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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31화 (231/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31화

유현은 지금 자신의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분노의 불꽃을 꺼뜨린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잔잔해 보이는 호수의 기저에서 세상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분노가 타오르는 걸, 이 자리의 모두가 알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유현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유라와 오빠 동생 부르는 유현이야 오죽했을까?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유현은 병실의 바깥으로 나갔다. 아무도 그를 따라오지 않았다.

적당히 인기척이 없는 곳에 도착한 유현은 바로 휴대폰으로 성유찬에게 연락을 취했다.

“유찬 씨. 접니다.”

-아, 네. 강유현 텔러님.

“준비는 다 됐습니까?”

-네. 일단, 요청하신 자료는 싹 다 모아놨습니다.

유현은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성유찬에게 한 가지 역할을 맡겼다. 아카데미에서 테러를 벌인 뒷배에 대한 조사였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들은 테러를 벌인 자들과 시위를 하던 종교 집단은 서로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러를 벌인 사람은 미등록 컬렉터였고, 컬렉터를 혐오해 배척하는 종교 집단에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을 리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이번 사건은 사회에 불만을 품은 일부 미등록 컬렉터가 일부러 사건을 키우기 위해 몰래 끼어들어서 벌인 짓으로 끝났다.

하지만, 정말로 과연 그럴까?

유현은 이번 사건에서 무언가 이질감을 느꼈다. 무수한 경험으로 발달된 감각은 굳이 상대방의 책을 펼쳐 보지 않아도, 이 상황의 어긋남을 읽어 냈다. 분명, 이번 사건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찾아보니 어땠죠?”

-이거, 강유현 텔러님 말씀대로 던대요. 처음에 반신반의했는데, 하나둘 파 보니까 장난 아닙니다.

성유찬은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유현에게 전달했다.

-박문철. 현재 나이 57세. 이번 시위를 벌인 종교 단체의 수장이자 사이비 교주예요. 근데 이 인간 사상통합 오기 전부터 사이비로 활동했는데, 최근 10년 동안에 아주 온갖 너저분한 짓을 했더라고요. 시위는 기본이고, 신도들 이용해서 컬렉터들 괴롭히거나 자기가 신의 사도니 그분의 아들이니 하면서 신자들한테 돈을 뺏거나 강제로 개종시키기도 했네요.

“그밖에는?”

-워낙 많아서 싹 다 나열하기도 힘들어요. 불법을 저지른 일도 상당히 많은데, 경찰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 이상한 소문도 도는 것 같고요.

이상한 소문이라고?

유현은 귀가 솔깃해졌다. 성유찬이 저렇게 말한 거라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이 사람 이전까지는 신도들이 기적을 보여 달라 했을 때 항상 준비가 안 됐다 안 됐다 이렇게 넘겼는데, 최근에 갑자기 진짜 신통력이라도 각성했는지 이상한 능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답니다. 얼마 전 카메라에 찍혔다가 급히 삭제된 영상이 하나 있는데, 복구하고 보니까 합성이 아니라 진짜 같습니다.

“박문철이 각성을 했다는 건가요?”

-아뇨. 각성을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다릅니다.

이어지는 성유찬의 말에 유현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 인간, 타인을 각성시킨다고 하던데요.

* * *

“아. 오셨어요?”

“네. 잠시 확인할 것이 있어서.”

다시 병실로 돌아온 유현은 죽은 듯 누워 있는 강유라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지금 잠들어 있었다. 실제로 크게 다친 부분은 없기도 해서, 아마 깨어날 경우에 금방 퇴원할 것이다.

하지만 추악한 어른 때문에 이 아이가 다쳤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현은 유례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유라는 괜찮겠죠?”

유라와 가장 친했던 강혜림이 조심히 물었다.

“크게 다친 부분도 없고 즉석에서 치료가 잘돼서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겁니다.”

“역시, 그렇겠죠?”

“유현…… 너는 어디로 갈 생각이지?”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유현은 그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권지아가 그런 유현의 뒤를 황급히 따라왔다.

“강유현.”

“네, 지아 씨. 무슨 일이죠?”

“그게…….”

권지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녀는 유현이 저렇게 화가 난 것은 처음 봤다. 그러다 보니, 이번 보상으로 얻은 은화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 수가 없었다. 지금은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단 다급하게 부르기는 했는데, 크게 할 말이 없어지자 권지아는 괜히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아 씨?”

“아니다. 그냥, 음. 별 탈 없이 갔다 와라.”

“……그러죠.”

유현도 권지아가 자신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은 이 행동으로 눈치챘다. 하지만 그것과 지금 해야 할 일을 멈추는 것은 별개였다.

