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35화 (235/237)

# 235

무너지는 신들

충렬을 포함하여 모든 네임드들이 들이치는 천신을 마주할 사이, 시스템은 프렘의 작업 시간을 따로 표시해 주었다.

[프렘이 ‘바베르의 탑’을 완공하기까지 남은 시간.]

[1분 11초 남음.]

생각보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무려 신을 상대하는 상황이었다. 비록 1분을 조금 넘기는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질 것이리라.

그리고 천신을 상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어렵다는 것을 곧 깨달을 수가 있었다.

어느새 일행들의 앞으로 이동한 천신. 그가 엄청난 공격을 시도했다.

“더러운 언데드들이여. 그냥 이곳에서 전부 다 죽어라. 신성한 벼락!”

그래도 다행히 천신의 공격은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텀이 필요했다. 마침 시스템이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천신이 ‘신성한 벼락’을 사용합니다.]

[천신의 힘을 머금은 신성한 기운이 궁전의 천장에 응축되는 중입니다.]

[5초 후, 하늘 궁전에 위치한 모든 부정한 존재들이 ‘벼락의 세례’에 당합니다.]

[신성한 벼락은 천신의 세력 외에 모든 존재들이 사망할 때까지 내려칩니다.]

죽을 때까지 벼락에 맞아야 하다니.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에 충렬은 그만 어이가 없었다.

‘무슨 이따위 스킬이…….’

하지만 상대는 신이었다. 사용하는 스킬들의 수준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다.

“귀찮은 짓은 하지 않으려 했거늘. 내 힘을 많이 소모할지라도 단번에 너희들을 없애 버리겠다!”

그렇게 천신이 신성한 벼락을 사용하자 저 멀리서 마신이 소리쳤다. 새벽의 여신을 밀쳐낸 그는, 천신을 향해 역정을 내었다.

“아니! 이 미친 천신아! 나의 마족들까지 죽일 셈이냐!”

물론 천신은 그런 마신을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네놈의 권능이 있지 않느냐! 어디서 엄살을!”

천신의 말에 이를 까드득 갈며 욕을 한바탕 내뱉은 마신이 그의 권능을 사용했다.

“머저리 같은 천신 자식, 새벽을 다스리는 자를 빨리 끝내지 못하게 되겠군. 마기 보호막!”

[마신이 권능 ‘마기 보호막’을 사용합니다.]

[전장에 존재하는 모든 마왕과 마족들에게 ‘마기 보호막’이 발생합니다.]

[마기 보호막은 1분 동안 ‘신성’과 관련된 모든 공격들을 방어해 냅니다.]

결국 신성한 벼락이 발동되면 충렬과 그의 세력만 곤죽이 될 터였다. 그러나 충렬 또한 상황을 회피할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은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우로갈의 펜던트에 ‘암흑 투기’를 주입하여 사용하십시오.]

충렬은 우로갈의 펜던트를 사용할 생각이 있었다. 그것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었으니까. 다만 에너지 실드는 악몽의 힘을 버텨내지 못했다. 그래서 신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다가 암흑 투기를 주입하라고?’

못 할 것은 없었다. 암흑 투기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암흑 전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시스템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2초 뒤, 벼락의 세례가 사방에 들이칠 것입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지체 없이 암흑 투기의 일정량을 우로갈의 펜던트에 전이시켰다. 그리고 입을 열어 외쳤다.

“우로갈의 펜던트를 사용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우로갈의 에너지와 암흑 투기가 융합되어 ‘심연의 홀’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끝이었다. 천신의 스킬은 단번에 취소되었다. 충렬의 머리 위로 발생한 블랙홀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보이는 하늘을 집어삼켰다.

[‘심연의 홀’이 흡수 대상을 ‘신성한 벼락’으로 지정합니다.]

[곧 들이치려는 ‘신성한 벼락’의 힘이 ‘심연의 홀’에 모조리 흡수됩니다.]

[‘신성한 벼락’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그 상황에 천신은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감히 나의 궁극의 기술을……!”

천신이 그런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생각을 이어갔다.

[우로갈의 펜던트에 저장된 충전 횟수가 1회 차감됩니다.]

[남은 횟수: 5회]

‘시스템이 어째서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일단 시키는 방법대로 하니 놀라운 결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충렬은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암흑 전이를 또다시 사용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현재 심판의 날 때문에 스킬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암흑 전이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암흑 투기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암흑 전이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심판의 날’이 적용되어 있는 중입니다.]

[‘암흑 전이’의 사용이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충렬은 암흑 전이를 여기다가 사용하기가 싫었다. 이전에 샤오링의 능력을 본 적이 있었기에, 샤오링에게 사용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천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않았다면 이쪽은 전멸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아예 나쁘지만은 않았다. 덕분에 이제 신의 공격도 무려 5회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를 머금은 우로갈의 펜던트가 암흑 투기에 의하여 오염되었습니다.]

[우로갈의 펜던트가 ‘심연의 목걸이’로 강화됩니다.]

어두컴컴한 흑색의 얇은 목걸이가 동시에 충렬의 목에 자동으로 채워졌다.

[심연의 목걸이: 우로갈의 에너지와 이충렬의 암흑 투기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목걸이다. 상대의 수준과 관계없이 그 어떤 공격이던지 ‘심연의 홀’로 삭제시킨다. 저장되어 있는 횟수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저장된 횟수: 5회)]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방법이 있다니…….’

