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81화
위무혁은 자신의 무기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곰 같은 덩치를 지닌 그의 신장에 버금가는 대태도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지만, 그의 집 앞에는 아직도 몇몇 사람들이 남아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태도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위무혁을 보고 뭐라고 하려다 얼어붙었다.
생각 없이 소리 지를 때는 몰랐지만, 실제로 랭킹 1위를 눈앞에서 마주하니 조금 전까지 잘 나오던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비키세요.”
“네, 네.”
시위대는 위무혁의 기세에 밀려 바로 길을 터줬다. 위무혁은 그런 시위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협회로 발걸음을 향했다.
유현은 멀리 떨어진 고층 빌딩의 옥상 난간에 앉아 그런 위무혁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괴로워하던 남자는 그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든 미련을 떨쳐 내 자못 경건하기까지 했다.
[너,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어?]
위무혁을 잠자코 지켜보던 유현에게 백련이 그렇게 물었다.
유현은 아포리아의 가면을 쓴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너한테 라플라스의 힘이 있잖아. 그걸로 미래를 본 거 아니야? 네가 그렇게 말을 한 것도 저 남자를 자극하려던 거 아니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백련의 의견은 타당해 보였다. 미래를 아는 유현이라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위무혁의 마음을 움직일지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백련은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었다.
“백련. 라플라스의 힘은 분명 대단하지만, 특정 대상의 미래는 읽을 수 없어. 그리고 그것과 관련이 있는 자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지지.”
유현이 진청운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은 그가 파편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진청운과 함께하는 간부들을 읽지 못하는 것도, 그 남자가 벌이는 짓 또한 알아차릴 수 없는 것도.
전부 보려고 할 때마다 희미한 빛이 시야를 가리며 유현을 방해했다.
이번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10중 사상세계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혹은 누가 그곳으로 향하는지도.
라플라스의 눈에는, 여전히 광화문은 뿌연 안개가 가득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능력이라 해도 전능한 수준이 아니고, 결국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
“무신. 아니, 위무혁은 언리쉬드에게 씨앗을 받은 이후로 그들과 접점이 사라졌어. 그러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 남자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지 충분히 볼 수 있었지. 그런데, 안 보이더라.”
[뭐?]
“어떤 미래를 봐도 위무혁의 모습은 항상 흐릿해서 보이지 않았어. 마치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어떤 말을 해도 단 하나의 정해진 위치로 향하는 것처럼.”
유현이 위무혁에게 놀란 것이 바로 그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미래는 보인다. 그들은 광화문에 접근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거나 눈치를 보기만 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유일하게 유현이 미래를 보지 못하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남자가 있었다.
분명, 슬플 텐데도. 누구보다도 가기 싫은 명확한 이유가 있을 텐데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상처를 입은 채로, 그 남자는 단 하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그 남자는, 어떤 과정을 겪더라도 결국에 광화문으로 향했을 거라는 거야. 본인이 모든 걸 짊어지기 위해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투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보이지 않기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유현은 위무혁을 마주하는 순간, 그리고 라플라스의 눈을 발동한 순간 깨닫고 말았다.
이 남자의 미래는 무수한 갈래가 아닌 단 하나의 길만 있다는 걸.
그걸 알았기에 위무혁을 위로하고자 대의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선택해도 좋다고 말했고, 모든 걸 비밀에 부쳐 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정해진 결말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뭘 해도 저 사람은 영웅이 되는 걸 선택했다는 거야……?]
“아니.”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걸 선택한 거지.”
* * *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사상세계의 힘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보고가 최중모의 귀에 들어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제 곧 10중 사상세계가 완전히 열린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대피 반경을 2km 바깥으로 늘렸고, 질서에 맞춰 피난을 시켰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텍스트 슈뢰더를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누군가 1명을 강제로 뽑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방법마저도 완전한 건 아니었다.
괜히 억지로 뽑힌 컬렉터가 홧김에 같이 죽자며, 일부러 텍스트 슈뢰더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 테니까.
아니, 사용해도 문제다. 컬렉터들을 보호해 주고 그들을 이끌어야 할 협회가, 컬렉터 하나를 제물로 바친 셈이니 협회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 깎일 가능성이 컸다.
일반인들이야 협회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하겠지만, 협회의 근간은 결국 컬렉터들에 있다.
그들의 신뢰를 잃은 협회의 위상이 얼마나 떨어질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최중모는 입술을 깨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때 사무실의 문이 황급히 열리며 부하 직원 하나가 다급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들어왔다.
