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46화
“사, 살려 줘! 제발!”
백우현이 턱을 덜덜 떨며 외쳤다. 살기 위해 어떻게든 몸부림을 치려는 그였지만, 팔다리가 전부 부러져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만도 못해 보였다.
검을 쥔 강혜림이 천천히 다가오자 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놀렸다.
“나, 나를 죽이면 누가 사주했는지 모르잖아! 괘, 괜찮겠어? 그쪽 보아하니, 꽤나 미움을 사고 있던 거 같은데.”
“혜림 씨.”
유현이 부르자 강혜림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본 백우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자신이 지닌 이 정보로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물론 그 속내야, 유현은 진작에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말해.”
“무, 무슨. 바로 말하면 너희가 날 죽이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백우현은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 라는 뒷말을 삼켰다.
그를 뒤에서 사주한 텔러의 존재는 오직 그만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그가 혹시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를 유일한 활로였다.
죽음의 위기를 목전에 둔 탓인지 백우현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유현은 조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 치려는 거 같은데. 그거 알아?”
“뭔?”
“애초에 너는 우리에게 그렇게 협상을 권할 자격이 없어.”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대등할 경우에 이뤄진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이 상황은 절대 협상이 성립될 수 없었다.
백우현은 속으로 뜨끔 하면서도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괘, 괜찮겠어? 정말로? 날 죽이면, 너희는 우리한테 너희를 죽이라고 사주한 텔러가 누구인지도 모를 텐데?”
백우현은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뻔뻔하게 나갔다.
유현은 그 광경에 고개를 저었다.
‘믿기지 않는 자기 합리화로군.’
백우현은 지금 자신이 지닌 그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건지 몰랐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찢어질 것 같은 이 얇은 종이 벽이, 밀려오는 태풍으로부터 자신을 온전히 지켜줄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
‘이래서 어중간하게 아는 놈들은 정말 속이기 쉽다는 거야.’
유현은 이대로 시간을 끄는 것도 그런지라 이쯤에서 녀석에게 잔혹한 진실을 들려주기로 했다.
유현은 백우현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이봐요. 우현 씨. 그거 아십니까?”
“…….”
“애초에 이쪽은 누가 댁한테 의뢰했는지, 관심이 없어요. 굳이 말한다면 관심을 줄 가치도 없다고 해도 좋겠죠.”
백우현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유현은 솔직하게 알려 줬다.
그가 그토록 보기 싫고 듣기 싫었던 잔혹한 진실을.
“천체주식회사 펜타그램 부서 소속 텔러 진풍. 녀석이 댁한테 뒷거래를 건 걸 제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어? 어어?”
유현의 입에서 아는 이름이 나오자 백우현이 눈을 부릅떴다.
“대, 대체…….”
어떻게?
믿기지 않는 현실에 뒷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백우현은 뒤통수에 망치를 세게 얻어맞은 표정으로 유현을 올려다봤다.
유현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이미 전부 다 알고 있다는 사실만을 각인시켰을 뿐이었다.
‘아.’
백우현은 몸을 떨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을 손에 쥐고서 상대방을 협박하려 했는지,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세상이 확 좁혀지는 착각을 느꼈다. 자신의 발밑이 푹 꺼지고, 하늘이 깨져서 와르르 무너지는 환상.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즐거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웃고 있는 한 악마를 보았다.
“아, 아아아아.”
그리고 그 악마가, 자신에게 죽음을 안겨 줄 거라는 사실마저.
“아아아아!”
“혜림 씨. 뒤는 맡기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물러났던 강혜림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검이 뽑혀져 있었다. 백우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 안 돼! 오지 마! 사, 살려 줘! 살려 주세요오오!”
철벅 철벅
습지의 웅덩이를 발로 치며 다가오는 강혜림을 본 백우현은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요, 용팔아! 아니 용운아! 제발 살려 줘! 우리, 우리 친했잖아. 응? 야 이 새끼야! 내, 내가 너한테 잘 해 주던 거 기억 안 나?!”
그저 힘없이 지켜보는 한용운에게 부탁하거나 화를 내 보고.
“혀, 형님! 형님!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형님! 살려만 주시면 진짜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발요!”
유현에게 자존심을 완전히 굽혀 가며 처절하게 빌기도 하고.
“으아아! 시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아아악! 누가, 누가 좀 살려 줘!”
오지도 않을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바라기까지.
그러나 강혜림의 발걸음이 멈추는 일은 없었고, 그녀가 지척까지 접근하자 미친 듯이 발악하던 백우현의 발작이 전원이 꺼진 기계처럼 뚝 멈췄다.
