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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78화 (178/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78화

별을 올려다보며, 다짐한 유현에게 곧바로 염화가 날아왔다.

-유현 씨! 유현 씨 들리세요?

-강유현. 우리 목소리 들리는가?

‘네. 잘 들립니다.’

유현은 뒤늦게 그녀들에게 연락을 취해야 했다는 걸 떠올렸다. 서수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깜빡하고 말았다.

‘두 분은 지금 어디시죠? 어디 다친 데는 없이 괜찮으시고요?’

-네. 저희들은 지금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도 없고요.

-우린 지금 천마신교의 최전선에 설치된 정보부에 잠입해 있다.

‘네?’

설마하니, 둘이 같이 합류한 것도 놀라웠지만,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장소에 잠입했다는 말에 유현이 되물었다.

‘아니, 거긴 어떻게 가신 겁니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냈는데, 너도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게 뭐죠?’

권지아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유현에게 전부 다 전해 줬다.

천마신교와 무림맹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동시에 천마신교 내부의 파벌이 갈라지며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혈영대가 천마를 배신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반대 파벌은 무림맹과 모종의 결탁을 한 흔적까지.

‘……역시. 그랬군요.’

-별로 놀라지는 않는군.

‘저도 나름 알아낸 것은 있거든요. 그래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퍼즐이 완전하지 않았는데, 두 분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어요. 저 없이도 열심히 해 주셨네요.’

-헤헷. 뭘요.

-크흠. 별거 아니었다.

입에 발린 말 같았지만,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유현은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도와줬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개입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없이 둘만 남는다면, 과연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자그마한 의문은 조금 전의 그걸로 종식됐다.

강혜림과 권지아는 유현의 바람대로 훌륭한 성장을 보였다.

그가 없어도 알아서 잘 할 정도로.

‘아마, 내일 정오에 사건을 벌어질 겁니다. 이 사상세계의 결말을 가로지를 결정적인 사건이죠. 두 분은 우선 최대한 마교 쪽에서 정보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상황을 주시해 주세요.’

-유현 씨는요? 유현 씨는 어쩌게요?

‘저는 휘말린 두 사람을 찾았으니, 둘을 지키면서 어떻게 할지 정해야죠.’

유현은 두 사람에게 그중 하나가 이곳 사상세계의 주축이 된 인물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았다.

서수민에 관련된 사실은 우선 자신만 알고 있어야 했다. 그것은 서수민 개인의 일이었고, 괜히 제삼자가 멋대로 떠벌리고 다닐 게 아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자신의 컬렉터인데 전부 비밀로 할 수는 없었다. 유현은 몇 가지만 귀띔해 주기로 했다.

‘혹시라도 무언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지셔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 다른 텔러와 성령들이 개입해 있으니까요.’

-알겠어요.

-알겠다.

‘그거면 됐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유현은 그대로 염화를 끝냈다.

그는 잠시 동안 자리에 남아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결전의 순간은 내일 정오.

그때 모든 결말이 결정지어지리라.

* * *

샤마트는 관조자의 방에서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그는 사상세계의 내부를 몰래 살피는 중이었다. 흐름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인물간의 갈등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싸움이 벌어지고,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는지.

이 세상에 펼쳐진 이야기의 최후는 무엇인지.

그는 그 모든 것들을 눈으로 보고, 앞으로의 일을 판단했다.

쉬이익.

샤마트는 혀를 날름거렸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그의 세로로 갈라진 동공이 더더욱 스산하게 변했다.

“결전은 내일.”

샤마트는 사상세계 내부에서 유현이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수민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정확히 뭘 하는지까지는 분석할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서재를 개방하지 않고, 몰래 지켜보는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는 모든 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간다는 걸 알았다.

‘이런 광경을 내 시청령님들께 보여 주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야.’

이걸 보여 주기만 해도, 들어오는 포인트를 생각하면 입맛이 썼다.

샤마트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괜한 욕심으로 서재를 개방시켰다가 자신이 극락정토와 유착 관계가 있다는 걸 들켜 하계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됐으니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보여 주지 않고, 저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조작’된 이야기를 보여 주는 건 텔러에게 있어서 금기시되는 일이다.

성령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 바로 그런 거였으니까.

그걸 들킬 경우에 나쁜 소문이 퍼지면서 겨우 모은 구독령들도 다 떠나고 말리라.

“아무튼. 어떠십니까?”

샤마트는 허공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서재를 개방하지 않았으니, 이곳에 아무도 없어야 했지만.

딱 한 분.

그가 몰래 손님으로 모시는 분이 있었다.

[내게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지?]

영혼마저 울리는 듯한 목소리에 샤마트는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극락정토는 단순히 그에게 물건을 맡기지만은 않았다. 저쪽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한 명의 성령을 이쪽으로 파견했다.