“갑자기 또 무슨 일이지?”
최중모는 이제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제발 별일 아니기를 기도했다.
“무, 무신이…… 무신이 찾아왔습니다!”
“뭐?”
최중모는 당황하면서도 그의 이성이 재빠르게 상황을 잡아챘다.
“이쪽으로 모시게!”
부하 직원이 사라지고 잠시 후, 무신이 그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최중모는 부하 직원들을 모두 물리고, 위무혁과 단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정말…… 그렇게 하실 겁니까?”
“예. 제가 정한 일입니다.”
최중모는 무신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설마 분쇄기 사용과 관련해서 온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이쪽을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마주하며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무신의 말을 듣는 순간,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신 겁니까?”
“제가 뭘 해야 할지 깨달았을 뿐입니다.”
무신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볼일은 이걸로 끝났다는 듯이.
“시민들은 대피시키고, 컬렉터들은 범위 내에 미치지 않도록 멀리 보내십시오. 가는 건 저 혼자로 족하니.”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니면, 저 혼자로는 부족하다는 겁니까?”
“…….”
이쪽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무신의 눈빛을 보는 순간, 최중모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 눈빛, 모든 것을 각오한 사람만이 보일 수 없는 흔들림 없는 시선.
그는 진심이었다.
“알겠……습니다. 분쇄기를 넘겨드리죠.”
“잘 선택하셨습니다.”
당신도. 나도.
위무혁은 그 뒷말을 삼키며 협회에서 벗어났다.
* * *
투타타타타타!
방송국 헬기가 밤하늘을 날아다녔다. 그 헬기의 빛이 비치는 것은 광화문 광장의 입구에 묵묵히 서 있는 무신의 모습이었다.
무신은 오른손에 거대한 대태도를.
왼손에는 텍스트 슈뢰더를 든 채 광화문 중심을 지그시 바라봤다.
평소에 사람들로 가득하던 이 공간은 지금 순간만큼은 황량하다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마치 심장처럼 꿈틀거리며 서서히 형태를 드러내는 10중 사상세계.
저것이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며, 그가 가야 할 곳이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무신이, 무신이 움직입니다!]
카메라 기자의 외침과 함께 위무혁이 천천히 사상세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은 국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으며,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 수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무신의 행보를 지켜봤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든 사람의 눈과 마음에 족적을 남겼다.
[아앗! 사상세계에 갑자기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신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서서히 완성되어 가던 사상세계의 움직임이 급변했다. 갑작스러운 텍스트의 흐름이 빨라지더니, 이윽고 일본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기괴한 형태의 사상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3차원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같은 다중입방면체 모습의 사상세계는 완성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환상체를 내뱉었다.
촤아악.
사상세계의 안쪽을 뚫고 불타는 손이 튀어나왔다. 이윽고 불에 타오르는 발과 함께 전신이 불길에 휘감긴 거대한 거인이 나타났다.
치이이익.
거인이 발을 내딛는 순간, 지면이 연기를 내뿜으며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피처럼 새빨간 불길 속에서 거인의 새하얀 안광이 위무혁의 모습을 정확히 포착했다.
자신을 만들어낸 세계의 의지가, 저 남자를 배제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화염 거인은 그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쿠오오오!
벌려진 거인의 입에서 뜨거운 유황의 냄새와 함께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인이 발을 딛고 선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듯 화염의 장벽이 솟아올랐다.
위무혁은 그런 거인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자신보다 한참 작은 인간이 겁먹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화염 거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먹을 쥐는 순간, 무수한 불똥이 퍼져 나갔다. 그것에 닿은 미처 정리하지 못한 천막 하나가 순식간에 타오르더니 재로 변했다.
저 자그마한 불꽃 하나하나가 닿기만 하면 모든 걸 태워 버릴 지옥의 업화였다.
“우습구나.”
하지만, 위무혁의 눈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나를 죽이려면 더 뜨거운 거로 가져 왔어야지.”
이쪽을 향해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두르는 거인보다 더 빠르게 위무혁이 움직였다.
철컹. 그의 오른손에 쥐고 있던 거대한 대태도의 도집에서 눈부신 날이 뽑혀 나왔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휘두른다.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빠르고 자연스러워 마치 이 남자가 처음부터 검을 내리그은 자세를 취하고 있던 것만 같았다.
세상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한 줄기 섬광이 지나가고, 거인은 내지른 주먹과 함께 그대로 정수리부터 반으로 갈라져 좌우로 흩어졌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랭킹 1위라고 했지만, 최근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혹자는 위무혁도 이제 약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는 했다.
