실로 와 주세요.”

유현은 곧바로 성유찬을 불렀다. 최근 그는 연애 때문에 평소보다 표정이 훨씬 더 밝았다.

백서련이 주도한 주경서와의 소개팅은 예상 밖의 대성공으로 끝났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백서련에게 전해 들으니 주경서도 원래부터 성유찬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하던가.

서로가 서로의 이상형이다 보니 의외로 죽이 잘 맞아 떨어졌나 보다.

덕분에 성유찬은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오히려 업무에 대한 열의가 더욱 늘어나서 최근에는 유현이 시키지 않아도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내서 가져다 바쳤다.

“강유현 텔러님. 부르셨습니까?”

“예. 잠시 찾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성유찬에게 태블릿 하나를 내밀었다.

각 지도에는 점이 찍혀 있었고, 그러한 점만 무려 10개가 넘었다.

“이건 뭡니까?”

“제가 점 찍은 부분에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는 거고요?”

“네. 다만 최근에 이상한 일을 겪었거나, 혹은 기묘한 힘을 다루게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체를 숨기면 모를까, 새로운 힘을 얻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말이 나오기 마련. 그런 사람들을 찾으면 됩니다. 혹시 힘듭니까?”

“아니요. 지도를 보면 일단 읍, 면보다 훨씬 더 좁은 구역이라 어지간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동네 단위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 급이니까요. 이 정도까지 범위를 좁혀 줬는데, 못 찾을 수가 없죠.”

“일단, 그쪽이 거주지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조만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틀린 부분은 다시 재수정해서 보내 드리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네. 그러면 수고하세요.”

성유찬은 유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때마침 무언가 떠오른 유현이 성유찬을 불러 세웠다.

“유찬 씨.”

“네, 강유현 텔러님. 뭐 더 시키실 일 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습니다. 경서 씨랑 사귄다고 하는데, 뭐 괜찮습니까? 힘든 건 없고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매일이 행복하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다행이구나 싶었다.

성유찬을 내보낸 유현은 곧바로 손에 깍지를 낀 채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었다.

* * *

성유찬은 곧바로 유현이 필요한 자료를 가져왔다.

아무래도 힘이 생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적을 잘 감추지 않다 보니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중에서 유현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파편을 먼저 확인했다.

‘음?’

그 파편의 소유주로 추정되는 명단을 확인한 유현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이윽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 녀석이 이걸 얻었을 줄이야.’

황혼의 장막 클랜장 도강준.

그 세 글자의 이름을 본 순간 유현은 이것이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다.

유현은 그를 별로 유심히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이 남자는 유현에게 상당히 악감정을 품기에 적합했으니까.

그가 만들고 일궈 낸 황혼의 장막 클랜이 누구 때문에 무너졌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최근 황혼의 장막 클랜은 재정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게 됐다. 제2차 판타즘 쇼크 이후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워커들도 그렇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이 늘었다.

다른 클랜들은 그래도 변화에 나름 적응을 했지만, 황혼의 장막은 그 반대였다.

이전부터 다수의 전력을 깎아 먹고, 정부의 철퇴까지 맞다 보니 황혼의 장막은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이 아니라 휩쓸려 나갔다 해도 좋을 정도로 쇠퇴하고 말았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지만, 허울뿐인 클랜을 붙들어 봤자 뭘 할 수 있을까?

‘그것 때문에 사실상 파산한 것에 가깝다고 했는데.’

그러다 최근 도강준이 직접 사상세계를 들락거리면서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유현은 클랜장이나 되는 사람이지만, 결국 다급해지니까 직접 사상세계에서 싸우는 걸 택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가 상대방을 너무 고평가했던 것 같단 말이야.’

그 남자가 움직이게 된 건 분명 황금빛을 얻고 난 직후다.

단순히 마음이 급해져서, 혹은 초심을 되찾아서 사상세계에 싸우러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재도약을 할 속셈이겠지.

일단은 조용히 지내는 것 같지만, 저 남자가 본색을 드러내는 것도 결국엔 시간문제다.

‘그러고 보면 아가엘의 계약자이기도 했는데, 혹시 여전히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건가?’

그런 것치고는 최근 시화 목록에서 아가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천체주식회사 시화 목록 자체에 도강준의 시화는 없었다.

아가엘의 성격상, 자신의 계약자인 도강준이 움직였다면 행동을 보였을 텐데도 그녀는 얌전하다.

‘그렇다는 것은, 둘이 갈라선 건가?’

유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럴 가능성이 꽤나 커 보였다.

자세한 건 도강준이나 아가엘의 책을 확인하는 거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그는 필연적으로 도강준과 부딪쳐야 하니까.

‘첫 번째 파편의 회수 대상은 도강준으로 정하면 되겠어.’

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대상을 정했다고 해서 바로 도강준을 칠 수는 없었다.

그가 확실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명분은 사소한 걸로도 족했다. 중요한 건 그가 움직일 동기를 만들어 성령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거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가엘을 찾아갈 필요가 있었다.

* * *

“하아.”

아가엘은 자신의 관조자의 방에 틀어박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제 2차 판타즘 쇼크가 벌어지고, 지구가 바뀐 지도 어느덧 몇 개월이나 흘렀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바뀐 세상에 맞춰 여러 가지 시화를 조정하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여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불가능해졌다.

‘도강준. 이 빌어먹을 인간이.’

자신이 키워 온 도강준이 보기 좋게 그녀를 배신한 것이었다. 대체 무슨 속셈을 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도강준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고 그 힘을 빌미로 다른 텔러에게 자신을 어필해 계약을 따냈다.