절망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헛된 희망마저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 자의.
체념이었다.
‘아아.’
강혜림의 칼끝이 안개 속에서 번뜩이고, 붉은 피가 튀었다.
그 광경을 보는 유현은 차오르는 즐거움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이거야.’
평소에는 상식인이나 다름없는 그였지만, 저렇게 한 인간이 모든 것이 무너지며 절망에 빠지는 광경은 참을 수 없는 흥분을 안겨 줬다.
자신이 정말로 소중하다고 여기며 손에 쥔 것이, 사실은 그 어떠한 가치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표정이란.
정말 최고였다.
백우현은 인간쓰레기였다. 그는 언제나 좁은 세상 속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바깥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아래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위를 향해 올라가려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런 사람들.’
어중간하게 알면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인간들.
자신의 아래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있는 그대로를 생각 없이 만끽하는 오늘만 보는 녀석들.
그들은 세상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알려 주려고 해도 오히려 그들을 비웃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런 자들에게 이 현실의 참혹함을 깨닫게 만드는 거야말로.
그가 가장 바라며 즐거워하는 일이었다.
‘분명, 이것은 일종의 삐뚤어진 정의심 같은 거겠지.’
유현은 자신의 이 성질머리가 얼마나 이상한지, 이해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그의 참을 수 없는 천성이었다.
그 끔찍한 세상에서 10년이나 되는 세월을 견디며 생긴, 지울 수 없는 각인인 것이다.
그렇기에 유현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러한 것까지 포함해서,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
‘펜타그램 부서의 진풍.’
유현은 이 모든 일을 사주한 범인이자, 자신에게 건방지게 굴었던 한 텔러를 떠올렸다.
‘부디 너도, 나를 즐겁게 해 줬으면 좋겠어.’
* * *
강혜림이 백우현을 죽였다. 일종의 살인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성령들이 속이 시원하다며 즐거워합니다.]
[일부 성령들이 아직 부족하다며 입맛을 다십니다.]
[3,400TP를 후원받았습니다.]
성령들은 이 일련의 과정을 만족하며 강혜림과 유현에게 포인트를 흔쾌하게 투척했다.
그리고 한용운은 멍하니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이, 이게…….”
한용운은 백우현의 목이 날아가는 광경을 똑똑히 봤다. 부릅뜬 그의 눈동자가, 마지막에 자신을 노려보는 것까지.
“대체…….”
몸통을 떠난 백우현의 머리가 습지의 수면에 둥둥 뜨더니, 이내 한용운에게 다가왔다.
툭.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 머리가 발목에 부딪히는 순간 한용운은 여태까지 참아 왔던 감정이 격류처럼 밀려오는 걸 느꼈다.
“우욱! 우웨에엑!!”
그는 먹은 것이 없음에도 속에 있는 것을 게워 냈다. 넘어온 위액 때문에 입안이 시큼했고, 이유 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사람이 죽는 걸 처음 봤다. 그리고 사람이 죽이는 것도 처음 봤다.
한용운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걸 느꼈다.
‘나, 나는 대체 뭘 한 거지?’
누군가를 살리겠다고 마음먹고, 나름의 용기를 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각오나 선행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강유현과 강혜림은 처음부터 그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났다.
“왜!”
한용운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 질렀다.
“왜 죽인 겁니까!”
“죽이지 않았으면 저희가 죽었으니까요.”
유현이 아무렇지 않게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대답했다.
“저희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용운 씨도 멀쩡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건 그도 안다. 분명 어떻게 보면 한용운은 유현과 혜림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셈이었으니까. 그를 괴롭혔던 백우현을 절망에 빠뜨렸으니, 그도 기뻐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이성은 그걸 알지만, 그의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그런 감정을 품는 것마저도 자신이 유현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난 것만 같았다. 그는 얼마나 속으로 우스웠을까? 자신이 죽이려는 사람들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꼴이 퍽이나 귀엽게 느껴졌을 것이다.
죽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주제도 모르고 이쪽의 안위를 걱정하는 한용운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애써 큰마음을 먹고 행했던 자신의 각오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한용운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이 고통을, 이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면 미쳐서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당신들은 모든 게 우습게 보였겠지!”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 놓은 말을 토해 냈다.
그 말에 기분이 나빠진 저 두 사람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음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텔러에게 선택을 받고! 성령님들께 관심을 받으며 후원까지 받고! 그렇게 강하니까!”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성령들은 어땠는가? 그들이 정의를 부르짖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뻐했다. 즐거워하며 죽인 자들을 칭찬하고 포인트를 후원했다.
