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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215화 (215/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215화

“그게 정말입니까?”

“완전하진 않아. 다만, 그럴 가능성이 큰 거지.”

“혹시, 위험한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다.”

권지아는 곧바로 답했지만, 유현은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눈치챘다.

“사상세계와 연관이 있는 거군요. 혹시 클리어 보상과 관련된 겁니까?”

권지아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확히는 해당 사상세계의 숨겨진 히든 피스지만.”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은? 지금 바로 가능한 겁니까?”

“아니. 지금은 힘들 거다. 지금 해당 히든 피스를 얻어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힘들 테니까.”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유현은 그 말에서 권지아가 얻고자 하는 히든 피스가 어느 수준인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최소 전설급이군요.”

“그래. 그리고 지금 지구에선 전설급을 얻어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지. 이야기의 힘이 많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지구는 1할의 혼성계와 9할의 물질계로 유지되어 있다.

혼성계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사상세계. 그곳에서 나오는 각종 다양한 이야기와 보상 아이템들은 상당한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세계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대단하냐면, 그러진 않다.

결국, 아이템에는 등급이라는 제한이 있으니까.

그중에서 특히 전설급 이상은 얻기만 해도, 세상을 뒤흔들기 충분할 정도다.

다만,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 지구에서는 전설급 이상 아이템이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어.’

대표적으로 백련이 그러했다.

백련은 등급 자체는 신화급이지만, 능력은 아직 본래 지녔던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란 상태였다. 그것을 다루기 위한 유현의 격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세상의 억제도 적지 않게 작용한 탓이었다.

지금의 지구는 아직 전설급 이상 아이템을 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직접 얻는 아이템이 아니다.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을 사용해서 따로 만들어 내는 히든 피스지. 지금 사용하면, 그 효과가 매우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아. 이해했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백련이 물었다.

[응? 얻은 아이템의 성능이 낮아질 수도 있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러면 뭔데?]

‘너도 알다시피, 사상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히든 피스들이 꽤나 많아. 그리고 그중 사상세계에서 바로 얻을 수 있는 것 말고, 해당 보상을 통해 부차적으로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도 있지.’

유현이 지니고 있는 자연석도 그와 비슷했다.

자연석 자체를 유현이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은, 이 자연석을 이용해서 나중에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부차적으로 만들어 내는 히든 피스는 당연히 지금 현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

특히 사상세계의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은 지금 타이밍에 히든 피스를 만든다면, 기존의 것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만 낳게 될 것이다.

자연석을 어떻게든 각인을 새기고 가공을 해도, 그 결과물은 기존의 자연석보다 훨씬 더 부족한 것으로 나오는 셈이었다.

지금 당장은 뭘 해도 손해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뭔지 알겠다. 결국, 유통업자 때문에 물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리네!]

‘어, 음. 틀린 말은…… 아니려나?’

백련의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예시에 오히려 설명을 해 준 유현이 얼떨떨해졌다.

유통과 품질에 대해서는 또 어디서 주워 담은 건지. 이 말 많은 검이 최근 조용하다 싶더니, 열심히 주위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나 보다.

‘이해했다면 다행이네. 아무튼,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야. 하면 안 되는 거고.’

[그러면 6일 뒤 세상이 바뀌면, 그때 가서 가능하다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지.’

유현도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권지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지아 씨. 그러면 6일 뒤, 물질계의 제한이 줄어들면 그때 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그때도 그렇게 만족스러운 효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더 따질 수는 없겠지.”

“그러면, 지아 씨는 제 도움이 필요해서 말씀을 꺼내신 거군요.”

“아니.”

유현의 말을 끊어 내듯 권지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도움은 필요 없다.”

“네? 그러면, 왜 제게 굳이 이런 말을……?”

“혹시 모르니, 미리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소리도 없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곤란하지 않은가.”

“…….”

권지아가 굳이 유현을 기다리면서까지 이 사실을 전하려 한 것은,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히든 피스를 얻으려면, 그리스로 가야 했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굳이 백화 매니지먼트 사람들이 다 갈 필요가 없었다.

가는 것은 그녀 혼자만으로 충분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유현은 걱정을 담아 물었다.

권지아의 상태가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세상의 변화는 더욱 거대했다.

회귀자인 그녀를 걱정한다는 게 웃기는 이야기였지만, 유현은 오히려 그녀가 회귀자이기에 더욱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반복한 삶의 횟수가, 그만큼 겪어 온 실패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위험한 곳은 아니다.”

권지아는 안도시키듯 말했지만, 그 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사상세계는 없다. 그녀는 그걸 겪어 봐서 알고 있다.

아무리 강해진다 하더라도, 순간의 방심은 어디에서나 죽음을 부른다.

‘그래도, 이 남자에게만큼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권지아는 이를 악물며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회귀자에게도 고집이라는 감정은 존재한다.

권지아는 유현의 성격을 잘 알았다. 유현은 그녀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낌새를 보인다면, 두 팔을 걷어붙이며 돕겠다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고 이 남자에게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

권지아는 유현이 강해진 걸 알았다.

유현이 착용하던 정체불명의 검은 가면과 확률에 개입하는 스킬은 그녀의 지식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권지아는 세상이 아주 넓고, 본인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걸 안다는 만용을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회귀자인 그녀가 저 정도로 대단한 스킬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기억에 없다는 것은, 필시 유현은 저것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권지아는 유현이 보이지 않게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에게 기대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금까지 홀로 외롭게 길을 걸었기 때문일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같은 뜻을 품으며, 함께 걷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녀는 마치 구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제 전처럼 쉬지 않고 달릴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고.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욕망이 유혹하듯 속삭였다.

‘나는…….’

