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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118화 (118/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118화

샤아아.

삼색 뱀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머금었다.

녀석은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용이 되길 기다리는 영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삼색 뱀을 더 높은 격으로 이끌게 도와줄 것은 그가 지키고 있는 3개의 자연석이었다.

이곳은 누구도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그만의 보금자리.

그런데, 오늘 불청객들이 찾아왔다.

샤아아악.

그냥 불청객도 아니다. 놈들은 무려, 자신의 집 앞에서 서로 시끄럽게 싸움질을 한 것이었다. 마치 자신을 도발이라도 하듯.

삼색 뱀에게 두 클랜이 벌인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웬 새하얀 솜뭉치 녀석이 함부로 들어왔고, 그것을 놓쳐서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 분노에 부채질을 가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침입자들이었다.

그렇게 녀석은 움직였다.

스르륵.

콰득! 우지끈!

눈에 거슬리는 나무를 으깨고 바위를 가루로 만들며, 3개의 기운을 머금은 거대한 뱀은 침입자들을 몸소 제거하고자 나섰다.

그렇게 침입자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삼색 뱀은 고개를 짓쳐 들고 괴성을 내뱉었다.

“이, 이런 미친!”

“저 괴물은 또 뭐야!”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질량감의 압박. 거기에 더해 영물로서 지니고 있는 태산과 같은 격.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 등장한 삼색 뱀의 존재감은 컬렉터들의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삼색 뱀은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샤아아아악!!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영토를 침범한 적들을 없애는 것.

삼색 뱀이 괴성을 토해 내며 아가리를 쩍 벌려 컬렉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제삼자가, 남들 모르게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자. 이제 슬슬 저희 차례입니다. 어서 움직이죠.”

이번 작전의 핵심은 바로 삼색 뱀 녀석이 자리를 비울 때였다. 녀석은 자연석을 지키는 수호자다. 아니, 수호자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녀석은 자연석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구현되기 전 역사에서 녀석은 최대한 여문 자연석을 섭취함으로서 격을 끌어올려 용이 되었다고 전해졌으니까.

즉 삼색 뱀에게 있어서 자연석이란 이무기의 여의주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침입자에게 격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마, 삼색 뱀은 침입자들을 없애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녀석에게도 저 안쪽에 있는 물건은 아주 소중한 것이거든요.”

아무런 위협조차 느껴지지 않은 자그마한 백효를 공격하려고 했을 정도다. 저 자연석을 지키는 삼색 뱀은 분명 예민한 놈이다. 실제로 내 예상대로 놈은 컬렉터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벌써부터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 싸우고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른바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이다.

권지아와 강혜림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심스레 연꽃을 뗏목처럼 움직이며 섬에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가 섬의 외곽에 내릴 때까지 녀석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혹시라도 들킬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인가. 성령들이 오히려 더욱 좋아라 했다.

[아 ㅋㅋㅋ들키기 10초 전.]

[아앗. 너무 쫄린다. 이런 기분 되게 오랜만이야ㅋㅋㅋ]

[가장 어두운 곳에서 웃는 자 100TP 후원!]

[흐음. 한때 에덴동산에 몰래 침입했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찬란한 빛과 닮은 자가 그 입 닥치라고 외칩니다.]

[100TP 후원!]

[여기도 싸움이야? 다들 모여!]

진짜 아주 좋아 죽으려고들 하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자. 이제부터 저희는 최대한 빠르게 안쪽에 있는 자연석을 챙깁니다.”

간단한 상황 브리핑.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겪을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스윽.

우리의 기척을 읽어 낸 것인지, 자연을 지키는 환상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시간을 끌면 위험해지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삼색 뱀은 생각보다 영악하니, 분명 또 다른 침입자가 있다는 걸 알면 저희부터 노릴 테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환상체들을 뚫어 내고 자연석을 챙기느냐.

그것을 정하는 것은 처음으로 실전에서 합을 맞추는 우리 셋의 팀워크이리라.

“준비는 됐죠?”

“네.”

“물론이다.”

“좋군요. 그러면 가 볼까요?”

나는 곧바로 백련을 뽑았다.

* * *

“후우. 이런 제길. 안쪽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네.”

