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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82화 (182/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82화

라오 첸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는 분명 심장을 찔렀다. 이 손으로 직접 했고, 손끝에는 아직도 심장을 꿰뚫던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실수는 없었다. 그는 실수를 할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건 대체 뭐란 말이냐?’

죽었던 텔러가 갑자기 부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금 전까지 보인 적 없는 기묘한 힘까지 두르고 있었다.

특히 얼굴에 쓴 저 검은 가면은 어딘가 보기만 해도, 본능을 자극하며 섬뜩함이 절로 느껴졌다.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초.

라오 첸과 옆의 노인이 상황을 깨닫고, 그를 죽이기 위해 움직인 시간 약 0.5초.

꾸드득!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라오 첸의 문신이 부풀어 올랐다. 최단 최속으로 구현된 그의 팔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흉악하게 변해 있었다. 그 거대하게 뒤틀린 팔이 유현을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현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사라졌다고?! 대체 어떻게?!’

라오 첸이 황급히 눈동자를 굴렸다.

라오 첸은 조금 전부터 유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 치의 방심도 없이, 그는 유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놓쳤다. 라오 첸의 옆에 있는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유현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서수민의 앞에 선 비쩍 마른 남자의 지척이었다.

“어?”

그는 서수민에게 집중하고 있다 보니, 유현이 접근한 걸 뒤늦게 발견했다.

죽은 녀석이 대체 어떻게?

의아하다는 눈동자가 유현의 모습을 담는 것과 동시에.

촤악!

유현의 손짓 한 번에 남자의 머리가 사라졌다.

피가 튀고, 머리를 잃은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라오 첸의 일행들도, 서수민도, 심지어 성령들까지도.

조용한 세상 속에서, 오직 유현만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지휘자였다.

“하아.”

유현은 전신에서 끓어 넘치는 힘에 손을 쥐었다 폈다. 꿰뚫린 상처는 모두 아물었다. 그의 양손에는 어느덧 검은 가죽 장갑까지 둘려 있었다.

[성령들이 경악합니다.]

[성령들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눈을 크게 뜹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령들이 모두 누구 할 것 없이 경악을 내뱉었다.

그들은 유현의 죽음을 봤다.

그가 죽었고, 이 서재도 끝임을 직감했다. 아쉽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계의 일에 그들은 개입할 수 없었으니까.

철저한 관조자.

성령은 애초에 그런 자들이었다. 하계의 이야기를 즐기지만, 그것에 진심을 쏟아붓지는 않는 자들.

그런 성령들조차 지금의 상황에 ‘진심’으로 놀랐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불씨가 다시 강하게 타오른다는 건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성령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경악이라는 감정을 비집고, 또 하나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여 준 것과 질적으로 다른 기대감이었다.

열망과 흥미를 가득 머금은 별빛의 관심이 유현에게 집중됐다.

‘나는 살아 있다.’

유현은 자신의 심장 부분을 손으로 매만졌다.

두근. 두근.

분명 없어야 할 심장이 다시 세차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유현은 안다. 이것은 사실 진짜 심장이 아니라는 것을.

‘성공한 거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도박이 성공했다.

묘한 고취감을 느끼는 유현의 귓가로 셀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선배님?

‘왜 그러지?’

-대, 대체…… 대체 어떻게……?

‘글쎄.’

유현은 셀린에게 대답하는 대신, 서수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수민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전 유현의 죽음을 똑똑히 목격했다. 정신을 잃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유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심장을 찔렸으니까.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수민은 모든 것에 절망했다.

하지만.

“살아…… 있었어?”

그냥 살아난 것도 아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

심지어 얼굴에 쓴 저 악마의 가면과 홍옥처럼 붉은 눈빛은 대체 뭐란 말인가?

유현은 주저앉은 서수민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가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은 뜨거운 마그마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방금, 죽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유현의 스산한 목소리가 서수민의 정신을 차갑게 일깨웠다.

