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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54화 (154/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54화

“유현 씨! 정신 차리세요!”

“유현! 정신 차려라!”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유현은 감았던 눈을 떴다. 권지아와 강혜림이 자신을 걱정스럽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새까만 먹구름에서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전신이 바닷물과 빗물에 푹 젖어 있었다.

“아.”

유현은 자신이 아주 순간이지만, 정신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뒤늦게 전신에 통증이 내달렸다. 하지만 유현은 아픔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몸이 욱신거린다는 것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의 증표였으니까.

유현은 물에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밟고 있는 것은 땅이었다.

“모두, 괜찮으십니까?”

“저, 저는 괜찮아요.”

“나도 조금 긁힌 거 빼고는 괜찮다.”

유현은 기절하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섬에 닿기 직전 마지막에, 모비딕이 지닌 배를 부수는 힘이 피쿼드호를 파괴시켰다. 물론 무너진 것은 배의 함미였지만, 하필 속력이 붙은 상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문제였다.

방향성을 상실한 피쿼드호는 그대로 거대한 바위를 들이받았고.

유현의 기억은 거기서 끝났었다.

“…….”

주위를 둘러봤다.

불규칙적으로 솟아오른 날카로운 바위섬. 그들은 결국에 목적으로 삼던 난파선 무덤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까지 쫓아온 모비딕은, 얕은수면 위로 몸을 거의 다 드러낸 채 바위산의 틈새에 몸이 끼어 있었다. 사람의 덩치보다 더 큰 녀석의 눈동자는 이쪽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선원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반파된 피쿼드호에서 내려온 선원들은 제자리에 묶여 버린 모비딕을 노려봤다.

“드디어.”

에이허브 선장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이를 드러냈다. 너무 기뻐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이 순간이 찾아 왔구나.”

복수심에 불타는 에이허브의 귀기 서린 목소리에 모비딕이 무언가 위기감을 느꼈는지, 몸을 경직했다. 모비딕은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쌩쌩하던 그 바다의 악마가 지금 지쳐 있는 것이다. 유현 일행은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노땅! 지금이다!”

[알고 있다. 노틸러스, 부상.]

촤아아악!

물보라 속에서 여태 대기하던 노틸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모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귀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노틸러스가 곧바로 어뢰를 발사했다. 쏘아진 어뢰는 모비딕의 양쪽 꼬리 부근 바위의 수면 아래를 타격했다.

콰광! 콰르르!

폭발과 함께 바위가 무너졌다. 떨어지는 잔재가 모비딕을 깔아뭉갰다. 모비딕은 거칠게 몸을 비틀었지만, 몸이 반쯤 수면 위로 올라 온 데다가 등을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가 지닌 질량은 아무리 녀석이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었다.

모비딕을 얕은 수면으로 유인해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

작전명 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가 성공했다.

“그렇다 해도…….”

유현은 눈을 가득 채우는 모비딕의 새하얀 덩치에 혀를 쯧 하고 찼다.

“이 정도의 덩치와 또 싸우려고 하자니, 막막하군.”

벌써부터 이긴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승률 0%에서 겨우 유리한 상황까지 이끌어 낸 것이 전부.

언제까지고 모비딕이 여기에 못 박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놈은 다시 힘을 회복할 테고, 등 뒤의 잔해를 치우고 섬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러니, 기회는 오직 지금뿐.

놈이 회복해서 도망치기 전, 이 지긋지긋한 물고 물리는 사냥을 끝내야만 한다.

“다들 무기 챙겨! 탄약고는 무사해?!”

“화약에 물에 젖지 않게 조심해서 사용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선원들이 반침 된 피쿼드호의 화약고에서 무기를 꺼내 왔다. 작살잡이 키퀘그도, 항해사 스타벅도, 신참 선원 이스마엘도 총과 작살을 분주히 날랐다.

“간다!”

싸움의 시작을 알린 것은 에이허브였다. 그는 자신의 이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한 시라도 빠르게 끝내고 싶어 안달이 난 참이었다.

에이허브는 등 뒤에 장착한 작살 3개를 쥐어 그대로 순차적으로 던졌다.

쌔앵!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쏘아진 3정의 작살은 모비딕의 무방비한 피부를 꿰뚫었다.

우오오오오──!!

모비딕이 고통스러운지 몸을 뒤틀었다. 녀석의 새하얀 피부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여태 고통받던 선원들이 희망의 빛을 품었다. 그것은 살아남은 컬렉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비딕이, 일격에 배를 산산조각 내는 해양의 공포가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녀석도 피를 흘리는 일개 살아 있는 생명체였던 것이다.

“죽여!”

“저 악마를 없애!”

선원들이 작살을 던지고, 배에서 쟁여놓은 총을 꺼내 모비딕을 향해 쐈다.

컬렉터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여태까지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은 바다라는 환경 때문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컬렉터들은 육지 위에서 자신의 힘을 끌어 올리며 모비딕의 몸을 격렬하게 난도질했다.

