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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77화 (27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77화

유현은 로믈락시스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뻐서 뽑았다고요?”

“예? 그야 당연하죠. 그러지 않으면 제가 왜 뽑았겠어요.”

“아니, 잠깐만요.”

유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보통 능력을 보고 뽑았다거나 가능성을 본다거나, 뭐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까?”

“능력이야 뭐 다들 있어 보이시고, 가능성은 제가 뭘 모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뽑을 때 한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을 보고 뽑습니다.”

“그게 외모다?”

“바로 그거죠! 그런데 강유현 텔러님도 제게 그럴 말씀을 하실 처지는 아니지 않나요?”

“아뇨, 그건…….”

유현의 뇌리로 강혜림, 권지아, 서수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쪽은 착실히 재능과 능력, 마음가짐을 보고 뽑았다고 말하려던 유현은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변명을 하는 게 더 꼴사납지 않을까? 이미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을까?

“……저는 그래도 남자 1명은 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반박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아, 그랬군요. 전 그래도 네 번째를 뽑는다면 여자로 할 거지만요!”

자신의 대답을 추호도 망설이지 않는 로믈락시스의 모습에 유현은 세 사람에게 이걸 어쩌면 좋냐는 시선을 보냈다.

방상씨는 말없이 가면의 뚫린 입으로 커피를 마셨고 황세은은 그저 가만히 있었으며, 유성아도 저렇게 말할 줄 알았다며 대답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 반응을 보는 순간, 유현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이 사람들은 이미 로믈락시스 과장이 얼마나 이상한 텔러인지 충분히 겪었구나.’

저 반응은 딱 하나다.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유현은 세 사람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황세은은 투구 속에서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렸고, 유성아는 그런 유현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옆으로 픽 돌렸다.

오직 방상씨만 왜 유현이 자신을 저런 시선으로 보는 걸까 하고 의아해 했다.

‘특이한 사람들과 특이한 텔러가 제대로 만났군.’

다시 생각해 보니 참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항상 감추는 컬렉터 둘에, 다른 하나는 성깔이 기가 막힌 협회의 여걸이라니.

이쪽도 놓고 보면 한 개성 하는 컬렉터들만 모인 셈이었다.

로믈락시스의 영입 능력을 보면 성격은 시원찮아도 능력 하나만큼은 제대로 됐다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같이 대화를 나누면 정신적으로 피곤하겠지만, 컬렉터들을 등쳐 먹거나 위협에 빠지게 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로믈락시스가 말했다.

“서로 미리 알고 있어서 저로서는 다행이네요. 아무튼, 계약자 여러분들은 오늘 제 고집에 따라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만 가 보셔도 돼요.”

“뭐야. 그러면 왜 부른 건데?”

기껏 모였더니 말 몇 마디 나누고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두고 유성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로믈락시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원래 여러분께 강유현 텔러님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이미 아는 사이라고 해서요. 뭐 어쩌겠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와하하하.”

“지금 웃음이 나와?!”

“유성아 씨. 너무 화내지 마시고, 그냥 자리 비워 주죠.”

이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사려 깊은 황세은이 옆자리에 앉은 유성아를 말렸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투구 너머로 유현에게 시선을 보냈다.

아마 이 자리에서 유현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은 그녀일 것이다.

구서윤, 자밀라와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2차 판타즘 쇼크를 겪으며 유현과 최도윤의 꿈을 꿨을 테니까.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묻지 않고 오히려 자리를 비워 주려는 것은 그녀의 배려심에 앞선 행동 때문이었다.

“아니, 언니는 화도 안 나요?”

“응. 난 괜찮아. 그리고 여기서 화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겠다. 어서 나가자.”

“에이 씨.”

황세은은 한 손에는 방상씨를, 다른 한 손에는 유성아를 잡아 밖으로 이끌었다.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말 안 듣는 두 딸을 챙기는 엄마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말하면 화내겠지?’

