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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50화 (250/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50화

유영민이 본격적으로 백화 매니지먼트에 소속되고 다음날 아침.

유현은 유영민을 데리고 컬렉터 협회로 향했다.

“앞으로 컬렉터로 활동하려면, 등록부터 해야지.”

“어, 저 이대로 괜찮아요? 듣기로는 일단 컬렉터가 되기 전에는 훈련소에서 수료식 마쳐야 한다고 하던데.”

“그건 각성한 사람의 경우에 누구나 받아야 하는 기초교육 과정 같은 거긴 해.”

“최소 몇 주는 걸리는 거잖아요. 형. 저 괜찮을까요?”

“괜찮으니까, 내가 널 데려가는 거잖아.”

“누구한테요?”

“협회의 높으신 분.”

유현의 말에 유영민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그래도 돼요?”

“인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그리고 훈련소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야. 재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클랜이나 매니지먼트에 한해서 개인 교습이라는 명분하에 훈련을 빼 주는 제도가 있어. 대신 담당자가 열심히 가르쳐야 하지.”

“아, 그런 게 있었구나.”

“물론, 누구나 다 그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조건이 필요하거든.”

“조건은 또 어떤 거예요?”

“별거 아니야.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면 되는 거거든.”

유영민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일단 그가 지니고 있는 창조계열 스킬만 하더라도, 그것을 가능케 했으니까.

유현이 지니고 있는 [각인]보다 더 상위의 스킬이라면, 유영민이 서류 심사를 통과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닐 것이다.

“어, 그런데 진짜 그래도 돼요?”

“뭐가?”

“약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같은데.”

유영민은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다 열심히 노력하고 훈련을 받는데, 자기만 쏙 빠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당당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이었지만, 지난날 권지아와 서수민을 보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뼈저리게 새긴 덕분에 겪은 변화였다.

“어긋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 세상은 원래부터 그랬던 거지. 영민이 네 말마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훈련소에서 활동을 한다고 생각을 해 봐. 그런데 과연, 그것이 이 사회에 이로울까?”

“네?”

“잔혹한 말이지만, 결국 사람마다 지닌 재능은 달라. 선천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사람의 경우에는, 특히 요즘 시대의 컬렉터들은 더더욱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어. A랭크인 사람이 F랭크인 사람들과 똑같이 활동하고, 똑같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이 세상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유영민은 그래도 공정한 세상을 꿈꾸며 나름의 정의로움을 품고 있겠지만, 유현이 보기엔 그건 배부른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영민이 너는 빙의자라는 특이한 힘을 지녔지. 그리고 네가 가진 스킬은 무려 창조 계열이고. 너는 이미 다른 컬렉터들과 다른 출발선에 섰어.”

“다른…… 출발선…….”

유영민은 아직도 그것이 실감 나지 않은지, 유현이 한 말을 멍하니 중얼거렸다.

유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유영민의 등을 짝 하고 내리쳤다.

“악!”

“멍때리지 말고.”

“네, 네.”

“뭐, 갑자기 특별 취급받으면, 그거대로 불편하고 부담되는 것은 이해해.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다.”

“역시 그렇겠죠? 안 되면, 되게 해야 할 테고…….”

“그래도 정 불안하다면, 이거 하나만큼은 잊지 마.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거나 깔보지 않을 것.”

“그건…….”

‘너무 당연한 말이 아닌가요?’라고 말하려다 유영민은 입을 다물었다.

유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1차원적인 것이 아니었다.

유영민도 나름 사회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유현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챘다.

“서는 위치가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지.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망각하게 돼. 자신이 옛날에 선 위치를. 한때 모든 것을 올려다보던 그 자리에 있을 때의 감각을. 그 처절함을.”

그것은 유현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었다.

유현은 어느덧 과장의 자리까지 올랐고, 성공적인 시화를 몇 번이나 선보이며 대형 서재로 성장했다.

대성군에 소속된 1세대 성령들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맺었으며, 많은 컬렉터도 그를 알아보고 존경을 표했다.

누구라도 그런 대접을 받다 보면, 삿된 마음을 품기 마련이었다.

나 정도면 이제 대단한 거 아니야? 이 정도 대접은 이제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상 심리가 기저에 깔리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게 된다.

하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 됐다.