‘나를 믿지 못하기보다는 상정 외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인가? 그런데, 의문이네. 성령님이 뭐 할 게 있다고 직접 오신 건지.’

정말 최악의 경우에 자신이 임무를 실패해도, 샤마트는 실패는 실패일 뿐. 이 손님으로 온 성령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뭐, 그렇다 해도 보통 성령님은 아니시긴 하지.’

본명은 모른다.

샤마트가 아는 거라곤 해당 성령이 극락정토의 2세대 성령이며, 제네시스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그의 이름이 [검게 물든 순백의 천]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상당히 무뚝뚝한 성격에 어딘가 우직한 느낌이 든다는 것까지.

유들하고 교활한 샤마트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성격의 손님이었지만, 그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여기서 내가 잘하는 것을 보여 주기만 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거니까.’

상황은 그가 바란 대로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은 사상세계의 시간으로 다음날 정오에 벌어질 거다. 샤마트는 그때를 고대했다.

‘바깥의 상황도 괜찮은 거 같고.’

샤마트는 사상세계의 입구 근처를 살폈다. 그곳에는 자신을 따르는 백야회의 암살자들이 여전히 대기하고 있었다.

다섯 명이 사상세계 입구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쯤은 신고할 법도 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상세계의 입구와 함께 그들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부적 때문이었다.

“잘하고 계시군요.”

-네. 샤마트님이 시키신 대로 하고 있습니다.

라오 첸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가 데리고 있는 4명의 부하 중 날카로운 인성의 여인이 결계를 치고 있었다.

라오 첸의 부하인 루 옌은 도술과 더불어 인형술을 주로 다루는 컬렉터였다.

그녀는 주위에 부적을 설치해서 일반 사람들의 시선을 속였고, 그 주위에는 간단한 도움을 주기 위해 파견된 황혼의 장막 클랜원들이 남들 모르게 길을 막는 중이었다.

이로써 해당 사상세계는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상황.

“얼마나 유지할 수 있습니까?”

-이대로 3일까진 가능합니다. 그나마 이곳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은 덕분이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면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준비한 물품은 잘 챙겼죠?”

-물론입니다.

샤마트는 라오 첸에게 진신사리를 건넸다. 물론 그냥 주지는 않았다. 진신사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특별한 목갑에 담았으며, 심지어 루 옌이 부리는 인형에게 간접적으로 건넸다.

혹시라도 진신사리의 힘에 자신이 부리는 장기 말이 영향을 받게 할 수는 없었다.

“잊지 마세요. 그것을 절대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됩니다. 목갑 자체도 직접 만져서는 안 되고요. 루 옌을 통해 인형으로만 간접적으로 다루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내일이 지나면 라오 첸 당신은 더더욱 저의 총애를 받게 될 겁니다. 조금 귀찮거나 힘들어도 참으시길.”

-샤마트님께서 바라신다면 얼마든지.

샤마트는 흡족하게 웃으며 통화를 끝냈다. 이제 그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샤마트는 양손으로 깍지를 끼며, 내일 벌어질 일을 구경할 생각에 벌써부터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아가엘. 잘 봐 둬라. 네가 실패했던 걸 내가 멋지게 성공하는 이 모습을.’

펜타그램 내부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

* * *

날이 밝았다.

서수민은 잠에서 깼지만, 강유라는 아직도 기절하듯 누워 있었다. 보통 하루 이상 기절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어딘가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유현은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정말인가?”

“사상세계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미성년자들이 그러죠.”

사상세계는 어떻게 보면 물질계인 지구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굳이 표현하면 개념이 실체화한 혼성계와 더더욱 가깝다.

물질계에서 태어나 거기서부터 영향을 받은 강유라는 컬렉터로서 각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물에 깊게 잠수하거나, 혹은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사람이 신체에 이상을 느끼듯.

아직 몸이 여린 사람들이 사상세계에 처음 들어가면 보통 저렇게 된다.

“일종의 면역체계 같은 겁니다. 막 각성한 컬렉터, 그것도 유라처럼 미성년자라면 갑작스럽게 사상세계에 휘말릴 경우 이렇게 되는 거죠. 짧아도 한나절. 길어 봤자 2일 안에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러면, 언제 일어날지는 모른다는 소린가?”

“아마도요.”

유현은 바깥을 살폈다. 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수민은 자신을 향한 배신이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버티고만 있어도 그 사건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암살 사건은 이 사상세계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일 텐데. 그것을 일부러 피해도 괜찮은 건가?’

유현의 고민은 짧았다.

그의 최우선 목적은 우선 서수민과 강유라를 안전하게 바깥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당장 나가지 않은 것은 밖에서 대기하는 녀석들 때문이었다.

