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아는 주인공들-171화 (171/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71화

매니지먼트 건물로 돌아온 유현은 곧바로 권지아와 강혜림을 호출했다.

평소에 하지도 않는 긴급 호출 때문인지, 그녀들은 상당히 의아한 기색이었다.

“유현 씨. 무슨 일이에요? 오자마자 호출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네. 아주 심각한 일이죠.”

유현은 그녀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성유찬이 다급하게 유현을 찾아왔다.

“강유현 텔러님! 오셨으면 잠시 이것 좀 봐 주세요.”

유현은 그의 다급한 표정에서 벌써 무슨 일이 터졌음을 읽어 냈다. 그의 불안한 상상은 성유찬이 내민 태블릿 화면을 보는 순간, 현실이 됐다.

“방금 근방 철도 다리 아래 CCTV에 찍힌 장면입니다.”

“이건…….”

성유찬이 영상을 재생했다.

재생된 영상에는 두 소녀가 있었다. 하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서수민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유라였다.

서수민은 공포에 질린 듯 자리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길을 지나가던 강유라가 우연히 그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화면 속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나타난 활자의 소용돌이가 두 소녀를 집어삼킨 것이다.

“헉! 사, 사상세계?”

“음.”

그 광경을 함께 보던 강혜림과 권지아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두 소녀를 집어삼킨 저것은 그들이 질리도록 본 사상세계의 입구와 똑같이 생겼다. 아니, 사상세계가 맞았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사상세계가 생긴 것도 그렇지만, 학생 2명이 거기에 휘말린 건 정말로 큰 사건이었다.

유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심각해졌다.

‘사상세계가 갑자기 생겼다고? 그것도 하필 저 둘 사이에서?’

유현은 저것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기에는 사건이 벌어지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공교로웠다.

“유찬 씨. 영상을 잠시 뒤로 돌려보세요. 네. 거기서 스톱. 영상을 0.3초만 앞으로 당겨 보세요. 네. 거깁니다.”

유현은 화질이 그렇게 좋지 못한 CCTV 화면에서 하나를 잡아냈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켰다.

“여러분들. 이거 보이십니까?”

“네? 잘 안 보이는데요.”

“자세히 보면 보일 겁니다. 화질이 나쁘지만, 정확히 여기. 검은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죠?”

유현이 이 1초 전후로 영상을 몇 번 반복하듯 돌리자,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혜림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보여요. 검은 점 같은 아주 작은 무언가가 떨어졌네요.”

“네. 그리고 그것이 떨어진 순간, 사상세계가 갑자기 확 하고 나타났죠.”

“그렇다는 것은…….”

“이 사상세계는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유현의 말에 강혜림과 성유찬이 숨을 집어삼켰다.

사상세계를 인공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유찬 씨. 이 근방 CCTV 몇 개 더 해킹해서 주변 살펴볼 수 있습니까?”

“자, 잠시만요.”

성유찬은 개인용으로 들고 다니는 태블릿 컴퓨터로 무언가를 빠르게 확인했다. 그는 과연 유현이 눈여겨본 사람답게 일 처리가 신속하고 정확했다.

손가락이 타자기 위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싶더니, 모니터 위로 순식간에 CCTV 화면 수십 개가 떠올랐다.

“이 근방 CCTV는 싹 다 해킹했습니다. 그런데 이 뭔가가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아요. 위에서 떨어진 걸 보면 상공 같은데, 거길 찍는 카메라가 없습니다.”

“혹시, 인공위성 같은 건 안 되나요?”

“네?”

강혜림의 물음에 성유찬이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저라도 인공위성은 안 건드립니다. 그거 건드렸다가 국제적 수사 들어가면 답 없어요. 영화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아, 역시 그랬구나…….”

“한 6시간만 주면 안 들키고 할 수 있는데, 과정이 좀 귀찮습니다.”

“네?”

그러면,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강혜림은 성유찬을 놀랐다는 듯 바라봤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유현이 권지아에게 물었다.

“지아 씨. 저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음.”

조금 전부터 권지아의 시선이 허공에서 떨어진 검은 물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유현은 저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권지아라면 혹시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달랐으니까.

“아주 예전에, 딱 한 번 본 것 같은 기억이 있다.”

“……그게 정말입니까?”

모두의 시선이 권지아를 향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턱을 쓸었다. 불현듯 좋지 않았던 옛 기억이 그녀의 머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그래. 분명 이야기의 씨앗이라는 물건이었다.”

“이야기의 씨앗?”

“그게 뭐죠?”

강혜림과 성유찬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유현은 달랐다.

‘이야기의 씨앗? 설마, 저게?’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야기의 씨앗은 말 그대로 이야기가 담긴 씨앗 형태의 그릇을 말한다.

성령들이 자신의 이야기 일부를 씨앗의 형태로 담아 하계에 전달해, 그곳에 신화와 전설을 싹틔웠듯이.

