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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19화 (119/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19화

미친개 유성아는 처음 사상세계에 들어갔을 때, 놀라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이 미친놈들이 왜 갑자기 몰래 이런 걸 숨기나 했더니, 이런 노다지 광산을 지키려던 거였어?’

황혼의 장막이 대체 왜 법을 어겨 가면서 이런 짓을 저지르나 싶었는데, 안쪽에 들어와 보니 단번에 이해가 갔다. 어디를 봐도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귀중한 부산물들이 넘친다. 입구만 해도 그런데 안쪽에는 얼마나 더 많이 있을까?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막대한 자원을 지닌 사상세계는 없었다.

황혼의 장막이 눈이 돌아갈 법도 했다. 아니, 어떤 클랜이라 하더라도 혹하는 게 당연했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퍼지면, 타국의 클랜에서도 빨대를 꽂으려 들지도 몰랐을 정도니까.

‘그러니 더더욱 철저히 파악해야지.’

유성아는 더욱 포악한 기세를 내뿜으며 팀원들을 이끌었다.

필사적으로 쫓아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에 그녀의 뒤를 쫓는 팀원들은 죽을상이었다.

‘아이고. 팀장님 아주 제대로 열 받으셨네.’

‘하긴, 그럴 만도 해. 안 그래도 평소에 잔뜩 이 갈고 계셨는데.’

‘협회의 미친개를 저렇게 빡치게 만들었으니, 상대가 누구라도 진짜 명복을 빌어야겠네.’

팀원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들 또한 자기 일을 망각하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협회 소속된 컬렉터로서, 당연히 클랜의 행태는 평소에도 고깝게 여기던 차였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그들의 팀장이 가장 열을 내서 상대적으로 묻혔을 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았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동굴 안쪽을 주파한 그들은 곧바로 거대한 공동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눈 부신 빛과 그 아래 공동에 펼쳐진 것은 도원경을 방불케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협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섬의 외곽에서 싸우는 자들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유성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곧바로 현장 검거를 위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팀장이 앞서서 나가니, 팀원들도 황급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이번 사태의 주모자들인 클랜의 컬렉터들은 유성아를 알아보고 암담함에 빠져들었다. 저항의 의지는 이미 상실했는지, 유성아는 김이 빠지는 걸 느끼면서도 이쪽을 경계하는 삼색 뱀을 슬쩍 살폈다.

‘이곳의 보스인가? 겁나게 큰 뱀 대가리네.’

하지만 삼색 뱀 또한 황혼의 장막 클랜과 한울 클랜의 공세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고,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압박감은 여전했지만, 처음에 비하면 그 기세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어차피, 지금은 저 두 놈들을 체포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성아가 그렇게 판단했을 때였다.

그녀가 현장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숲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어?’

그녀가 채 반응하지 못했던 것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그녀를 노린 것이 아닌 삼색 뱀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제삼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그리고 그가 삼색 뱀의 머리에 검을 내리꽂을 거라고는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푸욱!

캬아아아악!

삼색 뱀의 이마에 검이 꽂혔다.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어서 체력도 온전치 못한 녀석이 반항할 힘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삼색 뱀은 허무하게 죽고 말았고.

“이런 미……!”

그것을 본 유성아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모두의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상세계 ‘알로란 수정 동굴’을 클리어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성아를 포함한 협회의 팀원들, 겨우 생존한 황혼의 장막과 한울 클랜의 사람들은 사상세계 바깥으로 쫓겨났다.

순식간에 풍경이 변했다. 입구 주위에 포진한 협회의 사람들은 안쪽에 돌입한 유성아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팀장님. 왜 갑자기 다시 나오신 겁니까? 혹시, 안에 뭐 없었어요?”

“그게 아니야!”

유성아는 자신이 안쪽에 봤던 것을 곧바로 설명해 줄 겨를이 없었다. 사상세계가 끝났다는 것은 이제 곧 이 입구가 사라진다는 거고, 그 안쪽에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또한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는 소리였다.

“포위망 더 빡세게 만들어! 아무도 도망 못 치게!”

“대체, 왜 갑자기 그러시는…….”

“안쪽에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있다! 녀석이 사상세계를 클리어 해 버렸어!”

“네?! 그거 증거 인멸용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튼, 가장 중요한 증인이다! 반드시 잡아!”

“네, 넵!”

