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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40화 (140/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40화

“……그거참 놀라운 소식이군요.”

유현은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

유현은 미래를 위해서 사상세계를 하나씩 클리어 했다.

사상세계는 하나가 사라지면 언젠가 새로운 한 개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새로운 세계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슬슬 그럴 때임은 직감하고 있었다.

“일단은 하나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재 새로 추가된 걸로 추정되는 것은 하나입니다. 하지만…….

“곧 새로운 것들이 하나씩 나오겠다는 거군요.”

-네. 바로 그겁니다.

유현은 최중모가 왜 연락을 취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백화 매니지먼트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겠죠.”

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사상세계가 생성된 것에 가장 큰 책임 소지를 따지면 그것은 자신일 테니까.

사실, 이런 거로 책임을 묻는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사상세계란 클리어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상세계 자체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이건 절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따위가 아니다.

“어떤 곳입니까?”

-아직 확인은 안 해 봤습니다. 조만간 탐색대를 꾸려서 파견한다고 하더군요.

“저에게 연락하셨다는 것은 그 탐색대에 저희 쪽 사람들이 가길 바라시는 거군요.”

-지금은 아닙니다. 첫 탐색부터 손을 벌릴 생각은 없다는 게 위쪽의 반응입니다.

“재밌는 말이네요.”

첫 탐색에서 백화 매니지먼트를 뺀 것은 일종의 견제였다.

새로운 사상세계가 이쪽 때문에 생성되었지만, 그렇다고 사상세계의 이권을 함부로 넘기지 않겠다는 견제.

협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상세계가 혹시 모를 대박일 가능성을 점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적당한 곳이라면 파견이라는 명목하에 자신들의 소유로 입지를 굳힐 생각이리라.

“그런 거치고는, 꽤나 다급하게 연락을 취하신 거 같으신데.”

-……네. 맞습니다. 새로운 사상세계를 윗선에서는 우선 확인을 해 본다는 빌미로 독점을 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는 어딘가 불안합니다.

“불안하다?”

-저는 현장을 겪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아직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없는 건 아니죠. 그래서입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녀석들은, 어딘가 위험한 거 같다고.

누가 들으면 괜한 불안이라고 할 말이었지만, 유현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최중모의 말을 듣는 순간, 아주 작게나마 감탄사를 흘렸다.

‘대단한 눈썰미야.’

최중모의 걱정대로다. 새로운 사상세계는 기존 사상세계의 빈자리를 대처하듯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내용물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하면 안 됐다.

오히려 이전 사상세계보다 훨씬 더 거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만큼 클리어 보상도 크겠지만, 클리어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위험성은 훨씬 더 크다.

“바라시는 게 뭡니까?”

-혹시 첫 탐사대가 실패할 경우, 그다음에 공문이 내려온다면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보상은 제대로 지급할 생각입니다.

“실패를 확신하시는군요?”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더군요. 혹시 몰라서 파견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확인하라고 당부는 전했습니다만.

그쪽에서 그것을 제대로 들을지는 미지수다.

“네. 잘 알았습니다. 차후 자리가 난다면, 참여하도록 하지요.”

-……정말입니까? 이건 부탁이지, 딱히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압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도 책임의 소재는 있죠. 솔직히 저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 해도, 누군가는 분명 그렇게 외칠 겁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자진해서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면목이 없군요.

“일단, 연락을 미리 해 줘서 고맙습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길 바라죠.”

-네. 모쪼록.

뚝.

통화가 끝났다.

유현은 새집의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지금일 줄이야.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각오는 했던 일이었다. 그것이 이제 벌어졌을 뿐이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유현은 곧바로 사무실 사람들을 호출했다.

백서련과 강혜림, 권지아와 더불어 성유찬과 셀린까지 거실에 모였다.

“무슨 일이지?”

권지아가 대표로 나서서 물었다. 유현은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새로운 사상세계가 나타났다 하더군요.”