이게 컬렉터의 삶이라고 하지만, 그 진실을 목도하니 역겨움을 견딜 수 없었다.
아니, 역겨움이 아니다.
이건 질투였다.
그걸 인정하니, 스스로가 너무 못나게 느껴졌다.
분노에 찬 외침은 어느덧, 흐느끼는 한탄으로 바뀌었다.
“그래, 당신들이 뭘 알겠어. 가지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우리의 기분을. 뭘 하려고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 때의 그 막막함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데, 이 꼴을 봐.”
그는 강혜림에게 경외의 감정을 품었다. 한용운의 입장에서 강혜림은 모든 걸 다 갖고 있었다. 눈부신 아름다움, 순식간에 적을 쓰러뜨리는 강함, 그것을 행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마음까지.
그럴수록 자신의 삶이 너무 하찮고 허접하게 느껴졌다.
그는 실패자였다. 세상이 그에게 실패자라 손가락질을 했다.
왜? 왜 나만?
나도 저렇게 성공하고 싶어. 나도 저렇게 재능이 있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다고. 하지만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잖아.
“왜…….”
“왜 당신과 저희가 이렇게 차이가 나냐고요?”
가만히 듣고 있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모두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본분이 있죠. 당신의 삶에는 당신의 본분이. 저의 삶에는 저의 본분이. 저희는 그저, 그런 본분을 거절하고 더 많은 것을 거머쥐려 했을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 각오를 굳히고, 노력하고, 목숨마저 걸었으니까요. 그래서입니다.”
“그런…….”
“살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고를 수 있는 것은 특권이죠.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당신의 눈에는 저희가 선택받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과연 정말로 그럴까요? 우리도 당신과 똑같습니다.”
“그럼 왜, 왜 나는 이런 거죠?”
“당신은 결국 그런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품지만, 결국 현실을 마주하고 고개를 숙인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다며 중얼거리며 순응한다.
유현은 한용운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을 겹쳐 보았다.
주저앉고, 좌절하고, 결국에는 이 현실을 한탄하며 괴로워하고.
그래도 바뀌지 않아 결국 순응해 버린다.
“저는 주어진 것에 만족할 생각이 없습니다.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혹은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가질 겁니다. 그게 당신과 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런 욕심이 세상의 질타를 부를지언정,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결국, 유현이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너는 포기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용운은 속에서 무언가가 흘러넘치는 걸 느꼈다.
“저라고, 저라고 포기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아십니까?”
한용운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도 뭐라도 하려 했습니다. 뭐라도 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데 어떡합니까? 없는 걸 가지려고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데, 어떡하란 말입니까! 세상이 그렇습니다! 제게 실패자라 손가락질을 합니다. 뭘 해도 꼬리표처럼 붙어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여기서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라고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 뭐라도 해 보겠다고 행동을 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실패를 거듭했고,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를 향했던 고개는 자연스레 숙여져 아래를 향했다.
아래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이 저를 이렇게 만드는데…….”
“사람의 세상은 좁죠.”
유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의 슬픔에 동조해 주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그를 질타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알려 줄 뿐이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합니다. 누군가가 실패자라 손가락질을 하면, 세상 전체가 그런다고 생각하죠. 왜냐하면, 그것이 당신이 보는 것의 전부니까. 당신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용운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그거 아십니까? 당신이 모르는 그 너머의 세상은 당신에게 관심조차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죠.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니까. 알려고 하지 않으니까. 세상이 그렇다고 여기는 것은, 그저 당신의 착각입니다.”
“…….”
“바뀌고 싶다면 주변을 보는 시선부터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짜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 주면 되는 겁니다.”
“…….”
“분명 힘들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 보지도 않고서 주저앉는 것보다 더 꼴사납지는 않겠죠.”
그 말을 끝으로, 유현은 등을 돌렸다.
“가시죠. 혜림 씨.”
“아, 네.”
유현과 강혜림은 주저앉은 채 멍하니 고개를 숙인 한용운을 뒤로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강혜림이 물었다.
“저대로 놔둬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습니다.”
강혜림이 보기에 한용운은 결국 한계까지 몰려 무너진 것처럼 비쳤겠지만, 유현은 다르게 봤다.
왜냐하면, 유현이 떠나기 전에 본 한용운의 책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갈색에서 미약한 은색으로 바뀌었으니까.
‘사람은, 바뀐다.’
가능성을 비춰 주는 빛의 색이 바뀌었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 변화는,
유현에게도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