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31화 (231/237)

# 231

***

충렬은 곧바로 응답하기로 했다. 여신이 함께 가준다는데 따로 누군가를 데려가고 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나 혼자 가도 상관은 없다.’

혹여 무슨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모든 인원을 소환할 수 있었다. 네임드부터 시작하여 영지의 인원들까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지금까지 준비를 해왔던 것이지.’

설마 곧바로 이런 일을 겪을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겁먹고 웅크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물론 아직은 아누비스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것은 차차 알아가면 되었다. 충렬이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녀석 스스로 잘 대처를 할 테니까. 충렬과 함께하는 이들 중, 걱정을 해야 할 만큼의 멍청한 존재는 없었다.

“아누비스. 문양으로 돌아와. 시스템, 새벽의 여신과 함께 이동하겠다.”

이제는 출발할 때였다.

***

하늘의 정원이라는 곳으로 도착은 금방이었다. 도착을 완료한 충렬을 향해 시스템이 알려왔다.

[하늘의 정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은 천족들의 수도이며, 천신이 살아가는 장소입니다.]

[전방에 위치한 하늘 궁전으로 이동하십시오.]

[천신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스템의 말을 들으면서 충렬이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엄청나게 새하얀 구름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마치 땅이 전부다 구름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물론 실제 구름이 맞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발은 구름 속으로 빠지지 않았다. 정말로 땅을 밟고 있는 것처럼 멀쩡하게 그 위에 서 있을 수가 있었다.

‘드디어 도착인가.’

하늘 정원에 도착한 인원은 총 2명이었다. 메두사는 아직까지도 잠을 자고 있던 탓에 두고 왔다.

그렇다면 모습을 드러낸 2명은 누구냐고? 바로 충렬과, 충렬을 지키기 위하여 현신한 새벽의 여신이었다. 여신은 이전과 달리, 아담한 사이즈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속살이 비칠 듯 말 듯, 나풀거리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서 충렬에게 말했다.

“오랜만이군.”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오랜만입니다.”

충렬이 답변을 하자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조심해야 한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충렬도 동의했다. 갑자기 적대적이던 천신이 마음을 바꾼 이유가 석연치 않았다.

어쨌거나 새벽의 여신은 충렬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었다.

“꽉 붙어 있어라.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충렬에게 더욱 밀착해 왔다. 아무리 마스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충렬이었지만 그녀의 힘에 제압당했다. 상대는 신이었기 때문일까? 충렬이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강한 힘이 전해져 왔다.

충렬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이동하기로 했다. 애초에 그녀가 여기까지 동행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였으니까.

‘그만큼 천신을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지.’

충렬은 정말로 천신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다만 녀석을 직접 마주칠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온 것뿐이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천신과 마주할 날이 올지 감히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새벽의 여신이 충렬에게 몰래 말을 걸어왔다.

[천신이 대화를 엿들을 수 있으니 정신으로 언어를 전달하겠다. 아무래도 너 또한 이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 좋겠지.]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새벽의 여신이 당신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그녀의 힘을 약간 적용시키고자 합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당연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충렬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던 새벽의 여신. 그녀가 까치발을 들더니 충렬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암흑 투기’가 새로운 능력 ‘암기 전음’을 깨우쳤습니다.]

[암기 전음: 암흑의 기운을 머금은 암흑 투기를 소모하여 전음을 사용한다. 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암흑 투기를 더욱 소모한다면 입모양까지 숨길 수 있다.]

역시 신의 능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힘이 가볍게 흘러들어 온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 하나만으로 새로운 능력을 습득했다.

‘엄청나군.’

충렬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즉시 전음을 사용해 보았다.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사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그냥 상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볍게 떠올려도 전달할 수가 있었다.

[천만에. 특별한 대화는 이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다면 가보도록 할까? 저 안으로 들어가면 천신이 기다릴 것이다.]

현재 충렬과 여신이 있는 곳은 구름으로 벽을 세운 건물의 밖이었다. 건물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1만 평. 아니, 그 이상을 가볍게 넘길 정도의 막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아직 주변으로는 그 어떤 존재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들어가 보면 알겠지.’

천신의 진정한 속내 또한 곧 함께 확인할 수가 있을 터였다.

***

대략 10미터는 될 법한 문을 지나가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하늘 궁전에 입장합니다.]

[궁전의 입구가 닫힙니다.]

하늘 궁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구름으로 벽과 천장이 가려진 크나큰 공간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궁전에 입장하니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늘 궁전 안에 엄청난 숫자의 천사들이 도열해있음을. 천사들의 숫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많았다.

<우천사 타라니엘>

<좌천사 셀피엘>

<대천사 파라엘>

<보좌천사 켈로엘>

<지천사…….>

모두가 하나같이 보기 힘든 기운을 내뿜는 천사들이었다.

‘천사들의 숫자가 너무 많군.’