“이렇게 된 이상 죽어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했지? 내가 도망치지 말라 했지만, 또 도망치려 했었지?”

“나, 나는…….”

“정했어.”

유현은 서수민의 턱을 잡아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애써 자신의 시선을 피하려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강제로 눈을 마주했다.

“너는 죽지 않아.”

그리고, 선언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에게.

“내가 죽게 놔두지 않겠다.”

어떻게 보면 저주나 다름없는 말을.

“삶이 지치고, 과거에 괴로워하고, 현실에 절망해도. 나는 네가 죽게 놔두지 않겠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해. 진짜 괴로운 건 죽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거라고. 죽고 싶다고? 눈을 감고 싶어? 그런 편한 길을 선택하게 두지 않겠다.”

주륵.

서수민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슬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냥 눈물이 나왔다.

유현이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죄악에 괴로워하지 마. 그것을 보고 받아들여.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부 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유현의 목소리는 서수민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것은 스스로 지옥에 떨어지려는 그녀를 강제로 잡아끌어 사슬로 속박했다.

뒤늦게 라오 첸과 노인은 유현이 자신의 동료를 죽인 걸 알아차렸다.

“대체, 어느새……!”

라오 첸이 잔뜩 긴장하며 유현의 뒤통수를 노려봤지만, 유현은 그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서수민의 눈물을 닦아 준 그는 고개를 들어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확률 0.0032%. 당신은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을 실현시켰습니다.]

유현은 심장이 찔리고, 마지막에 쓰러지기 직전.

자신의 몸에 막대한 포인트를 소모하며, 단 하나의 각인을 새겼다.

거대한 힘이 넘치는 것을 견뎌 내기 위한 육체의 강화를.

[지금까지 당신이 펼친 불가능을 가능케 한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화합니다.]

그렇게 정신을 잃기 전 최후의 1초.

유현은 쓰러지면서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바로, 사탄이 선물로 준 ‘생명의 열매’였다.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힘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유현은 자신의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생명의 열매를 그대로 쑤셔 박았다.

미친 짓이었다. 상처 속에 이물질을 집어넣다니.

끔직한 고통이 뒤를 따랐고, 너무나도 괴로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지만, 유현은 이를 악물고 견뎌 냈다.

억지로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고, 그렇게 쓰러진 유현의 빈 심장에 생명의 열매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생명의 열매는 너무나도 강렬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어지간한 컬렉터조차 그냥 먹었다가는 생명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몸이 터지거나 혹은 변이를 일으키고 만다.

유현이 생명의 열매라는 대단한 물건을 받고도, 여태까지 가만히 놔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유현은 자신의 최후에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생명의 열매를 섭취하면, 힘 자체의 소실도 크고 흡수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 생명의 열매가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용들만이 가지고 있다는 드래곤 하트처럼.

끝없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생명의 열매가 하나의 근원으로 변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이 바로 지금이었다.

완전한 동화.

모든 생명의 중심인 심장의 자리에 생명의 열매를 대신했으며, 혹시 모를 폭주를 억누르기 위해 자신이 지닌 막대한 포인트를 그릇을 강화시키는 데 쏟아부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허무하게 죽어 버릴지도 모를 위험한 도박이었다.

성공확률 0.0032%라는 극악의 가능성.

유현은 거의 닫힌 것이나 다름없는 가능성을 두 손으로 잡아 찢으며, 강제로 펼쳤다.

그렇게 이어진 부활.

이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위대한 업적은 이번을 기점으로 폭발하며, 유현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선사했다.

[오스만 대군을 돌파하여 승리를 이끈 확률.]

모두가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목숨을 건 돌격을.

[무너지는 아귀도의 속에서 빛을 찾아낸 확률.]

붕괴하는 세상의 속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믿음을.

[바다의 악마를 상대로 불가능한 승리를 따낸 확률.]

해양의 지배자와의 싸움 끝에 얻어 낸 승리를.

