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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57화 (25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57화

강혜림과 권지아를 조용한 곳으로 끌고 온 유현은 곧바로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두 사람에게 알렸다.

“오늘 잡은 언리쉬드 컬렉터들은 미끼였습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

“솔직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놈들이 세계적으로 위험하다 하더라도, 멤버 하나하나를 그런 식으로 소모하는 것은 바보나 할 짓입니다.”

강혜림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그런 극단적인 사람들이니까 충분히 그런 짓을 저지를 만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놈들은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악명을 떨쳐 왔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놈들이 생각 이상으로 머리가 비상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그들을 이끄는 자겠지.”

“지아 씨 말이 정확합니다. 제가 오늘 확인해 본바, 광화문 광장에서 붙잡은 자들은 전부 꼬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유현은 생포하면서 언리쉬드 멤버들의 책을 모조리 살펴봤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미끼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본인들은, 자신이 미끼인 것도 모른 채 이 일에 가담했던 거고요.”

“그밖에 다른 정도는 알아내지 못한 건가?”

“애석하게도.”

책을 아무리 살펴도, 이번 일을 처리한 이후에 어디로 합류를 하자거나 그런 내용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일종의 버림 말로 써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버리는 말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나섰을지도 모른다.

‘충성심이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든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해주고 동조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특히 감화되기 쉽다.

단순히 목숨을 버려 가며 미치는 것은 종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극단적인 사상 또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은 종교 못지않게 심각했다.

‘진청운이라고 했었나?’

언리쉬드의 창시자이자 지금 인터폴 수배 1위의 자리를 항시 놓치지 않고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

알려진 거라고는 이름과 중국 소수 민족 출신이라는 것이 전부인 남자였다.

그밖에는 전부 다 미지에 감춰져 있었으며 그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각국의 첩보 기관조차 쉽사리 잡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인상착의도 밝혀지지 않다 보니, 길을 가다 마주쳐도 알아볼 방법도 없었다.

‘대체, 이번에 수십 명이나 되는 멤버들을 버리면서까지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사상세계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의 씨앗.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벌인 연막작전.

유현은 이 두 가지가 무슨 연관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진청운은 오랫동안 잡히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고, 두뇌가 비상한 자야. 부하들이 진심으로 그를 믿고 따르는 걸 보면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도 월등했겠지. 그 정도의 사람이라면 책만 봐도 황금빛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터.’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청운은 전생에서 별로 크게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종말이 벌어진 이후에 진청운의 행적은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때는 누구나 살기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조차 없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성장해 있었어. 원래 그런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전생에서는 꽃피지 못한 건지…… 아니면, 이번에 모종의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 건지.’

유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사실, 진청운을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현은 오늘 광화문을 돌아다니면서 2개의 시선을 느꼈다.

‘그중 하나는 희극단패 소속 텔러였지.’

상당히 격이 높은 자였는지, 유현이 일부러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을 했음에도 저쪽에서 유현이 알아봤다고 눈치를 챘을 정도였다.

희극단패 소속된 텔러는 보통 계급이라는 것이 거의 없지만, 아주 특출난 자들에게는 대장이니 두목이니 하는 칭호를 붙인 거로 알고 있다.

아마, 그 텔러도 칭호를 지닌 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정체불명의 시선 하나.’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알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느꼈다.

건물의 벽 너머를 꿰뚫고 이쪽을 뚫어 보듯 바라보는 시선은, 수 킬로미터 바깥에서 날아온 것.

‘원거리 특화형 컬렉터가 있군. 심지어 아주 대단한 녀석이.’

활을 쏘거나 총을 쏘는 컬렉터들은 기본적으로 그 능력의 수준을 판단할 때 ‘눈’을 기준으로 한다.

멀리 있는 것을 얼마나 확실하게 보느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얼마나 뚜렷하게 보느냐.

그런 ‘눈’이야 말로 원거리 특화형 컬렉터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이었다.

종말의 막바지에 자밀라의 경우에는 멀리 보는 스킬을 사용했을 경우에 36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볼 정도였다. 아마 지구가 둥글지 않았다면 더 멀리 볼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때는 거의 시련 끝부분이라 그렇지.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

그걸 감안해도 자신을 주시한 시선은 규격 외의 것이었다.

미래의 그 대단한 재능을 선보인 자밀라도, 지금은 멀리 보는 게 최대치가 3km를 겨우 넘길 터.