각종 지위를 가진 천사들이 하늘 궁전의 곳곳에서 충렬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충렬의 마음속과 달리, 새벽의 여신이 알려왔다.

[급하게 초대를 한 것이 분명하다. 모여 있는 천사들의 숫자가 무척이나 적어.]

충렬이 보기에는 천사들의 숫자만 무려 5천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당연히 핵심적인 천사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일반 천사들의 숫자만 해도 엄청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적은 숫자라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니까.]

그렇게 그녀는 충렬을 계속해서 이끌어 가려고 했다. 그녀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은, 저 멀리. 천신으로 추정되는 자가 앉아 있는 곳이었다. 일반 성인남성 크기의 천사들과 달리, 천신은 한 눈에 보아도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새하얀 거인. 그것으로 모든 묘사를 끝마칠 수 있을 정도였다.

<천신>

멀리서 보았을 때 그 덩치는 대략 20미터를 가볍게 넘어가 보였다. 가까이서 본다면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리라. 마침 천신 또한 충렬과 여신이 입장했음을 알았는지, 천사들로 안내하여 데려오게끔 했다.

무장을 한 천사들이 충렬과 여신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지금부터는 저희들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그런데 안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주변을 포위했다. 그 모습에 여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녀는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무슨 속셈이지? 안내라고 하기엔 과한데.]

분명 천신은 다른 신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는 미심쩍은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했다.

그러나 충렬은 여신의 말에 응답할 수가 없었다. 천사들과 저 멀리 모습을 보이는 천신을 살피느라 그만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뭐야. 무슨 묘비가 이렇게 많아?’

그랬다. 도전자들이 죽으며 발생한 묘비가 이곳에 수두룩하게 존재했다.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엄청난 숫자의 묘비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묘비들이 아니었다. 전원 마스터들의 묘비였다.

-아, 천신이 잘해준다고 해서 붙어먹었더니 배신 때리네.

-천신 조심. 마스터 도전자는 무조건 제거한다.

-자기도 알고 있는 거지. 마스터 도전자들이 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그래서 마스터는 마구잡이로 죽이는 듯.

-ㅋㅋ아, 죽으니까 환영이 풀렸다. 여기에 묘비가 있는지도 몰랐음.

-ㅇㅇ나도 죽으니까 알게 됨. 미리 봤으면 도망가는 건데 ㅠㅠ

묘비들의 대부분은 천신의 부름에 왔다가 당한 이들이었다. 천신이 무언가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뒤통수를 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도전자 아니면 묘비글 못 보잖아? 천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욕 남기고 떠나갑니다. 야 이 [email protected]#$%^&***

-씨발 것. 개열받네 어떻게 마스터까지 되었는데. 누가 천신 좀 죽여줘라.

-그래준다면 여한이 없겠다.

‘잘해준다는 이들도 배신을 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그 이상의 짓도 못 할 것이 없었다.

어찌되었든 천신을 포함한 천사들은 묘비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충렬이 두리번거리면서 보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이리라.

‘이거 조금 위험하겠군.’

충렬은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시나,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것 같았다.

‘대비해야겠어.’

마침 도움이 되는 글이 있었다.

-혹시나 이 글을 볼 수 있는 마스터가 오면 꼭 봐라. 공략 남김.

-ㅇㅋ, 애들아. 알고 있는 정보 여기다가 다 나열해라.

-천신을 상대로 30분 버텼다. 일단 천신과의 전투에 돌입하면…….

-아. 글자 수 제한 너무하잖아;

-응, 30분은 집에나 가고. 난 1시간. 일단 천신을 상대하려면…….

과연 마스터들의 묘비라서 그런 것일까? 장난 같은 말을 써놨어도 제법 도움이 되는 글이 많았다.

물론 그 정보 하나하나가 모두 심각한 내용이었다.

‘이런…….’

천신을 상대로 버텼다는 이들도 알고 보니 혼자서 버틴 것이 아니었다. 대규모로 왔을 때 버틴 것뿐이었다. 천신을 상대할 때 천신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엄청난 숫자의 천사들도 마찬가지로 상대를 해야 했다.

다만 놀라운 점은 과거 마스터들은 무려 만 단위를 넘는 천사들을 상대로 버텼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정예로 이루어진 천사들이었다. 현재 충렬의 주변에 자리를 잡은 천사들의 숫자가 적은 것은 확실했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충렬 자신이 신이 되는 것을 떠나서, 적대적인 신이라면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어차피 충렬이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해서 상대가 놔두는 것은 아니었다.

‘천신의 반응을 보다가 먼저 통수를 쳐야겠어.’

천신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충렬이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묘비들을 차근차근 살피고 오고 있음을 말이다.

마침 새벽의 여신도 함께 있었다. 미안하지만 충렬은 그녀조차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그렇게 충렬은 안내를 가장한 포위에 긴장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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