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225화
한밤중 한국의 도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벌어진 사상세계의 폭주 사태는 시민들에게 있어서 마른하늘에 떨어지는 날벼락이었다.
사상세계에서 튀어나온 환상체들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특히 퇴근 시간과 겹쳐 교통체증이 심한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사, 살려 줘!”
자동차 운전석에 틀어박힌 남자는 보닛 위에 올라탄 네발짐승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짐승은 곳곳에 붕대를 감고, 등에는 가시가 가득 튀어나온 기괴한 늑대였다.
남자가 도망치는 것이 늦어서 차 안에서 숨어 있던 와중에 들킨 것이 조금 전의 일.
자신의 안일했던 생각을 후회하며 남자는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저 괴물은 말이 통하지 않는 오직,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짐승이었다.
콰창! 콰드득!
차 전면의 유리가 부서지며 늑대의 이빨이 남자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붉은 물감을 가득 담은 풍선이 터지듯, 피가 차량 내부에 가득 튀었다.
코를 자극하는 혈향을 맡은 늑대는 더욱 흉포한 울음소리를 토하며, 다음 먹잇감을 찾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새하얀 광선이 늑대의 몸통을 관통했다. 깨갱. 늑대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좋았어! 맞췄다!”
동시에 난장판이 된 현장에 컬렉터들이 파티를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는 넷. 그중 늑대에게 공격을 가한 것은 가장 후열에서 완드를 쥔 여성 컬렉터였다.
크르르르.
늑대는 새로운 먹잇감의 등장에 으르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통에 커다란 상처를 단 것 치고는 매우 멀쩡해 보였다.
마력을 길게 쏘아 냈던 여성 컬렉터는 그 광경을 보고 당황했다.
“대체 어떻게? 분명히 몸을 관통했는데…….”
“조심해라. 저 녀석은 평범한 짐승이 아니야.”
선두에 선 파티의 리더, 중년의 컬렉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만들어 낸 인조 생명체지.”
그의 말마따나 저 늑대는 일반적인 환상체가 아니었다.
정확한 이름은 실험체 807호. 붕대를 감고 등에 가시가 튀어나온 저 늑대를 칭하는 이름이었다.
실험체 807호는 미치광이 연금술사 겔라드릭 비밀 연구소의 파수꾼이었다.
성미가 난폭하고 흉폭하며, 보통 늑대보다 훨씬 더 커다랗고 위압감을 주게 생겼다. 등 뒤에 달린 가시는 단순히 위협용이 아니며, 적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 낼 수 있는 위험한 무기였다.
‘제길.’
리더는 실험체 807호의 등장에 이를 악물었다.
사상세계 내부에만 있어야 할 녀석이 바깥에 튀어나온 것도 문제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저 실험체는 사상세계 [겔라드릭 비밀 연구소]에서 가장 최약체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사상세계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 실험체 807호가 나타났다는 것은, 놈보다 더 위험한 실험체도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어지간해서는 가는 것도 꺼려지는 사상세계인데 왜 갑자기 이런…….’
타 차원 이야기로 구현된 [겔라드릭 비밀 연구소]는 여타 사상세계와 비슷하게 포인트를 파밍에 적합한 곳이었다.
총 3개의 층의 지하로 구성된 이곳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위험한 실험체가 나타나는 구조를 지녔다.
대부분 컬렉터는 연구소의 1층만 돌아다니며 환상체들을 사냥하고는 했다.
그 1층마저도 상당히 위험한 실험체로 가득해서 최소 컬렉터 등급 중7품 이상을 달성하지 않을 경우에는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할 곳이기도 했다.
‘전체적인 난이도를 보면 2층부터는 중견급이 아니면 비비지도 못하니까, 거의 관심을 갖지도 않은 곳인데.’
그래서 주기적으로 1층만 돌아다니며 환상체들의 증식을 억제만 하면 그만인 곳이었다. 실제로 해당 사상세계는 그렇게 5년 이상을 별문제 없이 저 자리에 박혀 있었다.
놈들에게 얻을 수 있는 실험체 부산물은 연금술사나 제작 관련 클랜에 비싸게 팔렸고, 컬렉터들은 그 돈벌이를 없애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늘부로 끝이었다.
사상세계의 억제는 실패했고, 내부의 환상체가 바깥에 튀어나와 사람을 죽였다.
리더는 코끝을 간질이는 피 냄새에 이를 악물었다. 사람이 대체 몇이나 죽은 걸까? 급히 호출을 받아 와 보니, 상황은 그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다들 집중해라.”
남자는 자신의 덩치만 한 방패를 꺼내 들며 동료들에게 경고했다.
“우리는 이 시각 부로 최선을 다해서 현실로 튀어나온 환상체들을 사냥하는 데 집중한다. 이견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끼리 될까요?”
“다른 컬렉터들도 오고 있어.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리고 실험체 807호 하나면, 우리로도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아.”
