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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55화 (255/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55화

언리쉬드는 한국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길가다 물어봐도 아, 그 옛날 IS같은 녀석들? 이런 반응이 나오기도 힘들 정도.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전역, 그리고 유럽 쪽에 치우쳐 있다 보니 당연 한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고,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국가였기 때문에 테러 같은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은 영향도 컸다.

간혹 스캐빈저 같은 타락한 컬렉터들이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발생 비율이 밑바닥에 머무는 수준. 경각심이 없을 만도 했다.

그 때문일까?

서울시 광화문 광장.

유동 인구가 많은 그곳에서, 사람들은 인파 사이에 섞인 수상한 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멍청한 녀석들.’

언리쉬드 소속 테러리스트 알버트는 곧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이 얼마나 멍청한 놈들이란 말인가? 자신의 지척에 죽음이 다가왔음에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이래서 열등한 것들은 안 돼.’

알버트는 스스로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알버트를 포함한 컬렉터들을 위험하다 판단하며 그들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사상세계에는 컬렉터들을 보냈다.

이 얼마나 건방진 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신인류야. 길가에 널린 저 열등한 놈들과는 급이 달라. 우리 컬렉터들은 당연히 대우받아야 해.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우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모두가 우리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지.’

그런데, 이 우매한 것들은 자신을 떠받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했다.

알버트는 그것에 분노하며 세상에 복수심을 품었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도 않고, 인성에 문제가 있다며 곧바로 본인을 퇴출시킨 유럽 협회 녀석들도.

이 힘을 눈앞에 두고도 이쪽을 전혀 존중해 주지 않던 사람들도.

컬렉터의 우월함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신에게 반기를 드는 자들이라며 시위하는 우매한 자들도.

‘전부 죽어 버려.’

알버트의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났다. 벌써 거사를 치를 시간이 다가왔다.

그의 역할은 인파 사이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힘을 활용해서 실컷 날뛰는 것. 지금까지 꾸욱 참아오며 이 순간을 기다려온 알버트에게는 쌍수를 들고 환영 할 일이었다.

물론, 신고를 받고 출동할 정부 소속 컬렉터들이나 협회의 특수반들이 걸리지만.

알버트는 역으로 놈들까지 다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지금껏 억눌러 온 분노는 절대 놈들에게 지지 않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번에 엑소도스 텔러들과 계약을 맺으며 막대한 포인트를 얻었지.’

언리쉬드와 엑소도스의 협약.

엑소도스 텔러들은 언리쉬드에 소속된 컬렉터들에게 더 쉽게 날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요에 의한 일이었지만, 알버트는 역시 자신이 잘나서 그렇다고 으레 착각을 했다.

텔러들도 자신을 좋게 봐준다.

절로 어깨가 으쓱이는 알버트는 이제 움직이고자 했다.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저 일가족부터.’

아까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웃으며 길을 걷는 한쌍의 부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처리를 할까? 부모가 보는 앞에서 아이를 먼저 죽일까. 아니면, 아이의 앞에서 부모를 먼저 죽일까.

알버트가 혀로 입술을 축이는 그 순간.

턱.

그의 어깨 위로 손이 하나 얹어졌다.

“엉? 뭐야?”

“알버트 두프리.”

“……? 넌 뭔데 내 이름을…….”

알버트는 정장 입은 청년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눈살을 찌푸렸다. 곧 있을 거사에 몰입한 나머지 알버트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것조차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언리쉬드의 테러리스트가, 대낮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

알버트는 그제야 상대가 자신의 동료도 아닌, 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윽!”

그의 어깨에 얹어진 유현의 손.

그 위로 가해지는 막대한 힘에 알버트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꺅!”

“뭐, 뭐야?!”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당황했지만, 뒤이어 협회의 특수반들이 현장에 나타나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알버트를 순식간에 구속했다.

‘뭐,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알버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정체가 들킨 것은 또 뭐고, 협회 녀석들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설마, 정보가 샌 건가? 혹은 내부의 배신자?

알버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지만, 그는 물리적인 저항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유현과 눈이 마주치고, 그의 힘을 느낀 순간부터 알버트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육체가 저절로 공포심을 갖고 저항의 의지를 상실했다. 머리로는 왜 이런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알버트는 전신에 탈력감을 느끼며 힘없이 협회 컬렉터들에게 끌려갔다.

‘대체, 왜? 나는 이 시대의 위대한 존재일 텐데?’

시원하게 싸운 것도 아니고, 고작 어깨 하나 잡혔다고 제압당하다니.

알버트는 구속되어 끌려가는 와중에도, 도저히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연신 의문을 품었다.

“일단, 하나 더 제압했고.”

[대단하네.]

