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195화
칠마흑천신공(七魔黑天神功)
당대 고금제일 무인이자 만인지상의 천마, 서수민이 직접 창안해 낸 독문 무공이다.
그 위력은 유현이 이미 목도했다시피, 신공(神功)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한낱 필멸자가, 비록 불완전한 현신을 했다 해도 2세대나 되는 성령을 쓰러뜨렸으니까.
“그걸 가르쳐 주신다고요? 저한테요?”
“물론이다.”
“그걸 마음대로 가르쳐 줘도 되는 겁니까?”
“안 될게 뭐가 있나? 어차피 내가 만든 무공인데.”
“그래도…….”
“가르쳐 주고 말고는, 당연히 내 마음이지.”
“…….”
그러네?
유현은 반박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녀가 딱히 일인 전승의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니고, 본인이 고안하고 창조한 무공을 본인이 가르쳐 주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가르치고 싶어서 그런 거다. 그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대의 육신은 말 그대로 내 기술을 받아들이기 아주 적합하거든.”
“그 정도입니까?”
유현은 말은 그렇게 해도, 본인의 육체가 지금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무려, 성경 속 ‘생명의 열매’를 이용해서 재구성한 육신이다. 비록 완전히 여물지 못한 자그마한 열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였다.
“물론, 궁극에 가깝지 완전한 궁극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하고도 남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의 전생보다도 훨씬 더 적합한 육체니까. 그러니 감사하도록. 이건 배우고 싶다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유현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말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였으니까.
심지어 이쪽이 가르쳐 달라고 역정을 부리는 게 아니라, 서수민이 오히려 가르쳐 주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흔히들 말하는 기연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뭘 망설이는 거지?”
서수민은 유현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대. 확신이 차지 않는 거로군?”
“……뭐, 그렇죠.”
“흐음. 내가 기술을 사용한 것을 봤을 텐데도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서수민은 뒷말을 삼켰다. 그녀도 유현이 얼마나 커다란 것을 바라는 건지 알아차린 것이었다.
‘하. 설마, 내 무공을 가지고 이렇게 평가를 받게 될 줄이야. 예전이었다면 정말로 경을 쳤을 일이지만, 확실히 이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서수민은 유현과 몇 번의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 남자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아주 커다란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있을 때도 이 남자의 시선은 더 먼, 더 커다란 것을 향했다.
그녀의 생각은 정확했다.
유현은 칠마흑천신공의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주 객관적으로 그 힘이 과연 자신이 미래에 그리는 세계에서도 먹힐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게도 주력 기술이 필요하긴 해. 이 전까진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니까.’
강혜림에게는 천뢰검이 있었고, 권지아에게는 설천신류가 있었다.
하지만, 유현에겐 아직 명확한 기술이 없었다. 이전에도 몇 번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유현이 일부러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주력 기술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야. 내가 앞으로 갈고 닦아야 할 이야기지. 즉, 그것을 깨우치고 빠져드는 순간부터 내 대부분의 힘은 그 기술에 묶일 수밖에 없어.’
유현은 먼 미래를 보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성령과 싸우는 것도 상정했다.
별의 존재들.
지금의 유현보다도 격이 몇 단계는 아득히 넘은 자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유현에게도 그에 걸맞은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였다. 유현이 어중간한 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은.
‘만약 하나의 주력기를 얻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해.’
유현이 바라는 것은 그런 힘이었다. 유현은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서 그 힘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미래의 지식을 안다고 해서 뭐든지 다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세계의 흐름이란 매우 유동적이고, 사소한 것으로도 바뀌기 십상이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집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지식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만약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 지고의 기술이어야 했다.
능히 손을 뻗어, 하늘에 닿을 수 있어야 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손은 하늘에 닿는 데서 멈추면 안 됐다. 그 손으로 별을 쥐어야 했다.
유현이 망설이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서수민의 무공에 아직 확신이 없다는 것. 그게 그 이유였다.
서수민은 그런 유현의 속내를 읽고는 내밀었던 몸을 뒤로 빼며 눈웃음쳤다.
“하늘을 쥐고 싶은가?”
“……!”
유현은 동요를 드러냈다.
서수민은 천장을 향해 가녀린 손을 뻗었다.
“이 손을 뻗어, 능히 저 하늘을 쥘 수만 있다면.”
그녀가 한 마디씩 읊조리는 그 말은, 유현이 내심 그토록 바라던 것.
