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85화
귀환자의 존재는 이전부터 유현 또한 고려하고 있던 바였다.
지구가 처음으로 혼성계와 마주하며 벌어진 사상통합의 날, 세계는 변화를 맞이했고, 그중 휩쓸린 일부 사람들은 차원의 틈새를 넘어 다른 세상에 떨어지게 됐다.
세간에서 그것을 사람이 사라졌다 해서 베니싱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잠깐만. 저 사람. 아니, 사람도 아닌 괴물이 귀환자라고?]
‘그래. 귀환자가 맞아. 아니, 저렇게까지 기이하니까 귀환자가 확실해. 저건 귀환자만 보일 수 있는 형태거든.’
[저 문어 다리 같은 걸 잔뜩 달고 있는 모습이?]
‘원래 저 정도로는 심하지 않은데, 비슷하긴 해. 아마 본인의 특성이나 지니고 있는 이야기랑 함께 화학 반응 같은 걸 일으킨 거겠지.’
백련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겠지만, 유현은 저런 모습을 매체로 접한 적이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베니싱으로 사라진 사람들은 각기 뿔뿔이 흩어지며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그곳은 무림일 수도 있고, 판타지 세계일 수도 있으며, 혹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일 수도 있었다.
그곳에 떨어진 사람들은 당연히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차원을 넘어서 다른 곳으로 사라진 베니싱들에게는 타 차원으로 갔을 때 곧바로 혜택이 주어진다.
‘예전 미국의 귀환자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었지.’
베니싱들은 오히려 기존에 각성하는 컬렉터들보다 더 많은 힘이 주어졌기에 머나먼 타지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눈앞의 저 촉수 덩어리도 그 혜택이라면 혜택일 것이다.
[미친. 저게 무슨 힘이야. 아무리 봐도 저주받은 몰골인데.]
‘저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험난한 곳 출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특히나 험난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성을 버리고, 괴물의 모습을 취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다만 여기에는 다른 핵심적인 원인이 하나 더 있는데, 지구로의 귀환을 너무 빨리할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하계는 차원과 차원의 사이에 일종의 벽이 있어.’
[벽?]
‘그래. 그리고 그 벽은 어지간해서는 넘기도 힘들고, 억지로 넘으려고 하면 엄청난 반작용을 받게 되지. 이 벽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가늘어지고 완화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거든.’
[그러면 저 모습도 그 차원 벽 대문에?]
‘그래. 겉모습이 멀쩡했던 사람조차, 지구로 넘어오면 차원 벽을 넘는 여파를 강하게 맞게 돼.’
텔러나 성령들과 다르게 이들은 하계에 속한 자들.
그리고 하계에 속한 자들은 제네시스 시스템의 도움이 없으면 차원과 차원을 돌아다니는 데 막대한 제약이 따른다.
일찍 넘어온 베니싱의 경우에는, 시스템의 도움 없이 어떻게든 자신만의 힘으로 오려는 자들이었고.
그들에겐 시스템의 힘을 빌릴 능력도,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성령도, 그사이에 중계를 해 주는 텔러도 없었다. 간혹 텔러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원래 차원으로 귀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포인트를 지불해야 했다.
포인트가 없는 자들은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강제로 차원의 벽을 넘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과감한 결단으로 인해 끔찍한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초기 귀환자들이 괴물이라 여겨지며 배척을 받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육체와 정신이 기이하게 변질된 그들은, 이전에 사라졌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존재였으니까.
다만 그 이후에 멀쩡한 자들이 하나둘 돌아오게 되었고, 비로소 베니싱이 귀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 때.
사람들은 귀환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더 먼 미래의 일이었다.
‘아니, 이제 먼 미래의 일은 아닌가?’
원래라면 아직 베니싱이 나타날 때가 아니었지만, 유현은 더 이상 지금 세상은 자신이 알던 과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오히려 지구에 미치는 혼성계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지금, 베니싱들이 돌아왔을 때 겪게 될 변이도 확 낮아졌을 테니까.
