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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58화 (258/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58화

유영민은 스스로 어딜 가서 떠벌리고 자랑하기엔 부끄럽지만, 컬렉터 아카데미에 관해서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 세상이 자신이 쓰던 소설이 아닌, 말 그대로 하나의 객체로 존재하는 세상인 걸 알더라도.

그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적어 온 설정은 놀랍게도 이쪽 세상과 전혀 다를 것이 없이 흡사했으니까.

향후 4년 동안 아카데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또 시험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거나 혹은 실전 테스트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 하는지.

유영민은 그것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그저 그런 엑스트라 생도로 빙의했으면 실기 하나만큼은 1위를 먹을 자신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는 결국 아카데미에서 평범하게 일하는 잡일꾼으로 빙의했다.

심지어 이미 나이가 찬 성인이라서 아카데미 생도들과 어울릴 일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유영민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지식이 쓸모없어 져서 아쉽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런 걸 어디에서 떠벌리고 다녀도 믿어 줄 사람도 없거니와, 자칫 잘못하면 향후 아카데미에 일어날 내용이 틀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결국 꾹 참고 있었는데.

‘설마, 여기서 내 지식이 빛을 보게 될 줄이야.’

자신이 적어 준 시험 내역을 전부 확인하고 있는 서수민을 보며 유영민은 그래도 자신이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하고 뿌듯해 했다.

그러다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거, 문제 유출 아니야?’

스스로 다짐한 것이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또 양심에 찔리는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유영민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에 지금이라도 당장 서수민에게 없던 일이라고 넘겨야 하나 고민했다.

아니, 그러기에는 알려 줄 건 다 알려 줬는데.

유영민은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부득의하게 성적이 밀리게 될 생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들었다.

“저…… 천마님?”

“응? 뭐냐. 그리고 부를 거면 그냥 선배라고 해라.”

“어, 선배님? 음. 제가 막 생각을 해 봤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컨닝 같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유영민이 용기를 내서 한 말에 서수민은 종이에서 시선을 떼며 유영민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투명한 눈빛을 보는 순간, 유영민은 어깨를 움츠렸다.

서수민이 피식 웃었다.

“정정당당하지 못하다?”

“어, 음. 비겁한 건 아니고요. 그래도 이게 좀…… 그렇다고 해야 할까? 부득의 한 피해자가 1명 정도는 나올지도 모르고…….”

“흠. 확실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서수민은 유영민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마냥 눈치만 볼 줄 알았는데, 할 말은 하는 강단은 있었군.’

처음에는 유영민의 태도가 못 미더웠지만, 직접 몇 가지 가르치고, 또 굴리면서 대화를 나눠 보니 유영민이 근본부터 썩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작 본인은 첫날 호되게 당한 것 때문에 아직도 이쪽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무서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강단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할 일이요?”

“최대한 빠르게 특혜를 얻어서 사상세계에 진입하는 거다. 내가 너의 선배로서, 그리고 백화 매니지먼트의 세 번째 컬렉터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게 필수니까.”

“그건…….”

사실, 유영민도 알고 있다. 서수민은 분명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지닌 힘을 생각하면 진작 현직 컬렉터로 활동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 그녀가 나이가 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 것이 과연 공리적으로 옳은 일인가?

유영민에겐 곰곰이 생각해 볼 주제였고, 서수민은 이미 답을 내렸다.

“진정 나쁜 것은, 이런 힘을 지니고도 아직도 생도들의 사이에서 소꿉장난이나 하는 내가 아닐까 싶군. 오히려 한시라도 내가 빨리 내가 빠져 줘야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보며 조급함을 느끼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겠지.”

스스로 오르지도 못할 나무라 칭하는 것이 건방질 법도 하지만, 서수민의 떳떳한 모습을 보면 그런 말이나 행동조차도 자연스럽다.

서수민은 비록 유영민이 가르쳐 준 정보가 부정행위라 하더라도,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유영민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쁜 짓은 안 된다고 말하자니 서수민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관점의 차이였고, 유영민 또한 서수민의 입장을 이해했다.

애초에 그녀에게 처음 제안을 한 것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 하나 알아 두도록.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알고는 있나?”

“네? 아뇨…….”

4년이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왜 굳이 앞으로라고 하지 않고, 4년이라는 명확한 시간을 제시한 걸까.

유영민은 자신이 쓴 작품의 내용은 아카데미의 4년이 전부였다.

주인공은 평범한 소년 김주혁. 지금 A랭크 생도 중 하나인 그 김주혁이 그가 쓰던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그런 김주혁과 이평원, 박민우, 설지아 등등. 아이들이 여러 일을 겪으면서 겪는 청춘 드라마 내용이 그가 쓰던 것의 전부.

