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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63화 (263/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63화

“열매 취하기는 이름 그대로의 시련입니다. 종말의 시련이 벌어지는 광범위한 스테이지 내부에 무작위로 생기는 열매는 찾아서 먹으면 되는 거죠.”

“그 열매라는 건 대체 뭔가요?”

“별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유현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향했다.

금이 잔뜩 간 지하 주차장의 천장 너머,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는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듯이.

“행성의 미래를 죽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쥐어 짜내면서 생존자들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본인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존재로서의 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종말 속에서 초월자에 버금가는 자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별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존한 사람 중에서도 초월자는 극히 소수일 뿐. 여전히 대부분 사람은 그 편린조차 쥐지 못했다.

“그래서 종말의 주최 측은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부족한 힘을 곧바로 채워 주고, 모자란 격을 곧바로 올려 주는 이벤트를 연 거죠.”

그것이 바로, 지금 벌어지는 98번째 시련인 열매 취하기였다.

“이 세상 곳곳에 막대한 힘이 담긴 열매들이 생겨났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획득한 사람들은 열매의 힘을 얻어 곧바로 인간으로서의 탈을 벗어 던지고, 별의 존재가 될 수 있죠. 얼마나 매력적인 일일까요.”

남의 것을 빼앗고 생존에만 급급한 이 세상에서, 얻기만 하면 성령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열매가 생겼다.

생존자들의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제안이리라.

일행들은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대략적인 것은 이해했지만, 아직 궁금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고작 열매를 먹는다고 인간이 성령으로 오를 수 있는 거지?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지아 씨는 성령이라는 자들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분명,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성령이라고 해서 모두가 위대한 것은 아니다.

성령들이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나뉜 것은 그런 성령들 사이에서도 급이 나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모르시는 분들이 있겠군요. 성령들이 어째서 세대가 나뉘는지 아십니까?”

“그건, 살아 온 세월 때문이 아닌가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실제로 세월이 어느 정도 지표가 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세대를 나눈 것은 정확히 태어난 방식 때문입니다.”

“태어난, 방식?”

“네. 1세대 성령들, 대성군에 소속된 그 자들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대단히 오래 살았고, 또 그 기원도 알 수 없죠. 태생부터 거대한 힘을 지닌 강자들. 신화의 기원이 된 자들. 세계는 그들을 1세대라 부릅니다. 그다음에 생긴 것은 1세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힘과 역사를 지닌 2세대죠.”

2세대의 경우에는 태어난 방식은 1세대와 비슷하지만, 그 힘과 격이 1세대에 비해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에 아래 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2세대 성령조차 신이라 부를 정도로 대단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2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약한 것은 아니다.

2세대지만, 1세대에 버금가는 일부 성령들도 있었다.

“중요한 건 바로 그 이후의 3세대 성령입니다. 3세대는 1세대, 2세대와 다르게 만들어진 세대거든요.”

“만들어진 세대라는 건, 대체 어떤 방식으로죠?”

“바로 1세대, 2세대 성령들에게 힘을 받아서 존재의 격이 올라간 경우입니다. 혹은 1세대 성령들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식일 경우에도 3세대 성령으로 치죠.”

신화 속에서 반신, 혹은 데미갓이라 불리는 자들.

혼성계에서 그들은 3세대 성령이라 불렀다.

1세대 성령의 피를 이은 자의 경우에는, 다른 3세대에 비해 월등히 강해서 2.5세대라 불리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3세대에 속했다.

“이렇게 열매를 얻어서 강해진 자들은 3세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3세대 성령들은 그렇게 많이 생길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3세대 성령을 많이 만들어 내서 전력을 올리려고 한 일부 대성군 때문에 제네시스 시스템 자체가 통제와 관할을 하게 됐으니까요.”

“거기가 대체 어디지?”

“올림포스요.”

“아.”

가장 대표적인 예시를 들면, 3세대로 평가받지만, 그 힘은 1세대에 버금가는 헤라클레스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기에 모두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올림포스 소속 1세대 성령들의 방탕한 짓이 불러온 여러 가지 사례를 생각하면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 용할 정도였다.

“아무튼 이렇게 3세대 성령들의 생성 제한이 걸리게 되고, 3세대의 이미지도 더불어 상당히 나빠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열매를 통해 별의 자리에 올라갈 경우에, 대접받지 못하는 3세대가 되는 건가?”

“그렇죠. 지금 사람들은 그래도 이런 끔찍한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는 성령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겠지만…….”

