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33화 (233/237)

# 233

***

천신과 마신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정했다.

“인간 하나를 처치하는데 굳이 내 손을 쓸 필요는 없지.”

“크큭. 마찬가지야. 이봐 천신. 누구의 수하가 네크로맨서를 처치하는지 내기를 할까?”

둘의 말과 행동은 가관이었다. 충렬은 당할 생각도 없었는데 자기들끼리 내기의 상품을 거는 중이었다.

“좋다. 나의 천사들이 네크로맨서를 처치한다는 것에 ‘빛의 심장’을 걸도록 하지”

“오호라. 그렇다면 나는 ‘검은 돌’을 걸도록 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천신과 마신은 충렬과의 거리를 벌렸다. 자신들은 직접 참여하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둘의 실수였다. 설마 예상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충렬이 소환할 수 있는 존재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그리고 그들의 수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것을. 비록 천신이 최근에 충렬의 세력을 대강 지켜보았다고는 하나,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충렬은 물러나는 천신과 마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스킬을 사용했다. 우선은 주변을 포위한 몇몇의 천사들부터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암흑 투기를 그저 한번 터뜨려 주는 것이 전부였다.

“방출.”

그러자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바로 곁에서 포위한 천사들이 사망했다. 새벽의 여신에게는 따로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퍼엉!

[주변에 위치한 중급 천사들이 사망합니다.]

[특수한 상황입니다.]

[카르마의 지급은 잠시 보류하겠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무관심하게 말했다.

“정예 언데드 모두를 소환한다. 아누비스와 악티니언도.”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영지확장 활동을 하고 있던 ‘데프론’이 소환됩니다.]

[블러드 캐슬을 잠시 관리하던 ‘레일리’가 소환됩니다.]

[함께 있던 ‘마렉’이 소환됩니다.]

[단독으로 정찰을 하던 ‘샤오링’이 소환됩니다.]

[점령한 식민지의 체계를 바로잡아 가던 ‘제레미’가 소환됩니다.]

[언데드 북부의 땅을 순회하던 ‘아르타디아’가 소환됩니다.]

[영지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프렘’이 소환됩니다.]

[당신의 왼팔에 새겨진 문양에서 ‘아누비스’가 뛰쳐나옵니다.]

[당신의 오른팔에 새겨진 문양에서 ‘악티니언’이 뛰쳐나옵니다.]

충렬의 부름에 등장한 네임드 언데드들. 특히 아르타디아와 프렘은 각자 마신과 천신을 향해 극도의 분노를 보였다.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소환된 아르타디아가 마신을 향해 고성을 내질렀다.

[설마 마족들을 관리하는 마신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될 줄이야.]

마족들의 파멸을 원하는 아르타디아. 그녀가 직접 마신을 마주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신을 제거할 수 있다면 마족들의 멸망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신을 보고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아르타디아와 마찬가지로, 천신을 마주친 프렘 또한 벅차오르는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크크크크큭. 키키키키키키키킥. 이런 식으로 설마 천신을 만나게 되다니! 역시 충렬을 따르길 잘했잖아!]

이들은 신들의 앞에서도 두려움 따위를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그 반대였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과 싸울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다. 아직 충렬의 소환이 끝나지 않았다.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저장된 언데드를 소환하고, 중첩된 스택을 모조리 사용한다.”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저장된 언데드들이 소환됩니다.]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불어난 숫자의 언데드가 등장했다.

[악녀 이리실라가 소환됩니다.]

[데스 나이트 433마리가 소환됩니다.]

[하급 리퍼 200마리가 소환됩니다.]

[듀라한 200마리가 소환됩니다.]

[와이트 30마리가 소환됩니다.]

[언데드 괴수 300마리가 소환됩니다.]

[좀비 1,600마리가 소환됩니다.]

[해골 병사 2,100마리가 소환됩니다.]

그리고 스택의 소모가 이어졌다.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중첩된 스택을 1,110만큼 소모합니다.]

[당신의 레벨을 고려하여 수준에 걸맞은 언데드들이 소환됩니다.]

스택으로 발생한 언데드들은 이전에 소환했던 데스 나이트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총 1,110마리의 데쓰러들이 소환됩니다.]

[데쓰러: 죽음의 사신들 중에서 정점에 위치하는 존재들이다. 오른손으로 ‘다크니스 데스사이드’를 휘둘러 상대를 공격하며, 왼손에는 ‘죽음의 고문서’를 들고 상대에게 죽음의 주문을 외운다.]

등장하는 데쓰러들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무시무시한 외형을 가졌다. 3미터에 이르는 해골들에 황제가 입을 법한 검은 색의 가죽코트가 씌워져 있었다. 그리고 다크니스 데스사이드는 하급 리퍼가 사용하는 데스사이드와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날카롭고 거대하였으며 장엄했다. 더불어 죽음의 고문서라는 두꺼운 책에는 심상치 않은 죽음의 기운이 한가득이었다. 데쓰러들을 본 충렬은 단번에 그들의 전투력을 알아보았다.

‘일반 천사들이나 마족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데쓰러가 하나만 봐도 전투력이 심상치 않았다. 무려 충렬의 레벨을 고려해 소환된 것들이었기에 그 강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데쓰러들의 숫자가 1천을 넘겼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이제 병력 자체는 꿀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섭하지.”

충렬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미 수많은 존재들을 소환했지만 영지의 인원들과 식민지의 인원들까지 모조리 불러내기로 한 것이다.