눈앞의 상대가 어느 정도 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그걸 증명했다.
초기 베니싱은 이성도 없이 미쳐 날뛰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지구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이 확실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게? 이길 수는 있어?]
‘이길 수야 있지. 다만, 귀환자가 상대라면 나도 영 껄끄럽단 말이지.’
[왜?]
‘다른 세상에서 다시 지구로 넘어올 수 있는 자들이야. 넘어갈 때부터 온갖 다양한 능력들을 지닌 귀환자들의 특징이 뭐겠어?’
바로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이다.
당장 떠올리기만 해도 이를 갈게 되는 최도윤 또한 다른 세상에서 살다 넘어온 귀환자 중 하나였다.
그는 어땠던가?
다른 차원에 넘어가면서 힘을 얻었으며, 그곳에서 지내면서 더 강대한 힘을 얻었다.
이후 지구로 돌아와 종말을 겪으면서 그 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물론, 모든 귀환자가 최도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유현이 보건대 최도윤은 일단 아주 특별한 케이스 같았으니.
그걸 고려해도 귀환자들이 지닌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너로는 못 이기는 거야?]
‘그럴 리가.’
유현은 가벼운 대답으로 백련의 걱정을 일소시켰다.
귀환자가 강하고 무서운 건 맞지만, 그리고 눈앞의 상대가 보여 주는 무수한 촉수 다발에 위압감을 느끼기 충분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현의 상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체 어쩌다가 진청운과 손을 잡고, 그를 위해 싸우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현은 백련을 검의 형태로 바꾸며 이제는 촉수의 덩어리 그 자체가 된 귀환자를 노려봤다.
“그렇다고 이쪽도 봐줄 생각은 없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결정해. 물러날 건지, 아니면 싸울 건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꾸물거리는 덩어리에서 무수한 촉수가 유현을 향해 뻗어져 나왔다.
“대답한 거로 알겠어.”
유현은 허공을 향해 백련을 휘둘렀다. 검 끝에서 폭발하듯 튀어나온 힘이 파도처럼 몰아치며 날아오는 촉수들을 모조리 찢어 버렸다.
움찔. 이름도 모를 귀환자가 살짝이지만,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귀환자는 오히려 밀렸다는 사실을 부정하듯 전의를 강하게 불태우며 더더욱 유현을 몰아붙이려 들었다.
쩌적. 쩍.
유현이 딛고 서 있는 지면이 갈라지더니 그 틈새를 비집고 무수한 문어 다리가 유현을 노렸다.
이미 아래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다는 걸 인지한 유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거 참.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군.”
유현은 서서히 무슨 형태를 갖춰 가는 귀환자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촉수로 꿈틀거리는 그것은 어둠 속에서 흐릿하다 보니, 문어의 다리라기보다는 마치 가시넝쿨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그것의 일부가 지면에 파고들었고, 본체로 추정되는 것은 구체로 뭉치며 서서히 크기를 키워 나간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가시넝쿨 나무 같았다.
캬아아악!
문어 다리의 끝이 꽃봉오리처럼 갈라지더니, 이윽고 날카로운 이빨 달린 주둥이가 유현을 물어뜯으려 다가왔다.
유현은 가볍게 백련을 휘둘렀다. 백련의 검신에 모인 검은 강기가 초승달 형태로 그어지며 촉수를 자르며 그 너머 본체까지 타격했다.
촉수들이 무수히 잘려 나가며 녹색 타액이 지면에 흩뿌려졌다.
치이이익. 피에 닿은 돌덩어리가 연기를 내뿜으며 녹아내렸다.
[으엑. 피가 아니라 강산이잖아? 인간 맞아?]
‘귀환자니까.’
[귀환자들이 다 저래?]
‘일찍 돌아온 1세대만.’
나중에 인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자들은, 저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고 그 숫자도 적다.
그 귀환자들의 최종 형태가 최도윤이니 말 다 했지.
