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75화
생각했던 것 보다 초식을 펼치는 것이 너무나도 수월해서 유현은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구결을 전해 들었을 때보다도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주인.]
그때 유현의 머릿속으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둔탁하고 무뚝뚝하며 단답 형태의 말투.
다윈의 악마였다.
‘다윈인가…… 아, 그래. 뭔지 알겠군.’
유현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곧바로 이해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현은 바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왜 이렇게 됐는지 깨닫기는 했지만, 이 가설에 확신이 필요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실험을 해 볼까 하던 유현은, 문득 새로운 가설을 하나 더 떠올렸다.
‘잠깐. 굳이 밖에 나갈 필요도 없는 게 아닌가?’
만약 그가 생각한 것이 사실이라면, 유현 자신뿐만이 아니라 최근 지나치게 강해져서 수련에 차질을 빚는 컬렉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컸다.
유현은 곧바로 얼굴에 가면을 썼다.
이제는 완전한 이름을 얻은 아포리아의 가면을.
4개의 붉은 안광이 가면 위에 떠올랐다. 유현은 그중 3번째 눈인 데카르트의 힘을 발동했다.
‘모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힘.’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지금 유현이 서 있는 곳은 훈련장을 수백 배 넓히듯 펼쳐진 광활한 평지.
그것을 확인한 유현은 자리에서 가볍게 뛰어 보거나 발을 쿵쿵 굴렀다.
환상인 걸 알면서도 감촉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악마가 지닌 힘.’
데카르트의 힘으로 만들어진 [유랑세계(Wonderland)]
어떻게 보면 가장 무서운 힘이 아닐 수 없었다.
라플라스와 맥스웰, 다윈의 경우에는 본인의 힘이 강해지는 것에 국한되지만 데카르트는 그 반대였다.
상대방에게 환각을 보여 주는 이 힘은 너무나도 정교하고 거대했다.
유현 본인이야 환상인 걸 알면서 스스로 들어왔지만,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곳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온 모든 세월이 사실 거짓이었다면? 누군가가 심어 준 환상이었다면?’
통속의 뇌라는 말이 있다.
사실 진짜 자신은 통속의 뇌이며, 지금까지 살아 온 기억과 경험은 어떤 미친 과학자가 전기 자극을 통해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닌가 하는 가설.
물론, 실제로 통속의 뇌라면 ‘내가 통속의 뇌가 아닐까?’ 하는 가설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기에 이런 가설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되지만, 데카르트의 힘이라면 과연 어떨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
유현은 여기서 자신의 힘을 실험해 볼 생각이었다.
조금 전 펼쳤던 칠마흑천신공의 변초식인 화점천.
아주 작게, 약식으로나마 펼친 그것을 성공했던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했다.
‘어차피 이곳은 환상으로 만들어진 세계. 내 전력을 다해도 근처에 영향을 끼칠 일은 없다.’
컬렉터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조차 유현의 힘을 제대로 견뎌 낼 수 없다.
마땅히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려는 것조차 시간의 낭비고,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유랑세계는 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었다.
유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전신에 칠흑 같은 내공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심장이 맥동하며 그 빈자리를 곧바로 채워 줬다.
넓은 공간에 비해서 한없이 점에 가까운 유현의 기운은, 어느덧 주위 전역을 휩쓸어 버릴 거대한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몸은 차분하게 가라앉았지만, 유현의 머리는 팽팽 돌아갔다.
그의 눈은 지금 다른 걸 보고 있었다.
서수민이 출라판타카의 싸움에서 보여 줬던 그 힘. 그 거대한 격류의 흐름과 그 흐름이 이윽고 하나의 점으로 뭉쳐졌을 때 내기의 운용까지.
콰르르르!
유현을 중심으로 묵빛 강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소용돌이는 정확히 9개였다.
그 9개의 검은 와류가 유현의 오른손에 그대로 모였다.
-잘 들어라. 본래 나의 이 힘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서수민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 주먹을 쭉 뻗었다.
-이 힘은 본디 강인한 육체 하나만으로 펼치는 기술. 무기란 그저 정확도를 올리기 위한 용도에 지나지 않지. 물론, 무기가 있으면 나쁠 건 없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이지.
그러니 그 본질은 결국, 맨몸으로 펼치는 강기공이 가까운 것이었다.
-진정으로 이 힘을 다루고자 한다면, 언젠가는 맨몸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거다.
그것을 실천하듯, 유현은 오른손에 모인 9개의 와류를 내질렀다.
-그게, 칠마흑천신공이다.
콰르르릉!
천둥과 번개가 치는 것 같은 격렬한 소음과 함께 주변 공기가 거세게 흔들렸다.
가득 차다 못해 넘치는 힘이 주위에 강한 압력을 유성처럼 뿌렸다. 유현이 딛고 서 있는 지면이 거칠게 요동치며 금이 갔다.
