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42화
“프리스톤님! 무기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카라쿨리암브로의 외침에 프리스톤이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었다. 그러자 땅이 거대한 스푼으로 퍼내기라도 하듯 두둥실 떠올랐다.
4개로 갈라진 거대한 땅덩어리에 미증류의 힘이 가해지더니, 이내 작게 압축됐다.
대지를 압축해서 만든 것은 거대한 몽둥이.
카라쿨리암브로는 4개의 손으로 각자 몽둥이를 쥐었다. 동시에 유현과 돈키호테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콰앙!
카라쿨리암브로가 휘두른 몽둥이와 칼이 충돌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고, 프리스톤은 그 틈에 주문을 읊었다.
그런 프리스톤에게 유현이 던진 백경골작이 날아왔다. 캐스팅을 하는 도중에 드러나는 빈틈은 마법사에게 언제나 치명적이다. 하지만 프리스톤은 믿는 구석이 있어 캐스팅을 멈추지 않았다.
“프리스톤님께 손가락 하나 못 댄다!”
카라쿨리암브로가 휘두른 몽둥이가 백경골작을 튕겨 냈다. 유현은 가면 속에서 혀를 찼다. 안 그래도 덩치가 큰 데다가 속도도 빠른 주제에 팔이 4개나 되니까, 아우르는 범위도 넓어 귀찮기 짝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프리스톤의 캐스팅이 끝났다.
프리스톤이 내뻗은 두 팔의 사이로 붉은 화염이 동그랗게 맺혔다. 화염의 크기는 야구공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 안에 담긴 힘은 산을 불태울 대화재에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산초!”
“알겠습니다!”
이제는 서로 이름만 불러도 척이면 척이었다.
돈키호테가 방패를 세웠고, 유현도 백련을 방패로 바꿔 그 옆에 함께 세웠다.
직후 프리스톤에게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레이저처럼 쏘아지며 그들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아!
불길이 아닌 거의 레이저를 방불케 하는 화염의 기둥. 그것은 유현과 돈키호테를 삼킨 것으로도 부족한지, 그 너머의 거대한 지평선까지 쭈욱 뻗어져 나갔다.
고열을 품은 불꽃의 기둥이 바위 산맥 너머까지 가로질렀다. 불꽃에 닿는 지면이 형체를 잃고 무너지며 마그마처럼 융해됐다.
자그마한 산봉우리 하나를 마그마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위력.
그 일격이 지나간 폐허의 속에서 유현과 돈키호테가 몸을 일으켰다.
치이이익. 열을 머금은 방패에서 새하얀 연기가 났다.
“산초. 괜찮나?”
“저는 괜찮습니다. 기사님은요?”
“나도 마찬가지라네.”
말은 그렇게 해도, 두 사람의 체력은 엄청나게 소진되어 있었다. 조금 전의 공격도 겨우 막은 것이었다.
상성이 나빠도 너무 나쁜 것도 있지만, 대마법사 프리스톤의 힘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강했다.
‘기사님의 힘이 강한 걸 생각하면 최후의 보스급 환상체도 그에 준하거나 그 이상일 거라고는 예감하고 있었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유현은 융해된 산봉우리를 곁눈질로 살폈다.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았는지, 새빨간 마그마가 지면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종말에서도 7년 차 이후에 나온 시련의 수준에 준할 정도다.
사상세계의 급을 따진다면 단연코 S랭크.
이야기의 수준과 급을 매기면, 전설은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저쪽도 상당히 지쳤어.’
프리스톤도 그 한 번의 공격에 상당한 마력을 투자했는지,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 봐야 저 거인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건드리지 못할 상황이었다. 이쪽은 이미 저들의 수하를 돌파한 시점에서 많은 힘을 소모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살기 위해 싸우는 것은 질리도록 해 봤다. 살리기 위해 싸우는 것도 해 봤다.
어째서 싸우는가. 어째서 멈추지 않는가.
그 답은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기사님.”
“왜 그러나, 산초.”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큰 거로 한 방이요.”
“그런가. 알겠네.”
싸움을 통해 극한까지 가다듬어진 감각은 서로의 뜻을 짧은 대화로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고, 또 예리했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강혜림이나 권지아, 서수민과 위기의 순간에 함께 싸웠을 때도 어렴풋이 느꼈던 유대감.
마치 서로의 마음을 알고 지내는 것 같은 이 일체감을 설마, 이런 곳에서 환상체를 상대로 느끼게 될 줄이야.
“가겠습니다.”
“이쪽은 이미 준비됐다. 산초.”
유현은 백경골작을 들었다. 돈키호테 또한 상태가 좋지 않은 창을 쥐었다.
프리스톤도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말했다.
“카라쿨리암브로. 시간을 벌어라.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내겠다.”
“알겠습니다. 프리스톤 나리.”
카라쿨리암브로가 몽둥이를 세웠다. 프리스톤이 마력을 끌어모아 수인을 취했다.
파앗!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넷은 동시에 움직였다.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유현이었다.
“받아라───!!”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백경골작을 투척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괴수사냥(Kill The Whale)].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새하얀 작살은 이내 230m에 달하는 향유고래로 변해 카라쿨리암브로와 프리스톤을 향해 촘촘한 이빨을 들이밀었다.