[죽음에 이르는 속에서 다시 생환한 불가능한 확률.]

그리고, 마지막.

죽음으로부터 돌아오는 기적을.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현실로 바꾸는 힘을 얻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한곳에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맥스웰의 악마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동시에 라플라스의 악마 파편이 반응했다.

[새로운 파편 획득.]

[TYPE: 맥스웰]

[동기화 완료.]

라플라스의 악마

맥스웰의 악마.

두 개의 힘이 하나로 모여, 유현의 얼굴에 가면을 만들었다.

[불완전한 ■■■■의 가면]

두 악마의 힘을 상징하는 것 같은 2개의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이제 다시는 존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불확실성이 현실에 강림했다.

* * *

[크하하하하하!!]

모든 광경을 빠짐없이 지켜보던 사탄은 광소를 터뜨렸다.

자신의 거주지, 끝없는 얼음의 호수 코퀴토스에서 사탄의 웃음소리가 얼어붙은 하늘을 울렸다.

얼어붙은 하늘의 얼음이 부서지며,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빙산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그는 유현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자신이 지니고 있었지만, 자신조차 사용할 수 없는 이야기의 파편을.

라플라스. 혹시 유현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와 약간의 도박은 성공적으로 끝맺었다.

[큭큭. 어이쿠 이런.]

그리고, 머나먼 우주의 저 너머에서.

아주 뜨거운 빛 하나가 이쪽을 강하게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드높은 천상의 빛이자 지고한 빛과 가장 닮은 자이며, 태초부터 그의 원수나 다름없는 천사가 의심을 품고 있었다.

사탄은 거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았다. 미카엘의 저 도발적인 행동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거야.]

누구에게 하는 소린지 모를 말로, 세 머리의 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세상의 이야기는 우리조차 모르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 테니까. ‘전’과는 다르게 말이지.]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어두운 세상에 고요히 울렸다.

* * *

검은 가면을 쓴 유현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그 모습을 본 라오 첸과 노인이 긴장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죽었어야 할 유현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렇다 해도 이미 한 번 죽은 상대다. 아주 한시적인 힘일 가능성이 있어.’

라오 첸은 상식을 거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죽어서 부활한 것이 기적이라 하더라도 거기서 끝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라오첸은 멀리서 이 상황을 주시하고 활시위를 강하게 당기는 왕 쉬안에게 신호를 보냈다.

티잉!

막대한 장력을 머금은 활시위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묵빛의 철시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쌔애애앵!

거리는 2km가 넘었지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왕 쉬안도 상황을 봐서 느꼈다. 그는 자신이 날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그것도 연달아 3발을.

노리는 것은 유현의 관자놀이, 미간, 심장.

3마리의 검은 뱀이 유현의 급소를 노리고 교활하게 독니를 뻗었다.

가만히 있던 유현이 손을 내민 것은 그때였다. 마치 귀찮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는 듯, 유현은 뻗은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안쪽에서 바깥으로 휘둘러진 그의 손에는 3발의 화살이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었다.

‘이런 미친……!!’

그 모습을 스킬로 바라보던 왕 쉬안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장갑차마저 가볍게 꿰뚫는 그의 최강의 공격이 너무나도 손쉽게 유현의 손에 잡힌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녀석은 무슨 수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강해졌다.

왕 쉬안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가할지. 아니면, 도망을 쳐야 할지 고민했다.

그 순간, 왕 쉬안은 유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날 봤다고? 아니야.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나조차도 스킬을 써야 겨우 닿는 거리를…….’

찾. 았. 다.

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현의 오른손에 새하얀 작살이 쥐어졌다. 바다의 악마 모비딕의 뼈로 만들어진 작살이었다.

‘작살? 지금 이 거리에서 작살로 뭘…….’

유현은 백경골작을 쥐고 그대로 투척했다.

파아앙!

작살이 공기의 벽을 찢고 소리의 세계를 넘었다. 소닉 붐과 함께 음속을 돌파한 작살이 왕 쉬안에게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초였다.

