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147화
“휴우. 십 년 감수했군.”
유현은 서로를 노려보는 네모 함장과 에이허브 선장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싸우지 않고 손을 잡아서 다행이야.”
[……내가 보기에는 저 둘, 지금도 당장 싸우기 일보 직전 같은데?]
백련은 네모와 에이허브 사이의 기류를 보며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유현이 안도한 것치고는 저 두 사람의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아니. 저 둘은 싸우지 않을 거야.”
[왜 그렇게 확신하는데?]
“서로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거든.”
에이허브는 복수를 위해 싸운다. 그의 목적은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어 간 새하얀 고래 모비딕이었다. 거만한 성격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유현이 용기를 내서 한 말 덕분에 에이허브는 자신의 목적을 상기할 수 있었다.
다만, 예상 밖인 것은 네모 함장까지 모비딕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해저 2만 리에서 네모 함장은 그런 것과 전혀 연이 없었는데.’
네모 함장은 그는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네모(nemo)라는 이름 또한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의미였으니까.
정체를 숨긴 채 바다를 끝없이 돌아다니는 대해의 자유자.
그것이 네모 함장이었다.
‘네모 함장은 모비딕을 쫓고 있다고 했어. 저쪽도 뭐가 어찌 됐든 우리와 같은 목적을 지녔다고 볼 수 있지.’
그렇기에 네모 함장과 에이허브 선장은 손을 잡았다.
서로가 마치 전생의 원수처럼 껄끄럽고, 보기만 해도 짜증나지만. 그 이상으로 모비딕을 쓰러뜨리기 위한 복수심이 컸다.
그러니, 모비딕을 쓰러뜨릴 때까지는 둘은 함께 움직일 것이다.
‘1차, 2차 탐사대는 아마 이러지 못했을 거야.’
유현은 이전 탐사대의 실패 이유를 노틸러스 영입을 실패한 것으로 간주했다.
지금이라도 바다 안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잠수함이 전력에 추가됐으니, 보통 다행이 아니었다.
“다들 모여라!”
에이허브 선장이 선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손님들. 댁들도 와 줘야겠어.”
“우리요?”
“그래.”
에이허브는 컬렉터들, 그중에서 유현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작전 회의다.”
* * *
작전 회의는 피쿼드호의 함교에서 하게 됐다.
네모 함장은 자신의 건장한 선원 다섯을 이끌고 올라왔다. 이미 통성명을 끝냈으니, 이 이상 엮일 생각이 없다는 듯 무심한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에이허브는 냉철한 네모를 향해 이죽였다.
“댁네 배가 꽤나 좋아 보이는데, 차라리 거기서 작전을 짜는 게 어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짐승을 집에 들일 수는 없지.”
찌릿!
둘은 벌써부터 기 싸움에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양 선원들은 오히려 싸움에 휘말리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거였다. 두 집단의 우두머리가 티격태격하는 것은 좋지 않았지만, 부하들까지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그래서, 노땅은 그 빌어먹을 고래를 뭣 때문에 쫓는 거지?”
“개인 사정이다. 그러는 그쪽은…….”
네모 함장은 에이허브의 한쪽 다리를 보더니,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유현은 네모 선장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냉철하고 관찰력이 뛰어나. 그리고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로군.’
에이허브가 작살로 선제 타격을 날렸음에도 반격을 하지 않고, 대화를 해결하려는 점이 특히 그랬다. 반면에 에이허브는 매우 즉흥적이고 난폭했다.
어떻게 보면 네모 함장과 에이허브 선장은 그야말로 완벽히 대칭을 이룬 인물들이었다.
‘저런 자들을 조율해서 모비딕을 쓰러뜨려야 한다. 이건가?’
유현은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니, [라플라스의 악마 파편]을 발동시켰다.
[라플라스의 힘을 발동합니다.]
[실패!]
[현재 필요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현재 정보 취합률 61%]
‘뭐?’
유현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설마하니, 아직까지 기본 정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고? 이미 이곳이 모비딕과 해저 2만 리의 융합세계인 건 다 밝혀진 게 아니었나?’
현재 획득한 정보는 6할. 그렇다는 대략 3분의 2나 되는 정보를 모았다는 소리였다.
‘나머지 3분의 1을 아직 모른다는 소리로군. 대체 뭐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곳이 단순히 2개의 이야기가 융합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
획득한 정보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고려하면, 이 사상세계는 3개의 이야기가 한데 모여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 하나의 이야기가 어떤 거냐에 따라서 확인할 수 있겠어.’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회의에 집중하려는 유현은, 문득 자신을 향한 시선이 꽤나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음?”
“이봐. 손님의 대표가 거기서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되나?”
에이허브가 유현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졸지에 컬렉터들의 대표가 된 유현은 꽤나 당혹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이 대표가 되는 건 별로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기존 컬렉터들의 규율을 해칠 수 있었다. 유현은 박철오에게 시선을 보냈다.
“아니. 아무래도 자네가 대신 나가 줘야겠군.”