“아니, 어쩌면 그 너머까지 나아가…….”
“……별을 쥘 수만 있다면.”
“그래.”
서수민은 씨익 웃었다. 둘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알아차린 강혜림과 권지아도 자못 심각한 표정이 됐다.
지금 유현이 바라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일반 텔러도 꿈꿀 수 없는 경지였다.
그런 경지를.
“가능하다.”
서수민은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라면, 내 기술을 배운다면 그대도 가능하다.”
“……정말입니까?”
“그대도 내가 펼친 기술을 보지 않았던가. 뭐 변명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기술은 말 그대로 내 무공인 칠마흑천신공 중 아주 기본적인 기술에 불과했다. 애초에 내가 그것을 펼친 것도 막 각성했던 그때의 나로서는 그게 최선이었기 때문이지.”
“그렇다는 건…….”
“그래. 칠마흑천신공은 그 이름에 걸맞게 기술이 크게 7개로 나뉜다. 내가 제대로 보여 준 것은 그 중 첫 번째. 아직 보여 주지 못한 것은 6개나 더 있지. 그리고 그 이후의 것들은 당연히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유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그는 서수민이 보여 줬던 그 신공의 힘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 기술을 펼쳐 보였던 서수민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고, 상대였던 출라판타카 또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수민은 말했다. 만약 서로 만전의 상태에서 싸웠더라도 자신이 이겼을 거라고.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만용과 기만 또한 없었다.
“만약 그 기술을 배우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네게 그걸 직접 가르친다면.”
서수민은 조바심 내지 않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선택지를 던졌을 뿐이고, 그 결과는 오로지 유현의 몫이라고 무언으로 주장했다.
“너는, 하늘을 쥐게 될 것이다.”
서수민의 시선이 유현에게서 벗어나 강혜림과 권지아를 향했다.
“그리고, 언니들도.”
“으, 응?!”
“우리말인가?”
“그래. 비록 내 비전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그것 말고도 알려 줄 건 많으니까.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강함에 목마르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멈춰서고 싶은 사람 또한 없다.
모두가 강해지고 싶으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좋습니다.”
유현은 마음을 궂게 먹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버티는 것도 이제는 무리였다.
출라판타카를 위시로 한 극락정토가 움직였고, 그에 맞선 시점에서.
유현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수민 씨의 독문 무공. 배우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아주 잘 생각했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다. 이쪽도 가르치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니까. 그대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도록.”
“이곳에 그러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안다. 그래서 아주 마음에 들어.”
천마는 웃었다.
앞으로의 일이 정말로 기대돼서 참을 수 없다는 듯.
“내가 이곳에 오겠다는 그 선택에, 나 또한 후회하지 않게 된 거니까.”
행복을 찾고, 그것을 놓치지 않게 쥐어라.
죽은 할아범의 그 말을 위해서라도 서수민은 망설일 생각이 없었다.
이로써 향후 1주일 동안 할 일이 정해졌다.
유현을 포함한 강혜림과 권지아는 서수민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짜기라도 하듯 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가르치는 자도, 배우는 자도.
“자, 그렇게 됐으니.”
서수민은 곧바로 유현에게 몸을 던졌다. 그녀는 이번에는 역으로 유현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새하얀 눈꽃 같은 머리카락이 넓게 퍼졌다.
서수민은 누운 채로 유현을 올려다봤다.
“앞으로는 나를 극진히 모시도록. 엣헴.”
“……거, 참.”
유현은 참 난처하게 됐다. 아무래도 이 천마님은 본래 성격부터가 상당히 개구쟁이의 그것인지라 앞으로도 조금 고생할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수민 씨. 사상세계 보상으로 받은 이야기는 확인해 봤습니까?”
“으음? 그런 것도 있었나?”
“처음이라 모르셨나 보군요. 사상세계는 클리어 하면 그 해당 세계와 관련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아. 내 애검 묵룡검(墨龍劍)말인가?”
서수민은 검을 얻었다. 전생에 그녀가 사용하던 검이었고, 서수민은 이것을 그저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힘이 있지만, 이쪽에 대한 지식이 아직 부족했다.
“검 또한 보상이지만, 보상은 단순히 물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몸에 쌓인 텍스트 또한 보상이며, 무엇보다 보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니까요.”
보상 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발전해서 변하는 것이 스킬과 칭호였으니까.
