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35화
유현은 눈앞의 황금빛 종이를 노려봤다.
이거다. 바로 이것이 박문철에게 기적이라는 힘을 선사해 준 원인이다.
유현은 황금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녀석은 의외로 순순하게 유현의 손 위에 내려앉았다.
‘이건 대체…….’
뭘까?
유현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황금빛 종이는 이내 무수한 빛의 입자로 변하더니, 유현의 몸으로 흡수됐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놀라 당황할 법도 했지만, 유현은 차분했다. 오히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과연. 대충 어떤 건지 알겠어.’
이 황금빛 종이는 유현의 회귀와 관련이 된 물건이다. 성령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일반인들은 당연히 존재조차 모른다.
황금빛의 숫자는 많다. 그리고 해당 황금빛의 소유자들은 다양한 힘을 얻게 된다. 유현의 경우에는 회귀와 함께 상대방의 역사를 ‘책’으로 보는 힘을 얻었다.
‘황금빛마다 수준이 차이가 있나 보군.’
유현이 이번에 얻은 이 황금빛은 자신이 지닌 것보다 훨씬 더 작고 보잘것없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누가 알려 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본 것도 아닌, 말 그대로 흡수하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이게 내 회귀와 관련이 있는 건가. 그리고 전생에서는 박문철 같은 사람이 각성하는 일은 없었어. 세상의 흐름이 변한 거야. 나 때문에.’
황금빛 종이.
이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당장은 모른다. 하지만 박문철이 이 종이의 파편을 얻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힘을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니. 분명 있을 거다. 박문철처럼 힘을 각성한 사람이. 변화하는 세상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돌출부들이.’
유현은 머리가 아파 오는 것과 동시에 맑아지는 기묘함을 느꼈다.
그가 모르는 새로운 세력의 출현.
더불어 회귀와 연관이 있는 이 기묘한 황금빛 종이까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현은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음을 직감했다.
거친 바람과 파도 속에서 그는 그 끝이 어딘지 모를 망망대해의 수평선 너머로 나아가야 했다.
‘재밌군.’
이 황금빛 종이를 모으다 보면, 보다 그 답에 가까워지겠지.
그리고, 세상에는 박문철 말고도 황금빛 종이를 지닌 자들이 더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생길 거는 자명한 일이었다.
‘내가 회귀를 하게 된 이유라.’
회귀한 이후, 그에게 지금까지 벌어졌던 온갖 사건들. 그것이 어쩌면 이 황금빛에 이끌린 자들이 본능적으로 벌인 게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황금빛 종이는 그가 모르는 이 세계의 진실과 가장 크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
유현은 가면 속에서 입을 비틀며 웃었다.
‘전부 다 모아 주지.’
* * *
한 사이비 종교 집단을 이끌던 교주의 죽음은 생각보다 큰 파란을 몰고 오지 못했다.
그가 생전에 너무 나쁜 짓을 저질렀기에 오히려 사람들을 꼴좋다고 넘겼거니와, 뉴스나 기사에서도 이 부분을 잘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은 2차 판타즘 쇼크 이후, 세계 곳곳에서 생성된 새로운 사상세계를 향했다.
같은 종교 단체에서는 이 사건의 이상함을 느끼고 수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야 당연히 그러겠지. 지금 세상이 얼마나 정신없는데, 그런 걸 신경 쓰겠어.’
아카데미에서 벌어졌던 테러 사건도 유야무야 넘어갔을 정도다.
지금 중요한 것은 2차 판타즘 쇼크 이후에 벌어질 사상세계의 소탕이었다.
물론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는 이미 협회가 박문철의 뒷조사와 함께 그의 교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현으로서는 썩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유라도 무사히 퇴원했고, 짜증 나는 인간들도 대충 정리는 끝냈으니까.’
교주라는 구심점을 잃은 사이비 교단은 붕괴하는 것 말고는 선택할 길이 없었다. 물론, 이 나라에는 사이비 종교가 고작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만 따지면 비슷한 것들이 몇 개는 더 있는 현실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니까, 지금 당장은 시끄럽게 움직이지 않겠지.’
오히려 이런 타이밍에 옳다구나 하고 나섰다면, 유현은 그 대상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황금빛 종이를 지닌 자라면, 분명 이른 시일 내에 자신의 활동에 두각을 드러낼 테니까.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은 이제 유현에게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느슨해졌다는 것을 자책할 필요가 있었다.
세상은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미래를 방해하는 위험은 산재해 있고, 오히려 옛날보다 더 골칫거리들이 많아졌다 볼 수도 있었다.
‘뭐가 어찌 됐든, 그렇다고 멈출 이유는 없어.’