유현은 고개를 저으며 잡생각을 떨쳐 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로믈락시스가 저 셋을 내보낸 의의에 있었다.

“따로 저희끼리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군요?”

“오. 어떻게 알았어요? 신기하다.”

“그냥 그렇게 보여서요.”

“저야 뭐, 강유현 텔러님이 알아 주면 편해서 좋죠. 말했잖아요? 부장님이 강유현 텔러님을 도우라고 했다고. 그래서예요.”

“절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하실 거죠?”

“음. 솔직히 제가 보기엔 강유현 텔러님이 워낙 완벽하셔서, 뭘 해도 딱히 큰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이긴 하더라고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에이. 겸손도 참. 아무튼, 그래서 저도 고민 많이 해 봤어요. 뭘 어떻게 해야 도움을 잘 줬다고 소문이 날까.”

“소문이 나면 안 되는데요.”

“아, 그렇지? 참. 어쨌든 제가 내린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보를 제공해 주기로요. 이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저도 많이 주워 담은 게 있거든요.”

그 말에 유현이 눈을 빛냈다.

유현은 자세를 가다듬고 로믈락시스가 할 말에 귀를 기울였다.

로믈락시스는 한차례 헛기침을 하고,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유현에게 말해 주려는 순간.

유현이 잠시 멈추라고 손을 뻗었다.

“잠시만요.”

“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딱 중요한 사실 말할 차례인데.”

“저희, 이대로 앉은 채로 계속 대화합니까?”

유현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담았다.

현재 유현과 로믈락시스가 앉은 것은 테이블을 놓고 어깨를 맞댄 위치였다.

기존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세 명이 나가면서 그대로 자리를 바꾸지 않은 채 유지된 건데, 어깨를 맞댄 채로 대화를 나누려니 어색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네? 뭐가요? 자리가 왜요?”

“……됐습니다. 제가 옮기죠.”

이쪽을 보며 멍청하게 되묻는 로믈락시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현은 이 텔러를 설득하는 건 요원한 일임을 깨닫고 본인이 자리를 옮겼다.

“자. 다 옮겼으니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하시죠.”

“네. 제가 최근 여러 가지 알아낸 것들이 있습니다. 강유현 텔러님도 아시죠? 지구에 엑소도스와 희극단패가 끼어든 거요.”

“저도 봐서 알고는 있습니다.”

“두 집단은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가, 저희 천체주식회사에서도 썩 좋은 관계를 맺은 곳은 아니죠. 그런데 최근 엑소도스 녀석들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그렇습니까?”

유현은 그 말에 살짝 김이 샐 수밖에 없었다.

엑소도스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은 본인이 직접 겪어 봐서 이미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었다.

엑소도스 텔러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씨앗을 가져와 테러리스트 집단인 언리쉬드에게 넘겼다.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5중 사상세계 사태도 녀석들의 소행이었다.

“음. 무언가 좀 알고 있는 눈치시네요. 그러면 이건 알아요?”

“뭐죠?”

“본사에서 폐기함에 구금해 놨던 샤마트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탈출했더군요.”

“……!”

샤마트가 탈출했다고? 그것은 유현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군요. 누군가 도와줬다고요?”

“예. 안쪽에 새겨진 흔적을 보건대 어느 정도 싸움이 있었다 하더라고요.”

“싸움? 감찰실 텔러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대체 누가 그들과 싸울 수 있다는 거죠? 본사 내에서 그들이 지닌 권한은 아주 강력해서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할 텐데…….”

유현은 말을 하다말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부자의 소행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펜타그램 부장의…….”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로믈락시스는 그것만큼은 확실히 아니라며 유현의 의심을 쳐 냈다.

유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증거가 명백해서요. 같은 시간에 데미알로스 부장은 자신의 거주 공간에 가만히 있던 것이 드러났거든요. 그 작자도 바보가 아닌 이상 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움직이지는 않았겠죠. 꼬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자르니까요.”