늘어나는 상처 속에서 모비딕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녀석이 얕은 수면으로 올라온 것은 분명, 이쪽에 있어서 큰 기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비딕이 약해진 것도 아니고, 가만히 맞아만 주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산에 버금가는 덩치와 질량.

비록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더라도, 모비딕은 존재 자체만으로 흉기였다.

“모두 조심해라! 너무 가까이 붙지 마!”

“녀석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피해라! 놈은 입으로 거대한 충격파를 쏘아 낸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비딕이 입을 벌렸다. 덩치가 워낙 커서 벌려진 입 안쪽이 끝없는 심연을 품은 어두운 동굴처럼 보였다. 그 안쪽에서 파괴의 소리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콰지직!

모비딕의 입 정면, 십 수 미터 바깥에서 선원 하나가 운이 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소리를 정면으로 맞은 그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처럼 흩어져 저 멀리 날아갔다.

누군가 그 모습을 아연하게 바라봤다. 바다에서만 사는 고래가 육지에 올라와서도 저 정도의 전력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계속 방해해!”

“천자총통 발사!”

마지막 한 정 남은 천자총통이 불을 뿜었다. 모비딕의 드러난 피부 위로 폭발이 일어났다.

강혜림이 천뢰검이 번개를 뿜었고, 권지아의 오러가 모비딕의 살을 물어뜯었다. 유현의 공격 또한 모비딕의 등 뒤에 상처를 입혔다.

“내 대원들의 복수!”

박철오의 특성 [철가면을 쓴 사나이]가 발동했다. 전신이 금속으로 변했다. 박철오는 강해진 육체로 모비딕의 가죽을 때렸다. 그의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모비딕의 살이 터지며, 피가 뿜어졌다.

“흡!”

괴선 방상씨도 움직였다. 그녀는 한 손에 쥔 도끼를 휘두르며 기이한 주술을 선보였다. 도끼에 베인 모비딕의 살이 검게 썩어 들어갔다.

플레임 나이트 권인범도 화염에 휘감긴 검을 휘둘렀다.

새하얀 도화지에 붉은 점을 찍듯, 모비딕의 몸통 위로 상처와 피가 하나둘 번져 갔다.

“계속 공격해! 놈이 반항할 틈을 주지 마!”

“쉬지 말고, 밀어붙여!”

모두가 이를 악물고, 모비딕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녀석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건 그들이었다. 모비딕이 체력을 회복하고, 이 바위 더미를 부수고 이곳을 탈출하기 전에 모비딕을 죽여야만 했다.

하지만.

‘끝이 없어.’

유현은 창으로 모비딕의 등을 찌르며 그렇게 느꼈다.

거대한 토산을 맨손으로 퍼내는 것 같았다.

상처를 내고 있지만, 그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모비딕에게 작은 상처에 불과했다. 덩치게 걸맞게, 녀석의 생명력은 바다 그 자체였다.

이렇게 무차별로 공격을 당하면서도, 모비딕은 전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은 컬렉터들이었지만, 역으로 초조함을 느끼는 것도 컬렉터들이었다. 노틸러스 선원들도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각기 총을 들고 와서 싸움에 참전했지만, 그들로도 역부족이었다.

모비딕의 움직임이 서서히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등 뒤의 잔해들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놈이 본격적으로 반격을 가하기 위해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뭐가 더 필요한 건가? 대체 뭐지? 내가 뭘 놓쳤지?’

유현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모비딕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작살을 던지고, 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고, 번개로 지진다.

그래도 안 됐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생각해. 녀석을 쓰러뜨릴 방법을.’

유현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모비딕은 단순히 강한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이 바다의 악마에게는 그에 걸맞은 사냥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녀석과 관련된 ‘이야기’가 분명했다.

그게 대체 무엇인가? 유현이 상념에 빠졌을 때였다.

[유현! 피해!]

“이런……!”

백련의 경고와 함께 유현이 몸을 뒤로 날렸다. 그 직후 조금 전까지 약한 저항만 하던 모비딕의 몸이 유현이 있던 땅을 짓눌렀다.

“모비딕이 움직인다!”

“녀석이 이곳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 모비딕이 거칠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모비딕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모두가 의아하게 모비딕을 쳐다봤다.

변화가 생긴 것은 모비딕의 입이 아닌 등 뒤의 숨구멍이었다.

콰아아아아───!!

모비딕은 숨구멍을 통해 흡수한 산소를 모조리 방출했다. 모비딕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에 거대한 충격파가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부는 바람마저 상쇄되고, 떨어지는 빗물마저 바깥으로 밀려났다.

지면에 쩍쩍 금이 갔고, 모비딕의 등 뒤를 짓누르던 바위가 소리의 진동에 모래처럼 바스러졌다.

“크아악!”

“크헉!”

모비딕과 가까이 있던 사람들도 전신을 가격하는 충격에 타격을 입었다. 가까이 있던 선원 중 하나는 눈코입에서 피를 뿜으며 즉사했다.