박철오도 에이허브와 같은 생각이었다. 컬렉터들을 이끄는 총괄 팀장은 박철오지만, 컬렉터 중에서 에이허브의 인정을 받은 것은 오직 유현뿐이었다.
실제로 에이허브는 손님을 인정했지만, 말을 걸거나 주로 보는 대상은 유현이었다. 에이허브는 표면상으로 손님을 허락했으나 아직 다른 컬렉터들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겼다.
“……어쩔 수 없네요.”
졸지에 컬렉터들의 대표가 된 유현은 피쿼드호, 노틸러스호에 이어 제삼자로 회의의 중심에 섰다. 저 구석에서 유현을 알아본 이스마엘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유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이스마엘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네모 함장은 유현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냉철한 눈동자는 유현이 어떤 인물인지 분석하고 있었다. 유현은 네모 함장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유현이라고 합니다. 모비딕을 잡기 위해 이 배에 올라탄 손님이죠.”
“……네모 함장이라고 하네.”
네모 함장은 유현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 행동 하나만으로 그가 유현을 나쁘지 않게 보고 있음을 말해 줬다.
“자, 그래서 어쩔 생각이지? 그 빌어먹을 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는 하나?”
“그렇다면, 그쪽은 아는지 묻고 싶군.”
“나? 나야 그냥 감으로 대충 때려 맞추지.”
에이허브의 말에 네모 함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질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에이허브는 진심이었다.
“나는 느낄 수 있어. 그 괴물 자식이 가까이 있으면 말이지 냄새가 나거든. 그 구역질이 나는 비릿한 생선 썩는 냄새가 말이야.”
“소금의 짠 냄새밖에 안 나는 곳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고? 하물며 녀석은 수면 아래에 있는데, 냄새를 풍길 리가 없다.”
“이봐 노땅. 댁의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비치는 건지는 알아.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아 둬. 나는 놈이 오면 확실히 알 수 있어.”
“그런 놈이 내 함에 작살을 날렸다고?”
“크하하! 그건 미안하게 됐어! 나도 날리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거든! 하지만 그때 분명 냄새를 느꼈단 말이지. 그래서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라는 심정으로 던진 거였지.”
“잠깐만요.”
유현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때, 녀석이 있다고 느꼈다고요?”
“어. 그랬지.”
에이허브의 반응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유현은 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분명, 에이허브 선장님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고 했죠?”
“그랬지.”
“그렇다면 선장님. 그때 나온 것은 분명히 녀석의 냄새를 느꼈기에 나온 거고요.”
“그래, 맞아.”
“혹시, 그 냄새 지금도 느껴집니까?”
“지금? 아니. 이 노땅이 등장하고 나서는 냄새가 사라졌었어. 그런데 그건 왜 묻지?”
“그건…….”
유현은 자신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에 에이허브 선장님이 녀석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니, 아는 거 맞다니까.”
“녀석은 네모 함장님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라졌다고 했었습니다. 그전, 저희가 노틸러스호를 모비딕이라 착각하고 쫓을 때까지만 해도 선장님은 냄새를 맡았고요. 그렇다는 것은 녀석은 그때, 저희가 쫓아다니는 내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소립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라고 물으려던 에이허브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네모 함장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일부 선원들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런 건가?”
에이허브 선장과 네모 함장, 그리고 컬렉터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예상에 확신이라는 쐐기를 박았다.
“놈은, 처음부터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말에 선원들이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 그럴 리가?”
“녀석은 고작 고래잖아. 고래가 어떻게…….”
“멍청한 놈들! 녀석은 그냥 고래가 아니다!”
에이허브 선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선원들이 모두 입을 다물자, 에이허브는 머리를 거칠게 긁으며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길. 그래, 그런 거였군. 우리가 녀석을 사냥하려는 게 아니었어. 놈이 우리를 사냥하려는 거였던 거야.”
“전부 에이허브 선장님의 감이 들어맞는다는 가설하에 말이죠.”
“아니.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세.”
네모 함장이 에이허브를 두둔하듯 나섰다. 전혀 의외의 사람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이허브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노땅. 이제야 날 섬길 생각이 들었나?”
“미개한 놈.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네놈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그 눈빛. 호흡. 그리고 행동. 절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반응은 아니야. 단지, 그것뿐이다.”
“그것뿐이라고요?”
유현은 작게 기함했다. 네모 함장은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지만, 유현은 저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안다. 상대방의 거짓말을 알아차리려는 그 사소한 신호를 자연스럽게 잡아내는 것은 보통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능과 연륜. 그 두 가지가 한데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좋지 않은 일이군. 우리가 쫓던 사냥감이 생각 이상으로 교활하다는 것은 그만큼 잡기 힘들어진다는 소리니까.”
“크핫. 나는 오히려 다행이야. 그래, 그래야 내가 복수를 할 맛이 나지. 어려우면 그게 무슨 재미겠어?”
“이 일은 고작 재미로 판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더욱 신중하고 조심하게 접근해야 해.”