‘비록 이곳에서 죽는 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후의 전투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잔인하게 보일지라도 사용할 수 있는 패는 여기서 모조리 사용해야 했다. 최근에 대리인이 된 태양왕 라이트에게는 미안한 말이겠지만, 그 또한 마찬가지로 소환할 것이었다.

‘아, 물론 어린이들은 빼고.’

그렇게 충렬은 영주의 반지까지 사용했다.

“영주의 반지를 이용하여 영지와 식민지의 모든 병력을 소환한다.”

***

영지의 인원들의 소환. 그 숫자는 감히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많았다. 물론 소환되는 이들의 수준 또한 결코 허접한 수준이 아니었다.

[당신의 대리인 태양왕 ‘라이트’가 소환됩니다.]

[당신의 군단장인 보우 마스터 ‘박해일’이 소환됩니다.]

그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병력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임드 주민 ‘왕찌엔’, ‘자르딘’, ‘김시민’이 소환됩니다.]

[고급 주민 ‘오란’을 위시한 드워프들, ‘발라무트’를 포함한 유령 선원들, 성녀 ‘실비아’, 혼돈의 주교 ‘윌리엄’, 징벌의 기사… 들이 소환됩니다.]

[영지의 병력인 해골 경비병, 해골 궁수, 해골 흑마법사, 개조된 방어형 좀비, 불굴의 해골 병사들이 모두 소환됩니다.]

[식민지의 ‘살육자’ 333마리, ‘고위기사’ 셋과 540의 ‘수호성인’, 700의 ‘광전사’들, 1,500의 ‘구울’, 500마리의 ‘뱀파이어’도 함께 소환됩니다.]

심지어 충렬의 영지에 정착한 해골만세 혈맹원들까지. 모조리 소환이 되었다.

[해골만세 혈맹원들이 당신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각인사 ‘머렐’을 위시한 그의 혈맹원들이 당신의 주변으로 소환됩니다.]

충렬의 부름에 곧바로 등장한 엄청난 인원수. 소환한 존재들의 숫자만 합쳐도 이미 적들의 숫자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천신과 마신에게 준비할 시간이 제대로 주어졌다면, 그랬다면 그들의 병력이 더욱 많았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 급조하여 계획을 꾸민 것이 잘못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병력이 소환되자 새벽의 여신이 한결 안도하는 중이었다. 입술을 꽉 깨물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직전의 표정은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모든 수를 합치면 모두 1만이 넘는 병력이었다. 그리고 그 병력이 모두 충렬의 편이었다. 그렇기에 여신의 표정이 펴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한결 편안해진 여신이 충렬에게 감탄했다.

“역시 그대는 대단하군. 어쩐지 신들을 앞에 두고서도 아무런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어.”

상대보다 2배가 넘는 병력에, 그 수준마저 결코 저조하지 않았다. 덕분에 주춤하는 것은 천신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병력을 모을 수가……! 한낱 인간인 주제에!”

천신의 의견에 마신이 동의했다. 하지만 마신은 천신과 달리 충렬을 무시하지 않았다. 마신도 슬슬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새벽을 다스리는 자가 따라다니는 이유가 있었군.”

결국 상황이 여의치 않자 천신과 마신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 마신. 나를 좀 도와주어야겠군.”

“당연하지. 여기서 저 인간을 제거하지 않으면 훗날 큰 후회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충렬을 대표로한 그의 군대 1만과, 천신과 마신이 연합한 5,000의 병력이 전투를 시작할 것이었다. 전투에 참여한 충렬은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무조건 지금 신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마침 천신과 마신이 모든 병력을 불러들이지 않았을 때, 둘을 처치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기회란 없었다.

충렬에 의하여 소환된 모든 존재들 또한 현재 어떤 상황인지 대강 파악했다. 그들은 여럿이 소환되어 있음에도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적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충렬의 명령을 기다리며 각자 자리를 잡아갔던 것이다.

이제 충렬이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전투는 시작이었다.

그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갑자기 충렬의 초월체 아누비스가 나섰다.

“아버지, 저희를 도울 자들이 더 존재합니다.”

동시에 아누비스가 그의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그가 사용하려는 능력은 과연 초월체라는 말에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아누비스는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들 들어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하늘 궁전을 울릴 정도로 확연한 울림이, 아누비스로부터 발생했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여. 죽음에서 돌아오라.]

그 말을 끝으로 아누비스가 들었던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쿠웅!

동시에 도무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사용했다.

[죽은 자들의 귀환.]

천신과 달리, 충렬의 소환수였던 아누비스는 묘비들을 볼 수가 있었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아누비스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일까? 어쨌거나 그로 인하여 결국에는 이곳에서 사망한 마스터 도전자들이 일시적으로 되살아났다.

[하늘 궁전에서 사망한 도전자들의 영혼이 유령의 형태로 이곳에 되돌아옵니다.]

[비록 유령의 형태이지만 살아생전 사용하던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능력의 힘은 50%로 제한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숫자의 도전자들이 천신을 공격하기 위해 합류했다. 물론 모든 도전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누비스의 부름에 의하여 묘비에 글을 남긴 마스터 도전자.]

[그들 중에서 주민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2,132명이 일시적으로 부활됩니다.]

[이들은 전투가 끝나면 저승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주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못합니다.]

천신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지금껏 간악한 술수로 마스터들을 제거해 왔겠지만, 결국 그로 인해 역으로 당하게 생겨 버렸다.

부름에 응답한 마스터 도전자들만 2천 명을 넘겼다. 주민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충렬을 돕기 위해 등장한 선배 도전자들이었다.

그렇게 아누비스의 능력 하나로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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