“소용없다!”
카라쿨리암브로가 4개의 팔을 교차하며 몽둥이로 모비딕의 머리를 후려쳤다. 거인과 거경의 충돌과 함께 주위로 폭풍이 몰아쳤다.
쿠구구궁! 불완전한 지층이 뒤틀리고 갈라졌다. 갈라진 땅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 나가듯 날아갔다. 근육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른 카라쿨리암브로의 하체가 지면에 움푹 파고들었다.
카라쿨리암브로와 모비딕은 서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유현은 이번에 날린 공격이 전력인 만큼 모비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전력을 다하는 것은 카라쿨리암브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의 충돌이 이어지는 동안, 프리스톤이 짧게 마법의 술식을 취했다.
“얼어라.”
동시에 허공에 무수한 얼음 기둥이 솟구치며 모비딕의 몸을 꿰뚫었다.
힘 대 힘의 충돌이 빚은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카라쿨리암브로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몽둥이에 힘을 가해 모비딕을 지면에 패대기쳤다.
모비딕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가루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유현이 노리던 바였다.
천천히 사라지는 모비딕의 흔적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던 유현은, 양팔에 힘을 주며 백련을 휘둘렀다.
무려, 30m 이상 거대해진 백련을.
“무엇이?!”
설마하니 이런 공격을 가할 줄 예상하지 못했는지, 카라쿨리암브로가 황급히 몽둥이를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비딕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부터 유현은 칠마흑천신공의 기운을 백련에 한계까지 때려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백련의 크기와 질량도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최대로 키웠다.
검신의 길이 30m. 폭 4m에 달하는 거검. 검신에 맺힌 폭발적인 아우라. 그것이 카라쿨리암브로를 향해 휘둘러졌다.
거인보다 더 거인에 어울리는 일격.
이후에 벌어질 일은 돌아보지 않는 최후의 일격필살.
흥이 잔뜩 오른 백련이 외쳤다.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이 거인아!!!]
서걱!
그 거대한 참격이 카라쿨리암브로가 쥔 4개의 몽둥이를 깔끔하게 절단하고, 동시에 그의 상반신을 사선으로 베어 냈다.
카라쿨리암브로의 상반신에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령들이 해냈다고 환호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저 거인에게 치명타를 입힌 것이었다.
하지만, 가면 속 유현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얕아.’
분명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카라쿨리암브로의 근육과 뼈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밀도가 있어서 제대로 베어 내지 못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입가에 피를 흘리는 카라쿨리암브로는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어!’
처음부터 유현의 목적은 놈을 쓰러뜨리는 게 아닌, 프리스톤을 향한 길을 열어 주는 것이었다.
카라쿨리암브로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드러난 빈틈.
그 틈새를 비집고, 허공에 떠 있는 프리스톤을 향해 승천하는 새하얀 섬광이 있었다.
“프리스톤!”
돈키호테가 프리스톤을 향해 랜스를 내질렀다. 이번에야말로 누구의 방해도 없이 펼쳐지는 초속의 일격이었다.
그러나, 프리스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로브 속에서 씨익 웃었다. 얼굴에 드리운 음영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돈키호테는 그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멍청한 기사 녀석. 속았구나.”
프리스톤의 조롱과 함께 수인을 맺는 그의 손이 전혀 다른 행동을 취했다. 뒤이어 숨겨져 있던 마법진들이 떠오르며 돈키호테를 둘러쌌다.
“이런……!”
“이제 끝이다! 돈키호테!”
꽈르릉!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벼락이 돈키호테의 몸을 때렸다. 내질렀던 그의 창이 힘없이 부러지고, 갑옷이 조각나 흩어졌다.
마지막 기사는 불의의 일격을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기사님!”
유현이 외치며 도우러 가고자 했지만, 갑자기 거대한 손아귀가 그의 몸을 짓눌렀다.
“어딜 가는 거냐! 너는 여기서 나와 함께한다!”
카라쿨리암브로가 폭포수처럼 피를 흘리면서 유현을 붙잡고 늘어졌다. 유현은 백련을 방패로 만들어 카라쿨리암브로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도 돈키호테를 집어삼킨 검은 번개가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피부로 닿는 마력의 파동만으로도 저 마법이 보통 강력한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안 돼.
유현의 눈빛에 다급함이 깃들었다.
프리스톤은 자신을 귀찮게 만든 기사가 드디어 쓰러졌음에 승리를 확신했다.
그 순간이었다.
“크흐흐…… 아닛?!”
검은 폭풍을 뚫고, 마법진을 가르며 날아온 것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프리스톤은 자신의 승리를 점쳐 의심하지 않았던 차라 방심하고 있던 참이었다.
부러진 창을 버린 돈키호테가, 방패로 최대한 마법을 막으며 허리춤의 검으로 이 공세를 뚫고 나왔다.
“말도 안 돼! 그걸 맨몸으로 버티면서 뚫었단 말인가!”
“프리스토오오오온!!!”