백련은 유현이 보여 준 가벼운 제압을 보며 감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인파에 숨어든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서 가볍게 압박감만 준 것처럼 보이지만, 기세만으로 포악한 테러리스트를 제압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현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마주치며, 거대한 압박감으로 상대방의 전신을 옥좼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경험.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자들은 분위기만으로 상대를 압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강유현 텔러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을 정리한 협회의 직원이 유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유현이 언리쉬드의 뒤를 쫓는 추적자로 합류한 것이 방금 전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유현은 광화문 광장에 숨어든 테러리스트를 벌써 10명이 넘게 색출해 냈다.

유현이 보여 주는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도, 직원은 신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요를, 그저 별거 아닌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고 넘기고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쏙쏙 찾아낼 수가 있지? 게다가 주위에선 의심도 안 하고.’

혹시 모를 패닉 사태에 대한 매뉴얼은 종이 쪼가리가 됐다.

게다가 이쪽은 눈에 불을 켜고 찾으려고 해도 수상한 사람은 보기 힘든데, 유현은 보이는 족족 잡아내고 있었다.

저것이 과연 소문의 텔러가 지닌 안목이라는 것인가? 특이한 사람만 골라 볼 수 있는?

컬렉터의 경우에도 급이 높아질 경우에는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본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소문이 정말일지도 몰랐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일 처리가 너무 쉬워졌어요.”

“별말씀을. 일단 잡아내기는 잡아냈는데, 아직 몇몇 소수의 잔당이 남아 있는 것 같군요. 눈치를 채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도망치는 것 같습니다.”

유현의 눈이 위화감을 느끼고 현장을 벗어나는 몇몇 책들을 잡아냈다.

“어. 그러면 어서 나머지도 잡아야…….”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이미 저희 쪽 사람들이 움직였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협회 직원이 묻기도 전이었다.

번쩍!

저 멀리서 대낮에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눈부신 섬광이 터졌으니까.

“어? 뭐야?”

“어디서 불꽃놀이라도 하는 건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볼 정도로 갑자기 벌어진 일.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자신이 뭘 잘못 본 건가?’ 하고 생각하는 사이, 방금 전보다 작은 섬광이 연달아 터졌다.

그 광경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입술을 떨었다.

“이, 이게 대체…….”

그는 뒤늦게 유현과 함께 왔던 컬렉터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저 백청빛의 섬광. 그것을 전신에 휘감고, 그야말로 번개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한 컬렉터를.

“서, 설마…… 검후?”

그리고 직후, 그의 앞에 눈부신 빛이 번쩍이더니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얇게 뇌기를 두르며, 머리색도 푸르스름한 백발을 머금은 여성. 그녀는 4명이나 되는 기절한 사람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협회 직원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검후 강혜림.

그녀가 강하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실제로 그 활약을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보이지 않았어.’

무엇보다 먼발치에 떨어져서 빛이 4번이나 번쩍이고 나서 정신 차려보니 그녀가 앞에 서 있었다.

‘대체, 얼마나 빠른 거지?’

이쯤 되면 진짜 번개의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강혜림은 전신에 두른 뇌기를 해제시켰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다시 검게 물들었고, 달아오른 기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수고하셨습니다. 혜림 씨.”

“별일 아니었어요. 나머지는요?”

“그쪽도 곧 오겠죠.”

‘곧?’

둘의 대화를 옆에서 잠자코 듣던 협회 직원은 뒤늦게 또 한 명의 컬렉터가 있음을 깨달았다.

직후 저 멀리서 권지아가 생포한 언리쉬드의 테러리스트들을 질질 끌며 다가왔다.

사로잡으면서 약간의 접전이 있었는지 권지아의 양 어깨위로 보랏빛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꿀꺽.

직원은 그 보랏빛 기운이 꿈틀거리며 짐승의 입으로 바뀌었다 사라지는 걸 보며 침을 삼켰다.

‘과, 광랑 권지아.’

왜 그녀가 미친 늑대라 불리는지 지금 저 분위기만 봐도 납득할 수 있었다.

‘검후 강혜림. 추정 레벨 80이상. 등급은 이제 상급을 목전에 둠. 광랑 권지아. 추정 레벨 78이상. 강혜림 다음으로 바로 상급 컬렉터가 될 가능성 농후.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영입하고 키운, 텔러 강유현.’

유현의 레벨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저 남자가 과연 두 사람과 비교해서 약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게…… 백화 매니지먼트.’

그 밖에 서수민과 유영민도 있었지만, 아직 그 두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입장에서는 일단 유현을 포함한 셋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

저 3명만으로도 어지간한 대형 매니지먼트의 전력을 우습게 뛰어넘고, 클랜에 견줄 정도나 되는데.

“현장은 다 정리된 것 같군요.”

“아, 아 네! 도,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직원은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유현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이 오늘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광화문 광장에서 피바람이 불었을 터였다.

