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30화 (230/237)

# 230

***

메두사와 뜨거운 시간을 보낸 충렬. 그는 현재 집무실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소파 위에서 메두사와 함께 누워 있었다. 메두사는 기분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충렬을 부둥켜안고 자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가 여전히 전달되는 중이었지만, 충렬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그녀와 시간을 보내자 충렬은 따로 놀라운 스킬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해 확인을 해보아야 했다.

[당신은 히든 스킬 ‘연인의 언약’을 습득하였습니다.]

‘연인의 언약? 그게 뭐지?’

충렬은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연인의 언약을 확인해 보았다.

[연인의 언약: 특수한 존재를 연인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하였다. 당신이 있는 장소로 연인을 소환할 수 있다. 또는 연인이 있는 장소로 이동이 가능하다. 연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암시가 주어진다. 사랑과 믿음이 깨어진다면 연인 관계가 해제되며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등록된 연인: 메두사)]

스킬이라고 보기엔 조금 그랬지만 확실히 스킬은 맞았다.

‘결국 관계가 이렇게 되는 것인가.’

정작 충렬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애 따위를 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니까. 하지만 메두사는 충렬을 절실하게 생각했는지, 이러한 스킬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을 뿐인데, 메두사의 세력과의 관계는 이전에 없던 관계가 되었다.

<세력 관계(우호도)>

[나가 왕국 메두사: 100 (굳건한 동맹)]

‘아마 100이라는 수치가 최고 수치이겠지.’

어쨌거나 그녀는 이제 충렬의 영지 근처에 자리를 잡을 것이었다. 그리고 언데드의 땅에서 왕국을 다시 부흥시킬 터였다. 그렇게 하기로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장 메두사의 숫자는 2,000이 전부였지만, 그녀는 숫자를 불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노크했다.

똑똑.

문을 두드린 존재는 해골 시녀였다. 시녀가 들어와 충렬에게 마실 것을 건네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마침 목이 말랐는지 충렬은 찻잔을 받으며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소파에서 잠에 빠진 메두사에게 대충 덮을 것으로 덮어주며 충렬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고민이로군.’

메두사의 말을 들어본다면 아직 천신의 군대는 건재했다. 자신의 왕국에 침공한 군대는 기존에 천신이 가진 병력에 비한다면 오합지졸에 불과할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도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진 정보에 의한다면 그렇다는 소리였다.

‘더군다나 천신이 머무는 곳은 엄청나게 강력한 적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있는 병력들로 천신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연히 천신 또한 충렬의 영지에 당장에 막강한 전력을 보낼 수는 없었다. 마신의 공격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충렬의 영지에 병력을 보내보았자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보낼 것이리라.

이번에 충렬의 전력을 보았기에 아마 당분간은 그냥 침묵으로 일관할 듯싶었다.

‘일단 북부의 정복 상황부터 파악해야겠어.’

언데드의 땅 북쪽이 어느 정도까지 있는지는 몰랐다. 영지에 무슨 일이 발생하기 전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식민지 상태창을 살피니 충렬이 메두사에게 다녀오는 동안에도 식민지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살육자 ‘크락’이 근처에 위치한 마을들을 정복하였습니다.]

[식민지에 포함되는 살육자들의 숫자가 총 333마리가 됩니다.]

[성인들의 요새에서 방황하는 자들에게 가르침을 내렸습니다.]

[고위 기사와 수호 성인들을 보좌하는 총 700의 광전사들이 당신의 식민지에 합류합니다.]

[광전사: 고위 기사와 수호 성인들의 명령에 따라서 거짓된 영혼을 베어버리는 행동파의 전사들이다. 비록 유령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광전사는 무척이나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점령한 식민지에서 병력을 늘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군단장 ‘박해일’을 선두로 당신의 소환수들이 새로운 식민지 ‘구울들의 안식처’를 점령하였습니다.]

[구울들의 안식처]

[대표: 구울]

[종류: 구울]

[인원: 구울(1,500)]

[설명: 갈 곳 없는 구울들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구울들이 태어나고 머무르는 장소이다. 근처에 위치한 뱀파이어들을 경계한다.]

[추가 발전: 아직 없음.]

[누적된 카르마: 0]

심지어 레일리는 식민지 하나의 수장이 되어버렸다.

[블러드 리치 레일리가 마렉과 함께 뱀파이어 로드를 처치하고 ‘블러드 캐슬’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레일리의 숙련 등급이 9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성장 내용은 나중에 따로 확인하십시오.]

[이제 레일리가 만들어낸 뱀파이어들은 블러드 캐슬에 저장될 것입니다.]

[블러드 캐슬]

[대표: 레일리 (머물지 않음, 섭정이 관리)]

[종류: 뱀파이어]

[인원: 뱀파이어 (500)]

[설명: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들이 머물고 있는 성이다. 뱀파이어 로드가 사망하고 레일리가 이곳의 주인이 되었다.]

[추가 발전: 아직 없음.]

[누적된 카르마: 0]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많은 일들을 해내다니. 이 외에도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북부 여정의 확인은 나중에 해야 할 일이었다.

메두사와 시간을 보낸 뒤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충렬에게 무언가를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케르베로스에 관해서였다.

[케르베로스가 새로운 존재로 변하는 중입니다.]