그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지금 이 순간 명백하게 드러났다.
일반인은 그 빠르기를 인식할 수 없었다. 방송국 카메라로도 위무혁의 진짜 움직임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급 컬렉터들은 위무혁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곧바로 알아봤다.
강하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일직선으로 갈라지는 세계.
화염 거인을 가볍게 두 동강 낸 위무혁은 이 이상 주위에 피해를 떨치게 놔두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사상세계의 안쪽으로 진입했다.
[무신이 사상세계의 안쪽으로 진입했습니다! 안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오직 카메라 기자만이 그렇게 외쳤다. 그러는 사이에도 10중 사상세계는 계속 기이한 빛을 내뿜으며 심장처럼 맥동했다.
그 광경을 TV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을 감고 기도했다.
부디, 무신이 성공하기를.
그 기도가 닿은 것일까?
지이이잉.
사상세계의 안쪽에서 새하얀 빛이 내부를 뚫고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이윽고 거대한 백색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순식간에 반구(半球)형태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하늘을 나는 방송국 헬기를 집어삼키고, 광화문 광장을 밀고 나아가며 도시 전역으로.
순식간에 TV 화면이 하얗게 물들었다.
이윽고 후폭풍이 가라앉고 모든 빛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본 것은 사상세계가 있던 자리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위무혁의 모습이었다.
그가 성공한 것이다.
“와아아아아!”
“해냈어! 무신이 해냈다고!”
“혼자서 저걸 하다니!”
사람들은 축제가 벌어진 것처럼 환호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위무혁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몰랐다.
위무혁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조금 전 폭발을 통해 사상세계가 완전히 부서졌고, 아직 분해되지 못한 활자들이 눈처럼 내리며 이 세상에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며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예은아. 여보. 내가 해냈어.’
이제는 눈물을 참겠다고 다짐했는데,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후련함과 함께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모두가 환호하는 세계 속에서.
오직 한 명만 소리 없이 오열했다.
* * *
“실패인가? 설마, 무신이 움직였을 줄이야.”
광화문에서 멀리 떨어진 북한산 국립공원.
언리쉬드 테러리스트들은 아주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백색 폭발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실패 이유를 꼽자면 10중 사상세계가 5중 사상세계에 비해서 생성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가족을 인질로 잡혀 움직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무신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래도, 이로써 가장 위험한 존재의 전력은 대폭 약화됐다. 무신이 약해졌다면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제약이 풀린 것이나 다름없지.”
“그래도 아쉽긴 하네. 꼴에 랭킹 1위랍시고 당당한 척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더 망가졌으면 좋았을 것을.”
“뭐, 어때. 어차피 이제 우리보다 약해졌잖아? 나중에 만나서 방해하려 하면 죽이면 그만이야. 아니면 지금 죽여 버릴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진청운의 명령을 받은 전투조원들은 이러나저러나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죽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세상은 전에 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게 될 테니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눈엣가시인 무신을 처리할 기회였다.
그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앞으로의 일을 자축했다.
“즐겁나?”
그때 그들의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50명이 넘는 언리쉬드 멤버들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에서 4개의 붉은 안광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뭐야!”
“누구냐!”
모두가 각자 전투 자세를 취했다.
어둠 속의 존재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그 남자를 배려한 것은.”
얼굴에는 4개의 눈이 달린 악마의 가면을 쓴 채, 손에는 검은 장갑을 낀 정장의 사내.
“그의 처지를 공감했기 때문이야.”
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이 자리의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결국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남기로 했지. 하지만 나는 알아.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라는 걸. 나는 그런 그를 존중했어.”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농밀한 살기가, 안개처럼 주위에 내려앉았다.
세상을 잠식한 어둠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저 정체불명의 가면을 쓴 남자를 중심으로, 4개의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각기 기괴한 형상을 취했다.
각기 다른 복장과 가면을 한 자들. 유일한 공통점은, 전부 새까맣다는 것.
새로 등장한 4명의 가면 속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했다.
“반면, 너희들은 뭐지?”
유현의 분노는 차갑게 들끓었다. 북해의 거대한 빙산 안쪽에서 타오르는 영겁의 불길처럼.
“너희에겐 그와 같은 숭고한 의지가 있었나?”
아니.
너희들은 그러지 않아.
오히려 그런 자들을 비웃기만 했지.
“타인의 꿈을 짓밟고, 그들의 신념을 비웃은 너희들은 오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아포리아의 악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