유현은 TV 화면에서 기자에게 열심히 인터뷰에 응하는 나민혁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자신을 보고 두려움에 고개를 조아리던 청년은 나름 수라장을 한차례 헤쳐 나온 덕분인지, 눈동자에 전에 볼 수 없던 총기가 맴돌고 있었다.
사람은 결국 변한다. 한용운 때도 그랬고, 나민혁도 그랬다.
‘자, 그러면 슬슬 다음 문제를 해결해 볼까?’
유현은 몰래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
“지아 씨.”
“……!!”
“아까부터 계속 계신 거 알고 있었습니다. 할 말이 있으시죠?”
유현에게 말을 할까 말까 숨어서 고민하던 권지아는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유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표정은 고민과 미안함으로 뒤섞여 있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리스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됐죠?”
“그러니까…… 거기에 도착했을 때 바로 통화를 하지 않았나.”
“그랬죠.”
“전화를 끝내고, 나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했었는데…….”
권지아는 자신이 거기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실토했다.
갑자기 폭주한 사상세계 때문에 공항까지 환상체들이 밀고 들어왔고, 결국 그녀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권지아는 싸움의 흐름에 휩쓸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녀는 딱 사상세계의 입구 근처까지만 환상체를 몰아내고 정리했을 뿐, 유현의 말을 계속 잊지 않았다.
“문제는, 이거다.”
“은화네요?”
권지아가 꺼낸 것을 확인한 유현은 대체 이 은화가 뭐냐는 시선을 던졌다.
“본래 내가 찾으러 갔던 히든 피스가 바로 이거였다.”
“이 동전이요? 지아 씨가 기억을 되찾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아무튼, 본래는 이것을 얻으려면 사상세계 안쪽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번 폭주사태로 무언가 바뀌었는지 환상체들을 정리하던 도중 내 손에 이게 떨어졌다.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얻게 된 거지.”
“그래서 고민하셨던 거군요. 원래라면 안 챙기고 왔어야 했는데 갑자기 얻게 됐으니, 버리기도 뭣해서 가져온 거고요.”
권지아는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유현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유현은 우선 권지아에게 자신이 왜 곧바로 돌아오라고 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 줬다.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기억이, 혼성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를 다 들은 권지아는 무거운 표정으로 납득했다.
“확실히, 혼성계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 당장에 우리가 그 성령에게 죽을 뻔했던 곳도 수민이의 기억으로 구성된 세계였으니까.”
“맞습니다. 결국, 이 세상은 사람의 기억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제가 지아 씨를 말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아 씨가 이제는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권지아가 반박했다.
“기억을 되찾으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도 있다.”
“음.”
그 흔들림 없는 말에 유현은 살짝 고민했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위험성을 감수해 가면서 그녀의 기억을 들춰 봐야 하는가.
이게 유현 개인의 일이었다면, 유현은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찾아야 하는 기억은 권지아의 것이었다. 문제가 생겨도 결국,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권지아였던 것이다.
“일단은 바로 답을 내리기 힘드니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죠.”
유현은 일단 답을 미루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급하지 않으니까, 상관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권지아는 쉽게 납득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정보는 최대한 빨리 얻을수록 좋다. 그래야만 나중의 일을 대비할 수 있으니까.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 줄 알고?”
[나는 권지아의 말에 찬성.]
백련도 권지아의 말에 동감했다. 나중에 벌어질 일을 확실하게 막아 내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도 넘겨서는 안 됐으니까.
유현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라고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이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3일만 시간을 주세요. 그 정도면 괜찮잖아요? 제가 욕심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다 지아 씨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예요.”
이쪽을 걱정한다고 진지하게 말할 줄 몰랐는지, 권지아가 입술을 오므리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거라면…… 뭐.”
“괜찮죠?”
“3일 정도면…… 그러지.”
“그러면 됐습니다.”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만족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지아가 의뭉스럽게 그를 올려다봤다.
“어디 가나?”
“협회에서 지원 요청이 왔거든요. 사상세계 하나를 클리어 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 하나 새로 생겼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협회에서 유현에게 도와달라는 일종의 헬프 콜이 날아왔었다.
이유는 하나. 이번에 새로 생긴 사상세계의 클리어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얼마나 특이한 곳인지도 전해 들었다.
“출입 가능 인원은 단 한 명. 그리고 단순히 강하다고만 해서는 클리어 하기 힘든 곳이라고 합니다. 벌써 수십 명이 실패했고, 사상세계 안쪽에서 거인들이 튀어나와 주변을 휩쓴다더군요.”
“지금 거길 가겠다고?”
“단순한 견학입니다.”
말해 놓고 너무 당당하다 싶어서 유현은 살짝 정정해 주기로 했다.
“아마도.”