모두가 그렇게 긴장감을 머금었을 때였다.

그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황혼의 장막 클랜원 중 하나, 베타 식스 무전기를 들었던 남자는 초조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이, 이런 미친.’

설마 했지만, 감독관이 잡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안쪽에 먼저 돌입한 놈들과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일까? 처음 들어간 클랜원들의 숫자가 상당히 줄어 있었다. 남은 생존자들의 몰골도 썩 좋지 않았는데, 협회는 그들을 봐주지 않고 강하게 다뤘다.

“빨리빨리 움직여 새끼들아!”

“이 범죄자 새끼들! 오늘 아주 자알 걸렸다!”

굴욕으로 점철된 표정의 감독관을 본 클랜원은 역시 이번 일이 크게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있으면 그 또한 주변을 수색하는 저들에게 잡힐지도 모른다.

‘그래도, 연락은 취해 놨어.’

그가 마침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저 멀리서 황혼의 장막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 몰라서 그가 본부에 따로 언질을 준 덕분이었다.

“어, 어어? 정지! 정지!”

“너 이 새끼들! 너흰 또 뭐야!”

그 모습을 본 협회의 컬렉터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막아섰다.

두 집단이 대치했고, 주변 공기가 긴장감으로 달궈져 극에 달했다.

지이이잉!

그러는 사이에 사상세계의 입구는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 한계인지, 강렬한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 * *

“챙길 거 다 챙기셨죠?”

“네.”

“물론이다.”

내가 삼색 뱀을 쓰러뜨린 후,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사상세계 바깥으로 밀려났고. 우리 셋만 현재 안쪽에 남아 있었다.

클리어 조건을 만족한 이상 더는 사상세계는 유지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이곳에 있는 대부분 부산물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아깝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쪽은 이미 중요한 것들을 다 챙긴 뒤였다.

‘게다가 성령님들도 즐거워 한 것 같고.’

두 클랜이 서로 싸우도록 유도하며, 거기에 사상세계의 보스도 날뛰게 했다.

최후에는 협회의 등장으로 전부 다 체포하게 했고, 그 짧은 틈새에 보스를 막타 침으로써 사상세계 클리어 보상까지 전부 챙겼다.

[100TP 후원!]

[와, 진짜.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작전인지 모르겠는데, 엄청 악랄했다.]

[100TP 후원!]

[진짜 손도 안 대고 코를 다 풀어 버렸자너 ㅋㅋ]

[가장 어두운 곳에서 웃는 자 100TP 후원!]

[진짜 저도 울고 갈 만큼의 계략이었습니다.]

사탄까지 채팅을 거들자 성령들은 아주 축제 분위기였다.

[엌ㅋㅋㅋㅋ사탄도 인정한 텔러.]

[아니, 컬렉터들은 다 참한데. 왜 텔러만 이럼?ㅋㅋㅋㅋ]

[누군가 하나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ㅋㅋㅋㅋ]

다들 즐거워해서 참 다행이다. 다행이긴 한데. 사탄님, 아무리 그래도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뭐 그리 잘못했나. 이건 딱히 악랄한 측에도 못 끼는데.

[강유현 텔러 진심 억울해 하는 표정ㅋㅋㅋㅋ]

[뭐지? 왜 웃지? 난 존나 진지한데? 이러는 거 봐ㅋㅋㅋㅋ]

[우리와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아니.”

나는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은 말이 수두룩했지만, 어째서인지 내 곁에 선 강혜림이나 권지아도 그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댁들은 나 쉴드 쳐 줘야 하는 거 아니요? 괜히 욱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한숨을 내쉬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네. 일단 그런 거로 칩시다. 그리고 혜림 씨. 지아 씨.”

“네.”

“왜 부르지?”

“이제 곧 이 알로란 수정 동굴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바깥으로 나가게 되겠죠.”

이제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건 하나다.

“신고를 받고 몰려온 협회의 컬렉터들이 쥐새끼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목을 싹 다 차단하고 있을 겁니다.”

“어, 음.”

“그건 위험한 거 아닌가?”

백화 매니지먼트는 이번 일에서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걸리게 된다면 이쪽도 책임의 소재를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두 분 다 들어올 때 제가 드렸던 모자를 쓰세요.”