“……그게 정말인가?”

“네. 조금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협회에서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죠.”

유현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성유찬이 자신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만졌다. 이내 그는 눈을 크게 뜨더니, 유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사실이에요. 아직 완전히 밝히지는 않았는데, 정부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몇몇 주요 컬렉터들이 목격됐다는 증언이 있어요.”

“역시 그렇군요.”

“유현 씨. 그러면 저희도 준비해야 하나요?”

강혜림이 혹시 몰라 묻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에서 우선해서 탐색대를 파견한다고 했지만,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더군요. 실패한다면 그다음 타자는 저희가 될 겁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첫 사상세계인가?”

권지아가 무거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도 이번에 새로 생기는 사상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전생에서도 몇 번 사상세계의 변화가 있었지만, 그 숫자는 극소수였다. 심지어 타이밍도 이때가 아니고, 종말이 머지않던 때였다.

그때의 사상세계가 지금과 같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물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상세계의 난이도가 너무 높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저희는 명단에서 내려오게 될 테니까요.”

혹은 사상세계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보유하는 이야기가 많은 컬렉터는 하급 난이도의 사상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 해당 세계의 이야기의 격보다 본인의 격이 높기 때문에 입장 자체가 거부되는 것이다.

컬렉터가 출입할 수 있는 사상세계는 정해져 있다. 이번에 새로 생긴 사상세계가 반드시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녀석은 분명, 백화 매니지먼트의 컬렉터도 갈 수 있는 곳일 거라고.

“정말로 만약에, 저희가 가게 된다고 한다면.”

유현은 다리를 꼬며 중얼거렸다.

“그때는 참 재미있겠네요.”

* * *

며칠 후 뉴스가 흘러나왔다.

[현재 새로운 사상세계의 등장에 모두의 뜨거운 관심이 모인 상황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협회 측에서 파견한 탐사대는 벌써 2번째인데 별다른 성과가 없으며, 심지어 생존자 또한 없는 것으로 알려져…….]

협회에서 새로운 사상세계의 등장을 알렸지만, 문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첫 탐사대는 종5품 컬렉터를 포함해 휘하 7명의 컬렉터를 보냈다.

그들은 들어간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협회는 이후 새로운 탐사대를 편성, 종4품의 컬렉터 한 명과 정5품 하나 그리고 탐색에 일가견이 있는 정7품 컬렉터를 모았다. 이번에 파견한 숫자는 13명이었다.

그렇게 꾸려진 2차 탐사대가 떠난 것이 하루 전이었다.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해당 사상세계는 최대 종4품까지밖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그럼에도 생존자가 없었습니다.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혹은 기존 사상세계와 전혀 다른 구조의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이 소식을 접하는 유현과 강혜림, 권지아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뉴스를 경청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정부는 3차 탐사대를 편성하기로 했으며, 이번에는 각 클랜에서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상세계의 정보가 알려진 바가 없이 너무 위험해서, 괜한 인력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의견까지…….]

인터넷도 이와 관련된 일로 상당히 시끄러웠다. 새롭게 생긴 사상세계도 사상세계지만, 탐사대를 2회나 파견해서 보냈는데 소식이 없다는 것이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헐. 이거 괜찮은 거임? 새로 생긴 거 꽤나 위험해 보이는데.

-들여보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컬렉터가 들어갔는데도 소식이 없는 거면 걍 지지 쳐야 하는 거 아님?

-만약 탐사대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투입한 인력이 부족한 건 아닐지 생각해 봅시다.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거기다가 대고 드립을 치고 싶냐?

└아니 근데, 이쯤 되면 진짜 인력 더 늘려야 하는 건 맞는 말 같은데?

└그러다 그 사람들까지 죽으면 어쩌려고? 본인이 책임지게?

-이거 사상세계 원래는 새로 생길 일이 없는데, 어쩌다 이럼?