그리고, 날뛰는 언리쉬드 컬렉터들을 제압하기 위해 협회의 컬렉터들도 목숨을 걸었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은 채, 심지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로 상황이 잘 마무리 된 것이다.

‘이게 가능 한 일인가?’

가능은 하다. 가능 했으니까 실제로 이렇게 되지 않았겠는가?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는 기분에 직원은 어딘가 멍한 표정이었다.

그때 그에게 연락이 날아왔다.

광화문 광장 말고도, 언리쉬드 잔당의 움직임이 예측된 곳은 한 곳이 더 있었다. 그곳에서 날아온 전갈이었다.

“……네. 아, 그쪽도 전부 끝났다고요? 네. 도움이 있었다고. 네? 워커요?”

워커라는 단어에 유현의 귀가 반응했다. 사실 그럴 것도 없이 이 남자가 수화기를 든 순간부터 뛰어난 청력으로 대화를 엿듣고 있었지만.

‘워커라.’

보아하니, 다른 장소에서의 테러도 시작하기도 전에 제압이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협회의 힘뿐만이 아닌, 워커라는 컬렉터들의 집단이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모으기만 하는 컬렉터들과 다르게, 스스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진취적인 자들의 모임이라 했었지.’

컬렉터로서 각성을 하고 그 힘을 받았으면, 응당 그 힘에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워커들이 주장하는 자신들의 행동 신념이었다.

유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워커들을 지원해 주는 텔러들은 천체주식회사의 텔러들이 아니었다.

희극단패(戲劇團牌).

천체주식회사, 엑소도스와 더불어 혼성계를 삼등분하는 텔러들의 집단이었다.

혼성계에서 그들이 갖는 입지는 엑소도스와 비슷했지만, 평가는 그 반대였다.

엑소도스가 하계 인물들의 절망과 괴로움을 원한다면, 희극단패가 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재미를 위한 원초적인 쾌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지.’

이 재미라는 것이 순전히 착하거나 올바름과 직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순수한 재미는 그 무엇보다도 잔혹할 때가 있었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같은 일도 다르게 본다는 거지만, 바꿔 말하면 결국 희극과 비극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희극만 원하는 희극단패는 어떻게 보면 엑소도스와는 다른 의미로 또라이들의 집단인 셈.

별로 친해지고 싶은 놈들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는군. 세상을 전복시키려는 언리쉬드는 엑소도스가 지원해 주고, 이 세상을 지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워커들은 희극단패가 지원해 주다니.’

[그야말로 3파전 구성이 완성된 거네. 이러면 더 복잡해진 건가?]

‘최우선으로 엑소도스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어.’

이런 식의 새로운 변화란 언제든 환영이었다. 희극단패가 있을수록 엑소도스가 더 활개 칠 일은 줄어들 테니까.

이러나저러나 저 두 집단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기 힘든 자들이었다.

엑소도스를 견제하는 데는 희극단패만 한 자들이 없었다.

“그런데, 유현 씨.”

유현이 그렇게 속으로 곰곰이 앞으로의 추이를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옆에 있던 강혜림이 유현의 허리를 툭툭 건드렸다.

“왜요?”

“저기. 혹시 저분, 유현 씨랑 아는 사이에요?”

“네?”

유현은 강혜림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는지,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방향을 보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멀대 같이 큰 키를 지닌, 얼굴에 검은 헬름 투구를 쓰고 검은 제목을 갖춰 입은 텔러 하나가 권지아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으니까.

그는 온갖 미사여구를 깃들인 말을 권지아에게 건네고 있었다.

“오, 아름다운 아가씨. 참으로 제 눈을 멀게 만드는 미모를 지니고 계시군요. 아, 물론 제가 눈이 없어 보이지만, 이 안쪽에 어엿이 보는 눈이 있으니 걱정 마시길. 그런 당신의 모습에 제 가슴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차게 뛰고 있습니다.”

뭘까?

대체, 저 녀석은.

유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해당 텔러의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어디 가서 조용히 홍차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당신처럼 강인한 여성이 마음에 들 법한 좋은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시간 한번?”

“꺼져.”

“케흑.”

권지아의 통렬한 한마디에 녀석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권지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현에게 다가와 그의 곁에 슬쩍 섰다.

그러면서 유현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 미친 텔러는 또 뭐냐?”

“지아 씨도 모릅니까?”

“내가 어떻게 아나?”

“저는 또 어떻게 알고요?”

“아는 사이 아니었나?”

“아닌데요?”

“……?”

“……?”

뭐야?

두 사람이 의아해하는 순간, 차인 후유증에서 회복한 텔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유현을 발견하더니, ‘오’ 하고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유현은.

어째서인지 귀찮은 녀석을 만났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숨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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