소용돌이치는 9개의 와류는 이윽고 서로 새끼줄처럼 회전하듯 꼬이며 하나로 합쳐졌다.
엮이고 섞이며 가늘게 압축된다.
9개의 소용돌이가 지닌 힘을 그대로 유지하되 그것을 더욱 극대화시킨 단 하나의 찌르기.
그것을 내지른다.
별의 존재를 꿰뚫은 일격을.
‘모든 힘을 다해.’
눈앞에 그리는 것은 그때 보았던 출라판타카.
찬란한 빛을 뿌리며 연꽃의 위에서 게송을 읊던 그 우둔했던 남자를 환상으로 그린다.
환상의 출라판타카가 마지막 게송을 읊었다.
그리고, 유현의 화점천이 그 빛과 충돌했다.
─────!!!
세상을 뒤흔드는 강렬한 섬광과 일순 그 섬광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검은 선.
그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남은 것은 여전히 멀쩡한 출라판타카의 모습과.
빛을 꿰뚫지 못해 흩어지는 화점천의 힘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출라판타카의 환상이 무너지듯 사라졌다.
부서진 세계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이 유랑세계는 자동으로 수복되는 기능까지 지니고 있었다.
“쯧.”
유현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어떻게든 최대한 따라 한다고 있는 힘껏 사용했는데, 진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다.
막상 기대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지만, 만약 서수민이 이 광경을 봤다면 놀라 나자빠졌을 것이다.
유현은 지금 제대로 된 가르침 없이 구결만 들었을 뿐인데도 서수민이 펼쳤던 화점천을 거의 완벽하게 펼친 것이다.
그것에 가장 큰 밑바탕이 된 ‘눈으로 본 경험’이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였다.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똑같이 기술을 펼치다니.
유현이 그걸 가능케 한 것은 한 번 본 것은 최대한 잊지 않는 엄청난 인지 능력과.
‘생각하는 것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게 움직이는 육신.’
유현은 잠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몸에 딱 맞는 정장의 안쪽에는 서수민이 과거에 말했던 궁극의 육체가 가려져 있었다.
‘대체, 왜 궁극의 육체라 했는지 궁금했는데. 이것 때문이었군.’
궁극의 육체란 단순히 강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강건하고 신체에 노폐물이 아무것도 없으며, 어떠한 기운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번 본 것, 혹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들.
그것을 구현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육체가 따라 움직여 준다.
흔히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알아도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아는 것과 직접 행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고, 몸으로 무언가를 익히려면 수십 번 수백 번이 넘는 반복 학습을 통해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현은 달랐다.
그는 눈으로 본 것이라면, 그리고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이 몸으로 펼쳐 보일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육체.
다윈의 악마가 지닌 힘이었다.
‘미친 듯한 생명력과 말도 안 되는 강인한 육체를 넘어서,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모든 무림인이 보면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는 재능이로군.’
하늘이 내린 육체의 수준이 아니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도 지금의 유현에겐 범접할 수 없었다.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이것은.
말 그대로 악마의 재능이었다.
“라플라스. 맥스웰. 데카르트. 다윈. 모두 나와라.”
유현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활자들이 벌레처럼 뭉치더니 네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연장자인 라플라스가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주인이시여. 어떠한 명령이든 내려 주소서.]
“명령까지는 아니고.”
유현은 네 악마를 보며 씨익 웃었다.
“일단, 너희들의 힘을 테스트 해 봐야겠다.”
* * *
모든 수련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 유현은, 전신을 내달리는 탈력감에 순간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이런. 아무래도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 건가?’
무엇보다 더 신기한 것은 유랑세계에서 수련을 했음에도 바깥으로 나왔을 때 안쪽의 영향이 현실에 미쳤다는 점이었다.
‘데카르트의 힘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이거지.’
환상 속에서 직접 행동하고 겪은 것 또한 결국엔 ‘진짜’였다. 그곳에서 힘을 소모하면 결국 현실에서도 힘을 소모한 것과 같았다.
유랑세계에서 상처를 입는 것도 마찬가지. 현실의 육체도 완전히 똑같은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처의 고통과 타격은 진짜였다.
‘위험한 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이 좋은 것도 사실이야.’
무엇보다 유랑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6시간이 넘었는데, 현실로 돌아왔을 때 지난 시간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조차 유랑세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흐름의 비율이 지금이야 그렇게 크지 않겠지만, 이 힘을 더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현실에서 순간이지만, 환상 속에서는 영원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겠지.’
물론 그 정도가 되려면 유현의 격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하지만, 마냥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일단 이걸로 백화 매니지먼트 컬렉터들의 훈련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졌다.
남은 건 앞으로 자신의 동료들이 나아갈 때 돌부리 같은 데 걸리지 않게끔 길을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황혼의 장막도 한울도 거의 다 정리했다. 종교 단체도 최근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지만, 귀찮게 할 정도는 아니야. 남은 건 언리쉬드 정도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진청운이었다.