게다가 저 늑대 녀석은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몸통을 관통당하고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이쪽을 향해 살기를 풀풀 날리는 것은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괴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준비해라.”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전투 준비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피를 흘리던 실험체 807호가 난데없이 고개를 짓쳐 들더니, 하늘을 향해 거친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아우우우우우우!!
“이런 제길! 어서 녀석을 막아!”
“네, 네?”
“동료를 부르는 거다! 어서 막아야…… 아니, 늦었나.”
리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상을 감지한 것은 다른 컬렉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실험체 807호의 울음소리가 8차선 도로에 넓게 퍼지더니, 이내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소리를 듣고, 거기에 호응을 한 다른 실험체 807호들의 울음소리였다.
반파된 차들이 진열된 도로의 위로 그림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 났군.”
무려, 10마리가 넘는 실험체 807호가 컬렉터 일행을 포위하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한 마리면 모를까, 이쪽의 숫자는 고작 넷. 하지만 저쪽은 10마리다. 리더는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녀석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설마 동료를 부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럴 것이 그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실험체 807호는 항상 혼자였다. 과도한 사냥으로 리젠이 거의 되지 않은 탓에 항상 경험이라고 해 봤자, 단독 개체밖에 잡은 것이 전부였다.
“우, 우리 어쩌면 좋죠?”
“도망칠까요?”
“아니. 도망치면 금방 따라잡힐 거다. 애초에 네발 달린 짐승을 우리가 어떻게 따돌린다고 그래?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싸워야지.”
“저, 저걸 어떻게 상대해요!”
그건 내가 알고 싶다.
리더는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을 꾸욱 참았다.
여기서 자신마저 흔들리면, 이 파티는 순식간에 괴멸하고 만다. 패닉에 빠진 적만큼 요리하기 쉬운 것은 없으니까.
최소한의 이성은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이 사태를 모면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정 안 되면, 일단 내가 놈들의 주위를 끌어서 나머지 녀석들이라도 살려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던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섬광이 튀었다.
‘뭐?’
단지 섬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정말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푸른 불꽃. 마치, 허공에 작은 폭죽을 터뜨리듯 폭발하는 찰나의 스파크.
그것이 멀리 떨어진 곳부터 터지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에에에엑!
께에엑!
그것은 짐승과 괴물이 뒤섞인 실험체들의 비명이었다.
컬렉터 일행을 포위한 실험체 807호들도 이상 현상을 감지했는지, 낮췄던 고개를 들어 올리며 주위를 살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멀리서부터 번쩍이며 보이던 불꽃이 어느덧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으니까.
파아앗!
눈부신 섬광이 모두의 눈을 찌르듯 폭발했다. 그 뒤를 황급히 뒤따른 굉음이 귓가를 우르르 울렸다.
“으아악!”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리더는 일행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앞에 세우며 빛을 가리는 데 주력했다.
폭풍과도 같은 빛의 속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와 짐승의 비명 소리가 겹쳤다.
뇌성은 더 거대한 짐승의 포효 소리였다. 실험체 807호들은 섬광 속에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무의미한 반항이었다.
찰나가 지나고 모든 것이 잠잠하게 잦아들었을 때, 리더는 올렸던 방패를 내리며 감았던 눈을 떴다.
“세상에.”
“이, 이건 대체…….”
조금 전까지 그들을 포위하던 실험체 807호들이 모조리 도륙이 난 채 쓰러져 있었다.
몸에 거대한 칼자국이 난 녀석 중 살아 있는 놈은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놈들을 구성하는 육신이 서서히 텍스트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텍스트로 변해 사라지기도 전에 이 현장을 모두 정리하고 사라졌다고? 대체 누가?’
리더의 시선이 황급히 텍스트가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방금 섬광이 다가왔던 방향과는 정반대.
그곳에 푸른 번개에 휩싸인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짧은 순간마저 허락하지 않고 작은 점이 되어 사라졌지만, 리더는 볼 수 있었다.
“저건…… 검후?”
모습을 알아보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휘감고 있는 푸른 번개가 일전에 많은 사람이 관람했던 대련에서 본 그것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떠올린 것에 가까웠다.
방금 그들을 구해 준 것은 검후 강혜림이 확실했다.
“맙소사.”
그때도 강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로 아는데. 눈 깜짝할 새 10마리나 되는 환상체를 쓰러뜨리다니.
그사이에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지?
모두의 황망한 눈동자는 한동안 강혜림이 사라진 장소에 못 박힌 듯 떨어질 줄 몰랐다.
* * *
서재가 열리고 시화가 시작되자, 성령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강혜림이 번개를 휘감고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환상체들을 도륙하는 모습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고작 며칠을 안 봤다 싶었는데,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3,400TP를 후원받았습니다.]
강혜림은 눈앞에 뜬 후원 메시지를 무시하며 유현에게 물었다.
‘유현 씨. 이 근방은 거의 다 정리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혜림 씨.
‘다만, 사상세계 입구 근처는 아직 교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쪽에서 역시 환상체들이 계속 나오나 봐요.’
