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아는 주인공들-169화 (169/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69화

서수민의 솔직한 말에 유현은 예상 밖의 상황에 꽤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극락정토? 거기가 이번 일에 연루되어 있었다고?’

유현은 이번 사태의 범인이 거의 천계삼십육천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수민은 정반대의 대성군을 입에 담았다.

대성군 극락정토는 에덴과 함께 혼성계 내에서도 아주 선량한 곳으로 꼽힌다.

그들은 상계의 속한 존재들답지 않게 하계의 존재들을 동정하고 존중하며, 그들을 구원의 길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자들로 가득했으니까.

극락정토의 교리는 모든 고통과 번뇌를 털어놓아야만 진정한 열반에 오를 수 있는 것.

그러한 교리가 존재의 격을 높이고, 더욱이 미래 영겁의 진리를 깨닫게 만들었다.

‘하계의 구원이라는 명목으로 활동하는 대성군이 이런 짓을 벌였다고?’

마냥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서수민에게 수상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잘못된 정보를 착각하고 있는 거라면?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전직 초월자가 그런 간단한 것을 착각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무엇보다 유현은 선량하다고 알려진 대성군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과 신뢰를 경계했다.

‘에덴도 아주 좋은 곳이지. 하지만 그들은 정의에 관해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악이라고 판단한 자들에게는 한 치의 자비도 없어.’

너무 맑고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유현이 판단한 에덴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에덴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고 알려진 극락정토라면 별로 다를 것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왜? 왜 극락정토나 정도나 되는 대성군이 그녀를 저렇게 경계하는 거지?’

유현은 그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지만, 새로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의 답은 아지랑이처럼 너무나도 흐릿해서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군.”

유현은 우선 고개를 끄덕이며, 서수민의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믿어 주는 거예요?”

“못 믿을 것도 없지. 그렇게 애절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유현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친구인 유라를 향한 서수민의 마음은 진짜였다.

유현은 그녀가 가족과 친구들을 속여 가면서 이런 짓을 벌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아주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서 유현은 [라플라스의 파편]을 사용했다.

[정보 취합률: 45%]

증가한 정보량을 본 순간,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거의 확실한 지표가 지금 상황의 진실을 가리켰다.

유현은 자연스럽게 감았던 눈을 뜨며 심호흡을 했다.

‘서수민의 말은 진짜다. 그녀를 노리는 대성군은 극락정토가 맞아. 그리고 극락정토는 하계에 개입을 해 가면서까지 서수민을 제거하려 들고 있다.’

이유는 모른다. 서수민에게 물어도 그녀도 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여기서부터 어쩌면 좋다는 거였다.

‘진짜 대성군이 개입했다는 것이 맞다면, 그들과 맞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

유현은 지금까지 자신을 적대하는 자들을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았다.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고 받아 주며 정면에서 박살을 내줬다.

하지만, 극락정토는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펜타그램 부서나, 혹은 황혼의 장막 클랜, 한국의 정치인들.

그들과 적대하는 것은 귀찮지만, 그래도 싸운다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성군은 달라. 그들은…… 아무리 내가 날고 기어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자들이니까.’

유현은 벽을 봤다.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에서 10만이 넘는 오스만 대군을 향해 돌진할 때도.

명부의 말뚝으로 인해 세계 단위로 붕괴를 일으켰던 아귀도 속에서도.

거대한 선박을 단번에 부수는 거대한 고래와 바다에서 마주했을 때도.

유현은 언제나 그런 벽을 마주했고, 최후에는 벽을 깨부쉈다.

다만, 지금처럼 거대한 벽은 처음이었다.

‘전생에서 조차도 얼마 느껴 본 적이 없는 숨이 막히는 막막함.’

설마하니, 평화로운 시대로 회귀한 뒤에 이것을 느낄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다. 상대는 대성군이야. 그것도 대성군 중에서도 상당한 권위와 힘, 명성을 지닌 곳이지. 그곳에 소속된 1세대 성령만 몇이고, 그 아래는 얼마나 많은지 짐작도 할 수 없어. 반면 이쪽의 전력은 힘이 줄어든 전 초월자 하나와 싸울 줄 아는 텔러, 그리고 컬렉터 둘이 전부.’

아무리 봐도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다.

싸우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도 이럴 때는 통용되지 않는다. 태양이 뜨거운 것을 만져야 아는 바보는 세상에 없다.

‘그냥, 여기서 모른 척을 하면서 이 상황이 그저 지나가길 바라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유현은 서수민을 봤다. 그녀는 여전히 괴로움 때문에 몸을 떨고 있었다.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 초월자라고는 볼 수 없는 가녀린 모습.