아이템은 스킬이 아니었다. 그 말인 즉, 또다시 사용할 수가 있다는 소리였다.

‘한결 여유로워졌다.’

5번이나 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 가치는 감히 측정하기가 힘들 정도이리라.

어쨌거나 충렬이 천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죽을 쑨 것은 마신이었다. 천신의 공격 때문에 권능을 사용했던 그는, 그 때문에 새벽의 여신을 압도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여신의 승률이 10%가 넘게 증가해 버린 것이다.

[마신이 권능의 소모로 인하여 마기를 대량으로 잃었습니다.]

[마신의 승률이 떨어집니다.]

[새벽의 여신의 승률: 38.42%]

물론 그럼에도 마신이 여전히 유리했지만, 새벽의 여신이 더욱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그게 분했을까? 정작 마신은 아무런 말없이 열심히 전투하는 중이었지만, 천신은 부들부들 떨며 충렬을 노려보았다.

“내 이 방법까지는 사용하지 않으려 했거늘……!”

그 말을 끝으로 천신은 더 이상 공격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떤 스킬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충렬이 막아낼 것이라 생각해서다.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아이템의 발현이었다. 아마도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려는 것 같았다.

“신성한 무구여! 내 앞에 나타나라!”

동시에 천신의 옆으로 조그만 포탈이 생성되며 무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무기는 번개 모양의 기다란 창이었다. 그 무기는 포탈을 지나치며 작게 울음을 토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태양의 후예들이 만든 신성한 창 ‘브류나크’가 소환됩니다.]

[주의하십시오.]

[창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상반되는 속성을 지닌 자들은…….]

그런데 그때였다.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당연히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브류나크가 천신의 손에 쥐어지지 않은 것이다.

[천신의 창고에서 벗어난 브류나크가 ‘라이트’의 직업을 인지합니다.]

[브류나크는 본래 태양 관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그들의 무기입니다.]

[라이트에게 성물 ‘브류나크’의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브류나크가 태양왕 라이트에게 날아갑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용하려고 무기를 소환했더니, 엉뚱한 존재에게 날아가 버린 것이다. 물론 공짜로 엄청난 무기를 얻게 된 라이트는 이득이었지만 말이다.

[브류나크에 대한 설명이 상황에 알맞게 변경됩니다.]

[브류나크: 신성과 불의 속성이 극상으로 포함되어 있는 신화적인 무구이다. 태양 관계자라면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라이트’가 브류나크를 사용하게 된다면 그의 수준은 ‘반신’에 필적하게 된다.]

그렇게 설명을 읽을 사이, 브류나크는 단번에 라이트의 손에 안착했다. 라이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충렬을 바라보았다.

“뭐야, 갑자기 이런 득템을?”

뭐긴, 천신이 운이 없는 것이었다. 덕분에 라이트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태양왕 라이트에게 ‘브류나크’의 힘이 전수되었습니다.]

[그가 반신의 경지로 각성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몸에서 뜨겁고 광활한 빛이 폭파되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다행히 아군으로 인지해서인지 언데드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마왕을 포함한 마족들에게는 각성의 힘이 전해졌다.

[뜨거운 빛이 주변의 부정한 적들을 집어삼킵니다.]

[적중당한 ‘어둠’관련 속성의 적은 불타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마왕을 포함한 마족들은 아직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신의 권능이 적용중입니다.]

[각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신이 부여한 보호막의 소멸까지 2초 남음.]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브류나크로 인하여 각성한 라이트. 그의 몸에서 터져나온 뜨거운 빛이 사라진 직후, 그가 말했다.

“충렬. 아무래도 이 정도라면 직접 마신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새벽의 여신을 도와주러 가도록 하지.”

그 말을 남기며 즉시 라이트가 태양빛으로 변했다. 아마도 새로운 능력을 곧바로 깨우친 것 같았다. 그가 빛의 속도로 마신에게 들이쳤다. 이제 당장 위험해진 것은 마신이었다. 각성한 라이트는 마왕과 마족들 따위에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선적으로 누구를 상대해야하는지 인지한 탓이다.

[반신의 경지에 이른 태양왕 라이트가 새벽의 여신에게 합류합니다.]

[마신의 승률이 대폭 하락합니다.]

[새벽의 여신의 승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새벽의 여신의 승률: 61.12%]

시스템의 음성이 들리는 한편, 마신은 라이트에게 직격으로 얻어맞고 뒤로 날아갔다. 그는 뒤로 날아가는 도중 고함을 지르며 천신을 욕했다. 그래도 제법 바르고 고운 말을 쓰려던 마신의 입에서 더 이상 고운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야, 이 미친 천신새끼야! 저런 무기를 왜 줘서……!”

결국 마신에 대한 걱정은 일단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황은 충렬에게 더욱 유리하게 뒤바뀌었다.

몇 초 후, 광란한 음성을 머금은 프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킥! 설마 이곳에 악몽을 건설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심상치 않은 프렘의 음성. 그와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천신의 지위를 하락시키는 절대 악.]

[‘바베르의 탑’이 완공되었습니다.]

[바베르의 탑이 하늘 궁전을 ‘악몽의 궁전’으로 오염시키는 중입니다.]

[하늘 궁전의 능력으로는 악몽의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체들로 이루어진 탑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주변으로 심상치 않은 어둠이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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