서수민은 그런 줄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것도 있었구나. 어떻게 확인하지?”
“상태 창이라고 외치세요.”
“상태 창?”
“네. 진심을 담아, 모든 영혼을 끌어모아서. 크게 외치는 겁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기 싫으세요?”
“싫은 건 아니고…….”
유현이 진지하게 말하자, 서수민은 오히려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망설였다.
“사, 상태 창.”
“더 크게.”
“상태 창!”
“진심이 담겨 있지 않잖아요. 더 크게!”
“사, 상태 창!!!”
서수민이 얼굴을 붉히며, 빼액 외쳤다. 방 안이 떠나가라 들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의아한 눈동자가 이내 유현의 얼굴을 향했다.
그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진짜 할 줄은 몰랐는데.”
“……!”
얼굴이 빨갛게 물든 서수민이 주먹으로 유현을 퍽퍽 때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혜림은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참았고, 권지아 또한 입술을 아주 살짝 깨물었다.
“이, 이익! 이 나쁜 놈! 이제 스승 될 사람에게 어찌 그런 장난질을!”
“큭큭큭. 너무 진지해서 그냥 골려 주고 싶더라고요. 아, 알았어요. 이제 안 할 테니까, 그만 때려요. 아프다고요.”
“내공도 안 쓴 내 주먹질이 뭐가 아프단 거냐? 본인 육체가 훨씬 더 튼튼하면서.”
“아무튼, 수민 씨도 이제 컬렉터니까, 제네시스 네트워크에 대한 사용법을 아셔야 합니다. 인터넷은 쓸 줄 아시죠?”
“……내가 그렇게 현대 문물을 못 쓸 거 같은가?”
의외로 서수민은 스마트폰도 잘 사용했다.
유현은 그러면 쉽다며 말을 꺼냈다.
“제네시스 네트워크 또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쓰듯이 하면 됩니다. 애초에 그것을 뼈대로 만들어진 거라서요.”
“오.”
방법을 알려주니, 서수민은 금방 사용했다. 애초에 제네시스 네트워크 창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띄울 수 있는 것이었다.
서수민은 알려 주는 대로 곧바로 자신의 스테이터스와 함께 새로 얻은 이야기를 찾아냈다.
“여기 있구나. 이번에 얻은 이야기가 무려 2개나 되는군.”
“2개나요?”
“그래. 하나는 ‘천마(天魔)’라고 돼 있다.”
“아무래도 본인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였으니까요. 당연한 거겠죠.”
“그리고, 2번째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군.”
“제행무상이요?”
“아는 건가?”
“네. 뭐, 알기보다는 좀 유명하니까요.”
제행무상이란 불교에서 가르치는 깨달음 중 하나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전부 시시각각 변한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대체 왜 서수민이 가지고 있냐는 건데…….
‘출라판타카.’
유현은 본능적으로 그가 무언가 관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에 죽기 전에 자신의 힘을 넘긴 건가? 대체 왜?’
자신이 소멸을 하는 것까지 각오하면서 이쪽을 죽이려고 했던 출라판타카가, 이만한 이야기를 넘겨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죽기 직전의 변덕이었을지도 모르지. 뭐가 어찌 됐든 잘 됐어.’
제행무상이라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엄청난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다. 글자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깨닫고, 열반에 오르는 그 모든 과정이 저 제행무상이라는 이야기에 담긴 것이다.
“참 신기한 녀석이군.”
서수민도 누가 이걸 줬는지 깨달았는지, 조금 기분 나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렇게 나를 죽이려 들 때는 언제고.”
“아마 마음이 바뀌었던 걸지도 모르겠죠. 이만한 걸 줬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전혀 고맙지 않다. 이런 거로 화가 풀릴 리가 있을까?”
“그런데, 성령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줄 수 있는 건가요?”
강혜림이 물었다. 유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뭐, 보통 성령들이 후원을 해 주려면 포인트 말고는 없기는 하죠.”
혼성계에서는 그것을 ‘단순 후원’이라고 불렀다.
반면, 출라판타카가 이번에 한 행동은 단순 후원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단계인 ‘직접 후원’이었다.
지금 지구에서는 절대로 보여 줄 수 없는 단계이기도 했다.
“말 나온 김에 설명해 주죠.”
직접 후원의 개념은 미리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었다.
언젠가는 이곳 지구에서도 이루어질 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