이야기의 씨앗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릇이었다.

씨앗 자체에 거대한 텍스트가 담겨 있으며, 이 씨앗이 발아하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주위의 이야기를 흡수하고, 잡아먹으며 순식간에 하나의 세계를 구현한다.

화면 너머에 생긴 사상세계처럼.

“유찬 씨. 아직 이 사상세계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별로 없죠?”

“네? 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아직 주민의 신고조차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나마 다행이로군요. 우선 빠르게 가야겠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가면서 알려 드리죠.”

유현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강유라는 죽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유현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과거의 유현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꿈도 펴지 못하고 죽게 놔둘 수 없었다. 분명, 부모님도 슬퍼하실 거다.

“강유현 텔러님. 가시기 전에 잠시 이것도 봐 주세요.”

“또 뭐가 있습니까?”

이번에 성유찬이 보여 준 것은 5명의 남녀가 찍힌 사진이었다.

남자 넷에 여자 하나. 선두에는 반삭 머리에 얼굴에는 문신을 하고 점퍼를 입은 남자가 있었고, 그 뒤를 따라 모습과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 넷이 따르고 있었다.

“이들은……?”

“인터폴에 수배된 살인자들입니다. 중국계 마피아 백야회 소속 암살자들인데, 상당히 질이 나쁜 놈들이라 악명이 자자하죠. 오늘 오후에 인천항의 부두를 통해 밀항한 것을 확인했어요.”

유현은 그게 이번 일과 무슨 관계냐고 묻지 않았다.

“……누구 사주로 들어온 겁니까?”

“거기까진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황혼의 장막 클랜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거죠. 1지부장 전민혁 컬렉터가 그들을 맞이하러 나간 것이 확인됐거든요.”

“황혼의 장막이라…….”

유현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짐작했다.

‘펜타그램 부서가 이번 일에도 관여되어 있는 거였나? 하지만 아가엘은 아니야. 그녀는 한국 지부만 도맡아서 활동했으니까. 중국계 마피아인 백야회에서 움직였다면, 펜타그램 부서에서 중국 쪽을 관할하는 녀석이 이번 일을 저지른 거야.’

갑자기 허공에서 떨어진 이야기의 씨앗과 서수민을 노린 듯 나타난 사상세계.

비슷한 타이밍에 밀항해서 들어온 백야회의 컬렉터들.

그 모든 것들과 연관이 있는 펜타그램과 대성군.

유현의 표정이 적을 마주했을 때처럼 싸늘해졌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군요. 다들 준비하세요.”

* * *

서수민은 오랜만에 꿈을 꿨다.

천마로서 모든 것을 호령하고 지배하던 시절이 아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먼 과거의 꿈을.

꿈속에서 서수민은 항상 혼자였다.

그녀가 처음부터 천마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억 속에서 어릴 적 자신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아였다.

그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급급한 뒷골목에서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모여서 지냈었다.

그때의 삶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항상 굶주림을 달고 살았고, 어떻게든 구걸을 하거나 음식을 훔쳐 달아나고는 했다.

훔치다 잘못 걸리면 죽도록 맞기도 했었다. 너무나도 연약한 몸은 잘못 맞으면 골병이 들어 며칠 동안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녀는 아프게 맞지 않는 법을 그때 처음 배웠다.

하지만 가장 잔혹한 것은 배를 긁어 대는 굶주림도, 몽둥이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겨울.

눈 내리는 날, 날카롭게 살을 얼리는 추위가 가장 끔찍했다.

피부를 아리는 칼바람이 부는 날, 부모 없는 아이들끼리 서로 몸을 부대끼고 몇 날 며칠을 쥐죽은 듯 지냈다.

몸이 약한 아이는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얼어 죽었다. 자고 일어나면, 아는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얼어붙은 아이는 눈을 뜨지 못했다.

서수민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다음에 자신의 차례가 될지도 몰라, 이를 악물고 생존을 향한 열망을 불태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저 살고 싶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왔었다.

전신을 검은 천으로 가린,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자들.

같이 지내는 아이들은 몰랐지만, 서수민은 이상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

그녀가 무언가를 읽어 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검은 옷의 무리 중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푸근한 인상을 한 노인이었다.

‘허허. 이거 참. 이 녀석, 설마 우리의 기운을 읽은 건가? 이렇게까지 갈무리했음에도 느끼다니. 보통 눈썰미가 아니구나.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이 정도의 재목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때의 그녀는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다른 검은 옷의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분위기나 기세가 부드럽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꼈다.

저 남자가 자신을 상당히 좋게 보고 있는 것까지도.

노인은 그녀의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손목을 짚어 무언가 기운을 흘려 넣는가 하면, 어깨 부분을 만지거나 볼을 잡아당기기도, 치아의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허어.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세를 읽는 감각도 뛰어난 데다 눈빛도 살아 있구나. 심지어 근골도 아주 뛰어나. 이만한 인재가 이런 허름한 곳에서 살고 있었다니. 잘하면 훌륭한 고수가 될 수 있겠어.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노인은 마치 소년 시절 꾸었던 꿈을 떠올리듯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었다.