유현은 권지아를 남겨 놓은 채 자리를 떠났다.

유현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협회의 구치소에 갇혀 있는 이번 테러의 주모자였다.

“갑자기 찾아오셔서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급히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유현의 등장에 황급히 튀어나온 최중모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구치소에 한 남자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는 유현과 최중모를 보더니, 얌전하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이를 드러내며 조소를 지어 보였다.

“뭐야. 아직도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 말했잖아. 나는 이미 할 말 다 했다니까?”

“…….”

“뭐, 이대로 나한테 압박감이라도 주겠다고? 그래도 내 대답은 바뀌지 않아. 그냥 이 세상이 다 짜증 나서 그랬어. 그게 뭐? 감방에 넣으려면, 처넣으시던가.”

단순히 불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잡혀 온 사람치고는 상당히 당당했다. 저런 부류는 보통 둘 중 하나였다.

더는 잃을 게 없어서 막 나가거나.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믿고 따르는 뒷배가 있거나.’

유현의 시선은 처음부터 남자를 향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히려 그가 지니고 있는 책에 못 박혀 있었다.

너무나도 보잘것없고 작은, 지나갈 때 보이더라도 그냥 무시하고 갔을 법한 갈색의 책.

유현은 그 내용을 확인했다.

“이봐. 내 말 안 들려? 그냥 무시하기야? 이야, 협회 직원이 이제 사람 말도 그냥 씹네?”

“박문철 교주가 네게 순교를 부탁했더군.”

“뭐?”

갑자기 박문철의 이름이 나오자, 남자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이 남자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니, 설마 교주님이 비밀로 했던 그 이야기가 바깥으로 새어 나간 건가? 그럴 리가.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조금 전까지 당당하게 뻗대던 남자는 유현의 한마디에 흔들렸다.

“무, 무슨 소리인지……모르겠는데.”

“그가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내린 그 알량한 축복에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았나?”

“……!”

남자는 당황했다. 기적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는 것은 단지 추측으로 인한 때려 맞추기가 아니었다.

눈앞의 유현은 그가 교주로부터 직접 기적을 선사받은 것까지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중모는 둘의 대화를 유심히 듣기만 했다. 그는 유현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제는 놀랄 일도 없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기획했네. 곳곳에서 각성한 순교자들을 이용해서 컬렉터들의 입지를 줄일 생각이라니. 아카데미는 그 첫 시작이고, 그다음은 각 클랜의 사옥과 협회였나?”

“너, 너……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글쎄. 과연, 내가 누구일까?”

유현은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남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중모는 섬뜩함을 느꼈다.

저 미소. 또 저 미소다. 자신에게 한번 지어 보였던, 유현이 누군가를 제대로 잡아먹기 전에 보이는 저 유열과 광기에 찬 미소.

그걸 직접 마주한 남자는 그야말로 사색이 됐다.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만 남자를 내려다보며 유현은 약속이라도 하겠다는 듯 조용히 선언했다.

“기대해. 네가 그토록 따르는 그 신의 대행자가 곧 어떻게 되는지.”

“으, 으으으으!”

“곧 알게 될 거야.”

“아, 악마!”

남자는 떨어지지 않은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며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이성적 사고는 한 줌도 섞여 있지 않은, 그야말로 위기감의 극한에서 본능이 반사적으로 도출한 말이었다.

“악마라…….”

몸을 돌리며 자리를 뜨려던 유현은 남자의 발작적인 외침에 피식 웃었다.

철창 안 남자는 순간 보았다.

유현의 눈동자의 안쪽에서 얼핏 흘러나오는 붉은 기운을.

“마음에 드네.”

* * *

구름이 가득 껴 하늘의 별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두운 밤.

어둠에 깔린 모든 것들은 선명하던 경계가 허물어져 전부 흐릿한 하나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앞에 무언가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거진 숲을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남자, 나민혁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허억. 허억.”

“야! 그 새끼 어디 갔어!”

“어서 잡아! 놓치면 안 돼!”

뒤에서 눈 부신 불빛이 그를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민혁은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호흡 곤란을 겪으면서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나민혁은 바로 얼마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어디에 나가도 별로 특출날 것이 없는 청년이었다. 평범하게 고등학교을 거쳐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다녀온,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없으며 인생에 유일한 업적이자 자랑거리라고 해 봤자, 병장으로 만기 전역을 한 것이 전부. 시사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고, 게임을 좋아하며, 잘 꾸미지도 않고 미래의 비전조차 없었다.

그랬던 나민혁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자신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매력적인 연인이 생긴 것이었다.