-그 뭐였지? 검후인가 하는 컬렉터가 사상세계 클리어 해서 이렇게 됐다고 함 ㅇㅇ

-그러면 그쪽에서 책임지고 확인해야겠네.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사상세계를 건드려서.

└ㅂㅅ아 사상세계는 원래 클리어 하라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 밍기적거린 놈들이 이상한 거지.

-솔직히 이건 백화 매니지먼트가 총대 매고 가야 하는 거 아님? ㅇㅈ?

└닥쳐 병1신아. 우리 검후 누님을 그런 위험한 데로 보내려 하지 마라.

└검후단 어서 오고.

기사가 실린 댓글 창부터 난리가 났다.

백화 매니지먼트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 이건 원래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 신들의 뜻이라 주장하는 광신도들도 있었고, 그 사이에서 어그로를 끄는 사람도 있었다.

뜬금없이 현 정부가 잘못됐다며 정치 이야기까지 끌고 오는 사람들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제네시스 네트워크의 텔러 게시판도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텔러들은 평소에 유현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아서 그런지, 이번 사상세계를 가야 한다면 유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그런지, 각이 보인 거지.’

보통 텔러들이라면 새로운 사상세계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녀석들의 숫자가 적었다.

그만큼 다들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 사상세계는, 섣부르게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유현은 성유찬을 불렀다.

“왜 불렀는지는 알겠죠?”

“……네. 일단, 이걸 확인해 주세요.”

성유찬은 유현에게 태블릿을 건넸다. 태블릿의 액정 위로 이번 사상세계에 대해서 최대한 정보를 종합한 자료가 떠올라 있었다.

“현재 2차 탐사대까지 소식이 없다고 해요. 첫 번째는 어중간하게 짰다고 쳐도, 2번째는 그래도 이름 있는 사람들로 꾸렸는데도 그 모양이에요. 협회에서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니, 골머리를 싸매는 중이라 하더군요.”

“……그런가요. 클랜의 움직임은 어떻죠?”

“클랜은 침묵을 유지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일전, 황혼의 장막과 한울 클랜에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 탓에 몸을 사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 이상으로, 본인들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거겠죠. 다만, 몇몇 곳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기도 해요.”

“각이 보이면 자신들이 탐색대를 자처하려는 거로군요.”

상황이 꽤나 재밌게 흘러가고 있다.

협회는 자신들의 사람을 잃었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졌고, 그것은 눈치만 보는 클랜도 마찬가지.

그들은 백화 매니지먼트가 그다음 타자가 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쪽에 바로 연락이 없어. 보통 2번째 탐사가 실패하면 바로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이라니.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지?’

유현은 턱을 쓰다듬다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2번째 탐사대가 아직 생존해 있다면? 협회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결과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그거라면 우리를 아직 찾지 않는 이유가 납득이 가. 클랜 중 몇몇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 놈들도 협회에 심어 놓은 스파이를 통해 정보를 얻은 거겠지.’

그때였다.

띠리리링!

유현의 폰을 통해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최중모였다.

“네. 최중모 씨.”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유현의 통화를 지켜봤다.

-……뉴스 보셨습니까?

“네.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군요. 저희가 다음 타자입니까?”

-네. 하지만 아직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번째 탐사대의 생존자를 고려하고 계시는군요?”

-……숨길 것도 없죠. 네, 맞습니다.

최중모는 순순히 수긍했다. 2번째 탐사대가 안쪽에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생존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

“반응을 보니, 협회는 모종의 방법을 통해 내부의 생존자를 확인할 수 있군요.”

-……대충 그렇다고 하죠. 자세한 건 비밀이라서.

“그것까지는 저도 안 바랍니다. 아무튼, 아직 안쪽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니 돌아오길 기다리는 거라…….”

-안 그래도 그 건으로 연락드린 겁니다.

다음 이어진 최중모의 말에 유현은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막, 2번째 탐사대의 생존자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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