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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79화 (279/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79화

무신이 텍스트 슈뢰더의 사용에 반대한 일은 협회 고위층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어떻게든 위무혁에게 연락을 취하며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 혹시 무슨 문제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며 그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위무혁은 아무튼 절대 안 된다는 일방적인 통보 이후, 그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다.

협회의 입장에서는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강제로 텍스트 슈뢰더를 사용하려고 하면 무신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위무혁이 누구인가.

한국 부동의 랭킹 1위. 최강의 컬렉터를 꼽자면 항상 이름이 빠지지 않은 남자.

이제 와서 현역으로 뛰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예전부터 꾸준히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남자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협회 고위 간부들에게 알려진 그의 레벨은 93.

상급 컬렉터 중 90레벨을 넘는 사람이 없으며, 위무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들의 경우에는 지구상에 그를 포함해 단 3명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지닌 상징성이 너무나도 컸다.

불완전하던 한국 사회를 재건하게 만들어 낸 최고의 영웅.

교과서에 그 이름과 사진이 실렸을 정도로 그는 유명했고, 모든 사람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힘과 이미지를 모두 갖춘 위무혁의 위상은 국가에서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이다.

협회의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유라도 제대로 알려 주고 반대를 하면 모를까, 위무혁은 그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비쳤을 뿐 어떠한 납득도 시켜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멋대로 진행하자니 위무혁의 강경한 말이 걸렸다.

그는 무력행사를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점잖고, 묵묵하다고 알려진 위무혁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최중모가 아는 선에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 남자는 진심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이유라도 알려 줬으면 좋으련만.

그 부분에 대해서 위무혁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무혁의 이런 발언이 바깥으로 흘러 나가고 있다는 것.

어떻게든 협회는 그런 일이 없다고 소문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란 절대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가두어지는 것이 아니다.

틈새가 있으면 그곳을 비집고 흘러나오며, 소문이라는 형태로 퍼지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이다.

이 소문은 알음알음 귀가 밝은 컬렉터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그중에서는 당연히 유현도 있었다.

‘결국, 일을 저질렀군.’

최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얌전히 있어서 수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런 폭탄을 터뜨릴 줄이야.

‘언리쉬드가 강제로 시킨 건가? 하지만 그것도 이상한 일인데.’

유현은 위무혁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 강직한 눈빛과 흔들림 없는 태도,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황금빛 책.

그것만 놓고 보면 위무혁은 아주 훌륭한 컬렉터였다.

그가 보여 준 행동을 보건대 절대로 자신의 욕심을 위해 감정적으로 함부로 일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위무혁이 이렇게까지 나섰다는 것은.

‘이런 남자도 거부할 수 없는 무슨 조건이 있다는 소리겠지.’

유현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순간,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냐는 위무혁의 질문이었다.

위무혁은 사상통합의 날 가족을 잃었다.

그가 컬렉터로서 환상체와 싸운 이유도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과 복수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의 책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위무혁은 아직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있으며 간혹 그때의 악몽을 꾸었을 정도였다.

‘언리쉬드. 또 무슨 짓을 저질렀군.’

유현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위무혁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 남자가 텍스트 슈뢰더의 사용을 반대하고 나섰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힘으로 제압을 해야겠지.’

위무혁은 추정 레벨 93의 최강 컬렉터였지만, 유현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돈키호테 사상세계를 가기 전까지 그였다면 모를까.

최후의 기사라는 칭호를 얻고, 이후 아포리아의 악마 힘을 완전히 깨달은 지금.

유현은 텔러의 몸으로 초월자의 수준을 엿보는 수준까지 강해졌다.

그것을 제네시스 시스템이라는 레벨의 수치로 환산하면 99+

‘이런 수치 놀음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단순히 힘의 출력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된다면 컬렉터들끼리 대련도 의미가 없다.

힘이란 결국 상성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지니고 있는 힘을 얼마나 세세히 다루느냐는 차이도 있으며, 힘을 쌓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얼마나 튼튼하게 다졌는지도 전투에 영향을 미친다.

유현이 판단하건대 위무혁은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고 우직하게 강해진 케이스다.

그가 밟아온 길이야말로 정석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것.

위무혁은 가족을 잃은 가장의 슬픔을 원료로 해서 자신의 삶을 불태운 남자다.

영예와 재능만 가지고 이 자리까지 올라온 다른 상급 컬렉터와는 수준부터 달랐다.

‘그래도, 내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유현은 일행들에게 적당히 휴식을 권장하고는 사옥을 빠져나와 위무혁의 집으로 향했다.