‘분명, 좋았었는데.’

나민혁은 그때 평생의 행복을 다 몰아 썼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뻐했다. 그녀와 1년 이상을 사귀면서 그는 그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렇게 불행이 들이닥친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다.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고, 그것을 막으려던 여자 친구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던 것이 며칠 전의 일이었다.

소시민이던 나민혁은 그 순간, 인생에서 처음으로 용기라는 것을 내 봤다. 연인을 구하고 자신의 연인을 반강제로 감금한 해당 사이비 종교 단체에 대해서 알아본 뒤, 사회에 고발을 할 계획까지 세운 것이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그는 일개 개인이 단단하게 구축된 하나의 집단을 무너뜨린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쫓기는 지금에 와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한 개인이 집단의 안쪽에 파고들어 비리를 고발하고,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은 그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다뤄지는 픽션 같은 일이었다. 현실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나민혁은 몰래 들어가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경비원에게 걸리고 지금은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 새끼 잡으면, 반드시 죽여! 교주님께 해가 될 놈들은 모두 없애야 한다!”

“살려 달라고 빌 때까지 계속 고문해서 죽여 버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살기에 찬 목소리에 나민혁의 위기가 경종을 울렸다.

잡히면 단순히 두들겨 맞고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저 광신도들은 정말로 자신을 고문해서 처참하게 죽일 생각이 만반이었다.

하지만, 나민혁은 결국 사이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전역 이후로 운동도 제대로 안 한 저질적인 체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반면, 그를 쫓는 남자들은 건장한 체구에 딱 봐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한밤중에 이어지던 추격전은 결국 한쪽에게 비극이라는 결과로 끝나게 됐다.

“하! 이 새끼. 네가 도망친다고 해서 뭐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커헉!”

선두에 선 남자가 주저앉은 나민혁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그 뒤를 이어 다른 사람들의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됐다.

나민혁은 몸을 웅크리면서 그들이 가하는 폭력을 최대한 안 아프게 맞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적당히 나민혁을 두들겨 팬 남자들이 어깨를 씩씩거리며 그에게 이죽거렸다.

“야. 기대해라. 우릴 고생시킨 만큼 아주 특별하게 귀여워해 줄 테니까.”

“아주 죽여 달라고 빌게 해 줄게.”

킬킬거리며 웃는 사이비 추종자들의 목소리에 나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나 같은 게 이런 곳에 왔으면 안 됐어.’

자신이 대체 뭐라도 된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처음 생겼던 소중한 연인을 구한다고 무슨 영웅이라도 된 거라고 착각한 게 아닌가.

나민혁은 새삼 자신이 정말 꼴불견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을 보며 이를 으득 갈았다.

‘신을 믿는다는 새끼들이, 사람을 죽이네 뭐네 떠들어?’

더러운 사이비 새끼들.

하지만, 나민혁은 그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고통받는 것은 자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저주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세상이다. 신이 실존하고 그 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이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하다니.

‘뭐가 신이야. 뭐가 자비고, 뭐가 기적이냔 말이야. 나한테는, 나한테는 한 번도 그런 기적 따위 주지도 않았으면서.’

신은 지켜본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손을 내밀지 않는다.

신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신도 사람도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어? 뭐야?”

“저거 누구야?”

이제 슬슬 나민혁을 본부로 끌고 가려던 남자들은 가까운 곳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손에 쥔 플래시가 그쪽을 비췄다.

“뭐, 뭐야 저건. 무슨 가면이야?”

“미친놈 아니야 저거?”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얼굴에는 무섭게 생긴 악마 가면을 쓴 남자였다. 그는 처음부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나민혁은 웅크렸던 고개를 들어 남자를 봤다. 어두운 밤, 별빛도 없는 숲속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은 얼핏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민혁은 그를 비웃지 못했다.

“뭐, 뭐…… 크악!”

“커헉!”

“끄르륵!”

그의 신형이 사라진다 싶더니, 자신을 쫓아오던 사이비 종교 단체 사람들이 모조리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극한의 상황까지 몰린 나민혁은 이 모든 일이 지금 저 악마 가면을 쓴 남자가 벌인 일이라는 걸 눈치챘다.

“의도치 않게 흥미로운 일을 목격하고 말았네요.”

사이비들이 모두 쓰러지고, 그들이 사용하던 플래시의 불빛이 전부 꺼졌다. 숲에는 다시 처음과 같은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조금 전과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허공에 떠 있는 2개의 붉은 눈동자의 존재였다.

악마다.

나민혁은 그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시죠.”

그리고, 그 악마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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