* * *
사상세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유현을 맞이해 준 것은 유성아였다. 유현은 서글서글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유성아 씨.”
“……아, 네. 오랜만이에요.”
“어라?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이시네요.”
유현의 말마따나 유성아는 평소에 보이던 화산 같은 폭발적인 기세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축 늘어져 있었다.
유현의 말에 유성아는 적당히 쌓인 비품 상자에 엉덩이를 걸터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패했거든요.”
“누가요. 유성아 씨요?”
“그럼, 제가 아니고 누구겠어요? 하아. 그래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 아니었나 봐요.”
이번 변화로 갱신된 유성아의 강함의 레벨은 무려 68. 중견급 컬렉터 사이에서 사실상 최상위의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런 유성아가 실패했다니.
실패한 사람은 유성아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현장에는 10명에 가까운 다른 컬렉터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전부 다 레벨이 최소 50이 넘는 자들이었다.
누군가는 안타까움을, 누군가는 짜증을, 또 누군가는 분노를.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이 모두 사상세계 클리어에 실패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협회의 연락을 받고 오기는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유성아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들이 모두 실패했음을 알려 줬다. 그런데 유현이 보기에는 퍽이나 신기한 일이었다.
사상세계가 단 1명만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특이함으로 넘긴다고 쳐도, 실패한 사람들이 아무도 죽지 않고 무사히 복귀한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그 말을 들은 유성아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야 안쪽이 엄청 평화로웠으니까 그렇죠. 그 노망난 늙은이만 빼면요.”
“노망난 늙은이요?”
“유현 씨도 들어가 보면 알 걸요. 저는, 후우.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나서. 미리 요원들한테 브리핑 듣고 가세요. 거기에 일단 다 적어 놨으니까요. 좀 쉬고 싶네요.”
“그러죠. 반가웠습니다.”
유성아를 뒤로 하고, 브리핑 막사로 들어온 유현은 그제야 해당 사상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됐다.
그리고,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왜 실패했는지도.
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유현의 눈동자가 빛났다.
‘이거.’
유현은 살짝 난감하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즐거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
‘원래부터 와야 할 곳이라는 건 알았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재밌겠는데?’
유현이 이곳의 사상세계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얼마 전 라플라스의 힘으로 미래를 봤을 때, 유현은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지금 찾아온 사상세계도 그중 하나였다.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는 그도 몰랐다. 하지만 이 사상세계 내부에 아주 중요한 것이 잠들어 있고, 이것을 클리어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주변 일대가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는 것은 확실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이곳의 클리어는 필수였고, 그런 의무감에 호기심이 더해지는 것은 절대 나쁠 일이 아니었다.
유현은 곧바로 막사에서 나와 사상세계의 입구로 다가갔다.
“어? 저 사람은…….”
“설마, 저 녀석도 여길 클리어 하러 온 건가?”
“아서라 아서. 아무리 대단한 텔러 양반이라 하더라도, 저건 누구도 못 깨.”
대부분 컬렉터는 유현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만, 그들과 계약을 한 몇몇 텔러들은 유현의 등장에 벌써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유현은 지금까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사상세계를 몇 개나 클리어 한 전적이 있었다.
그는 기적을 실현시키는 힘을 지녔으니, 이번에도 혹시나 어떤 방법으로라도 클리어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든 것이다.
‘자, 그러면 가 볼까?’
유현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잔뜩 받으며 사상세계의 입구로 들어갔다.
동시에 서재가 개방됐고, 시청령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음. 여기는?”
바뀐 풍경은 넓고 푸른 초원이었다. 하늘을 맑고 높았고, 태양은 눈부셨다.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를 어루만지듯 따뜻하고, 코를 간질이는 녹음과 흙의 향은 생명력이 충만했다.
유현은 그 초원의 중심에 난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유현은 자신의 복장을 살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모종의 힘이 적용되더니 유현의 옷을 중세 여행자의 그것으로 바꿔 놓았다.
‘옷이 바뀌었다. 역할이 부여된 거로군.’
일단 주변을 확인부터 해 볼 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유현을 드리웠다.
“산초!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히히히힝.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은 우렁찬 노인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한 기사가 있었다.
새하얀 수염과 백발을 기른 노기사였다. 전신을 가리는 풀 플레이트 메일. 손에 쥔 것은 마상 랜스와 방패, 허리춤에는 한 자루의 검을 찼다.
헬름 투구인데도, 얼굴 가리개가 없어 그의 독특한 맨얼굴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거라. 모험이 우릴 기다리지 않느냐?”
그리고, 눈앞의 이 늙은 기사야말로.
바깥에 있는 컬렉터들을 좌절시키고 한껏 괴롭게 만든 장본인이자, 이 사상세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
돈키호테(Don Quixote)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