녀석은 자신과 같은 황금빛 파편을 지닌 자.
라플라스의 힘으로도 놈의 미래를 엿볼 수 없는 데다가, 녀석 또한 라플라스의 힘과 비슷한 ‘예언’이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에는 무슨 활동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어.’
일본에서 벌어진 5중 사상세계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남자가 한국에 나타났을 때부터 유현은 언젠가 이 한국에 5중 사상세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무언가가 터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때를 위해서라도 유현은 충분히 준비를 갖춰야만 했다.
* * *
다음날 유일 아침.
날이 밝기 무섭게 유현은 4명의 컬렉터에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모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또 어디 사상세계를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대로 된 준비를 갖췄다.
모두 무기를 쥐고, 복장을 점검했다.
그렇게 전부 모인 걸 확인한 유현이 소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말이었다.
“제가 여러분들을 이렇게 모은 것은, 좋은 곳 하나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유랑세계에서 수련을 하시게 될 겁니다.”
“유랑세계?”
“그게 뭐지?”
“사상세계 이름인가요? 형?”
모두가 그런 의문을 표했지만, 유현은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가면을 썼을 뿐이었다. 4개의 붉은 눈이 박힌 악마 형상의 가면을.
“전부 저항하지 마시고 제 눈을 쭉 바라보세요.”
일행들은 모두 시키는 대로 했다. 유현이 그들에게 무슨 나쁜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다들 몸에 힘을 풀고 가면을 쓴 유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순간, 머리가 한 차례 어지러워졌고.
정신을 차린 순간, 자신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어어? 여기는?”
“뭐지? 여긴 어디예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세계.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황량하기까지 한 단조로운 세계의 등장에 모두가 당황했다.
“진정하세요. 이곳은 제가 만들어 낸 유랑세계입니다.”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이곳이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늦게 흐르며, 주위에 여파를 고려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훈련은 현실에서도 영향을 주는 것까지도.
일행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유현이 하나씩 차근차근 말해 주니 전부 다 믿는 눈치였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 한번 경험을 해 보고 나면 알게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환상세계라면 저희가 생각하는 것도 막 만들어 낼 수는 있는 건가요?”
“물론 그렇죠. 정확히는 제 힘으로 만드는 거지만요.”
“혹시, 산더미만 한 케이크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요?”
강혜림은 호기심 차에 그렇게 물었다. 최근 그녀는 유현이 내준 숙제인 책 읽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라 당 보충에 신경 쓰고 있었다.
돈도 많이 벌었겠다, 강혜림은 지금까지 먹고 싶었던 달콤한 디저트들을 매일같이 잔뜩 사 와서 전부 먹었다.
유현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강혜림의 바로 옆, 높이만 20m가 넘는 거대한 생크림 케이크가 나타났다.
강혜림은 손끝으로 그것을 찍어 먹어 보고는, 맛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에 놀라워했다.
“세상에. 진짜 맛이 느껴져.”
“보시다시피, 이곳에서는 모든 오감도 다 느껴집니다. 현실의 여러분들이 지닌 힘도 고스란히 쓸 수 있죠. 그리고 이 세상은 아주 튼튼해서, 지면이 부서져도 다시 복구되며 어지간하면 파괴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보다 더 수련하는 데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모두의 눈빛에 그제야 강렬한 빛이 돌았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딱 하나.
유영민이었다.
“어, 수련이라 하시면 저는…….”
유영민이 강해지는 법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포인트를 얻고 그것으로 스킬을 만들어, 그 스킬로 강해지는 것.
요령만 가득 찬 유영민에게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겐 수련이라는 과정은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었다.
사상세계에 가서 환상체들을 사냥하거나 클리어 보상을 챙기는 게 강해지는 방법의 가장 최선이었으니까.
“그건 괜찮다.”
옆에서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영민은 전신의 털이 삐죽 솟아올랐다.
서수민.
백발을 지닌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으니까.
“내가 하나씩, 다 알려 주면 되니까.”
서수민은 특히 유랑세계에 와서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요즘 강해진 힘을 스스로 제약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유현 덕분에 날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으니까.
그리고, 그런 서수민의 기쁨은 유영민에게 거대한 절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처, 천마님?”
“자. 그럼, 다들 수고하세요. 저는 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어어? 형? 가시는 거예요?”
“잠시 볼 일이 있어서.”
“자, 잠깐만요! 형! 형!”
유영민이 애타게 불렀지만, 유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유랑세계에서 나가 버렸다.
유영민은 사색이 되었다.
“히, 히익!”
“자. 어서 든든한 수련을 시작하자꾸나.”
“살려 줘어어!”
모처럼 사상세계에 함께 갈 생각에 멋진 코트까지 차려입은 유영민은 서수민에게 뒷덜미를 잡혀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