왕 쉬안은 하얗고, 거대한 고래가 자신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도 거대하고 압도적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백색 고래를.

그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퍼억!

왕 쉬안의 머리를 관통한 백경골작은 힘줄을 당기는 손길을 느끼고 다시 공간을 가로질러 유현에게 돌아왔다.

백경골작을 다시 인벤토리로 회수한 유현은 자신의 늘어난 신체 능력에 나지막이 감탄했다.

나름 신체적인 힘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생명의 열매가 공급해주는 끝없는 에너지는 그 모든 한계를 가볍게 무시했다.

‘아주 놀라워.’

무엇보다 지금 착용한 가면이 주는 힘 또한 대단했다.

유현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힘을 파악했다.

‘중견급 컬렉터야 그냥 뛰어넘었고. 굳이 비교하면 상급 컬렉터와 해야 하는 건가?’

중견급부터 상급의 벽은 아주 높고 거대하다.

유현은 자신이 그 벽을 넘었음을 깨달았다.

‘느낌상 정3품, 아니 종2품 컬렉터까지는 비벼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군.’

신체 능력이면 모를까, 상급 컬렉터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확고한 이야기와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그들을 상대로 신체적인 힘만으로 상대한다는 것은 칼로 물을 자를 수 있느냐와 비슷했다.

‘뭐가 어찌 됐든, 지금 이 힘은 아주 딱 좋아.’

강해졌다는 느낌이 확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유현은 그렇다고 방심하지 않았다. 죽었다 부활한 후유증 때문인지, 급격하게 정신의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빨리 끝낼 필요가 있었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어 줄…….”

라오 첸은 유현의 모습을 보며 자세를 잡으며 잔뜩 긴장했다. 그의 몸의 문신이 가시처럼 튀어나오며 그의 전신을 두른 상태였다. 옆의 노인도 양손에 침통을 꺼내며 유현의 공격을 대비했다.

그런 그들의 각오가 무색하리만치.

유현은 자리에서 사라졌고, 두 사람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드득. 라오 첸과 그의 부하는 목이 뒤로 돌아갔다. 그들은 저항도,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죽었다.

“후우.”

백야회의 암살자들을 모조리 처리한 유현은 가면을 벗으며 숨을 내뱉었다.

싸움은 끝났다.

그 광경을 관조자의 방에서 지켜보던 샤마트가 고함을 질렀다.

“이건 말도 안 돼!”

샤마트는 비늘을 쥐어뜯고 싶은 기분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거의 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실패했다. 죽었던 유현이 부활했고, 믿기지 않는 무력으로 그가 보낸 암살자들을 정리했다.

‘이야기의 씨앗에 진신사리까지 사용했는데, 이게 대체 뭐냔 말이야!’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 경우가 달랐다.

샤마트는 뒤늦게 자신의 서재에 존재하는 손님을 떠올렸다.

“서, 성령님! 그, 그러니까 이건……!”

[됐다.]

그의 목소리는 샤마트를 탓하지 않았다. 그를 향한 질책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기에 샤마트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하고 말았다.

그러나, 뒤이어 벌어지는 일에 샤마트가 몸을 흠칫 떨었다.

드드드드드!!

그의 서재, 관조자의 방이 거대한 압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공간 곳곳에 금이 가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서, 성령님?! 성령님! 안 됩니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애초에 네놈들에게 맡긴 것이 문제였어. 그마저도 전부 실패했으니.]

성령 검게 물든 순백의 천.

비록 끝자락이지만 석가의 16나한 중 하나였으며, 그 가진 바 재능이 너무나도 모자라 언제나 구박만 받던 존재.

그럼에도 가르침을 잊지 않고, 우직하게 그것만을 밀고 나아가 별의 자리를 차지한 자.

출라판타카(Culla-panthaka)

[이젠 내가 나서겠다.]

대성군 수카바티(सुखावती)의 성령인 그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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