-그쪽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혜림 씨는 우선 주위에 빠져나간 잔여 환상체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놈들이 더욱 넓게 퍼지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 주세요. 거긴 제가 가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기동력이 좋은 강혜림이 맡은 역할은 멀리까지 나가는 환상체들을 빠르게 요격하는 것이었다. 강혜림은 그런 지시를 내린 유현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전투의 상황을 읽는 데는 그녀보다 유현의 안목이 훨씬 더 뛰어났으니까.
거기에 불만은 없었고, 강혜림 또한 강해진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는 데는 이것이 더욱 적합하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럼.’
강혜림이 정신을 집중하자, 그녀의 몸을 휘감은 푸른 번개가 서서히 압축되며 그녀의 몸을 타고 얇게 흐르기 시작했다.
강혜림의 검은 머리카락이 뇌기를 가득 머금더니 변화를 보였다.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연해졌다. 그녀가 사용하는 천뢰검의 뇌기를 그대로 담은 것과 같은 흰 빛에 가까운 푸른색이었다.
강혜림은 이 순간, 천뢰검의 기운과 하나가 되었다.
한 줄기 번개가 지나간 어둠 속에서, 잔류하는 전기가 흔적처럼 남아 허공에서 꿈틀거렸다.
* * *
“오른쪽! 도망치지 말고, 어서 막아!”
“2층의 실험체 402호다! 녀석의 갑피는 단단하니까 함부로 다가가지 말고, 관절을 노려!”
“313호가 나왔다! 녀석에게 공격을 집중해!”
“여기가 뚫리면 안 된다! 필사적으로 밀어 넣어!”
컬렉터들이 침과 땀을 튀겨가며 소리를 지르고, 환상체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기체술로 강화된 육체를 한계까지 혹사시키고, 체내에 지닌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내 벌이는 목숨을 건 전투.
아직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한계 속에서 모두 눈을 부릅뜨며 사상세계 입구를 노려봤다.
[겔라드릭 비밀 연구소] 사상세계의 2층에 있던 환상체까지 밖으로 튀어나온 마당이다.
1층에 있던 놈들을 완전히 막아 내지 못했다지만, 그렇다고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나오는 놈들이야말로 도심에서 활개 치면 국가적 위험을 낳기에 충분했으니까.
컬렉터들의 노련한 대처로 인해 2층의 환상체들을 어떻게든 막아 내고는 있는 상황이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희망을 찾는 것과는 별개로 한 가지 불안감이 맴돌았다.
3층.
중견급 컬렉터들도 출입하지 않았던 사상세계의 마지막 관문.
‘설마, 그 안에 있는 녀석들까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어두운 밤.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불로 삼아 사상세계를 지켜보던 컬렉터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실험체는 위험한 녀석일수록 숫자가 낮아진다. 가장 먼저 포위망을 벗어난 807호는 실험체 중에서 가장 약한 녀석이었고, 그들이 상대하는 400번대는 중견급에게도 위험한 수준이었다.
그보다 낮은 300번대는 훨씬 더 강하고, 200번대에 들어서면 더욱 위험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100번대 아래인 두 자릿수 실험체들은 대체 얼마나 강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으니까.
바람조차 잠들어 고요한 세상 속에서 컬렉터들은 입구를 노려봤다.
그들의 눈은 백색 활자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없었다.
그 순간 사상세계의 입구, 거대하게 확장된 새하얀 활자의 게이트가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진 것마냥 크게 일렁였다.
“아.”
누군가의 탄식 소리가 현장을 지배했다. 다른 컬렉터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환상체는 10m가 넘는 거인이었다. 상체를 구부정하게 숙여서 그 정도이니, 허리를 피면 15m가 넘으리라.
우둘투둘한 피부는 수백 년을 산 거대한 고목나무 같았고, 땅에 닿는 두 팔은 기이할 정도로 비대했다. 얼굴에는 붕대가 감겨 있어 입만 보였으며 등에는 강철로 된 기둥들이 박혀 있었고, 양 팔목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실험체 27호.
컬렉터들의 얼굴이 절망감에 물들었다.
우오오오!!
27호는 바깥의 공기를 마시면서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덩치에 어울리는 막대한 성량이 컬렉터들의 몸을 흔들었다.
현장에 나오던 클랜 소속 컬렉터들도 협회의 직원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 있으면 죽는다.
“저, 저걸 어떻게 잡아.”
“상급 컬렉터는! 그들은 어디 있는데!”
27호가 몸을 움직였다. 걸을 때마다 포장도로가 거미줄 같은 금이 가고 땅이 울렸다. 그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27호의 속도가 서서히 올라갔다.
멈추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거인의 질주를 막을 자는 누가 있을까.
컬렉터들이 이도 저도 못하는 순간. 허공을 가르며 새하얀 무언가가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어?”
“저건……?”
자리에 있던 컬렉터들은 모두 보았다.
허공을 유영하듯 날아온 그 기이한 창이 갑자기 폭발하듯 확장되며 새하얀 고래로 변하는 것을.
무오오오오오오───!!!!
백경(白鯨)
거대한 배조차 일격에 침몰시키는 고래가 실험체 27호의 상반신을 물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