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아는 주인공들-269화 (269/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69화

최도윤을 지나쳐 홀로 걸어가던 유현은 이윽고 한계가 왔는지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졌다. 그는 몇 걸음 못 가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유현 씨!”

“유현!”

뒤에서 황급히 일행들이 유현을 부축해 줬다.

뒷모습만 봐서 몰랐는데, 유현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뭐, 뭐지? 대체 왜…….”

“너, 설마 열매의 힘을 억누르고 있던 건가?”

권지아의 날카로운 말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현은 성령의 힘이 담긴 열매의 힘을 취하고, 자신의 악몽을 완전히 극복했지만. 사상세계를 클리어 하지 않았다.

유현이 그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왜?”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일부러 이 세계가 끝나길 원하지 않고 있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탈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에게는 아직 보여 줘야 할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여러분께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보여 주고 싶은 이야기라면 설마,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말인가?”

“네.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유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의 풍경이 먹물처럼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일어났다.

꾸물거리는 검은 먹물은 이윽고 새로운 모습으로 화했다.

비슷한 경험은 서수민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악몽을 형상화했던 사상세계에서 세계가 그녀에 맞춰 변화하던 그때와 똑같았다.

이윽고 네 사람이 보게 된 건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오열하는 과거의 유현이었다.

“이건…….”

“제 진짜 과거입니다. 조금 전의 저는, 저라는 존재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서하를 죽이지 않았지만…….”

진짜 유현은 이미 과거에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였다.

그 말에 모두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들이 방금 본 것은, 결국 기억으로 만들어진 사상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의 유현은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했다.

그런 침묵 속에서.

오직 유현만이 자신의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열매의 힘은, 저 같은 인간조차도 별의 자리로 올릴 수 있게 만들 정도로 거대했습니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유현의 몸으로 새하얀 활자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윽고 그의 몸을 둘러싸며 동그랗게 감쌌다.

인간이 격을 초월해 성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다.”

권지아는 지금의 유현과 과거의 유현을 비교하며 모순점을 느꼈다.

유현은 결국, 종말에서 죽었다. 그는 자신이 인간으로서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저 광경은, 유현이 성령으로 되는 과정이지 않은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모두가 유현에게 물었다.

유현이 답했다.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차분하게.

“이야기에는 몰입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빠져드는 어떤 한 지점이. 모든 것이 빛과 색을 잃고 흐릿해지는 지점이요.”

유현은 과거에 자신이 보고 겪었던 것을 떠올렸다.

인간이 자신의 격을 초월하게 됐을 때, 모든 인지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됐을 때.

“육신은 거기서 흔적을 잃고 사라집니다. 오직 이야기만이 제 주위에 남죠. 거기서 더 나아가면 모든 이야기가 시공 너머로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됩니다.”

그리고, 보게 되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세계.

어떤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그것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종이였다.

평범한 인간은 평생에 단 한 번도 맞이하지 못할 그 순간.

“저는 그곳을 이야기의 지평선이라고 부릅니다.”

“이야기의…… 지평선.”

“우리가 그곳에 도달했을 때, 바로 거기서 목소리가 질문을 하나 던질 겁니다.”

[너는 누구인가]

모든 것을 놓고, 오로지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적인 질문.

그것이야말로 혼성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거기서 스스로 성령이라 말하면, 저는 별의 자리로 올라갈 기회를 손에 넣었겠죠.”

유현은 새하얀 구체안에 잠긴 자신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본래라면 하늘 높이 솟구쳐야 할 그것은 흔들리고 있었다. 순백의 표면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모두가 망연하게 그 광경을 바라봤다.

“거기서, 제가 뭐라고 답했을 것 같습니까?”

“설마…….”

“인간”

그리고, 유현을 둘러싼 새하얀 글자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대체, 대체 왜? 기회를 얻었으면서, 어째서 그걸…….”

권지아는 유현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끔찍한 세상에 대체 무엇이 남아 있어서 이 남자는 현실을 선택했단 말인가?

어째서 고통받는 인간으로 남았는가.

“그건 제가 인간이었기 때문이죠.”

사람은 약하다. 그들은 아무런 힘도 없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는 이기적으로 돌변하기까지 한다.