그게 진청운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언리쉬드의 최측근 정도 되는 인물이겠지.

‘그런 사람이 혼자만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최소 몇 명은 더 있다는 거고.’

전생에서도 언리쉬드는 나름 문제가 많았던 자들이었지만, 이번에 들어서 더욱 무섭게 성장했다.

단순히 2차 판타즘 쇼크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변화가 극적이다.

유현은 그 이유를 알았다.

‘황금빛.’

박문철에게 힘을 심어 준, 태초의 서라 불리는 것의 파편.

그 황금빛 파편이 언리쉬드 소속 컬렉터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 * *

유현이 느꼈던 시선의 주인은 광화문에 있던 일을 전부 목격한 이후, 약속된 접선 장소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우거진 산 중턱. 그곳의 바위 위에 먼저 도착한 멤버들이 있었다.

“그래. 어땠지? 셰나.”

진청운은 광화문에 있던 일을 염탐시키게 한 부하, 셰나 린치에게 물었다.

말이 부하지 셰나는 사실상 언리쉬드의 간부급 인물이었으며, 진청운과 초창기부터 함께 활동을 해 온 원로 멤버였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진저 계열의 아일랜드 백인 여성.

그녀가 입을 열었다.

“두목 말대로 에요. 그 남자는 아주 위험해요.”

셰나는 유현을 유심히 관찰했다. 진청운이 시키지 않았더라도 호기심으로라도 확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현이었다.

모든 가호를 포기하고, 다른 컬렉터들과 함께 싸우는 텔러라니.

그녀가 아는 텔러란 언제나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에 거만한 자들밖에 없는 걸 감안하면, 유현은 그야말로 돌연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가. 셰나 너의 판단이라면 그런 거겠지.”

“빈말이 아니에요. 무엇보다 그 텔러, 아주 순간이지만 제 시선을 느낀 것 같았어요.”

“네 시선을?”

이 자리에서 셰나보다 더 멀리,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컬렉터는 없다.

그녀가 내다볼 수 있는 시야는 무려 4.7km가 넘으며, 심지어 중간에 있는 일부 장애물도 투과해서 볼 수 있을 정도니까.

과장 조금 보태서 말하면 셰나를 능가하는 것은 오직 인공위성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다.

“게다가 힘도 장난 아니었어요. 능력을 제대로 선보이지 않았는데도, 딱 저희 쪽 사람들만 골라서 가볍게 제압하더라고요.”

“흠. 아무래도 그는 텔러이다 보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나 보군. 우리 사람들의 정보가 흘러나갔을 리는 없으니,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내는 모종의 기술이 있는 건가?”

“무엇보다 그가 이끄는 두 컬렉터도 만만치 않았어요. 검후와 광랑이라고 했던가? 솔직히 말해서 그녀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을걸요.”

셰나의 도발적인 말에 일부 간부들이 발끈했다.

“그 말은 쉽게 넘기기 힘들군.”

그중에서 묵묵히 바위에 앉아 있던 거구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약간 불그스름한 피부를 지닌 인디언계열 사람이었다.

“그래 봤자 성령들에게 재롱이나 부리면서 강해진 놈들이 아닌가. 반면 우리는 어땠지? 다른 놈들이 온갖 포인트를 다 쓸어 담는 와중에도, 우리는 필사적으로 세상과 싸우며 강해졌다.”

이 자리에 모인 간부들은 모두 저마다의 강함에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 세상의 컬렉터들은 너무나도 나약하다. 그들은 손쉽게 포인트를 벌고 강해진다. 반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어땠는가?

피나는 노력과 계속 이어지는 치열한 싸움 끝에 이 자리까지 왔다.

함께했던 일부는 죽거나 생포 당하거나 혹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그렇게 추려지고, 남은 간부가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 아래에 있는 부하들은 진청운에 감화되어 온 자들이지만, 사실 그들은 진짜 언리쉬드가 아니었다.

거구의 남성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온실 속 난초와 우리를 비교하지 말라고.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말이야.”

그 말을 깬 것은 바로 이들의 리더인 진청운이었다.

“……대장.”

“물론, 아브나키 네 말도 맞아. 분명 우리는, 일반적인 컬렉터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강하겠지. 이번에 바뀐 상태 창도 다들 봤을 거다. 여기에 70레벨 아래가 있던가?”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간부는 전부 70레벨을 넘겼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최강이라는 말은 함부로 속단할 수 없지. 당장에 이 나라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무신 위무혁만 보더라도 알 수 있잖아?”