‘어떠냐. 나와 함께해 보지 않겠느냐? 우리가 손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서수민은 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노인이야말로 그녀를 이 지옥에서 꺼내 줄 구원자였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이곳에 남아 있으면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맞아 죽거나 셋 중 하나였다. 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살고 싶었고, 그래서 손을 잡았다.

저것이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동아줄이라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허허허. 당돌하구나.’

노인은 그런 서수민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처음으로 잡아 본 어른의 손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촤라라락.

그 이후의 기억이 영사기의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노인의 지도 아래에서 미친 듯이 수련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꾀죄죄하고, 먹지 못해 비쩍 말랐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길게 자란 머리를 묶고, 괜찮은 대접을 받으며 무공을 열심히 익히는 그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녀의 외적인 변화가 아닌 무공의 성장이었다.

그녀가 몸을 담은 곳은 천마신교라는 곳이었다.

얼핏 귀동냥을 하면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무림 공적, 힘을 숭상하는 위험한 마교도의 집단이라고 했던가?

그녀에겐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밥을 주고, 따스한 잠자리를 준 곳이다. 천마신교는 그녀에게 또 다른 집이었다.

그녀는 천마신교의 가장 바닥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인지를 뛰어넘는 거대한 재능은 그녀를 순식간에 위로 향하게 만들었다.

‘허허허! 대단하구나! 정말로 대단해!’

그녀가 성과를 보일 때마다 노인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웃었다.

그녀는 그게 좋았다. 자신을 거두어 준 저 할아범이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기뻐서, 그가 웃어 주는 게 좋아서.

그녀는 더욱 열심히 수련에 매진했다.

그녀는 점점 강해졌다.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질시한 사람도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거라고 경계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 그녀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손을 쓴 사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은 항상 그녀였다.

그녀가 천마신교에 들어가고 4년. 그녀는 하급 교도에서 상급 교도가 됐다.

2년 뒤. 그녀는 최상급 교도의 자리에 올랐다.

3년이 지나고. 그녀는 마교의 5대 무력 단체 중 하나인 혈영대(血影隊)의 대주(隊主)가 됐다.

1년이 지난 뒤엔, 그녀는 12명밖에 없는 장로의 자리에 올랐다.

비록 말석이었다곤 하지만, 그때 그녀의 나이가 갓 스물이었으며 천마신교의 최연소 장로였다.

무엇보다 하급 교도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그녀가 최초였다.

그녀는 장로가 되었음에도,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열심히 피땀 흘려가며 수련에 매진했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인정받고 싶었다. 자신을 거두어 준 할아범에게 인정받고,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

처음으로 따스함을 알려 준 사람.

분명,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이 순수한 선의로 이루어진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덕분에 그녀는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그래서일까?

당대의 천마가 수명이 다해서 죽어 가고, 차기 교주의 자리를 논할 때.

‘네가 다음 천마의 자리에 올라라. 곧 타계하실 교주님의 아들은 절대 교를 이끌 재목이 아니야. 방탕하고 여색에 빠져 있는 데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지. 견자에게 본교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어.’

‘할아범. 내가 정말로 그래도 될까?’

‘안될 건 뭐가 있냐? 너라면 가능하다. 최연소 장로에, 고작 10년 만에 그 정도의 경지를 이룩한 너라면…….’

‘그러면 뭐, 해 볼게.’

그렇게 당대 천마가 타계하고, 1년 뒤.

서수민은 압도적인 힘으로 차기 교주 후보들을 찍어 누르고, 천마의 자리에 등극했다.

검은 장포를 입은 자신의 앞에 수만의 마교도들이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그들이 모두 새로운 천마인 자신을 찬양했다.

그녀의 꿈은 거기까지였다.

“으윽.”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서수민은 잠에서 깨어났다.

* * *

“여기군요.”

아직 사람이 오가지 않은 곳에 생성된 사상세계의 앞에 유현이 섰다.

-선배님. 괜찮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돌입하면, 곧바로 서재 개방 준비해.’

-알겠습니다.

셀린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유현은 괜찮다고 답하며 뒤를 돌아봤다.

권지아와 강혜림이 살짝 긴장한 채 이쪽의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저희의 최우선 목적은 안쪽에 휘말린 민간인 2명을 구출하는 겁니다. 사상세계 클리어는 뒤로 미룹니다. 알겠죠?”

“네.”

“알겠다.”

“좋습니다. 그러면 들어가죠.”

셋은 곧바로 사상세계에 돌입했다.

몸이 얇은 물의 막을 통과한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주위 풍경이 변했다.

안쪽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옛 중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도시였다.

유현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여긴…… 무림이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