성령이 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성령들도 저마다의 파벌이 있고 조직이 갈린다. 거기에 소속되도 문제고, 소속되지 않을 경우에도 그렇다.

목숨의 위험은 없겠지만, 어쩌면 더 끔찍한 노예 같은 삶을 살 가능성이 컸다.

“물론, 지금 사람들은 그걸 모르죠. 알려 줘도 알려고 하지 않고, 믿지도 않을 테고. 사실 이때의 저 또한 그런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었거든요.”

“과거의…… 유현 씨 말이죠?”

강혜림의 물음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도윤에게 빌붙어서 여기까지 살아남은 유현이었지만, 그라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벗어날 기회를 재고 있었다.

그러지 못했던 것은 아직도 그가 홀로 살아남기에 터무니없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자립할 힘. 그에겐 그것이 부족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서수민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성령이 3세대까지 있다고 말했는데, 혹시 그다음은 없는 건가? 가령, 자신의 힘만으로 격의 상승을 꾸린 자들의 경우에 말이지.”

“있습니다. 수민 씨도 전생에서 느꼈을 겁니다. 무림에서는 우화등선이라고 했었죠? 인간으로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격이 한 차례 상승해서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랬지.”

“세상은 그걸 어나더라고 부릅니다.”

“어나더…….”

강혜림이 물었다.

“왜 4세대가 아니죠?”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3세대 성령들의 경우가, 일부러 어나더를 자신보다 아래에 두게끔 하기 위해 4세대라고 부르죠. 하지만 어나더에게 있어서 4세대란 그저 멸칭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나더는 스스로 노력한 끝에 별의 격을 획득한 필멸자들이다.

태생적으로 힘을 타고났거나, 혹은 단지 남에게 받은 힘으로 강해진 자들과는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4세대가 아닌, 어나더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나더의 힘은, 아무리 약해도 2세대 성령을 그냥 뛰어넘으니까요. 만약 수민 씨가 극락정토의 방해를 받지 않으셨다면 어나더 등급의 성령이 되셨을 겁니다.”

어나더의 최소 힘이 2세대 성령에 버금갈 정도이며, 그 이상일 경우에는 무려 1세대 성령과 견줄 수 있을 정도.

당연히 대부분 기성 성령들의 입장에서 어나더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한낱 필멸자에 지나지 않던 자들이 재능과 노력으로 자신과 같은 자리에 올라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 가능성을 지녔으니까.

괜히 극락정토에서 서수민을 경계했던 것이 아니다.

어나더 등급의 성령이 된 그녀가 마라 파피야스와 손을 잡게 되면 그들에겐 이만한 재앙이 없으니까.

“그러면, 지금 사람들은 3세대 성령이 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열매를 찾아다니고 있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 열매는 대체…….”

때마침 멀리서부터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의 폭음에 이어 연달아 시끄러운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싸움이, 그것도 아주 큰 싸움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열매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 같군요. 저희도 나가 봅시다.”

“어, 싸우시게요?”

“그럴 리가요. 저희는 그저 구경만 할 겁니다. 100번 설명해 주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이해가 빠를 테니까요.”

유현과 일행들은 지하 주차장 바깥으로 나왔다.

소리는 멀리 떨어진 바깥 황무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조금 가까이 가 보니 싸움의 장소에서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열매는 내 거야!”

“이 새끼가! 어딜 남의 걸!”

“죽어!”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자들이 열매에 눈이 돌아가 죽고 죽였고, 거기에 새로운 불청객이 끼어들며 상황은 그야말로 예측불허까지 흘러갔다.

하늘에서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엑소도스의 텔러들이 흥미롭게 그 광경을 지켜봤다. 간혹 저들끼리 뭐라 중얼거리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저 전쟁터에 끼어들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과과광!

단순히 강함에 눈이 먼 사람들치고는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이 난무했다. 98번째 시련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일격에 공간을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저것이 사상세계로 이루어진 거라 실제 역사에 비해서 어느 정도 열화된 결과물인 걸 생각하면, 진짜 종말은 얼마나 끔찍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

일행들은 벌써부터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인간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며 벌이는 싸움은 그만큼 추악하면서도 끔찍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로군.”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할지도.”

접전이라 생각된 싸움은 결국 끝을 고했다.

무수한 사망자들을 만들어 낸 싸움의 최후 승리자는 전신이 피범벅이 된 여성이었다.

“드, 드디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열매’를 쥐었다. 아니, 그것은 열매가 아닌 심장처럼 생긴 무언가였다.

“막아!”

“뺏어!”