그 남자가 어디에 사는지는 이미 책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물론, 유현이 위무혁의 집에 당당하게 찾아가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 또한 비밀스럽게 움직여야 했기에 정체를 감출 필요가 있었다. 각인이 새겨진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보다, 집이 생각보다 소박하군.’

2층 전원주택.

서울에 이런 집을 구하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위무혁이 한국 컬렉터 랭킹 1위임을 감안하면 소박한 게 맞았다.

‘입구에도 사람들이 쫙 깔려 있고.’

벌써부터 소문을 들었는지 몇몇 시민들이 위무혁의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무신은 분쇄기 사용의 반대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

“해명하라! 해명하라!”

‘시끄럽겠어.’

아직은 소수였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늘어날 건 자명한 일이었다.

적당히 길가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현의 시선에 또 다른 무리가 잡혔다.

‘협회 사람들인가?’

그들은 한참 전에 위무혁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결국 그와 독대하지 못했는지 어깨를 늘어뜨리며 유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아. 팀장님. 이거 어쩌죠?”

“난들 알겠냐? 무신이 아무리 연락을 취해도 만나 주지 않는데.”

“그렇다고 집 앞까지 왔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건 좀 그런데요. 그냥 억지로 들어가는 건?”

“미쳤어? 상대가 누군지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

모습을 감춘 유현을 인식하지 못한 그들은, 스쳐 지나가면서 그런 대화를 나눴다.

‘그 남자는 협회에 경고를 날린 이후로 자신의 집에 칩거하고 있는 중인가?’

바깥에서 사람들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협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문을 두드려도 위무혁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쯤 되면 안쪽에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현은 알고 있다. 그 남자는 지금 멀쩡히 살아 있고 집에 있다는 걸.

‘무단 침입은 별로 내키지 않지만, 상황이 긴박한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겠지.’

유현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능력을 발동했다.

이제 굳이 포인트를 써 가며 각인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출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는 데카르트의 힘이 있었으니까.

스스스스.

유현의 몸이 투명해지더니, 이윽고 현실에서 그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발걸음은, 현실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만질 수도 없고,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유현은 문 앞을 가로막는 시민들을 그대로 관통하고, 굳게 닫힌 정문도 아무런 제지 없이 뚫고 들어갔다.

그렇게 현관의 안쪽에 도착한 유현은 곧바로 데카르트의 힘을 해제했다.

반투명했던 그의 존재감이 이윽고 원래 형태를 되찾았다.

‘이곳이 무신의 집인가?’

중년 남성 혼자 사는 곳 치고는 정리가 잘돼 있고 깔끔했다.

청소를 꾸준히 했는지 선반 같은 곳에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정갈하고 깔끔한 성격이 엿보였다.

‘무신의 방은, 2층.’

유현은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거실을 살폈다. 그리고 그곳에 자그마한 액자에 담긴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젊어 보이던 시절의 무신이 가족과 화목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었다.

미인인 아내와 그런 아내를 똑 닮은 6살짜리 딸아이.

사진 속 무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유현은 말없이 그 사진을 보다가 곧바로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 없이 계단을 올라간 유현은 2층에 도착하고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층계와 가장 가까운 방의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안쪽에는 6살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채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일견 광적으로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방을 보자면 어느 한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미련, 인가.’

고요한 정적과 대조되는 아기자기한 아이의 방. 위무혁은 매일 이 방을 정리하며 이대로 유지해 온 것이다.

유현은 곧바로 다음 방으로 향했다. 그곳이 위무혁의 개인 공간이며 그가 거주하는 서재였다.

안쪽에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유현은 가볍게 문고리를 돌렸다. 침입자라는 존재 자체를 상정하지 않은 것인지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렇게 문을 열고 유현이 본 것은.

“……역시.”

딱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작은 사상세계의 입구였다.

* *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보는 그대로야. 결국, 위무혁은 자기 나름대로 가족을 만날 방법을 찾았다는 거겠지.’

[그게 지금 보고 있는 사상세계인 거고?]

유현은 백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무혁이 언리쉬드와 연관이 있고, 어째서 유현을 찾아왔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남자는 지금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그마한 사상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이 안쪽에 있는 것은 분명.

‘들어가 봐야지.’

유현은 곧바로 사상세계에 발을 들이밀었다.

순식간에 방 안쪽의 풍경이 바뀌었다. 유현은 다시 위무혁의 2층짜리 주택의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방금 보았던 것과 똑같은 광경이었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는 것.

‘음?’

유현이 현관에 나타난 순간, 그를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누군가 해서 봤더니 볼살이 통통한 6살짜리 아이가 이쪽을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저씨 누구예요?”

“응? 나?”

“네.”

당돌하게 물어보는 아이에게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던 유현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너희 아빠 친구.”

“우리 아빠 친구요? 그러기엔 되게 어린데.”