‘사상세계가 생겼음에도 협회나 다른 쪽에서 돌입한 사람이 없어. 분명, 누군가가 외부에서 손을 썼겠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 지금 적들이 입구를 점령했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 없이 나갔다가는 몇 명인지도 모를 적들과 부딪히게 될 거야.’

그냥 싸우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쪽은 지켜야 할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성유찬은 말했다. 상대방은 중국계 마피아인 백야회의 암살자들이라고.

놈들은 사람을 죽이는 데 특화된 자들이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강유라와 서수민을 안전하게 지키며 싸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타인의 목숨으로 도박을 할 수는 없지. 안전하게 여기서 대기하면서 바깥의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어.’

어차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연락’을 취한 상태였다.

가만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이곳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유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악!”

서수민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기 전까지는.

“수민 씨? 수민 씨!”

서수민이 머리를 쥐어 싸맸다.

유현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아니면, 괜찮냐고 물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머무르는 집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수민이 지닌 책도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드드드드드!!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도 몰라.’

당황하는 사이 주위 풍경이 변했다. 건물의 형태가 흐릿하게 변하더니, 다른 것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어느덧 허름한 집은 사라지고 폐허가 된 도시도 사라졌다. 지진이 일어나서 폭삭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고.

다시 시간을 되감듯 무너진 것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재구성됐을 때는 이전과 사뭇 다른 배경이었다.

“여긴…….”

거대한 전각을 배경으로 한 울창한 숲이었다.

유현은 갑자기 변한 환경에 당황했다. 사상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의 기억 속에서도 없는 일이었다.

굳이 추측하자면, 이 사상세계가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기에 벌어진 일일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사상세계의 근원이 되는 서수민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수민 씨!”

“으윽.”

서수민은 여전히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유현은 그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이 사상세계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서수민을 어딘가로 이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자신이 만든 장난감을 보여 주기 위한 것처럼.

사상세계도 자신의 모태가 된 서수민에게 자신이 보여 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그녀를 이곳으로 초대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 채.

유현은 황급히 염화를 보냈다.

‘지아 씨! 혜림 씨! 비상사태입니다! 천마의 암살이 벌어지는 장소로 와 주세요!’

-네? 유현 씨. 그건 갑자기 왜…….

-알겠다. 바로 가지.

유현은 강혜림과 권지아에게 짤막하게 전할 말만 끝내고, 곧바로 서수민의 상태를 살폈다.

[대다수의 성령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해합니다.]

[일부 성령들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시합니다.]

“수민 씨. 괜찮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괘, 괜찮다.”

풍경이 완전히 바뀌고, 서수민의 두통도 끝났다.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서수민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됐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여, 여기는. 왜 갑자기 이곳에…….”

“수민 씨.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죠.”

“아니. 아니야. 늦었어.”

서수민은 앞으로 펼쳐질 광경을 깨달았다는 듯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유현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이었다.

콰아앙!

멀리 보이는 숲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평범한 폭발이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피부에 저절로 소름이 끼치게 만들 정도로 깊은 어둠이 수십 미터 높이의 기둥처럼 솟아올랐다.

“이미 늦었다고.”

콰앙! 콰아앙!

아아악!

비명과 함께 폭음이 연달아 들렸다. 그 소리의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이쪽과 가까워졌다.

어둠이 다가온다.

그 어떤 것보다도 깊으며 순수한 어둠이.

샤샤샥!

가장 먼저 숲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복장의 사람들이었다.

유현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았다. 자신이 이곳에 온 첫날, 황 노인과 함께 움직이던 무인들이었다. 천마신교 전투 부대 중 하나인 혈영대(血影隊)였다.

도망치듯 튀어나온 그들의 상태는 아무리 봐도 좋지 않았다.

옷 곳곳이 찢어지거나 피투성이가 된 자들도 적지 않았다. 심각한 자는 한족 팔이나 다리가 없기도 했다.

‘그렇다는 것은.’

유현의 시선이 혈영대가 튀어나온 숲 안쪽을 향했다.

그곳에서 갓 피어난 새벽의 안개처럼 질척한 어둠이 흘러나왔다. 유현은 처음 검은 기둥을 봤을 때와 같은 소름을 느꼈다.

‘종말에서도 저 정도로 흉흉한 기세는 몇 번 못 봤는데.’

이윽고 숲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독한 마기를 몸에 의복처럼 두르며, 이성의 빛이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 새까만 눈동자를 지닌 아름다운 여성.

현 천마신교(天魔神敎)의 교주.

고금제일(古今第一) 만인지상(萬人之上)의 무인.

“천마…….”

초월자의 자리에 한 발 걸치고 있던 과거의 서수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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