가끔 사상세계 폭주 사태나, 혹은 학교 외부의 문제가 터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가 알기론 세상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역시, 모르고 있었던 건가?”

서수민은 유영민이 보통 특이한 녀석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지식이 이상한 쪽으로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뭐, 알려 줘도 상관은 없겠지. 그러라고 그 남자가 데려왔을 테니까.’

이런 귀찮은 일은 결국 내 담당인가.

서수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유영민에게 자신이 왜 사상세계에 돌입하려 하는지, 그리고 백화 매니지먼트의 최종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귀를 최대한 열고, 잘 들어라.”

* * *

언리쉬드의 테러가 한차례 무력화된 이후로 언리쉬드의 활동이 보인다는 제보는 없었다.

유현은 혹시 몰라서 성유찬에게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성유찬의 정보망에도 놈들의 움직임은 잡히지 않았다.

성유찬조차 제대로 찾기 힘들 정도라면 어지간한 사람은 절대 못 찾는다는 뜻.

언리쉬드는 그만큼 활동을 억제하고, 더욱 움츠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분명 그것이 좋은 일은 맞는데, 어딘가 묘하게 거슬린단 말이지.’

마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듯.

그들이 이렇게 조용히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조심히 일을 꾸미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한국으로 넘어왔으면서 이렇게 얌전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나를 주시하기까지 했으니, 분명 놈들도 나를 최대한 견제하겠지.’

[자의식 과잉 아니야?]

‘차라리 그랬으면 더 좋았겠다.’

문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언리쉬드는 단순히 테러만 일삼는 머리 빈 조직이 아니었다. 생각 이상으로 질서가 체계적이며 조직력도 상당히 높다.

이번에 연행된 테러 주모자들을 심문해서 얻은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쭉정이들이었다. 심지어 그들이 애써 숨기고 있는 정보를 책으로 훑어봤음에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진청운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줄 알아. 그리고 이렇게 시선을 돌리고 다른 데서 일을 벌이고까지 있지. 놈들은 우리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마 다음번에는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무슨 짓을 벌일 거야.’

[그러면 어쩌게? 알고 있으니까 안 당하면 그만 아닌가?]

‘내가 그쪽 사람이라면, 그 부분을 염려해서 알고도 당할 함정을 파겠지.’

[알고도 당하게 만든다는데, 대체 어떻게?]

‘미끼야.’

[미끼?]

‘그래. 아주 큰 미끼를 쓰는 거지. 함정인 걸 알면서도 이쪽이 구미가 당겨 물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그런 미끼를.’

[그게 대체 뭔데?]

‘글쎄다. 굳이 말하자면…….’

유현은 거기까지 말하려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일이야.’

[야이씨! 말하다 끊는 게 어디 있어! 그래서 그 미끼가 뭔데!]

‘응. 안 알려 줄 거야.’

[야!]

유현은 백련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것을 어필하며 얼굴 위에 검은 가면을 뒤집어썼다.

백련은 그런 유현에게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따지고 들었지만, 유현은 이미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다.

[라플라스의 눈]

가면을 쓴 유현의 오른쪽 눈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상대가 어떤 미끼를 쓰더라도, 그리고 상대가 어떤 함정을 파더라도.

이쪽은 이미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전부 소용없다.

모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아주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보는 한정되고, 무수한 갈래로 뻗어져 나가는 것 중에서 확실한 1개를 보는 것이 전부.

하지만, 이런 핵심적인 정보 하나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었다.

결국, 혼자서 떠들던 백련도 지쳤는지 입을 다물었다.

‘이제 조용해졌네.’

어느덧 찾아온 고요한 명상의 시간. 유현은 정신을 집중해서 라플라스의 힘을 더 강하게 발동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명확하게 보이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뭐지?’

라플라스의 힘은 어지간한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다 읽어 낼 정도로 사기적인 힘이었다.

그 조건이 까다롭고, 발동하려면 상당한 힘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과거의 유현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사용조차 꺼렸었고, 그것은 자신의 격이 월등히 높아진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 번 마음을 먹고 발동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기술이기도 했는데.

‘이번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아.’

마치,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미래가 불투명했다.

보려고 눈에 힘을 주면 줄수록 모종의 힘이 이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더 철저하게 막아 내는 것 같았다.

‘왜 읽을 수 없는 거지? 언리쉬드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건가?’

유현은 곧바로 진청운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태초의 서 파편인 황금빛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까지.

‘황금빛. 그게 녀석이 벌이는 짓을 엿보는 걸 막고 있어.’

과연, 그쪽도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가?

유현은 상황이 더욱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씨익 미소 지었다.

그때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유현의 방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너무 당황해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는 백서련이었다.

“서련 씨?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노크도 안 하시고.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유, 유현 씨!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지금 밖에 손님이 오셨다고요!”