수정 동굴 사상세계 입구를 지키라고 명령을 받은 컬렉터는 근처 폐쇄된 상가 부근에서 창밖을 슬쩍 보며 한탄 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침입자들이 오질 않나. 감독관님이 직접 나서질 않나. 이거 자칫 잘못해서 소문이라도 흘러나가면 클랜 입장에선 상당히 고역을 치를지도 모르겠는데.”

상대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전부 정리해도 그거대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다.

이번 침입자들, 아무리 봐도 일반 컬렉터가 아니다. 어느 클랜에서 보낸 놈들이 분명한데, 이번 사건으로 클랜 간의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에휴. 내가 무슨 고민이냐. 나는 그냥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건데.”

그래서 사상세계 입구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설마 자신이 지킬 때 적들이 쳐들어올 줄은 몰랐지만.

“응?”

그러다 문득, 창밖의 그의 시선에 대형 차량 여러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황혼의 장막에서 추가 증원을 보낸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번 일은 감독관의 관할하에 있는 일이라, 그가 온 시점에서 클랜의 증원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아까 그 침입자들의 추가 병력인 걸까?

하지만, 그러기엔 상대방의 타고 온 차량의 종류가 달랐다.

“어, 어어?”

차량이 가까워지고, 차량 외부에 새겨진 엠블럼을 본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의를 상징하는 천칭이 그려진 엠블럼. 그것은, 국내에서 오직 협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표식이었다.

사상세계의 입구 근처에 내린 밴에서 순식간에 협회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남자는 황망한 시선으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미친!’

협회다.

가장 와서는 안 되는 협회 녀석들이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모이고 말았다.

그 광경을 지켜본 컬렉터는 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망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후. 여긴가?”

차량에서 내린 협회 소속 특수 부대 팀장 유성아는 가림막이 쳐진 공사장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협회에 신원 불명의 신고가 들어온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시간. 하지만 그 내용은 협회 내부를 시끄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 클랜이 정부 몰래 사상세계를 소유하고,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

유성아는 그 실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황혼의 장막, 이 개 같은 새끼들.”

설마 이런 달동네,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곳에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 컸다. 그것도 그렇지만, 황혼의 장막 클랜에서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들었으리라.

“감히 정부의 허가도 없이 사상세계를 숨겨 놔? 이 새끼들 오늘 아주 잘 걸렸다.”

다혈질인 유성아의 입에서 험한 소리가 나왔다. 안 그래도 요즘 클랜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서 협회를 위협하려고 드는 것이 한창 마음에 들지 않은 그녀였다.

건수가 잡히기만 한다면 아주 탈탈 털어 줄 생각으로 잔뜩 벼르고 있던 차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유성아는 쌍수를 들고서 환영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러 담았다.

“야! 이 주변 싹 다 봉쇄해! 다가오는 놈들 막고! 저 안에서 튀어나오는 새끼들은 단 하나도 놔두지 말고 잡아! 알겠냐?!”

“네!”

“알았으면 어서 움직여! 그리고 현장 지킬 놈들은 남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다!”

“네!”

협회 특수 부대의 선봉장 유성아. 그녀의 별명은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미친개’였다.

한번 문 이상 내가 죽거나 상대방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놓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신조였다.

다른 클랜에서도 매우 꺼리는 협회의 미친개가 황혼의 장막 클랜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 * *

샤아아악!

“으아악! 이런 제길! 대체, 저 뱀은 또 뭔데!”

“이런 미친! 공격이 제대로 먹히질 않아!”

“이곳의 보스인가?!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황혼의 장막과 한울 클랜은 누구 할 것 없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 싸우면서 힘이 잔뜩 빠진 상황,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세계의 보스급 환상체가 싸움에 끼어든 것이다.

놈은 대체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지,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사방을 휘젓고 있었다.

“젠장! 일단, 이 뱀 새끼부터 막는다!”

“모두 모여!”

한울 클랜은 어떻게든 전열을 정비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옆에서 날아온 공격에 클랜원 하나가 절명하자 이를 악물고 외쳤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다 죽고 싶어서 그래?!”

“죽어? 죽는 건 너희들뿐이겠지!”

“너희라고 저 뱀을 두고 무사할 거 같아?!”

“뻔뻔한 새끼들. 여기가 우리 클랜 작업장이야! 지원군이 없을 거 같아?!”