기존에 계약을 연장할 거라 믿었던 아가엘로서는 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그래. 어차피 서로 필요에 의해서 계약을 맺었을 뿐. 딱히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토록 깔보던 하계의 인간에게 먼저 버려졌다는 소식은 썩 달갑지 않았다.

서로 갈라서야 한다면 버리는 것은 반드시 이쪽이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따로 계약을 맺은 것이 엑소도스의 텔러인 것은 마치 이쪽을 노골적으로 깔보는 것 같지 않은가.

무엇보다 괘씸한 것은 도강준이 자신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체,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지? 계약자인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설마 이미 엑소도스 녀석들과 거래가 끝난 건가?’

그렇다면 이야기의 순서가 이상해진다. 강해진 다음에 그 힘을 바탕으로 계약을 따낸 것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계약을 통해 강해진 거라면, 엑소도스 녀석들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 남자에게 투자를 한 거지?

파편에 대해서 모르는 아가엘로서는 머리가 복잡해질 일이었다.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애지중지하던 계약자가 사라진 것은 상당히 큰 지출이었다.

이래서는 기회를 틈타 자숙을 끊고, 다시 예전처럼 시화를 선보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부서의 지원을 받아 적당한 컬렉터를 이용하는 것도 막혔다.

“하아.”

어떻게 생각을 해 봐도 앞길일 막막해져서 아가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모아 놓은 포인트가 많았지만, 이대로 가면 부장님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고 팽당할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때 아가엘의 부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엘님.”

“뭔가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제가 지금 손님을 볼 처지로 보여요?”

“강유현 과장님입니다.”

그 말에 아가엘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누구라고?”

“강유현 과장님…….”

“내 앞에서 그 새끼 이름 높여 부르지 마세요.”

“…….”

“하아. 됐고. 찾아온 이유는 뭐라고 하죠?”

“도강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아가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타이밍에 도강준의 이름을 언급하고 나왔다는 것은, 상대도 이쪽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아가엘은 이를 갈면서도 굳이 거절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도강준은 자신의 손을 떠났다. 그 괘씸한 녀석을 어떻게라도 할 수 있으면, 강유현과 만나서 대화 정도는 나눌 수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이 이 꼴이 된 것도 전부 강유현 때문이었지만, 그에게 복수를 하자니 그는 건드릴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셀레스트리얼 빙 부서의 로믈락시스와 친한 사이라는 소문도 돌고, 셀레스티나 부장이 눈여겨보고 있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아가엘은 당장의 화풀이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다. 그것이 도강준이었고, 차라리 호랑이를 만나더라도 자신을 배신한 이리의 목을 칠 수만 있다면야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쪽도 순순히 나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고, 이쪽에 뽑아 먹을 것이 있기 때문에 찾아온 거겠지.’

그렇다면 이쪽도 쉽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들여보내라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윽고 부관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한 청년이 대신했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아가엘 과장님. 아니, 이제 편하게 아가엘 과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의 이름은 강유현.

아가엘의 눈매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과장 진급 축하해요 강유현 과장. 저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을 줄 알았다니까요!”

“물론. 그리고 그 다음까지도 갈 수 있지.”

“하하. 그건 모를 일이죠.”

“뭐 서로 언제까지 웃는 얼굴 마주 보기엔, 알잖아? 우리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그쪽도 나 오래 보기 싫고,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깔끔하게 본론만 말하고 헤어지자고.”

아가엘도 바라는 바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현은 그런 아가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전생에 그녀는 지구의 종말이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의 머리를 터뜨리며 온갖 시련을 내린 악마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어떤가?

지지 세력을 모조리 잃고, 윗선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도 진풍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너무 아가엘에게 편한 복수였다.

거만하고 자존심 강한 아가엘에게, 다른 무엇도 아닌 진정한 복수는 이 괴로운 삶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자. 내가 그쪽을 찾아온 이유는 방금 말했다시피 도강준 때문이야.”

“도강준? 제게 녀석의 뭘 바라시는 건가요? 개인 정보라도 넘겨주게요? 어차피 그쪽이 저와 손 털고 떠났다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걸 아니까 찾아온 거야. 손을 털었어도, 이전까지는 분명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아, 잠시 앉아도 되나?”

아가엘은 마뜩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현은 자신의 크기에 딱 맞는 손님맞이용 의자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았다.

“도강준 컬렉터가 최근 갑자기 활동이 왕성해졌더군. 무슨 정력제라도 먹은 줄 알겠어.”

“난 모르는 일이에요. 안다면 새로 계약을 맺은 엑소도스 녀석들이 알겠죠.”

“그쪽이 빼간 거겠지?”

“모를 일이죠.”

말은 그렇게 해도 아가엘은 그 녀석들이 벌인 짓이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내가 얼마나 열심히 후원을 해 줬는데.

“뭐, 그러면 도강준이 갑자기 죽거나 말거나 그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일 테고?”

유현이 불쑥 꺼낸 그 말에 아가엘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오히려 죽었으면 하죠.”

도강준은 그녀와 함께 일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 일단 계약서에 발설 금지 조항을 넣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발설이 안 된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어떻게든 돌려서 표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아가엘에게 있어서 도강준은 이제 아픈 손가락도 아니었다. 그냥 없었으면 할 완전한 남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편해지겠군.”

유현은 손뼉을 치며 아가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이쪽에서 도강준을 없애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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