“풍족해진 현재에 매몰되어 과거를 잊어서는 안 돼. 오히려 더 철저하게 옛날의 자신을 떠올려라.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어떤 목표를 지녔는지. 그걸 잊지 마.”

유현은 이 자리에 올라와서도,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쉽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 누구에게나 욕심은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인정받고 싶고, 힘든 일을 하면 더 편한 것을 하고 싶어지는 욕심이.

그렇게 하나둘 타협하다 보면, 결국 사람은 변하게 된다.

“설사 누군가가 네게 대단하다고 치켜세워도, 거기에 홀리지 마. 절대로. 알았지? 네가 대단한 자리에 올라선다 하더라도, 그때를 잊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 볼 수 있다.”

“네. 알았어요.”

유영민은 유현이 단순히 입에 발린 말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남자는 자신이 말한 것을 정말로 실천했기에 이런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다.’

유영민은 새삼 유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더라.

유영민이 그런 생각을 품을 때, 유현이 막 떠올랐다는 듯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야. 그런데, 스킬 창조로 뭐든 만들 수 있어?”

“네? 아뇨. 이거 만능은 아니에요.”

“역시 그런가……. 스킬에 제한이 있지?”

“네.”

“스킬을 만들 때 필요한 조건이 뭐가 있어?”

“일단, 스킬을 만들려면 TP가 필요해요. 강한 스킬일수록 TP의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죠. 그러다 보니, ‘즉사 치트’같은 것은 꿈에도 못 꾸고요.”

“……너 그런 거 만들려고 했어?”

“아, 아뇨 아뇨! 그냥 예시를 드는 거죠!”

유현은 이상하게 당황해하는 유영민을 수상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식은땀을 흘리던 유영민은 황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아, 아무튼 일단 전 TP가 없으니까 그게 안 되고. 게다가 능력도 너무 뭉뚱그리듯 하면 안 돼요. 하려면 세세하게. 그리고 너무 좋아 보이지 않게끔 하면서 성능이 괜찮게.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게 되게 많더라고요.”

“흐음. 지금 포인트가 없으면 스킬 자체를 만들 수 없는 건가?”

“아. 그건 아니에요.”

“음?”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최초 특전이 있더라고요. 초반에 만드는 스킬 3개의 경우에는 TP 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여 주거나 거의 공짜로 할 수 있는 그런 거요.”

“그건 좀 대단하네.”

유현은 역시 빙의자라고 생각했다. 남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것들도, 그들은 시작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덕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3개를 만들려면, 어떤 거부터 만들 건데?”

“어, 미리 정해야 하나요?”

“그럼, 안정하게? 너 설마 대놓고 협회 쪽에서 스킬 창조 이런 거 떠벌릴 생각은 아니겠지?”

“…….”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에 유영민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쉽게 믿고 따라온 것부터 호구 끼가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나중에 지아 씨한테 정신 교육 좀 부탁해야 하나/’

회귀자로서 짬이 가장 높은 권지아라면, 유영민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 줄 수 있을 듯싶었다.

‘아니. 아니다. 지아 씨도 안 되겠구나.’

일단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일부 상실한 것도 있지만, 사실 권지아도 회귀자라고 보기에는 다분히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이타적인 회귀자에게 유영민의 교육을 맡기기에는 불안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면, 혜림 씨? 아니, 안 돼. 수민이를…… 패지나 않으면 다행인가?’

결국,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유현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거 하나 알아 둬. 스킬 창조에 관한 것은 반드시 숨겨. 그리고 엑스트라나 이런 특성도 최대한 숨기고. 뭐든 너무 튀면 안 좋아. 적당히, 아주 적당히 좋은 느낌으로 가야지.”

유영민이 지닌 스킬 창조는 대놓고 밝히기에는 너무 규격 외의 스킬이었다.

이것은 어떻게든 숨기는 것이 최선이다. 이게 들통났다가는 보통 시끄러워질 일이 아니었다.

‘이걸 이용해서 일부러 관심을 모으거나 할 수도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더 크지.’

귀찮은 인간들은 물론이거니와, 성령들의 관심도 과분하게 된다. 차근차근 밟아 가는 그 과정이 확 뛰게 되는 것은 유현에게도 달갑지 않았다.

“일단, 그 공짜 스킬권 3개. 지금 미리 쓰자. 뭐 만들지 도와줄게.”

