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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87화 (28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87화

위무혁의 희생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10중 사상세계는 별 탈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혹시 모를 대규모 피난이라는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10중 사상세계가 나을 재산적인 피해액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은 셈이었다.

세간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광화문의 기적이라고 평했다.

이번 일을 대가로 손해를 본 것은 랭킹 1위인 위무혁이 약해졌다는 것이 전부.

오히려 힘을 잃을 걸 감안하면서 홀로 10중 사상세계에 뛰어든 위무혁의 명성은 전 세계에 퍼져 나갔고, 그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원의 앞에는 여전히 위무혁의 쾌차를 바라는 인파들로 바글바글했다.

그를 취재하기 위한 해외의 기자단과 방송국 사람들까지 섞여서, 오히려 병원 측 사람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저렇게까지 몰려 있으면 오히려 이쪽이 부담된다는 걸, 저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단 말이죠.”

독실의 유리창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인파를 본 유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병원의 침상에 누워 있던 위무혁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본인의 입으로 그들을 뭐라 탓하기에는 그래도 걱정해서 찾아와 준 사람들에게 매정한 행동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몸은 어찌 괜찮으십니까?”

“그럴 리가요. 예전과 비교하면 전신에 납덩이를 달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예전의 나는 이때를 어떻게 넘겼나 싶더군요. 분명, 그때는 지금도 강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래도 위무혁 씨 덕분에 사건이 크게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유현 씨도 알 건 다 알고 있을 거 아닌가요. 제가 한 행동은 영웅심에 심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죠. 저 사람들은 숨겨진 내막 같은 것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위무혁 씨가 멋지게 자기희생을 선보이며 모두를 구했다는 것이 전부죠.”

실제로 그가 구한 것은 저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밑에 모인 수천 명이 넘는 사람 중 그걸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르면 뭐 어떱니까. 이젠 저와 상관없는 일이죠.”

“그렇습니까.”

“그리고, 모두가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알아 준다면 그걸로 족하니까요.”

“그것도 그렇군요.”

유현은 피식 웃으며 병문안으로 가져온 과일 바구니를 위무혁의 옆에 놓았다.

“어찌, 과일은 좋아하십니까?”

“원래는 고기가 더 좋지만, 과일도 잘 먹는 편입니다.”

“과일 밑에 고기도 몰래 깔아 놨습니다.”

“그러면 아주 좋죠.”

위무혁은 힘을 잃은 것 치고는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대부분 덜어 냈다는 듯 개운해 보였다.

평소에 무표정하고 엄중했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살짝이지만 농담도 하게 됐고, 웃을 줄도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모아 놓은 돈도 있으시겠다, 은퇴하고 편하게 사실 겁니까?”

“아니요. 다시 시작할 겁니다.”

그 대답에 유현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누구보다도 의무로 환상체를 쓰러뜨린 것이 아닌 남자가 자기 입으로 다시 컬렉터 일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위무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쩌겠나요.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축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냐는 기준은 결국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래도 힘이…….”

“힘을 소실했어도 저는 아직도 각성한 컬렉터입니다. 제가 약해져도, 저보다 더 약한 컬렉터들도 있는 현실인데, 그런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거야말로 인력 손실 아니겠습니까?”

위무혁은 가지고 있는 힘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93에 도달했던 그의 레벨에서 절반의 힘이 없어졌다면 그것은 매우 크다. 물론 레벨이 정확히 반 토막이 난 것은 아니고, 지금 레벨도 아직은 65 정도는 되지만.

그래도 이전에 그가 지녔던 것을 감안하면 65레벨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약하다.

정1품이었던 컬렉터가 종5품 정도로 떨어진 꼴이니까.

무엇보다 위무혁에게 누구도 다시 싸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이룬 걸 생각하면 제발 쉬라고 애원을 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굳이 책임을 지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이건 타인이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저 스스로가 선택한 겁니다. 그것을 굽힐 생각은 없습니다.”

“힘드실 겁니다.”

“그것도 제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겠죠.”

“…….”

유현은 이 남자의 결단이 확고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일을 겪고, 그런 슬픔을 겪었으면서도 위무혁은 다시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감동을 느끼기엔 유현도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다.

그래도 감탄은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이기적인 것은 그도 알고 있었고,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니니까.

“왜. 말릴 생각입니까?”

“그럴 리가요.”

유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오히려 응원해 줄 생각입니다. 모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은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그런 사람을 말리는 건, 오히려 못돼 먹은 사람이나 할 짓이죠.”

“그런 사람을 봤나 보군요?”