무려, 다중 각인을 새겨서 어지간한 컬렉터도 정체를 쉽게 꿰뚫어 볼 수 없게 만든 물건이다. 이걸 만들겠다고 개당 10,000TP 이상을 소모한 걸 생각하면 꽤나 입맛이 쓰지만, 이러려고 만든 거다.

둘은 내가 시킨 대로 모자를 착용했다.

상대방의 인식을 저해시키고 모습과 기척, 냄새마저 지워 주는 모자다. 둘 다 착용이 끝난 걸 확인한 나 또한 내 모자를 착용했다.

“준비하세요.”

“뭘?”

“튈 준비요.”

사실, 여기까지 온 이상 작전이고 뭐고 없다.

그냥 무작정 포위망을 뚫고서 튀는 것이 이 계획의 최종 장을 점찍는 것이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권지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바깥에 협회의 컬렉터들이 깔렸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죠.”

“그런데, 그들을 뚫고 도망을 치겠다고? 방금 보아하니, 협회에서 유명한 미친개 유성아까지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뭐, 미친개 유성아는 나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녀가 컬렉터들 사이에서 얼마나 두려운 존재로 불리는지도.

하지만, 괜찮다.

“그거야, 바깥에 협회만 있다면 그렇겠죠.”

“협회만?”

“보면 알 겁니다.”

지금쯤이면, 자신의 사냥터를 간섭받은 놈들이 움직였을 테니까.

“너희들 뭐냐고 이 새끼야!”

“거, 참. 우리 귓구멍 안 막혔으니, 조용히 좀 말합시다.”

“뭐, 이 자식아?”

“그것보다 협회도 거 상도덕이 없네. 남의 작업장에 멋대로 들어오고 말이야.”

“이 새끼들이 돌았나 지금. 너희들, 상황 파악이 안 돼?”

수정 동굴 사상세계의 입구를 둘러싼 협회에 접근한 것은 황혼의 장막 클랜 사람들이었다. 놈들은 자신들이 결국 비밀리에 숨겨온 사상세계가 들킨 것을 깨닫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으로 현장을 급습해서 증거물을 없앨 속셈이었다.

‘사상세계를 숨긴 걸 들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협회와 무력으로 충돌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힌다. 물론 그쪽에서 뭐라고 하면, 서로 간에 오해에서 빚어진 마찰이라고 둘러대면 돼. 여기까지 온 이상 돌이킬 수 없다.’

당연히 그 뻔뻔한 속내를 모를 리가 없는 유성아는 이를 드러내며 부하들에게 시켜, 놈들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사상세계 입구를 지키던 협회의 사람들은 이 안쪽에 있는 녀석들을 막는 것보다도, 황혼의 장막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 일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양 진영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두고 서로를 노려봤다.

모두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유성아는 황혼의 장막 측 사람들이 노려보는 것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부하들에게 넌지시 알렸다.

“너희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새끼들이 여기 뚫고 지나가게 놔두지 마. 쟤들이 뭔 짓을 저지르려는지 알지? 기껏 잡은 증거다. 놔두면 안 돼.”

“네.”

“그리고 만약에 뚫린다면, 후우. 그래. 그때는 내가…… 아마 좀 많이 빡칠 거야.”

유성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부하들이 전부 긴장했다.

단순히 말뿐인 협박이 아니었다. 유성아는 혹시라도 이 방어선이 뚫리고, 황혼의 장막이 조금이라도 증거를 인멸하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떠올리는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평소에 불같이 화를 내는 그녀이지만, 정말로 화가 났을 때는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차가워진다.

그 분노의 편린을 맛본 부하들은 당연히 목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잘해야 한다. 알겠지?”

“넵!”

못 막으면 죽는다. 일동 그런 생각을 품었다.

맞은편의 황혼의 장막 측도 꽤나 큰 결심을 한 상태였다. 놈들도 어떻게든 지금 저 현장을 무너뜨리고 부수며, 증거라고 할 만한 것들을 없애야 했다. 이미 사진으로 현장을 찍고 뭘 했겠지만, 그런 것들은 어떻게든 조작이라고 둘러대야 했다.

추해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 상황은 막아야 했다.

그렇게 양측이 재차 의지를 다진 순간이었다.

지이잉!

사상세계의 입구가 서서히 작아지더니, 이내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명이 나타났다.

그것이 방아쇠였다.

“뚫어!”

“막아!”

“튑시다!”

사상세계 안쪽에 이어, 바깥쪽에서도 한바탕 시끄러운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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