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28화 (228/237)

#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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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폭파는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분명 시체 폭파를 사용한다면 단번에 이곳을 정리할 수가 있었지만 나가들 또한 다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체는 모을수록 이득이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시체 폭파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다.

어쨌거나 충렬의 요청에 시스템이 응답했다. 시스템은 우선적으로 반지에 저장된 병력들부터 소환시켜 주었다. 소환된 병력은 즉시 충렬의 주변에 나타났다.

[좀비 112마리, 해골 병사 619마리, 와이트 30마리가 소환됩니다.]

총 합치면 700마리를 가뿐이 넘어가는 숫자였다. 갑작스럽게 소환된 언데드는 당장에라도 주변에 위치한 천신의 병사들을 공격하려 했다. 적들은 700마리의 언데드가 등장하자 까무러칠 듯 놀랐다.

특히 천신의 편에 붙어 있던 도전자들이 충렬을 보더니 미친 듯이 외쳤다.

“마, 마스터 도전자다!”

“미친! 이곳에 마스터가 왔다고?”

“씨발! 우리들은 고작 베테랑 수준이잖아.”

“오자마자 성녀를 죽이고 이런 대군을 소환하다니.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젠장할! 어쩐지 꿀 같은 임무라고 했네!”

자신들의 숫자가 아직 많았음에도, 그들의 사기는 단번에 저하되었다. 마스터라는 타이틀 하나만을 보고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이라면 직업이 가진 수식어가 어느 정도인지를 한창 뼈저리게 느낄 때였으니까.

그들이 느끼기에는 충렬이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을 전멸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스터와 챔피언의 차이도 까마득한데 고작 베테랑이 마스터의 상대가 될 리는 없었다.

“이, 일단 도망가자! 난 봤다고! 성녀와 천사가 죽는 순간 마스터의 부하가 되어버렸어!”

“마스터 네크로맨서라니! 완전 사기잖아!”

그렇게 이충렬이라는 네크로 마스터는 무시무시하다는 소문이 이번의 전투로 시작되었다. 물론 도전자들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방금 소환된 병력들은 단순한 잡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전력은 지금부터였다.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중첩된 스택이 총 433입니다.]

[433마리의 언데드가 새롭게 소환됩니다.]

[당신의 레벨을 고려하여 소환되는 언데드는 ‘데스 나이트’입니다.]

[데스 나이트는 유령 군마 ‘팬텀 스티드’에 탑승하여 함께 소환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유령 군마가 온몸을 가린 마갑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그런 팬텀 스티드의 위로는 전신을 두터운 흑의 갑옷으로 무장한 데스 나이트들이 서늘한 예기를 머금은 데스 소드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데스 나이트까지 소환이 마쳐지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내용은 아군 언데드에 대한 버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전과 달리, 적용되는 버프는 엄청났다. 충렬의 모든 네임드들이 와서 부여해 주는 버프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당신의 언데드 군대가 ‘죽음의 땅’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모든 아군 언데드에게 ‘죽음의 축복’이 적용됩니다.]

[죽음의 축복: 모든 공격에 ‘죽음’ 속성이 부여된다. 살아 있는 존재에게 가하는 대미지가 3배 늘어난다.]

[모든 아군 언데드에게 ‘죽음에 저항하는 숙명’이 적용됩니다.]

[죽음에 저항하는 숙명: 온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끝없이 움직일 수 있다.]

[모든 아군 언데드에게 ‘피의 향연’이 적용됩니다.]

[피의 향연: 살아 있는 생명체를 공격했을 때, 파손된 신체를 복구한다.]

[모든 아군 언데드에게…….]

…….

부여되는 버프 하나하나가 이전의 상태에 비해서 몇 배나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영역 선포로 발생한 죽음의 땅은 버프만 적용시켜 주는 것이 아니었다. 충렬이 이곳에 있는 언데드와 나가 외에는 모두를 적으로 인식하자, 영역 선포가 적들에게 저주를 부여했다.

[모든 살아 있는 적들에게 ‘둔화와 부패’가 적용됩니다.]

[둔화와 부패: 움직일수록 몸이 썩어가며 느려진다. 부패로는 죽지 않으나 지독한 고통이 뒤따른다.]

[모든 살아 있는 적들에게 ‘신성력 차단’이 적용됩니다.]

[신성력 차단: 신성과 관련된 힘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가 없다. 70% 확률로 신성 마법의 사용이 실패한다. 신성 마법의 위력은 50%로 감소한다.]

[모든 살아 있는 적들에게 ‘살아 있는 자의 굴레’가 적용됩니다.]

[살아 있는 자의 굴레: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게 한다. 죽음의 땅에 오래 노출될수록 자살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모든 살아 있는 적들에게…….]

…….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그만 충격을 받아버렸다. 정작 자신이 스킬을 사용해 놓고 말이다.

‘암흑 투기를 대량으로 소모했더니…….’

설마 영역 선포가 이 정도로 미친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영역 선포에 서있는 적은 알아서 자멸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충렬과 비슷했거나 강한 존재였다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충렬의 수준을 버틸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저주가 적용되자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능력을 감소시키는 저주부터, 상대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저주까지 그 종류는 다양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는 것은 신봉자들이었다. 3천 명에 이르는, 천신을 신봉하는 헬리오스의 인간들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크아악!”

물론 하급 천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천사라는 명함 때문인지, 녀석들은 조금 버티는 추세였다.

“크윽……! 홀리 배리어! 이런……! 제대로 써지지가 않다니……!”