돈키호테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프리스톤을 향해 날아갔다. 그가 입던 갑주는 거의 다 부서져 겨우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로시난테는 이미 쓰러져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의 애마여. 나 대신 이 공격을 몸으로 막아 줘서 고맙구나.
돈키호테는 자신과 함께하고,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해서 도와준 로시난테에게 고마움과 슬픔을 느끼며.
프리스톤을 향해 남은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돈키호테에게 당황할 법도 했지만, 과연 프리스톤도 대마법사라 불릴 만했다.
그의 손이 황급히 움직이더니, 이내 자그마한 마법을 이뤄 냈다.
공기를 한계까지 압축한 윈드 커터. 그것이 정확하게 돈키호테의 양쪽 눈을 베어 냈다.
촤악!
두 눈이 베이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시야를 잃고도 멈추지 않았다.
‘느껴진다.’
진정한 기사는 모든 걸 눈으로 보지 않는다.
놈의 기운이 피부로 느껴진다. 녀석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숨길 수 없는 악취가 가깝다.
그렇기에.
그가 내지를 수 있는 검의 궤적은 고작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모든 기사의 영혼이 지금, 이 순간 그와 칼자루를 함께 쥐고 있었으니까.
서걱!
은빛의 섬광과 함께 사선으로 휘둘러진 돈키호테의 검이 프리스톤을 몸을 갈랐다.
“크아아악!”
반토막이 난 프리스톤은 절규와 함께 가루처럼 흩어졌다.
“이럴 수가……. 우리가 졌단 말인가?”
그 광경을 망연하게 지켜보던 카라쿨리암브로 또한 기운이 다 했는지, 고개를 천천히 떨궜다.
그 거대한 육신이 이윽고 프리스톤처럼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카라쿨리암브로와 힘겨루기를 하던 유현은 그의 시체가 사라진 걸 깨닫고, 돈키호테가 이겼음을 직감했다.
“기사님!”
돈키호테가 힘을 잃고 떨어지고 있었다. 유현은 다급히 뛰어가 그의 몸을 받았다.
“상처가, 심각해.”
돈키호테의 상태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끔찍한 수준이었다. 갑옷은 부서졌고, 마법에 당한 몸은 성한 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두 눈까지 실명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겼다. 그래도 우리는 승리했다.
“기사님. 기사님!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세요!”
“산……초. 산초인가?”
“네. 기사님. 저입니다. 정신이 드십니까?”
“그래. 나는, 나는 이긴 거겠지?”
“네. 저희가 이겼습니다.”
“그렇구나.”
돈키호테는 씨익 웃었다. 이내 그는 거칠게 기침을 토했다.
“기사님!”
“쿨럭 쿨럭. 당황하지 마라. 산초. 이 정도 상처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어서 일어나자꾸나.”
“……알겠습니다.”
유현이 돈키호테에게 어깨를 빌려줘 그를 부축해 줬다. 이미 주변은 완전히 땅이 뒤집히고, 곳곳이 파괴돼 폐허를 방불케 했지만. 저 꼭대기에 있는 첨탑만큼은 어떠한 상처도 없이 처음의 자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로시난테. 로시난테는?’
유현은 마지막에 주인을 위해 몸을 날린 말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로시난테보다도 먼저 이 세상의 이상함을 잡아 냈다.
“어?”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예전 시화대전을 끝내고, 해당 필드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성령들도 그 모습을 보며 당황했다. 이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상 현상이었다.
설마, 방금 그걸로 사상세계를 클리어 한 건가?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클리어를 하면 이 세상은 빛무리와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활자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의 것에 덧씌웠던 것을 서서히 벗겨 내는 쪽에 가까웠다.
환상이라는 연기가 바람에 휩쓸려 나가듯.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본래 세상의 풍경이.
“이게, 대체…….”
바위가 가득했던 산이 사라졌다. 산꼭대기에 있던 첨탑이 환상처럼 흐릿하게 사라졌다.
파괴된 지면도, 녹아내린 산봉우리도, 치열한 전투의 흔적도, 모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노랗게 말라붙은 초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다 사라지는 거지? 어째서 전부 없어지는 거야? 그리고 이건 대체 뭐고?
“산초.”
“기사님. 이건…….”
“미안하구나.”
돈키호테는 눈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다는 듯 허탈하게 미소 지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모험을, 언제까지고 하고 싶었는데.”
“기사님……. 뭔가 알고 계시는 겁니까?”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는 거겠지. 그래. 우린 언젠가 꿈에서 깨어나야 했던 거야.”
돈키호테의 말에 유현은 말을 삼켰다.
꿈? 깨어나야 한다고?
유현은 그제야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시스템이 한 말을 떠올렸다.
돈키호테를 꿈에서 깨어나게 할 것.
결국, 지금까지 그가 겪었던 모험과 목숨을 건 싸움이.
전부 꿈이었다는 소리였다.
“날 두고 가라, 산초. 너의 종자 역할도 이제 끝이다.”
돈키호테는 말했다.
이게 끝이라고.
여기가 모험의 종착지라고.
‘설마…….’
유현은 그제야 깨달았다. 본래 소설 속 돈키호테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이 남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이 세상은 결국, 정해진 이야기대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