“……그렇다면 다른 내부자의 공범 소행이라는 거군요.”

“네.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감찰실 텔러들을 쓰러뜨린 자가 대체 누구인지는 확정된 게 없습니다.”

감찰실 소속 텔러들은 본사 내부에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처리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같은 천체주식회사 텔러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 같은 가호를 지녔다 해도 우선권은 감찰실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애초에 가호를 지닌 자를, 권한도 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자가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니까요.”

“최소 부장급이 연루되어 있다 이 말이군요.”

“바로 그거예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폐기함을 지키는 텔러는 총 넷이었는데, 그 중 폐기함 안쪽을 2명이, 폐기실 입구를 2명이 지켰더랬죠. 그런데 그중 입구를 지키는 2명은 우타타 부장님의 명령을 받아서 자리를 비웠다고 해요.”

“우타타 부장님?”

“감찰실 부장님이요.”

“아. 그런데 그분이 자리를 비우라 명령을 했다고요?”

“네. 이상하죠? 그러니까 가짜라는 거예요. 샤마트를 탈출시킨 범인이 우타타 부장의 모습을 흉내 내서 입구의 2명을 돌려보냈고, 안쪽의 2명도 보내려다 일이 이상해져서 죽인 거죠.”

“보통 문제가 아니군요.”

“감찰실은 당연히 뒤집혔습니다. 우타타 부장님은 자신을 적대하는 다른 감찰실 부장의 소행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고요.”

“탈출한 샤마트의 흔적은 어떻게 됐습니까?”

“추적은 해 봤지만, 본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소행성 부근에서 흔적이 끊겼다 하네요. 그 이상은 추적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추적이 안 된다?

유현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로믈락시스가 말해 준 것이 전부 사실임을 가정하면, 이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일이었다.

펜타그램의 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하는 존재가 본사 내에 있다는 소리니까.

외부자의 소행보다는 내부자일 확률이 높았다. 일단 감찰실 텔러들 둘을 쓰러뜨린 것만 봐도 답이 나왔다.

‘샤마트의 흔적이 끊겼다는 건, 어쩌면 거기서 입막음으로 살해당했을지도 모르겠군.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최소 부장급의 짓이야.’

어쩌면 정말로 우타타를 견제하기 위한 다른 감찰실 부장이 행동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수상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우타타 부장의 모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걸로 변장했다고 했지. 그리고 입구를 지키던 둘은 그걸 모르고 넘어갔고. 그들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렇다는 건, 의문을 종식시키기 충분한 증거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자신이 가짜가 아니라는 걸 납득시킬 증거가 무엇일까?

‘사원증, 같은 당연한 건 아닐 거야. 그들은 무슨 말을 듣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했지. 아마 그 가짜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잠시 물러나라고 했을 테고 말이야. 그 중요한 일이 뭐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은?’

유현의 머릿속으로 공문서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부장급이라 해도 그 정도 자료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공문서는 중앙실을 통해서만 내려오니까.

‘잠깐. 중앙실?’

유현의 머릿속으로 번갯불이 튀었다.

지금까지 유현은 범인이 다른 칠 실의 부장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체주식회사에는 다른 하나가 있었다.

바로, 임원급 간부들만 모여 있는 중앙실이.

“혹시, 중앙실 쪽은 뭐라고 했습니까?”

“중앙실이요? 일단 그쪽은 감찰실에서 어떻게든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죠.”

“흐음.”

유현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로믈락시스도 무언가 눈치챘다.

“설마, 중앙실에서 이 일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전부는 아닙니다. 어쩌면 그중 일부…… 아니, 일부라 해도 큰일이겠죠. 무려 이사회 간부가 이번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니까요.”

유현은 황급히 뒷말을 덧붙였다.

“물론, 의심의 단계지 확신은 아닙니다.”