사실, 지원군은 없다. 멤버는 이곳에 모인 것이 전부.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한울 클랜에 당한 것을 떠올리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저 뱀? 위험한 건 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 씹어 먹을 놈들과 함께 싸우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이 금고 털이 새끼들. 오늘은 너희들 다 죽는 날이야!”

“금고 털이? 이 새끼들이 미쳤나!”

샤아아악!

서로 노려보는 두 클랜의 사이로 삼색 뱀이 꼬리를 휘둘렀다.

이곳은 아군이 없이 오직 적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장. 황혼의 장막과 한울, 그리고 삼색 뱀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지속했다.

섬의 외곽에서 각축장이 열린 것과 반대로 섬의 안쪽에서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그림이었다.

촤악!

구어어어.

검에 베인 대지의 정령이 무너져 내렸다. 그 옆에서는 숲의 정령이 산산이 찢겨 나갔고, 물의 정령은 번개에 순식간에 증발해 사라졌다.

유현 일행은 앞길을 가로막는 환상체를 가볍게 쓰러뜨리며 섬의 중심, 자연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연석과 가까워질수록 정령들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가장 위험한 삼색 뱀이 없는 이상 남은 것은 자아도 희미한 허수아비들뿐이었다.

그렇게 셋은 순식간에 정령의 방호를 뚫고, 자연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거로군.”

자그마한 제단처럼 생긴 곳의 중심에 3개의 자연석이 있었다.

대지의 힘을 머금은 황색.

청록의 힘을 머금은 녹색.

물의 힘을 머금은 푸른색.

각 속성을 띤 자연석은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손에 쥐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기만 했음에도 피부에 청명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성령들도 자연석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메시지를 남발했다.

[헐? 헐? 헐?]

[이런 미친. 저거 그거 아니야? 그 귀한 자연석!]

[그게 3개나 있다고? 대박이다.]

[삽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제게 팔아 주세요.]

[나! 손! 손손!]

벌써부터 자신에게 팔라고 아우성을 피우는 성령들까지 있을 정도.

그 정도로 자연석이 지니는 가치란 대단했다.

유현은 순식간에 자연석 3개를 챙겼다. 손에 쥐기만 해도 놓고 싶지 않은 충동이 들었다. 마치, 대자연의 기운이 몸속에 직접 스며드는 느낌. 하지만, 유현은 그 유혹을 쉽게 떨쳐 냈다.

“드디어 다 챙겼네요.”

“와. 대박.”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이로군.”

3개의 자연석과 이곳에 오는 길에 챙겨 온 각종 약초와 쉽게 얻을 수 있는 광물들.

그것을 팔게 된다면 지금까지 얻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게 될 거다.

취할 이득은 최선을 다해 취한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유현의 계획은 거의 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죠.”

여전히 멀리서 들려오는 싸움의 소리.

하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그 위세는 꽤나 힘을 잃은 상태였다.

“가 보죠.”

싸움이 벌어진 섬의 외곽은 그 여파로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곳곳에 시체들이 즐비했고, 생존자들은 매우 적었다. 특히 컬렉터가 아닌 전광석은 그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팔 한쪽만 지면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황혼의 장막도, 한울도 남은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

그리고 이곳의 수호자이자 보스인 삼색 뱀 또한 곳곳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서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끔찍할 정도로 치열하게 이어진 삼파전은, 서로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 못한 채 셋의 힘만 빼놓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었다.

서로가 눈치만 보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그때였다.

“모두 정지! 이 새끼들 잘 걸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현이 바라던 4번째 조연이 등장했다.

협회의 미친개가 눈을 번뜩이며 득달같이 다가왔다. 그녀의 뒤에는 협회 소속 컬렉터들이 가득했다.

“이, 이런 씨…….”

“대체, 누가…….”

그 광경을 본 기동 3과나 황혼의 장막 클랜원의 표정에 절망이 서렸다.

몸이 멀쩡했으면 모를까, 이렇게 잔뜩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상대방은 그 유성아였다. 만전이라 해도 장담할 수 없는 상대인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샤악!

삼색 뱀 또한 새로운 침입자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빠르게 둥지로 돌아가 불완전한 자연석이라도 챙기자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샤악?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삼색 뱀이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푸욱!

검 하나가 그의 미간을 뚫고 박혔다.

[사상세계 ‘알로란 수정 동굴’을 클리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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