세계가 그녀의 죽음을 강요하고 있었다.

욱신.

유현의 머리에 통증이 일며 전생의 한 광경을 봤다.

이쪽을 향해 웃으면서 괜찮다 말했던 소녀가 있었다. 그녀도 결국, 세상의 악의에 휩쓸려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했었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 떠오르는 것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유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못 해 먹겠군.’

그가 자리를 떠난다면, 서수민은 죽을 것이다.

그가 알던 역사대로, 정해진 미래대로.

그녀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만용이다. 자칫 잘못하면 화마가 이쪽까지 집어삼킬 수 있다.

이건 맨몸으로 기름통을 안고, 산불 안으로 뛰어드는 미친 짓이다.

‘그래. 미친 짓이지.’

유현은 산 중턱에서 펼쳐진 정경을 바라봤다.

자라난 나무 사이로 펼쳐진 도시의 모습.

자신이 항상 바라고 있던 평화로운 시대의 청사진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 싶었고.

저것을 지키고 싶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유현이 입을 열었다.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가 유현의 얼굴을 담았다. 끝없는 절망이라는 검은 어둠을 담은 그릇이었다.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나는 차라리 도망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

“그야 그렇잖아. 상대는 대성군이야. 우리 같은 필멸자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괴물들이라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도 별을 딸 수 없듯, 인간은 성령을 이길 수 없어. 그게 이 세상의 이치지.”

유현은 성령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싫은 것과는 별개로 그들이 지닌 힘만큼은 인정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싸우면 반드시 진다. 그냥 지는 것도 아니고, 존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말살될 거다.

그걸 감안하면, 차라리 꼴사납게 도망치는 것이 훨씬 나았다.

적어도, 목숨은 온존할 수 있으니까.

“차라리 도망쳐야지. 도망치지 못하면 고개를 숙이고 빌어야지. 이건 단순히 말로 해결해서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으니까.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

서수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막막한 기분은 그녀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녀 또한 힘이 법을 지배하는 무림에서 살아왔다. 힘이란 곧 권력이고 절대적인 지표다. 그건 이 세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됐다.

서수민은 앞으로 향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 이 기분을 알고 있었다.

끝없는 절망감.

땅이 무너지고, 몸이 저 끝없는 어둠 아래로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기분.

그녀는 거기에 저항할 줄 몰랐고, 저항하지 않았다.

“저는…….”

“그러니까, 더 재밌겠네.”

“……네?”

서수민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무겁게 잔혹한 진실을 말하고 있던 유현의 얼굴에는 어느새 의욕이 가득한 강렬한 눈빛이 걸려 있었다.

흔들림 없는 그 눈동자는 처음부터 항복을 입에 담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방금, 이건 답이 없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이성적이라고요?”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일을 겪었어.”

풍경에서 시선을 뗀 유현이 서수민의 눈을 들여다봤다.

“난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을 봐 왔지. 네가 느끼는 절망을 고작 한 줌 따위라 할 수 있는 절망의 끝을 말이야.”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고, 지키고자 하려던 사람마저 제 손으로 죽이고, 사람들의 원성을 애써 외면하고.

그럼에도 죽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

“네가 전생에서 초월자라 했더라도, 나는 이것 하나만큼은 자부할 수 있어. 나는 네게 밀리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말이야.”

유현은 이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많은 실패와 두려움을 느꼈다.

“이성적인 판단이란 중요하지. 뭐가 어찌 됐든 무슨 일을 하려면, 이 머리라는 것을 먼저 써야 하니까.”

하지만, 유현은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성적인 사고만이 항상 올바른 답인가?

다시 생각해도,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 싶었다.

만약 자신이 항상 이성적인 판단만 했다면, 과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10만이 넘는 오스만 대군에게 돌진하는 짓도.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한 사람에게 목숨을 맡기는 일도.

거대한 섬만 한 고래를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도.

‘내가 머리로만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그런 일이 있었을까?’

머리로 움직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머리로 ‘만’ 움직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유현은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때로는 가슴이 시키는 짓을, 남들이 말도 안 되는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정말 미친놈처럼 저질러야 한다.

그것이 나 자신을 바꾸며.

아울러.

‘세상을 바꾸는 일이니까.’

대성군의 존재는 무섭다. 그들은 까마득할 정도로 거대하고 압도적이다.

인간과 개미의 싸움 수준이 아니다. 태양을 향해 달려드는 반딧불이. 지금의 유현이 딱 그 꼴이었다.

“승산이 없는 건 아니야.”

터무니없는 싸움이지만, 유현은 그 속에서 가능성을 읽어 냈다.