“……네, 뭐. 그런 사람을 한 명 알고는 있죠.”

유현의 반응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꼈는지 위무혁도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어쨌든, 저는 앞으로 제가 할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딸아이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요.”

“이미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신 분입니다.”

“더 열심히 할 겁니다. 더, 더.”

“할 수 있으실 겁니다.”

유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현실의 가혹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까지 자신에게 엄격하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만, 이 남자의 삶에 과연 완전한 구원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가족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그의 상처는 언제까지고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을 거고, 상처 때문에 고통받았다는 사실도 지워지지 않겠지.

결국, 이런 고통의 낙인은 그 어떤 보상으로도 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남자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래도 응원해 줘야겠지.

“힘내십시오. 이미 한 번은 했으니 남들보단 더 쉽지 않겠습니까?”

“맨바닥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낫기는 하겠군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뭐 상태도 나쁘지 않아 보이시니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잘 가십시오.”

유현은 허공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데카르트의 힘을 이용해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것이다.

위무혁은 그 모습을 두 번째 보는 것이었다. 처음 본 것은 유현이 병문안을 왔다며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을 때였다.

‘대체, 어떤 능력인지.’

그래도 안목은 죽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그걸로도 읽어 낼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힘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불안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이 더 컸다.

저 남자라면 적어도 저런 힘을 헛된 곳에 쓰지는 않을 테니까.

위무혁은 이윽고 조용해진 병실의 안쪽에 구비된 책 중 하나를 펼쳤다.

* * *

다른 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유현은 바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구경할 수 있었다.

위무혁 덕분에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커다란 사건이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최근엔 좀 조용해졌다고 생각하던 종교 단체 쪽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신의 시련이고, 이 나라가 천벌을 받고 있다고. 그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태극기를 휘두르며 이곳이 신께서 흔적을 남긴 곳이라며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대체, 어떤 신인 줄 알고 태극기를 휘두르는 건지.’

무엇보다 텍스트 슈뢰더를 사용하기 전까지 쌓여 온 일반인과 컬렉터들의 갈등은 위무혁 하나의 희생으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나마 랭킹 1위가 발 벗고 나선 행동 때문에 당장은 말이 안 나오지만, 이 전부터 컬렉터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갈등과 혐오의 시기가 찾아오리라.

유현은 그것까지 막을 방도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무슨 지구를 아우르는 거대한 독재자가 되어 사람들의 감정을 멋대로 주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는 그저 지금의 지구가 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저런 상황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거라면 그도 손을 댈 수는 없지만, 뒤에서 그걸 종용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에는 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또다시 지난번에 본 것처럼 종교단체의 테러 활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컸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는 건지도 모른 채, 신들의 이름을 울부짖겠지.

그것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것 마냥.

‘정작 그 신들은 자신들에게 하등 관심이 없다는 걸, 과연 저들이 알까?’

오히려 자신들의 이름을 범죄를 저지르는 데 사용했으니 이 사실을 알면 분노할 것이 분명했다.

전생의 지구가 왜 망했는지 이미 이유를 알고는 있지만, 성령들이 인간들을 괘씸하게 여긴 죄도 조금이지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현은 그런 생각을 품으며 매니지먼트 사옥으로 돌아왔다.

데카르트의 힘을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미리 언질을 받고 대기하던 서수민이 유현을 맞이해 주었다.

“어서 와라. 별일 없었나?”

“저야 별일 없었죠. 수민 씨는 오늘 수업은 괜찮았습니까?”

“괜찮을 게 뭐 더 있더냐. 어차피 최소 일수 채우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을.”

“그렇군요.”

“그래도 유라와 오랜만에 함께 지내니 나쁘진 않았다.”

서수민은 이제 특혜를 얻음으로써 정식으로 컬렉터로 인정받게 됐지만, 그렇다고 바로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동반자와 함께 움직인다는 전제하에 사상세계에 입장할 수 있다는 조건이 따라다니는 것은 여전하며, 무엇보다 아카데미에서 최소 교육은 이수해야 하는 조건도 붙었다.

남들이 매일 등교하는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에 길어야 이틀 정도, 그것도 2~3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거지만 그렇다 해도 귀찮은 건 매한가지다.

고등학생 때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었다고 해서 대학생 되고 등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뭐, 교관님도 나를 더 이상 터치하지 않으니 딱히 상관은 없지. 그래도 조금 아쉽군. 특혜를 받았다고 뻔뻔하게 구는 꼴 못 본다고 나서는 교관이 나타날 법도 했을 것을.”

“애초에 본인보다 더 강한 생도를 누가 건드립니까?”