“그러면 오빠라 불러 줄래?”

“아저씨는 아저씨예요. 잘생겼지만.”

당돌한 꼬마로군.

유현은 6살짜리 아이에 어울리지 않는 대답에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예은아. 누구야?”

“어, 아빠. 손님 왔어!”

“손님?”

그때 부엌 너머에서 거구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신 위무혁.

그는 유현을 보는 순간 안색이 삽시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딸 위예은이 있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표정 관리를 했다.

유현도 이 분위기를 헤칠 생각은 없어서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위무혁 씨.”

“……네. 오랜만이네요. 강유현 씨.”

“아빠, 아는 사이야?”

“응. 예은아. 잠시 2층에 엄마랑 같이 있을래? 아빠는 친구분이랑 대화 좀 나눌 테니까.”

“나도 있고 싶은데…….”

“우리 예은이. 착한 딸이지? 아빠 말 잘 들을 거지? 나중에 아빠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 줄게.”

“응. 알았어.”

위예은은 곧바로 앙증맞은 다리를 움직이며 2층으로 다다다다 올라갔다.

딸아이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걸 확인한 위무혁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유현을 돌아봤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아니, 그보다 목적이 뭡니까.”

“잠시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군요.”

유현은 손가락으로 사상세계 출구를 가리켰다.

* * *

사상세계 바깥으로 나온 유현은 거실에서 위무혁과 마주 보며 앉았다.

위무혁은 시종일관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럴 것이 그는 사상세계에 대한 것을 숨기고 있었는데, 유현이 그것을 목격해 버렸으니까.

“분쇄기의 사용에 반대한 것 때문에 찾아오신 겁니까?”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무혁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광화문에서 곧 터질지 모르는 사태를 생각하면, 위무혁 씨가 지금 하는 짓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아시겠군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제 가족과의 해후였을 뿐입니다. 그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입니까?”

위무혁이 분쇄기의 사용을 반대한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의 집에 있는 사상세계 때문이었다.

광화문과 위무혁의 집 거리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즉 분쇄기를 사용할 경우 위무혁의 집 또한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분쇄기의 위력을 생각하면 이런 자그마한 사상세계는 바람 앞 촛불처럼 사라질 것이다.

“겨우 되찾은 가족입니다. 저는, 그들을 다시 잃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가짜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강유현 텔러님이 제게 직접 말씀하셨죠. 그들을 기억하는 한, 진짜로 죽은 건 아니라고. 그 말대로입니다. 제 가족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 사상세계 안쪽에 살아가실 겁니까? 모두에게 숨기고?”

“크기라고 해 봤자 제집밖에 안 되는 작은 세계입니다. 침식의 우려도 없고, 사상세계 폭주의 영향도 없습니다. 그저 누구도 모르게, 가만히……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됩니다.”

“언리쉬드가 당신에게 씨앗을 줬군요.”

이미 거기까지 알고 있었던 건가?

위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위무혁 씨. 그거 아십니까? 광화문에 곧 벌어질 10중 사상세계는, 위무혁 씨에게 씨앗을 넘겨준 그 언리쉬드가 벌이는 짓입니다.”

“…….”

“아마 위치를 그곳으로 한 것도, 분쇄기를 썼을 때 위무혁 씨의 집이 그 범위에 닿는 것도. 전부 다 당신의 입장을 노리고 한 짓이겠죠.”

“그래도…….”

위무혁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견딜 수 없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제 가족을……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한 아내와 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죽은 그 두 사람을, 단지 허울뿐인 존재로 만나기 위해서…… 수만 명이 죽을지도 모를 이번 사태를 방관하려는 겁니까?”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위무혁이 호랑이 같은 노호를 터뜨렸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동자에는 유현을 향한 분노와 더불어 지금 상황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었다.

“인간도 아닌 텔러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아?”

“…….”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그 소중한 것을, 다시 이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됐는데. 겨우 그것을 다시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방해받는 그 기분을 아냐고!”

“…….”

유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고요한 시선으로 위무혁을 바라볼 뿐.

한창 성질을 내던 위무혁은 이성을 되찾았는지 표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어깨가 애처롭게 떨렸다.

“화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제발 부탁입니다.”

위무혁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유현에게 말했다.

“이 일을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저는, 저는 더 이상 아내와 딸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 랭킹 1위. 최강의 남자.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심지의 소유자.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빛을 받으며 드러나는 그 모습은 언제나 선두에 서서 먼저 나아가는 자였다.

하지만, 그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영웅이라 칭송받던 남자는.

그저 가족을 되찾고 싶어 하는 평범한 가장이었을 뿐이었다.

“부탁합니다.”

“…….”

유현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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