“시, 신성력이……!”

하지만 고작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하급 천사들이 그 정도인데 그들을 돕던 몬스터들이 충렬의 영역 선포를 버틸 리가 없었다.

“키아아악!”

“키에엑!”

“끼아아아아아악!”

그것은 베테랑 도전자 200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전자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물론 대부분은 불가능했다.

“도망칠 수 있는 스킬이 막혔어!”

“나, 나도! 여기서 도망치지 못해!”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나는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나는 탈주하겠어! 귀환!”

“나쁜 자식! 자기만 아이템을 준비하다니!”

도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자, 잔머리를 굴린 도전자들이 꾀를 부렸다. 같은 도전자인데 죽일까 싶어서다.

“항복하자!”

“그래! 항복이 답이야!”

“설마 같은 도전자인데 공격하겠어?”

“하, 항복합니다!”

“제발 저희는 살려주세요!”

그들의 모습에 충렬이 말했다. 전장에서 공손한 말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살고 싶은 도전자들은 천신의 세력을 공격해라! 그렇게 한다면 살려주지!”

물론 진짜로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이용할 뿐이었다.

저들이 천신과 붙은 이유는 무조건 천신과 관련된 친밀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저들을 살려준다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터.

‘전투가 끝나면 모조리 처형시켜 버린다.’

불안한 싹은 제거하는 것이 답이었다.

어쨌거나 충렬의 외침에 몇몇의 도전자들이 곧바로 천신의 세력을 배신했다.

“난 여기서 살고 싶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살고 싶다면 죽여야 해!”

당연히 모든 도전자들이 배신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나, 난 배신할 수 없어!”

“천신과의 계약이……!”

결국 충렬이 힘들게 건드릴 필요 없이, 도전자들은 그들끼리 공멸해 가기 시작했다. 이제 신경 쓸 것은 하급 천사들이었다. 신봉자들과 몬스터들 따위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되었다.

그러나 하급 천사들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는 없었다.

등장하자마자 충렬의 수족이 되어버린 이리실라. 악녀가 된 그녀가 천사들을 향해 주문을 외웠기 때문이다. 이전에 가졌던 신성력의 양만큼, 그 힘이 늘어난 것일까? 악녀가 된 이리실라는 막대한 어둠의 힘으로 하급 천사들을 전원 옭아매었다.

[‘악녀 이리실라’가 하급 천사들에게 ‘어둠의 속박’을 사용합니다.]

[이리실라의 집중이 풀리지 않는 한, 하급 천사들은 최대 30초간 움직이지 못합니다.]

악녀 이리실라가 천사들을 묶자, 그때서야 데스 나이트들이 움직였다.

[433마리의 데스 나이트들이 팬텀 스티드를 몰아 하급 천사들에게 돌진합니다.]

[나머지 언데드들이 그 뒤를 따릅니다.]

***

하급 천사들의 숫자는 200가량이었고, 데스 나이트는 그 2배를 넘었다. 하급 천사 하나에 데스 나이트 2마리가 붙은 상황이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충렬의 데스 나이트는 하급 천사의 전투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리실라에 의하여 속박당한 천사들은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장내에는 천사들의 곡성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

“안… 돼……!”

데스 나이트들이 팬텀 스티드를 몰고 지나간 자리에는, 천사들의 목이 연신 하늘을 날아다녔다.

[하급 천사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됩니다.]

[데스 나이트의 죽음의 기운이 천사의 회복을 저지합니다.]

[신체를 복구하지 못한 하급 천사가 사망합니다.]

[5,000 카르마를 습득합니다.]

[하급 천사가 ‘하급 리퍼’가 되어 마스터 도전자 ‘이충렬’의 세력에 합류합니다.]

[하급 천사가 데스 나이트에 의하여 처치…….]

…….

데스 나이트들의 학살이 끝은 아니었다. 천사들이 죽으며 합류한 하급 리퍼들. 그들 또한 전투력이 매우 뛰어났다. 천사들과 수준이 똑같더라도 해도, 이곳은 영역 선포가 된 땅이었다. 천사들이 상대가 될 리는 없었다.

[하급 리퍼가 사신의 낫을 휘두릅니다.]

[하급 천사가 사신의 낫에 적중되었습니다.]

[보유한 모든 신성력이 불타오르며 하급 천사가 사망합니다.]

[5,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사망한 하급 천사가 하급 리퍼가 되어 합류합니다.]

그들을 선두로 나머지 언데드들 또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좀비 하나가 신봉자를 물어 뜯어 죽였습니다.]

[신봉자를 처치하여 발생하는 카르마는, 모두 합산하여 주어집니다.]

[물어 뜯겨 죽은 신봉자가 ‘좀비’가 되어 합류합니다.]

[와이트가 신봉자의 생기를 흡수합니다.]

[생기가 흡수당한 신봉자가 말라 비틀어져 죽어버립니다.]

[죽은 신봉자가 ‘해골 병사’가 되어 합류합니다.]

[해골 병사가 신봉자의…….]

…….

그렇게 충렬이 보유한 언데드의 숫자는 끊임없이 증가해 갔다. 간혹 궁지에 몰린 적들에게 몇몇 언데드가 당했지만, 그 숫자는 매우 미미했다.

어쨌거나 충렬이 적들을 압도하는 그 광경에 나가들의 세력 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한눈에 보아도 그녀들의 여왕으로 보이는 메두사가 소리쳤다.

“지금이다! 지금 당장 저자를 도와 적들을 도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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