“그들은 성령이라 위험하지만, 또 성령이라 그들이 낼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어.”

제네시스 시스템.

유현이 믿는 것은 바로 이거였다.

“아무리 대성군이라 하더라도, 하계에 직접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그들이 정말 정신이 훼까닥 돌아서 모든 페널티를 감수해 가면서 저지르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거든.”

“그걸 대체 어떻게…….”

“그들이 대성군이기 때문이야. 세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개인의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아. 심지어 대의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조직에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관한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지.”

극락정토가 환생한 서수민을 노릴 정도라면, 분명히 내부에서도 상당히 발언권이 강한 성령이 의견을 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것이 극락정토 전체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됐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수록 유현은 자신의 눈을 가린 안개가 개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보여.’

그가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대성군이 나선 일이지만, 그들이 직접 개입할 확률은 아주 낮아. 어떻게든 페널티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움직일 거야.”

[정보 취합률: 54%]

라플라스의 파편이 반응했다.

유현의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굳이 한다면, 누군가를 시켜서 일을 시키려고 들겠지. 자신을 따르는 하계의 인간이어도 좋고, 혹은 연줄이 있는 텔러여도 상관없어. 그들은 분명 그렇게 움직일 거야.”

[정보 취합률: 63%]

“그렇다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진 않을 거야. 나름 보험도 들어 놨겠지. 혹시라도 네가 전생의 힘을 끌어다 저항이라도 하면 귀찮아지니까.”

[정보 취합률: 76%]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죽이려고 할 거야. 이 세상에서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말이지. 이게 내 결론이야.”

계속 오르던 라플라스의 파편의 정보량은 80%에서 멈췄다.

‘아직 2할이 부족한 건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 거라는 대략적인 정보를 손에 넣은 이상, 유현은 그에 대항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을 벌었다.

유현은 서수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하자. 우리가 손을 잡으면 막을 수 있어.”

유현은 서수민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이쪽에서도 도와줄 테니, 그쪽도 힘을 보태라고.

단순히 서수민을 영입하기 위한 짓이 아니었다.

성령들이 하계에 개입하려는 이번 사태는 유현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나, 나는…….”

서수민은 유현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그녀는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속에서 서수민은 고민했다.

‘분명, 이 손을 잡는 것이 맞아.’

서수민은 자신의 처지를 아는 사람이 유현이 유일하다는 걸 알았다. 이 남자야말로 자신을 이 위기에서 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조력자라는 것까지 알았다.

더 이상 힘과 정체를 숨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여기까지 몰린 이상, 그녀도 결국 움직여야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의 손을 잡는 것이 맞다. 초월자였던 시절의 경험도 말해 주고 있었다.

저 남자는 믿을 수 있다고.

‘손을……잡아야…….’

그렇게 결심을 내리려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순간 뿌옇게 변했다.

모든 것들이 물에 닿은 수채화처럼 허물어지고, 이내 하나의 광경이 새로 그려졌다.

꿈을 꾸는 것같이 뿌연 광경 속에서 그녀는 옛날을 떠올렸다.

-나와 함께 해 보지 않겠느냐? 우리가 손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억세고 주름진 손이 그녀를 향했다.

서수민의 시선이 손을 타고 올라갔다.

손목에서 팔뚝으로. 다시 팔뚝에서 어깨 위로.

시선의 종착역은 손 주인의 얼굴이었다.

“……!”

이쪽을 향해 인자하게 웃는 한 노인을 보는 순간.

서수민은 소리를 지르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왜 그러느냐?

서수민에게 손을 내민 노인은

전신이 갈가리 찢긴 피투성이였다. 눈동자는 없이 검고 공허했고, 거기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나를 죽였느냐? 왜 나를? 왜? 왜? 왜 나를 죽였습니까? 왜? 천마시여. 대답해 주소서. 왜! 왜! 왜 저희를 버렸나이까! 어째서!

“나, 나는…….”

-중원 제패는 저희의 꿈이 아니었습니까? 어째서 우릴 배신한 겁니까? 왜 모든 교도의 꿈을 저버린 겁니까! 괴롭습니다. 천마시여. 저흰 너무 괴롭습니다. 부디 우리를, 구원해 주소서!

피투성이의 노인이 울부짖었다.

그 뒤를 따라 사람들의 형체가 하나둘 일어났다. 전부 피투성이에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서수민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수민아? 수민 씨?”

유현은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하자, 서수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 전까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수민 씨!”

“아.”

유현의 외침에 서수민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잠시 유현을 보더니

이내 창백한 얼굴로 등을 돌려 도망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