어떤 성향에도 소속되지 않는 혼돈 그 자체.

인간이란 그런 존재였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인간.”

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인간임을 버리고 성령이 되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힘이 있다.

마음이 꺾이지 않는 한 그들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거죠?”

“아무것도.”

그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할 생각은 이제 버렸다.

“하지만 약하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약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물색해야 하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에 제한을 두면 안 됩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게, 그쪽이 걸어온 길인가?”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갈 길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저 또한 그랬죠.”

산산이 부서진 알 속에서 유현은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성령이 되는 것을 포기하자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머저리라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유현의 두 눈동자는 이전에 없는 총기로 빛났다.

그의 두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걸어갑니다.”

힘과 권위, 그리고 기회마저 포기한 사람에게 남은 것은 대체 무엇이 있는가.

초월적인 힘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고, 신이라 불리는 자들에게 관심조차 소실된 이 남자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하지만, 분명히 있다.

이 남자에게는 아직 삶의 의미가 있다.

이 남자는 아직 꺾이지 않은 희망이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

권지아와 강혜림, 서수민은 붉어진 눈시울로 과거의 유현을 바라봤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 초라한 남자가 두 다리로 우뚝 서는 모습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진 조연일지라도.

관객의 숫자가 넷밖에 되지 않는 자그마한 무대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분명 사라지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졌다.

“이제 다음 시련입니다.”

유현의 말과 함께 풍경이 다시 바뀌었다.

성령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을 선택한 유현은 다시 파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구서윤이 평소처럼 어딜 쏘다니고 왔냐고 빈정댔지만, 유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도윤도 그런 유현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그들은 다음 시련을 준비했다.

98번째 시련이 끝나고 99번째 시련이 시작됐을 때.

유현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러 바깥을 돌아다녔다.

99번째 시련은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시련보다도 어렵고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매 시련이 시작될 때마다 단서는 곳곳에 뿌려지니, 그것을 분석하고 알아내면 그래도 최소한의 준비는 할 수 있으리라.

“저는 그렇게 돌아다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과거의 유현은 한 소년과 마주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채 10살도 되지 않을 소년이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말랐고, 씻지 못해 꼬질꼬질한 행색이었다.

아이는 유현이 혼자 다니는 것을 보고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제대로 먹지도 못한 아이가 유현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유현이 가볍게 피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유현은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갔다.

“배고프냐?”

“…….”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이는 유현을 노려보기만 했다.

유현은 아이에게 통조림을 내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현이 말했다.

“종말 속에서 태어난 아이였습니다. 10년이나 되는 이 끔찍한 세계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세계에서도 저 아이는 태어난 거죠.”

“아이의 부모님은…….”

“애석하게도.”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것에 슬퍼하기엔 저 아이가 갖는 의미가 정말로 컸다.

종말 속에서 사람들은 계속 죽어 나갔다.

그들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고,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고 의심했다.

그런데도 이 세상에서 새 생명은 태어났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그들의 아이가 태어났다.

“필시, 돌아가신 부모님이 정말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던 거겠죠. 그 끔찍한 시련 속에서 말이죠. 그렇기에 저 아이는 살아남은 겁니다. 이 끔찍한 절망의 속에서도, 희망의 새싹이 피어나듯.”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유현은 자신에게 덤볐던 꼬마 아이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둘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꼬마야.”

“꼬마가 아니라 저한테는 준수라는 이름이 있어요. 서준수.”

“그래 준수야. 너한테는 뭘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냐?”

“저요? 몰라요. 솔직히 부모님을 다시 보고 싶긴 한데…… 그럴 수 없겠죠.”

“다른 건?”

“다른 거라면, 한번 이 시련의 끝까지 살아남아 보고 싶어요.”

“왜?”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이 모든 시련이 끝나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원에 갈 수 있대요.”

“낙원……인가.”

“형은요? 형도 그렇게 생각해요?”

유현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과연 이 시련의 끝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는 모른다.

당장 이 작고 여린 아이가 이번 99번째 시련을 견딜 수 있을지조차 몰랐다.

“그래.”

그래도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그렇죠? 저도 그래요. 엄마랑 아빠가 말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 세상은요, 정말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데요. 굳이 간다면 저는 거기로 가고 싶어요.”