“아, 네.”

“스킬을 만들려고 했으면, 어떤 걸 만들려고 했는지 미리 생각해 둔 건 있지?”

“네. 일단, 2개 정도 정해 놓기는 했는데…….”

유영민은 이걸 말해도 되나 망설였다.

“왜? 그냥 편하게 말해.”

“어, 음. 일단 첫 번째 스킬이, 원거리 기술 같은 건데요.”

“원거리?”

“네. 제가 뭐 갑자기 칼 들고 싸우라 해도, 그걸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좀 안전하게 가려고요.”

“그리고?”

“어, 그리고 그다음에는 범용성이 뛰어난 느낌으로 해서, 전체적인 능력을 올리는 거로요.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로 한 거 같아서요. 스킬 자체를 강화시키는 스킬 이런 거라면, 성장하는 데도 나쁘지 않겠다 싶고요.”

“나쁘지 않네. 그리고 3번째는?”

“3번째는 아직 확정 지은 게 없어요.”

유현은 유영민이 말해 준 스킬들을 되새기며 괜찮은지 파악했다.

“나쁘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아주 좋아.”

“어? 정말요?”

안 그래도 유현은 팀 내에서 장거리 공격에 특화된 컬렉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권지아나 강혜림, 서수민은 모두 훌륭한 근접전 능력을 지녔지만, 원거리 대처 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스킬 창조 말고도, 손재주를 이용한 제작 계열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강화를 통해서 이런 제작 계열의 능력을 더욱 올리는 것도 매니지먼트의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일이었다.

해당 기술을 처음 올릴 경우에는 여러모로 고초가 많겠지만, 궤도에 오른 이후에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으니까.

“오케이. 정했다. 일단, 그 2개는 그대로 가.”

“그래도 돼요?”

“내가 검에 관련된 스킬 배우라 하면 할 거야?”

“어, 그건 좀…….”

“본인이 정했으면, 그렇게 하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봐도 전혀 나쁘지 않아 보여. 아이디어 괜찮네.”

유현이 진심으로 칭찬해 주자, 유영민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유영민은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의 아이디어가 크게 죽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일단,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며 능력을 강화시키는 서포터 계열로 가면 딱 좋겠다.”

“네. 저도 그렇게 하려고요.”

유영민은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창조가 발동됩니다.]

[현재 3회에 한하여 TP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유영민은 속으로 ‘네’ 하고 답하며 곧바로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2개의 스킬을 만들었다.

[스킬 ‘원격기(遠挌技)’를 획득했습니다.]

첫 번째 스킬인 원거리 관련된 원격기.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은 자신이 활을 쓸지, 총을 쓸지 확정 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명확하게 한 가지를 고르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꼼수를 부렸다.

혹시라도 TP를 내라고 하지 않을까 했던 걱정과 다르게 시스템은 별거 아니라고 인식했는지, 곧바로 첫 번째가 만들어졌다.

‘바로 2번째로.’

[스킬 ‘스킬강화’를 획득했습니다.]

[경고. 스킬강화는 주어진 한도를 벗어나는 스킬입니다.]

[이대로 만들 경우에는 해당 스킬이 다운그레이드됩니다. 그래도 만드시겠습니까?]

‘역시, 이건 힘드나?’

그래도 범용성을 생각하면, 약화된 상태라 하더라도 이 스킬은 필수였다. 유영민은 그대로 2번째 스킬도 밀고 나갔다.

[스킬 ‘웜 업(Warm Up)’을 획득했습니다.]

조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현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그 정도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거다.”

“그러겠죠?”

“그래. 일단, 협회로 가자.”

“네.”

유영민은 부푼 꿈을 가슴에 안고서 유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저 멀리 협회 건물의 커다란 자태가 보일 때였다.

유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운 골목길을 지긋이 주시했다.

뒤따라 걷던 유영민도 멈춰서며 골목길을 바라봤다.

“형. 왜 멈춰요? 안에 뭐 있어요?”

“어.”

유현은 그렇게 말하더니, 방향을 틀어 골목길 안쪽으로 쭈욱 들어갔다. 유영민은 당황해하면서 그 뒤를 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골목 깊은 곳에 도착했을 때 발견한 것은.

사상세계의 입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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