잘려 나간 촉수들이 이윽고 본체에 흡수되더니 단면이 재생되며 새로운 것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만드는 것 같은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오히려 잘려 나간 촉수는 이 전보다 더 크고 더 강해 보였다. 녀석은 재생을 기점으로 점점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 복어가 적을 향해 자신을 부풀리듯, 귀환자도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본체를 안쪽에 가둔 채, 덩치만 계속 키우는 거라면 이쪽도 그에 따른 대응법이 있었다.
‘덩치가 클수록, 내게는 먹잇감에 지나지 않지.’
유현은 백련을 작살의 형태로 바꾸고 최후의 기사 칭호를 발동했다.
최후의 기사가 지닌 힘은 유현이 지닌 스킬과 이야기를 전부 한 단계 강화시키는 것.
말이 강화지 사실상 진화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지금 펼치려는 이 스킬 또한 이전보다 훨씬 더 강화됐다는 뜻이리라.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나쁘진 않겠어.’
강화된 흑색 활자가 작살 형태의 백련에게 깃들었다. 한계까지 힘을 모았다고 판단한 유현은 그것을 고스란히 귀환자를 향해 투척했다.
쐐액.
허공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가는 백련의 크기가 확장되듯 커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일전에 보았던 새하얀 고래, 모비딕이 아니었다.
최후의 기사 칭호로 강화되고, 아포리아 악마의 힘을 각성해 격이 올라간 유현이 던지는 작살은 본래의 스킬을 몇 단계나 더 끌어 올렸다.
모습을 드러낸 짐승은 하얗지 않았다. 오히려 새까만 비늘을 지니고 있었다. 덩치도 뭉툭하지 않고, 가늘고 길었으며 끝없이 꿈틀거리는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다뱀 같았다.
유현은 이 존재가 어떤 괴물인지 신화 속에서 본 적이 있었다.
[리바이어던(Leviathan)]
거대한 검은 해룡이 괴성을 토하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앞길을 가로막는 촉수 더미들은 모조리 이빨로 물어뜯으며 리바이어던이 포효했다.
크와아아아아!!!
질기고, 단단한 촉수는 리바이어던 앞에서 아무런 효용을 보이지 못했다. 상처에서 터져 나온 녹색 강산도 리바이어던의 비늘에 상처조차 내지 못했다.
그 강렬한 재생력도, 리바이어던이 물어뜯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빛을 잃었다.
‘대단하군.’
유현은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보고 내심 만족했다. 높아진 격과 강화된 스킬을 통해, 거수사냥 모비딕은 신화 속 짐승 리바이어던으로 탈바꿈했다.
모비딕의 크기가 230m가 넘었는데, 리바이어던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최소 킬로미터 단위로 매겨야 할 정도로 더 컸다.
그리고 그 위력은, 모비딕이 물어뜯었을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했다.
리바이어던이 지나간 자리의 산등성이가 마치 무언가가 물어뜯기라도 한 듯 뭉텅 날아가 있었다. 구불구불한 고랑은 폭만 200m가 넘어 보였고, 길이는 이미 저 너머까지 뻗어져 있어서 측정이 힘들었다.
그 고랑에서 살짝 벗어난 자리.
가까스로 옆으로 몸을 던지듯 피한 귀환자는 경악했다.
유현이 보여 준 거대한 힘은 자신이 오랫동안 타 차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혀 온 것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강했다.
지구에서 평범한 사람이었던 귀환자가 베니싱이 되어 타 차원에 넘어갔을 때, 그가 간 곳은 말 그대로 원시 야생의 세계였다.
그는 그곳에서 포식하고 진화하는 능력을 얻었고, 거대한 우림과 그보다 훨씬 더 큰 해양을 넘나들며 온갖 생태계 포식자들을 집어삼켰다.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괴물도 있었고, 덩치를 부풀린 자신보다 더 거대한 생물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저 정도로 거대한 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그는 리바이어던의 한입 식사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쿠르르릉!