바위마저 가루로 만드는 공격에 몸이 튼튼한 컬렉터들도 성치 못했다.

유현도 충격파에 맞아 지면을 뒹굴었다. 권지아도, 강혜림도, 박철오도 마찬가지였다.

운이 없는 컬렉터들은 멀리 튕겨 날아가 단단한 지면에 처박혀 기절하기까지 했다.

‘뭐지?’

유현은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소리가 전신을 뒤흔드는 충격은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겨우 머리를 털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유현은, 모비딕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모비딕도 조금 전 공격은 연이어 사용할 수 없는지, 다시 숨을 몰아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모비딕이 지금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뭐…….”

순간, 유현과 모비딕의 눈이 마주쳤다.

유현은 녀석을 보고 등골에 소름이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모비딕의 눈동자는, 유현을 보며 살짝이지만 휘어져 있었다.

녀석은 지금 웃고 있었다.

[성령들이 소름이 돋았다며, 자신의 팔을 쓸어 냅니다.]

[일부 성령들이 모비딕의 존재에 감탄합니다.]

모비딕이 도망치려고 했다. 유현은 다급해졌다.

‘멈춰야 해!’

하지만, 어떻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조금 전 일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뜬 몇 명도 몸을 바르르 떨고 있어서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누군가는 막아야 했다.

“으아아아!!”

그 순간, 누군가 고함을 내지르며 모비딕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현이 눈을 크게 떴다.

“지아 씨!”

회귀자 권지아, 그녀는 몸이 성치 않은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한쪽 팔은 근육이 파열되었고, 곳곳의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검을 쥐었다.

그녀의 검 끝에서 거대한 짐승의 머리가 돋아났다. 유현은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기운이었다.

아귀도 사상세계의 마지막 싸움에서 그녀가 선보였던 기술이다.

“아아아아!!”

권지아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모두가 아연하게 그 광경을 지켜봤다. 거대한 짐승의 이빨이 모비딕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살점이 뭉텅 잘려 나가고, 피가 튀었다.

방심하던 모비딕이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렀다. 선원들의 눈에 빛이 돌아왔지만, 유현은 달랐다.

‘아직이야! 저걸로는 부족해!’

모비딕은 더욱더 위기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수심이 깊은 곳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콰득!

거대한 짐승의 머리가 모비딕의 몸을 계속 물어뜯고 있었지만, 모비딕은 그것을 역으로 무시하며 도망치려 들었다. 권지아의 공격이 아무리 강력해도, 그녀 혼자서는 모비딕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때였다.

[노틸러스, 전속력으로 전진! 지금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네모 함장의 외침에 남은 선원들은 이를 악물고 함을 몰았다.

노틸러스는 순식간에 무서운 속도로 가속하며 넓은 바다로 빠져 나오려는 모비딕의 측면을 들이 받았다.

노틸러스가 해양을 가르며 나아가기 위한 충각은 하나의 대검이 되어 그대로 모비딕의 가죽과 살을 꿰뚫었다.

푸욱!

무오오오오오오───!!!

모비딕의 거대한 괴성이 난파선 무덤 전역에 울려 퍼졌다. 모비딕이 몸을 뒤틀자, 거기에 휘말린 노틸러스 함의 선체가 거칠게 우그러졌다.

에이허브가 놀라며 외쳤다.

“이런 미친, 노땅이 뭐 하자는 짓이야! 지금 자살하려는 거냐!”

지금 네모 함장이 하는 짓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네모 함장은 거기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마지막 싸움을 하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끼기기긱. 서서히 일그러지는 외벽을 보며, 네모 함장은 선내에 남은 선원들의 얼굴을 기억에 새기듯 하나씩 살폈다.

“제군들. 이 나를 따라 와 줘서 정말로 고맙네.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까지 함께 살아남고 싶었지만, 역시 그렇게 되지 않더군.”

“아닙니다. 함장님.”

“저희가 더 고마웠죠.”

노틸러스의 선원들은 모두 세계에서 버려진 자들이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국가에게 버려진 자들.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바다를 떠돌다가 배신을 당한 자들.

네모 함장은 그들을 거두었고, 가족처럼 돌봐줬다.

“함장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이미 옛적에 객사했을 겁니다.”

“이렇게라도 함장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저희는 얼마든지 환영이죠.”

그들은 강화 유리 너머 꾸물거리는 모비딕의 살 조각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 모습에 네모 함장은 입가를 누그러뜨리며 미소 지었다.

“그런가? 더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끝까지 따라와 줘서 고맙다.”

여기까지 온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흔들림 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네모 함장은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토르페도 전탄 발사! 저 빌어먹을 괴물에게 마지막 선물을 모두 쏟아부어라!”

명령을 거스르는 선원은 없었다.

사일로가 열리며 사출된 어뢰는 그대로 모비딕의 상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고.

콰과광!

모비딕의 몸속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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