“……아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 이사급 존재가 개입되어 있었다면 이상하게 맞지 않은 퍼즐이 다 짜 맞춰질 테니까요.”

진지하게 중얼거리는 로믈락시스를 보며, 유현은 이 텔러도 진지할 땐 진지하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한창 진지해지던 로믈락시스는 이내 원래의 말투로 돌아왔다.

“뭐, 어쨌든 이건 저희가 해결할 일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이번 엑소도스 쪽에서 펜타그램 쪽과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있는 것뿐이에요.”

“……그렇습니까.”

“아, 그리고 희극단패 이야기는 들었나요?”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엑소도스는 유현도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희극단패는 유현의 관심에 벗어난 주제였다.

“그 희극단패가 뭘 하고 있답니까?”

“재미를 위해서라면 부모도 팔아먹을 수 있는 그 탈쟁이들이 이번에 재밌는 짓을 저질렀더라고요. 워커라고 했던가요?”

“기존 컬렉터에서 탈피한 진보적인 각성자들을 지칭하는 집단이죠.”

“네. 맞아요. 그리고 희극단패에서 그런 워커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죠. 강유현 텔러님도 아시겠지만, 최근 나라가 많이 시끄럽잖아요?”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텍스트 슈뢰더를 놓고 컬렉터가 희생해야 하니 말아야 하니 하는 부분은 여전히 갑론을박이 끝나지 않는 뜨거운 이슈였다.

“원래라면 워커들 쪽에서 자진해서 지원자를 뽑고 나서려고 했었는데, 희극단패에서 막았다고 하더라고요.”

“희극단패에서?”

“네. 그러면 재미가 없다나? 그런데 저는 다르게 보거든요. 아무래도 희극단패 녀석들도 뭔가 일을 꾸미는 것이 분명해요. 보통 그렇게까지 자기 계약자들을 억지로 옭아매는 놈들이 아니거든요. 물론 그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들의 재미가 깔려 있겠지만요.”

“그쪽도 썩 좋은 곳은 아니군요.”

“다들 그렇죠, 뭐.”

로믈락시스는 낄낄거리며 유현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는 천체주식회사까지 아우르는 모종의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유현은 희극단패가 무슨 짓을 벌인 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생에서는 마주칠 일도 없던 곳이지만,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상이 불러올 위험은 엑소도스나 희극단패나 서로 같으면 같았지 어느 한쪽이 우열을 가리진 않을 테니까.

때마침 카페 바깥으로 확성기로 뭐라 소리 지르는 인파가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컬렉터들을 규탄하는 시위대였다.

“어휴. 저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시끄러운지 이해 못 하겠어요.”

로믈락시스는 고개를 저으며 지금 벌어지는 시위 사태에 한탄했다.

“다들 불안하니까 그런 겁니다. 한국에서도 언제 옆 나라와 같은 사태가 터질 줄 모르니까요.”

“5중 사상세계? 어차피 그런 큼지막한 일이 타이밍 좋게 터질 일이 없잖아요.”

“그건 모르죠.”

유현은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카페 바깥의 풍경에 시선을 던졌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마구잡이로 발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이미 운명의 흐름 중심에 올라탄 유현은 그 무엇보다도 사건을 부르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본인도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로믈락시스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서울 어딘가에서 갑자기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요.”

“에이. 설마요.”

그때였다.

삐이이이잉!

주머니에 넣어놓은 유현의 핸드폰에 재난 안전 문자가 날아온 것은.

귀를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는 유현에서만 그치지 않고, 카페 내부에 있는 모든 손님의 핸드폰에서 동시에 울렸다.

로믈락시스는 처음 겪는 일에 궁금하다는 눈치였다.

“이게 무슨 소리죠?”

“사건이 터졌다는 소립니다.”

유현은 휴대폰으로 날아온 재난 문자를 확인하며 답했다.

“타이밍 좋게 터진 큼지막한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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