“이봐 노땅. 그렇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의미 없다고. 녀석은 우리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우리가 놈을 찾는 게 아니야. 우리가 할 일은, 녀석이 알아서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그 절망적인 말에 선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낮고 무거운 진동이 피쿼드호 전체를 흔들었다. 그것은 아주 자그마한 떨림이었다.
모두가 바람이 불었다고 넘길 만한 것이었지만, 네모 함장과 에이허브 선장은 그렇지 않았다.
“뭐지? 바람인가?”
“그런 거치고는 꽤나 강하게 부는데.”
“아니. 바람이 아니야.”
에이허브는 벽면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자그마한 떨림을 느꼈다.
“이 진동은, 바다에서 오는 거다.”
“바다에서요? 물고기 떼라도 지나간답니까?”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더 나았을 거다. 이건 단 한 녀석이 내는 소리야.”
단지, 그것이 너무나도 거대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배에도 그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일부 눈치 빠른 선원들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졌다.
에이허브는 눈을 감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쓰읍! 하.
한 차례 길게 호흡을 한 에이허브의 떠진 눈동자 안에는.
“녀석이다.”
지금껏 드러내지 않은 광기의 불꽃이 엿보였다.
“준비해라!”
“네, 넷!”
선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하게 움직였다. 박철오 또한 컬렉터들에게 다시 각자 배로 돌아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모두가 다급하게 움직일 때 네모 함장은 잠시 에이허브를 보더니, 이내 노틸러스로 돌아갔다.
땡땡땡땡!
“모두 준비해라! 이번에는 진짜다!”
“마스트! 위에서 뭐 보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조금 전 바다를 울린 진동. 그 크기를 짐작건대, 녀석은 분명 보통 고래가 아니었다.
어느덧 중천에 뜬 해가 머나먼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 가고 있었다. 푸른 하늘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바다는 마치 불에 타오르는 것처럼 빛을 뿌렸다. 바다 위로 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선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배에 부딪히는 파도의 너울 소리만이 망망대해에 울려 퍼졌다.
‘백효야.’
부엉!
유현은 백효를 높이 띄워 모비딕을 찾고자 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확장됐고, 노틸러스 함과 더불어 5척의 포경선으로부터 반경 500m 안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모비딕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멀리 있는 건가? 거리가 얼마나 되는 거지?’
에이허브 선장은 녀석의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모비딕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멀어도 백효의 뛰어난 시야 내에는 반드시 잡혀야 했다.
갑판으로 나온 컬렉터들은 잔뜩 긴장한 채, 각자 무기를 손에 쥐었다.
박철오 팀장은 특수 무전기를 들었다.
“뭐 보이는 거 있나?”
-없습니다. 팀장님.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도 보이는 건 없습니다.
“그래. 다들 경계 늦추지 말도록. 그리고 일부 요원들은 내가 일전에 전해 줬던 사항을 잊지 않았겠지?”
-네. 물론입니다.
“그거면 됐다.”
박철오가 무전을 끝낸 순간이었다. 마스트에 올라가 있던 선원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백효와 시야를 공유하는 유현도 마찬가지였다.
“좌측 9시 방향! 거리 800! 무언가 옵니다! 빠릅니다!”
“녀석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멀어서……!”
선원은 아직 거리가 멀어서 그것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유현은 달랐다.
“뭐야, 저건. 생선 떼?”
“생선 떼라고?”
유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에이허브가 뭐라고 물을 때였다.
그 말은 사실이 됐다.
파앗!
멀리서 파도처럼 다가오는 것은 무려 수만 마리가 넘는 날치 떼였다. 후드드득! 날치 떼는 이쪽을 향해 접근하더니, 미친 듯이 배의 측면에 부딪히거나 혹은 배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일부 날치는 배를 넘지 못하고 갑판 위에 떨어져 몸을 격하게 파닥였다.
선원들이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날치 떼의 이상 행동에 유현을 비롯해 강혜림과 권지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한데. 날치 떼가 이렇게 배에 달려들 정도면, 천적을 피해 도망치는 것 말고는 없는 거로 아는데.’
천적.
그 단어가 뇌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 유현의 눈에 다른 이상 현상이 잡혔다.
그것은 5척의 포경선 중 가장 좌측 측면에 떠 있는 배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림자가…….’
유난히 다른 배와 비교하니, 5호선의 그림자가 컸다. 그리고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저건 배의 그림자가 아니라…….
“5호선! 당장 피해!”
“어?”
“갑자기 무슨.”
유현이 다급하게 외치고, 모두가 그런 유현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쿠와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5호선이 폭발했다. 순간이지만 주위에 침묵이 내려앉을 정도로 거대한 소음과 함께 물기둥이 200m 이상 치솟아 올랐다.
눈앞에 생긴 바다의 벽에 선원들의 아연한 시선이 조금 전까지 5호선이 있던 곳에 머물렀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치솟아 오른 물기둥의 안쪽에 거대한 그림자가 엿보였다. 그림자는 서서히 옆으로 기울어지듯 사라졌다.
그 크기는, 얼핏 눈대중으로 본 것만으로도 100m가 넘었다.
“모, 모모모모.”
한 선원이,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
“모비딕이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