“끄응.”

위무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간부들이 모두 똥 씹은 표정이 됐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남자는 이 자리에서 진청운을 제외한 그 어떤 간부가 덤벼도 절대 이기지 못할 남자였다.

“그 밖에도 이 나라에는 상급 컬렉터들이 꽤나 있지. 힘이란 절대적이지 않고 능력에도 상성이라는 것이 있어.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질 수도 있다는 소리야.”

“그렇다면 포기하자는 건가?”

“아브나키. 내 말은 끝까지 들어.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야. 우리도 결국 사람이니까, 부족함을 인정하자는 거지. 전부 모인 김에 말하지. 우리는 정면으로 우리의 적들과 싸울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무신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거고.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많지.”

진청운은 이 불리한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나라에 온 것은 역시 정답이었어. 나는 확실히 느꼈지.”

“그게, 대장이 말한 예언과 관련이 있는 건가?”

얼굴에 검은 타투를 가득 새긴 남자가 물었다.

진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그 예언에서 강유현이라는 텔러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어.”

진청운의 예언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도, 이 남자가 얼마 전 불현듯 각성한 예언이라는 힘 덕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진청운 덕분에 간부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를 쫓고 있지. 이대로 가면 우리들의 작전은 실패하게 될 거야.”

“그러면 어쩌지? 그들을 따로 습격하기에는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지. 그러니 답은 간단해.”

진청운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씨앗들을 꺼내 보였다.

“어차피 그들은 우리를 잡으러 올 거잖아?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

이 씨앗이 의미하는 걸 모를 리가 없기에, 간부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서렸다.

“어차피 그 남자는 알아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어 있으니까.”

이 씨앗의 힘만 있다면 그들을 평생 지옥에 가두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자라 하더라도 결국, 약점은 있기 마련.

자신만의 지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을 테니까.

* * *

서수민의 아카데미 생활을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유라도 몸 성히 퇴원했고, 둘이 떨어져 지낸 만큼 더욱 자주 붙어 다녔다.

또 최근에는 구서윤도 몇 번 그녀를 찾아와서 잡담을 나누고는 했다.

당연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생도들은 서수민과 구서윤이 손을 잡았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서수민은 그런 반응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가득한 것은 곧 있을 1차 시험이었으니까.

“아. 1차 시험 보세요?”

“그렇다.”

백화 매니지먼트의 훈련실.

그곳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서수민의 지도를 받으며 육체 단련을 하던 유영민은, 때마침 대화를 나누기 편한 공통 화제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물었다.

“하긴, 이제 슬슬 아카데미 시험 치를 날짜기는 하겠네요.”

“이 시험을 잘 치러야 한다. 1차에서 제대로 순위권에 안착해야 특혜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맞아. 그런 게 있었지.”

유영민은 서수민의 상황이 어떤지 깨달았다.

그녀는 환생한 천마다. 이미 지닌 힘은 여타 컬렉터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지만, 미성년자라는 나이가 그녀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사상세계의 출입이 통제된 상황에서 서수민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시험을 통해 특혜를 받는 것뿐이었다.

그것만 통과하면, 비록 임시라고는 해도 그녀에게도 사상세계 출입 권한이 주어지니까.

그런데, 서수민에게 약간이지만 고민이 있었다.

“실기면 모를까, 필기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힘들단 말이지. 게다가 팀으로 활동하는 부분도 있고.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평가의 기준을 전부 다 만족할 수 없으니.”

서수민이 보기엔 다른 A랭크 생도들은 무력의 부분에선 자신보다 약해도, 그 외의 것들은 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와서 자신보다 더 뛰어났다.

이러다 특혜를 못 받는 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그녀를 조바심 나게 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자신의 진짜 힘인 칠마흑천신공을 사용하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

그래서 약간 푸념이라도 하듯, 유영민에게 말했는데.

“제가 방법 알려 드릴까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되게 못 미더워하시네요. 이렇게 보여도 아카데미 관련해서는, 제가 천마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거든요? 1차 시험부터 해서 2차, 파이널 테스트에 내년에는 또 뭘 하는지. 그리고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나 그런 것들도요.”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영민은 지금 컬렉터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생도들을 주역으로 한 소설의 작가였으니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모든 전개가 다 남아 있었다.

“……한번 말해 봐라.”

서수민은 전혀 의도치 않게 최강의 원군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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