그 희망에 찬 목소리는 분명, 유현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새 친구들을 사귀어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살던 고향이라는 곳으로 가 보고 싶어요.”

“그래. 분명, 갈 수 있을 거야.”

유현은 준수라는 소년과의 만남 이후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를 나눴다.

일부는 유현을 경계하고 그를 적대했고, 또 일부는 유현과 어느 정도 말을 섞었다.

누구는 유현을 의심했고, 또 누구는 유현을 등쳐 먹으려고 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유현은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갖춰졌을 때.

99번째 시련이 시작됐다.

쿠와아아아아!!

폐허의 중심에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몰아쳤고, 그 안쪽에서부터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자들이 하나씩 나왔다.

묵시록의 4기사.

흰 말의 기수, 정복의 백기사.

붉은 말의 기수, 전쟁의 적기사.

검은 말의 기수, 기근의 흑기사.

최도윤과 생존자들은 그들과 맞서 싸웠고, 거대한 피해를 입으며 겨우 쓰러뜨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한 적은, 이때까지 싸웠던 어떠한 적보다 더욱 강했다.

묵시록의 마지막 기사.

창백한 말의 기수, 죽음의 청기사.

죽음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 존재야말로, 이 세계의 멸망을 상징하는 종말의 청지기였다.

검은 안개를 흩뿌리며 낫도 창도 아닌 기묘한 무기를 두른 채, 말을 타고 천천히 등장하는 녀석은 그 어떤 시련에서도 볼 수 없는 괴물 같은 존재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주위의 공간이 부패하고 검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놈은 내가 잡는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측에서는 그런 괴물 같은 자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인간이 있었다.

최도윤이 검을 쥐고 종말의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전군, 도윤님을 지원해라!”

구서윤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뒤로 나열된 거대한 붉은 탱크의 포신이 불을 뿜었다.

하늘을 가르며 무수히 떨어져 내리는 수만 개가 넘는 탄막.

종말의 기사는 그것을 보며 가볍게 창을 좌에서 우로 그었다.

퍼버버벙.

순식간에 포탄들이 전부 허공에서 폭발한 것도 모자라, 먼 곳에 포진한 탱크의 밑에 무수한 검은 가시가 솟아오르며 탱크를 그대로 꿰뚫었다.

“도망쳐!”

“아악! 살려 줘!”

생존자들도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격을 넘어선 자들의 싸움은 그 여파만으로 자연재해를 방불케 했다.

최도윤의 검과 종말의 기사의 창이 충돌하며 땅이 갈라지고, 지형이 변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는 검은 번개가 무수히 떨어져 내렸다.

거기에 휘말린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도망쳐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여파는 코앞에 터진 것처럼 들이닥쳤다.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유현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도왔다.

“다들 침착하게 물러나! 여기서 휩쓸리면 전부 끝이야! 살아남으면, 이 지긋지긋한 시련도 끝이다!”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고,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싸움터에서 먼 곳으로 안내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텔러들은 그 광경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저런, 도망치면 안 되죠. 이번 시련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도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장벽이 생기며 도망치려던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또다. 또 놈들은 이쪽을 절망에 빠트리려 하고 있었다.

‘이 싸움이 끝나려면 최소 며칠은 더 걸릴 거야.’

최도윤이 어떻게든 밀어붙이고 있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조금씩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이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는 싸움의 여파가 며칠 동안 지속되면, 생존자들은 거의 남지 않으리라.

“제길! 누가 제발 살려 줘!”

“우릴 나가게 해 줘!”

유현은 출입을 막는 장벽에 쏠린 인파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소년을 발견했다.

종말에서 태어났다는 아이, 서준수였다.

그 아이도 멀리서 벌어지는 천재지변에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살고자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

‘나는…….’

유현은 살려 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멀리서 싸우고 있는 최도윤의 모습을 번갈아 살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웃으며 약속하자는 서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까득.

유현은 손에 쥔 검을 강하게 쥐었다.

“어?”

서준수는 도망치는 것이 늦어 피난민들의 사이에 섞여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유현이 형?”

아니, 착각이었을까? 분명 방금 봤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은 다시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서준수는 자기도 모르게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눈 앞을 가리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에 저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누군가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