지금까지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하이에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닿는 것 보다 최후의 승자가 열매를 한입 베어 무는 것이 더 빨랐다.

동시에 여성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더니, 그녀의 몸이 흰색의 텍스트에 휘감기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열매를 섭취해 별의 좌(座)로 올라간 것이다.

열매를 뺏는 걸 실패한 사람들은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게 바로 열매 취하기입니다.”

유현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참상에서 등을 돌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런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도 이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일단, 처음 자리를 튼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이 부분에 대해 상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었다.

“……!”

갑자기 느껴지는 시선에 유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 무수한 도시의 잔해들 사이에서 그나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파된 빌딩이 보였다.

그 꼭대기에 한 무리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유현 씨? 어디를 보는 거예요?”

“음? 저 사람들은…….”

일행들도 뒤늦게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리를 보고는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저건, 유현…… 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총 다섯 명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그녀들에게도 상당히 낯이 익은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 것이, 지금 자신들과 함께 있는 유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니까.

권지아가 유현의 곁에 다가오며 물었다.

“저게, 이 시대의 너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네.”

유현의 시선은 조금 전부터 한 남자에게 못 박힌 듯 떨어질 줄 몰랐다.

핏빛 대지에 어울리는 붉은 코트를 나부끼는 남자였다.

포마드로 올린 머리카락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 자신이 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듯 일자로 닫힌 입술.

그 낯짝을 마주하는 순간,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까득 말아 쥐었다.

‘최도윤.’

이 세상에서 선택받은 주인공. 그리고 조연이었던 자신이 필사적으로 따라잡기 위해 애를 썼던 목표.

그를 다시 이런 곳에서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어차피 이건 단순히 악몽일 뿐이야.’

유현은 곧바로 최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계속 그를 노려보면 저 남자가 이쪽을 적대할 가능성이 컸다.

저 남자는 혹시 모를 위험은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 주의였으니까.

비록 만들어진 환상체라 하더라도, 이 세상이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저들과 엮이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최도윤 일행을 보며 놀란 것은 서수민도 마찬가지였다.

“저건, 구서윤과 자밀라?”

최도윤의 양옆에 있는 것은 분명 구서윤과 자밀라였다. 그녀가 알던 모습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완전히 성인이 된 모습이었지만, 그녀들처럼 개성이 강한 사람을 몰라 볼 리가 없었다.

서수민이 곧바로 유현을 돌아봤다.

‘그때 왜 그런 반응을 보였나 싶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유현은 과거 구서윤과 자밀라의 동료였었다. 아니, 저 남자의 반응을 보면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단지 목적에 의해서 같이 지냈을 뿐, 실제로는 사이가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유현이 서수민을 불렀다.

“수민 씨.”

“으, 응?”

“방금 우릴 지켜보던 일행의 남자. 봤습니까?”

“그 붉은 코트 말인가? 물론이다 마다.”

“얼마나 강해 보입니까?”

“그건…….”

서수민은 곰곰이 생각하다 답을 내놓았다.

“일단, 지금 수준만 보면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내 기준에서다. 아마 이곳이 진짜가 아닌 사상세계라서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 그걸 감안할 경우에는…….”

서수민은 살짝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진짜 저 남자는 나보다 강하다. 아마 전생의 내가, 초월자의 자리에 오른 천마였던 시절이어도 싸울 경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지…….”

서수민의 감각은 사상세계에서 만들어진 최도윤의 환상체의 모습을 뚫고, 그 너머 ‘진짜’의 모습을 엿봤다.

그리고 내린 평가는, 소름 끼칠 정도로 강한 남자라는 것.

우화등선하기 직전의 그녀가 모든 힘을 다 써야만 승부를 겨우 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였다.

강혜림과 권지아는 서수민의 그런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였던 그녀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는, 출라판타카와 한 번 싸워 보며 뼈저리게 느낀 바였으니까.

“그렇군요.”

정작 유현은 서수민의 그 말에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어렴풋이 이럴 거라고 예상한 반응.

“일단, 자리를 피합시다. 여기 오래 머물러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저들이 쫓아오진 않을까?”

“반응을 보니 흥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아마 저희를 그냥 적당한 부랑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무엇보다 유현을 봤음에도 그 남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바로 자신의 옆에 똑같이 생긴 남자가 있음에도 타인을 보는 시선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유현은 이 사상세계의 환상체에게 별개의 존재로 인식 당하고 있다는 소리리라.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괜한 관심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

“갑시다. 이 세계에서 벗어나야죠.”

유현은 이 자리가 거북한 듯 일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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