권지아는 유현과 눈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안일한 마음을 품었기에 유현이 죽을 뻔한 게 아닌가. 내가 나약했기에 이 꼴이 난 게 아닌가.

대성군 극락정토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출라판타카가 하계에 현신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부 변명이다.

모든 것은 결과가 증명한다. 이 세상은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선 안 됐다.

이전보다 조금 편해졌다고 해서, 손에 쥔 것을 놓아 버리는 것은 자신을 향한 태만이며, 한때 품었던 자신의 의지를 배신하는 행위였다.

권지아는 이번 일을 겪으며, 더욱 절실히 그리고 공고히 깨달았다.

유현을 만난 지금, 그녀는 오히려 이전보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은 그것을 위한 첫 발자국이었다.

두 다리가 부러져 자리에 쓰러질지언정.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어 업히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권지아의 단호한 태도에 유현은 그 이상 그녀를 추궁하지 못했다.

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출라판타카와의 싸움 이후로 권지아와 강혜림의 마음에 모종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유현은 혹시라도 두 사람이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 때문에 마음의 어딘가가 꺾인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쪽의 도움을 한사코 거부하는 그녀들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아무쪼록, 안전하게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유현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불안감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며, 그녀의 안전을 비는 것뿐이었다.

* * *

권지아와 대화를 끝내고 내려오던 유현은 아직 시간도 남은 김에 수련을 더하기로 했다.

어느덧 칠마흑천신공의 기운을 9할이나 완성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수월했던 과정이 마지막 1할을 남기고, 턱 막히고 말았다.

벽.

그것이 마지막 벽이라는 걸 알았기에 유현은 더욱 수련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수련에 매진하다 보면, 복잡해진 머리를 식힐 수도 있었으니까.

‘전생에서는 수련이고 뭐고, 그럴 시간도 없었는데.’

하루가 멀다고 지옥 같은 시련들이 쏟아진 세상이었다.

그곳에서 휴식은 사치였고, 머리를 한 시라도 쓰지 않으면 죽음과 직결했다.

강해질 수 있는 길은 실전을 겪고 살아남는 것이 전부.

계획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는 유현에겐 그런 삶이 참 고되고 힘들었었다.

‘이런 소소한 혜택에 기뻐하는 것도 웃기구나.’

유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훈련장으로 내려왔다.

안쪽에서 강렬한 기의 파동과 함께 자그마한 기합성이 들려왔다.

‘선객이 있었나?’

안쪽을 확인해 보니, 강혜림이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땀을 잔뜩 흘리는 그녀는 유현이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칼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유현은 잠자코 그 광경을 지켜봤다.

강혜림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검에는 아주 얇게 뇌기가 둘려 있었다.

‘이건…….’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적잖게 놀랐다.

강혜림이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은 오러의 발현 다음 단계였으니까.

단순히 검을 통해 오러를 방출하는 것이 아닌 그 오러를 제어해서 검의 위로 얇게 두르며 절삭력을 높이는 방법이었다.

오러의 압축.

하지만 유현을 놀라게 만든 것은, 그녀가 사용하는 오러가 뇌기라는 것이었다.

‘내가 알려 준 천뢰검은 아주 난폭한 기운이라 다루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자연의 속성 중에서 화염과 번개는 그 파괴력이 매우 강력했기에 힘을 통제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나마 화염은 대기의 흐름과 바람의 조절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지만, 대체 어느 방향으로 몰아칠지 모르는 번개는 그조차 불가능했다.

단순히 오러를 다루는 것보다 뇌기로 전환된 오러를 다루는 것의 난이도 차이는 적게 잡아도 수십 배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뇌기를 제어할 미세한 컨트롤은 기본.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주인을 역으로 잡아먹으려고 폭주하는 위험성 때문에 그를 굴복시킬 억제력과 엄청난 정신력을 함께 요구하기 때문이다.

유현은 고요히 강혜림의 모습을 지켜봤다.

“…….”

이를 악물고 땀을 뻘뻘 흘리는 그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바로 끝날 것 같지는 않군.

유현은 강혜림의 수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훈련장에 들어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할 수련은 텍스트를 이용한 기운의 조립이라서 굳이 공간을 차지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유현 또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자신의 수련에 빠져들었다.

스스스스.

유현의 오른손바닥의 위로 새하얀 활자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수한 활자는 유현의 의지에 따라 손바닥의 위에 뭉치며 서서히 색이 변해 갔다.

단순히 색만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텍스트는 어느덧 칠마흑천신공의 그것과 같은 성질마저 띠기 시작했다.

40%

70%

그리고, 어느덧 기운의 유사성이 90%에 도달하는 순간.

‘으음.’

유현은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기묘한 일이었다. 머리로는 이미 기운의 구조를 전부 다 이해하고 있는데,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잘되지 않는다.

조립식을 머리로 외웠지만, 그것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난이도가 높네.’

뼈대를 완벽하게 짜 올렸지만, 추가적으로 살을 붙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 치의 오차라도 생기면, 말 그대로 전혀 별개의 기운이 되고 만다. 유현은 그렇게 몇 번이고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며 감을 키워 갔다.

“후우.”

그렇게 기운과 정신력 둘 다 소모되는 걸 느끼며, 유현은 감았던 눈을 뜨곤 숨을 내쉬었다.

뭔가 감을 잡을 듯 말 듯한 상황에서 오늘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뭔가 계기 하나가 확 하고 오면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치 그게 안 된다. 등이 간지러운데, 정확히 어디가 간지러운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응?”

유현은 뒤늦게 훈련장의 중심에 있던 강혜림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어딜 갔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뭐하십니까?”

한 뼘도 되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빤히 주시하는 강혜림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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