귀환자의 분노를 읽은 것인지 그의 육신에 새로운 변화가 깃들기 시작했다. 그가 차원을 넘어갔을 때부터 얻게 된 [진화]라는 힘. 그것이 목숨의 위기를 감지하고 다시 눈을 떴다.
유현은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왜 저런 괴물 같은 형태를 계속 유지하나 했더니, 진화 관련 능력이었다면 이해가 가네.’
생물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진화는 미적 기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저 징그럽고 기괴한 촉수의 다발도, 결국 당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를 취했던 것일 뿐.
하지만 귀환자는 다시 지구로 돌아왔고, 전에는 본 적 없는 거대한 적과 맞닥뜨렸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새로운 진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꾸드드득.
거대한 덩치는 더 이상 이곳에서 큰 효율을 보이지 못한다. 거대한 풍선 같던 그의 덩치가 점점 작아지며 한 점으로 압축됐다.
처음에 로브로 가린 모습처럼 평범한 인간의 형태로 의태를 하듯 크기와 부피, 무게를 줄였다.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매끈거리고 탄력이 있던 촉수는 서로 새끼줄처럼 꼬이며 근육이 되었고, 그것을 한계까지 압축해 신체에 고스란히 환원됐다.
그 피부 위를 단단한 갑각이 뒤덮었다. 전신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고
등 뒤로 곤충과 같은 날개까지 자라났다.
[세상에.]
평범한 생명체라면 수십 세대를 거듭해도 보일 수 없는 과정을,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일축시킨 그 광경은 백련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다.
유현은 4개의 눈동자로 귀환자의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모든 변화를 끝낸 귀환자는 이윽고 주먹을 쥐었다가 피더니, 양 손등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칼처럼 뽑아낸 이후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덩치가 클수록 리바이어던에 쉽게 먹힌다는 걸 야생의 감으로 깨우친 건가.
유현은 귀환자가 괜히 대단한 힘을 지닌 자들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도, 즐거움을 참을 수 없었다.
“진청운이 대단한 패를 지니고 있었어. 설마,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리바이어던 한 방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상대방이 저렇게까지 나오면 이쪽도 그에 상응하는 것을 보여 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유현은 백련을 다시 검의 형태로 바꾼 이후 몸속의 힘을 바깥으로 끌어올렸다.
콰아아아!
거대한 힘이 주변 공간을 집어삼키며 거대한 파동을 흩뿌렸다. 강렬한 충격파가 터지자 귀환자는 몸을 낮추며 투구 같은 얼굴 속에서 당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설마, 상대방에게 또 다른 한 수가 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
하지만, 그걸 깨닫기엔 너무 늦었다.
“영광으로 생각해. 이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건 네가 최초니까.”
유현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검은 강기가 소용돌이치며 백련에 모였다.
어나더가 되었을지도 모를 초월자가 만들어 낸, 신공절학을 뛰어넘은 하나의 무공.
유현이 지금 펼치려는 것은 첫 번째도, 그 변초식도 아니었다.
칠마흑천신공(七魔黑天神功) 제 이마(二魔)
백련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검은 소용돌이가 실타래처럼 풀리며 검은 선들을 만들어 냈다.
무수한 실선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사방으로 퍼지며, 귀환자의 주위를 새장처럼 둘러쌌다.
귀환자는 야생의 감으로 위기를 느끼고 곧바로 탈출을 감행하려 했지만, 촘촘하게 얽힌 강기의 실은 귀환자를 놓아 주지 않았다.
귀환자가 강기의 실을 끊어 내기 위해 손목의 검을 휘두르자, 오히려 실에 닿은 검이 잘려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귀환자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손만 대도 끊어질 것처럼 가느다란 이 검은 실은, 엄청난 강기가 뭉치고 압축되어 만들어진 날카로운 검이라는 걸.
귀환자의 시선이 이 기술을 펼치는 유현을 향했다.
흑사뢰(黑絲牢)
이윽고 새장처럼 둘러싼 공간이 확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