“그런 패기 넘치는 인간이 하나 정도는 있을 줄 알았지. 그거 말고도 교관님들이 많이 바빠 보이더군. 요새 일반인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심해진다고 했던가?”

“뭐, 사건이라도 터졌답니까?”

“아니. 터진 건 아닌데, 요새 그런 일이 벌어질 뻔한 일들이 많아졌다고 하더군. 일반인과 시비를 붙는 일이 기승이라고. 그래서 혹시라도 시비가 붙으면 절대 응대하지 말고 자리를 피하라고 들었다.”

“그게 제일 최선이기는 하죠. 생도라 하더라도 예비 컬렉터인데, 그런 사람과 일반인이 충돌하면 절대 좋은 꼴은 못 보니까요.”

“쯧.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이 참 힘들게 사는 거 같아. 본래 내가 살던 곳이었다면, 일반인은 무인들에게 입하나 열지 못했을 텐데.”

“이곳은 입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 짓을 해도 본인이 큰 피해를 안 보니까 더 가감이 없고요.”

서수민도 그 부분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짜증 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뭐지? 혹시라도 이번 수련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면 봐주지 않을 거다.”

“그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이동부터 할까? 그때 말했던 그 유랑세계로 가는 거겠지?”

“네. 몸에 힘 푸시고, 준비하세요.”

유현은 곧바로 아포리아의 가면을 착용하며 데카르트의 힘을 발동했다.

이미 몇 번이나 사용한 거지만 할 때마다 느낀 건, 이 유랑세계가 참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지나치게 강해진 힘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메리트였으니까.

‘이러다 라플라스나 맥스웰보다 더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싶네.’

그러자 아포리아 가면의 나머지 3개의 눈이 반짝거리며 점멸했다.

유현의 생각을 공유하는 나머지 세 악마가 칭얼대는 것이었다.

‘알고 있어. 너희들을 홀대하지 않으니까 너무 그러지들 마.’

그제야 안도했는지 반짝이는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광경을 조금 전부터 신기하게 지켜보던 서수민이 물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가면의 눈이 4개면 시야도 4개인가?”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리고 눈이 4개라 해서 제 시야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서요.”

이 눈은 사실상 각 악마를 상징하는 힘이라고 보면 됐다. 유현이 그것으로 누군가를 보는 것보다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서수민은 그렇구나 하면서 넘겼다. 본인도 정말로 크게 궁금해하지는 않았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으니 제대로 가르침을 받겠다는 거겠지?”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전할 말이 있습니다.”

“뭐지?”

“알려 주신 구결이나 형, 식의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라?”

“이미 다 깨우쳤거든요.”

유현은 진심으로 한 소리였지만, 서수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백발이 넘실거리며 분노에 찬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호오? 그 말은 즉, 이 수업을 우습게 보는 거라고 봐도 좋은 건가?”

“아뇨.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러면 무슨 의미지? 대답의 여하에 따라 본 교관은 오늘 악마가 될 수 있다. 천사가 될 일은 없으니 기대 말도록.”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유현은 자신의 육체가 각성하면서 얻게 된 특이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다윈의 육체로 달성된 지금의 몸은, 단순히 눈으로 본 행동일 뿐이라도 몸으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고.

서수민에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던 구결을 통한 모든 자세는, 이미 완벽하게 마스터 한 것이었다.

잠자코 듣던 서수민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다는 반응이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살던 곳에서도 전설로만 듣던 것이었는데.”

“되니까 그렇죠.”

“어디 한번 보여 봐라. 만약 내 성에 차지 않는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야.”

“그럴 걱정은 없으실 겁니다.”

유현은 서수민의 앞에서 자세를 잡고, 가장 기본적인 일마인 재화(災花)를 사용했다.

무수한 강기의 꽃잎이 허공을 수놓고 공간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그 모습은 아무리 트집을 잡으려 봐도 상당히 대단한 위력이라 서수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말로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정말로 놀랍군.”

“그렇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내게 조언을 구하고자 나를 불렀다는 것은…… 역시 본인도 부족한 부분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보이셨군요?”

“내가 창안한 무공인데, 당연히 보이지. 그래, 확실히 일단 펼친 기술 자체는 완벽했다. 몸으로 펼친 거로 말이지. 하지만, 아직 마음이 여물지 않았어.”

“마음이요?”

“그대는 아직 마음을 다루지 못했으니 묘하게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지.”

기술을 사용하는데, 육체와 기를 운용하는 것 말고 뭐가 더 필요했단 말인가?

서수민은 유현의 걱정을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것을 ‘의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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