[현재 진행도: 98%]

메두사의 힘을 받았을 때부터 시작된 진행도는 생각 외로 빠르게 상승했다. 충렬이 시녀로부터 받은 차를 전부 마셨을 무렵, 진행도는 100%에 도달했다.

[현재 진행도: 100%]

[진행도가 100%에 도달하였습니다.]

[케르베로스가 초월체 ‘아누비스’로 진화합니다.]

드디어 초월체가 되는 케르베로스였다. 그런데 초월체의 이름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누비스?’

하지만 그 궁금증은 곧 풀리리라. 시스템은 그 말을 끝으로 아누비스로 진화한 케르베로스를 소환시켜 주었다. 충렬의 눈앞으로.

***

초월체 아누비스. 녀석은 사람의 몸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양을 가진 갑옷을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코브라를 박제시킨 것과 같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아누비스의 키는 3미터를 훌쩍 넘겼다. 자칫하면 집무실의 천장이 뚫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누비스가 스스로의 덩치를 감소시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자신의 키를 2미터 정도로 줄였다. 물론 그럼에도 큰 덩치였지만 말이다. 아누비스는 덩치를 줄이자마자 충렬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전과 달리, 녀석은 완전한 언어를 구사했다. 그런데 녀석의 첫 마디는 조금 당황스러운 종류의 것이었다.

“아버지.”

천방지축과 같은 악티니언과 달리 녀석의 말투는 매우 공손했다.

아누비스는 충렬의 어깨 너머에서 잠을 자고 있는 메두사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시는군요.”

그 말을 들은 충렬은 이전의 케르베로스가 맞나 싶었다. 초월체가 되더니 완전 새로운 존재로 탄생해 버렸다. 이전과 전혀 달라진 아누비스의 모습을 살피고 있을 무렵, 시스템이 녀석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해주었다.

[아누비스: 살아 있는 자들을 재판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평화에 적합하지 않은 자들은 지옥으로 보내며 정의롭지 못한 자들을 ‘진리의 지팡이’로 심판한다. 그는 어두운 그늘에서 진정한 심판관으로 활동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는 신이라고 하더라도 소멸을 시킬 수 있다.]

[진리의 지팡이: 아누비스 전용의 지팡이다. 삼각 코브라의 머리가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몸통이 아래로 쭉 뻗어 지팡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누비스가 각종 능력을 사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존재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를 읽은 충렬은 할 말을 잃었다. 아누비스가 어떠한 스킬들을 가졌는지 당장에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녀석에 대한 내용이 무척이나 살벌했다.

‘신이라고 하더라도 소멸을 시킬 수가 있다고?’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존재가 된 것일까. 아누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았다. 마침 그 때가 왔다. 충렬은 아누비스가 강한 존재라는 것을 뛰어넘어서 얼마나 강렬한 녀석인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생각보다 초월체의 탄생은 놀라운 일임에 분명해 보였다.

[헬리오스의 신들에게 초월체 ‘아누비스’의 탄생이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몇몇 신들이 아누비스의 탄생을 경계합니다.]

[몇몇 신들이 아누비스의 탄생을 환영합니다.]

[다만 새벽의 여신, 그리고 천신 외에는 당신이 아누비스를 탄생시킨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 말인 즉, 새벽의 여신과 천신은 아누비스가 충렬의 소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적대적이던 천신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그 반응은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었다. 무려 신이라는 존재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던 것이다. 동시에 충렬에게 너무나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왔다.

[천신과의 우호도가 –45(적대적인)에서 0(무관심)으로 변경됩니다.]

[천신이 당신에게 ‘휴전’을 제안합니다.]

[천신이 자신의 휴전을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당신과 관련되지 않겠다고 합니다.]

왜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일까.

‘그것도 천신 쪽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존재인데 말이지.’

아무리 아누비스가 탄생했다고 해도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상황을 봐서는 답은 하나밖에 없다.’

천신은 마신과의 전쟁에 한창 신경을 써야 할 바쁠 시기였다. 그런데 충렬이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만들어내자 그냥 신경을 꺼버리기로 한 것이다. 더군다나 경계하던 메두사조차 충렬에게 갔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충렬은 천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린 놈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자는 기억한다.’

프렘을 포함하여 메두사까지. 이미 그들의 마음에는 천신에 대한 분노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천신과 바로 적대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휴전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천신을 골탕 먹일 계획이 떠올랐다.

“시스템, 휴전을 받아들이는 대신 요구 사항이 있다.”

[알겠습니다.]

[요구 사항을 말해준다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충렬이 굳이 요구 사항을 전달할 필요는 없었다. 천신 쪽에서 먼저 틈을 보였다.

[천신이 화해를 위하여 ‘하늘의 정원’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천신이 있는 장소까지 어떻게 가나 싶었다. 그랬는데 설마 이렇게 쉽게 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기회가 왔다.’

천신의 함정일 수도 있었다. 충렬을 초대하여 못된 짓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충렬은 그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 수가 있었다.

[새벽의 여신이 천신의 초대를 수상쩍어 합니다.]

[그녀가 강림하여 당신과 동행해 줄 수 있다며 당신의 의사를 물어봅니다.]

[그녀와 동행을 한다면 천신은 자신의 지위 때문에 함부로 술수를 부릴 수가 없게 됩니다.]

[새벽의 여신과 친분이 있는 신들이 그녀의 눈을 통해 천신의 행동을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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