“손님이요?”

어지간한 일에는 잘 놀라지도 않는 백서련이, 고작 손님 하나에 저렇게 사색이 될 수 있는가?

유현은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백서련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며 대답도 듣지 않고 왔을 때와 같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무래도, 어지간히도 대단한 사람이 온 듯싶어서 유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강혜림과 권지아는 평소에 일이 없을 때면 사상세계를 돌아다니며 클리어에 열을 올렸다.

자체적으로 수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주기적으로 뛰지 않으면 실전 감각에 녹이 슬기 마련이었다.

이번에 두 사람이 들어온 사상세계는 음험한 기운이 맴도는 조선시대 마을이었다.

마을은 희미한 안개로 가득했고, 땅은 보랏빛으로 죽어 있었다.

마을에는 죽음의 냄새가 만연했다.

[성령들이 이번엔 어떤 이야기인지 잔뜩 기대합니다.]

셀린의 주도 아래에 두 사람의 시화를 구경하러 온 성령들은 잔뜩 기대한 눈치였다.

그런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은 용감하게 마을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생존자는 없었다.

이전에 클리어 하러 들어갔던 컬렉터들도 나오지 못했다고 했는데, 길가에 널린 백골을 보면 아무래도 전부 여기서 죽은 것 같았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된 걸까요?”

“뭐가 어찌 됐든, 60레벨 컬렉터가 죽었으니 위험한 녀석인 건 틀림없겠지.”

그것도 무려 5명이 들어왔다가 죽었다.

뭐가 어찌 됐든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흑흑흑.

그때 멀리서 여자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울음소리?”

“방향은, 저쪽이군.”

강혜림과 권지아는 울음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은 반파된 기와집이었다. 잡초가 가득한 허름한 대문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서니, 반쯤 무너진 집의 마루에 새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등을 보인 채 흐느끼고 있었다.

흑흑흑.

그녀는 강혜림과 권지아가 대놓고 기척을 드러내고 있었음에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아무래도 저 환상체가 저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요?”

“그렇군. 같잖은 연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하고 말이야.”

생존자가 없는 죽음의 마을의 중심에, 한 여인이 소리 내서 울고 있다면 그보다 더 의심 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이성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저쪽에 끌렸다.

“이건…….”

“매혹이로군. 울음소리 자체에 상대방의 마음을 흔드는 기운이 섞여 있어.”

아마 이전에 돌입한 컬렉터들의 경우에는 매혹에 걸린 것 때문에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매혹의 경우에는 특히 이성에게 효과적인 기술이니까.

“매혹이라. 설마, 보상으로 그런 스킬이 나오지는 않겠죠? 음. 뭔가 끌리는데.”

“실없는 소리 말고. 간다.”

권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 흰 소복의 여인을 향해 집어던졌다.

쏜살같이 날아간 단검이 등을 뚫기 전.

여인이 갑자기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며 단검을 회피했다.

“역시. 본색을 드러내는군.”

기와집의 지붕 위에 착지한 여인은 강혜림과 권지아를 노려봤다.

“오호호. 이번에는 꽤나 재미있는 먹잇감들이 들어왔구나. 내 매혹이 통하지 않다니.”

여인은 아름다웠다. 단아하고, 어딘가 청순한 외모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지켜 주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입가에 새빨간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꾸드득.

여인의 몸이 이상한 소리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덩치가 크게 부풀어 오르고, 전신에 새하얀 털이 자라났다.

그녀의 등 뒤로 9개나 되는 커다란 꼬리가 넘실거렸다.

아직도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길쭉한 아가리를 씨익 벌리며, 새하얀 구미호가 웃었다.

“고작 둘이라. 식후 간식으로 먹기에 아주 딱 좋겠어!”

그 거만한 말에 강혜림과 권지아는 잠시 서로 시선을 마주하더니 피식 웃었다.

구미호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응? 뭐가 그리 웃기지?”

“아니, 그냥.”

“미리 준비해 온 3개의 준비물을 쓸 필요도 없어 보여서.”

권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그마한 3개의 주머니를 꺼내 바닥에 툭 놓았다.

그 주머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구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감히 그 땡중의 물건을 내 앞에 보였겠다?”

오히려 두 사람을 도발하려던 구미호는, 역으로 도발에 걸려 분노를 표출했다.

권지아와 강혜림이 자세를 잡았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싸움에 들어가려는 순간.

강혜림과 권지아에게 유현의 염화가 날아왔다.

“네? 유현 씨, 뭐라고요?”

“뭐라?”

그 내용은 눈앞에 적을 둔 두 사람의 정신을 돌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무신이…….”

“그 남자가, 찾아왔다고?”

한국 컬렉터 부동의 랭킹 1위.

무신 위무혁.

그가 백화 매니지먼트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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