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
천신의 세력
출발하기 직전, 모든 시체들을 수거한 프렘이 소름끼치는 미소로 웃었다.
[저장된 시체가 1,000구를 넘겼다. 키키키킥. 어서 빨리 천신의 수하들을 마주하고 싶어!]
프렘은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데스 리치까지 되면서 충렬과 함께해야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천신과 그의 세력을 박살 내기 위해서였으니까. 이제 곧 녀석들을 마주할 수가 있었다.
어쨌거나 그 말을 끝으로 충렬과 일행들은 다시금 출발했다.
그러나 잠시 후, 웨어울프들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웨어울프 다음으로 등장한 이들은 엄청 혐오스럽게 생긴 몬스터들이었다.
<촌촌>
놈들의 숫자는 정확히 100마리였다. 웨어울프들보다는 적게 등장했다.
생김새는 인간의 얼굴에 커다란 당나귀의 귀가 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녀석들은 귀를 펄럭이며 허공을 날았다. 그래도 원래는 동맹이 아니었는지, 나가들은 간단한 반응만을 보였다.
“저 날파리 같은 자식들!”
“역시나 이런 더러운 기회를 놓치지 않는구나!”
나가들의 말에 충렬이 촌촌을 쳐다보았다.
‘날파리 같은 자식들이라…….’
하지만 녀석들의 실력은 날파리 수준이 아닐 것 같았다. 오히려 처음 만났던 웨어울프보다 상대하기가 더욱 까다로워 보였다. 그러한 충렬의 예상은 정확했다. 촌촌들이 이빨을 부딪치기 시작하자 곧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딱딱.
딱딱딱.
딱딱딱딱딱.
이빨을 부딪칠수록 놈들에게서 이상한 파동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조금 위험한 종류의 것이었다.
[촌촌들이 공기를 진동시켜 당신에게 전달합니다.]
[그 진동에 오랜 기간 노출된다면 피로감이 누적되고, 마지막에는 당신의 육체는 갈가리 찢어질 것입니다.]
[현재 진행도: 1.5%]
지금 당장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는 무척이나 위험한 종류의 것이었다.
‘무시무시한 녀석들이군.’
현재 충렬이 암흑 투기를 끌어 올리고 있음에도 놈들의 공격은 통했다.
‘이대로 두고볼 수는 없다.’
이번에는 충렬이 나설 차례였다. 프렘은 그가 소유한 힘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웨어울프들에게 데스 필드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또다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충렬이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충렬이 발걸음을 앞으로 가자 촌촌들이 비웃었다.
딱딱.
딱딱딱.
따라올 테면 따라오라는 듯이, 녀석들은 귀를 펄럭이며 더 높은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촌촌들의 반응에 충렬이 피식 웃었다. 이미 자신은 하늘을 나는 수준을 벗어났다. 암흑 투기로 공간 도약을 할 수 있는 몸이었다. 그렇지만 충렬은 굳이 놈들의 가까이에 가서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
‘놈들을 요격하는 것은 여기서도 충분하다.’
자세를 잡은 충렬이 검지로 촌촌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입을 열어 스킬을 사용했다. 충렬이 사용한 스킬은 발록이 애용하던 기술이었다.
“파괴 광선.”
동시에 충렬의 검지에서부터 응축된 암흑 투기가 쏘아졌다.
지이잉!
그리고 거기에 적중된 촌촌은 곧바로 면상이 꿰뚫리며 사망했다. 놈들의 크기가 크지 않았기에, 단순히 명중하는 것만으로도 놈들은 곧바로 사망이었다.
[파괴 광선으로 촌촌을 처치하였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충렬이 파괴 광선을 사용하자 촌촌들이 화들짝 놀라했다. 그러더니 녀석들이 이빨을 부딪치는 횟수가 빨라졌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여유를 부리다가는 자신들이 당한다는 것을.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 딱. 딱. 딱. 딱.
그러나 녀석들은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 애초에 충렬을 마주친 이상, 곧바로 도망을 쳤어야 했다. 처음부터라도 도망을 쳤다면 몇몇은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 깨달아봤자 늦었지만 말이다.
‘한 마리에 1천 카르마라.’
이미 충렬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한 마리에 1천 카르마. 즉 100마리에 10만 카르마라는 계산을 끝낸 충렬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
파괴 광선이 쏘아질 때마다 촌촌들이 죽어나갔다.
지이잉!
[촌촌이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사냥은 너무나 쉬웠다. 충렬의 계속된 공격에도 촌촌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놈들은 오히려 득달같이 충렬에게 달려들며 공격할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몸에 피로가 누적됩니다.]
[현재 진행도: 5.2%]
공기 진동으로 인해 누적된 피해는 성녀로 인하여 말끔히 사라질 수가 있었다.
“상태 이상 해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를 중심으로 혼돈의 힘이 퍼져 나갔다. 그러더니 충렬과 일행들에게 걸린 진동의 진행도를 사라지게 해주었다.
[몸의 피로가 사라집니다.]
[진행도가 0%가 됩니다.]
그런데도 촌촌들은 공격이 실패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멍청히 같은 작업만 반복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녀석들을 제거할 수가 있었다.
[촌촌이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촌촌이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
…….
그냥 가만히 서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카르마가 들어왔다. 그렇게 마지막 촌촌까지 처치했을 무렵이었다.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도 스택이 열심히 쌓여갔다.
[100마리의 촌촌을 처치하였습니다.]
[총 30의 스택이 반지에 저장됩니다.]
[현재 중첩된 스택: 433]
100마리 중에 쌓인 스택은 30뿐이었지만, 30도 큰 숫자였다. 어찌되었거나 프렘에 이어서 충렬, 그리고 성녀의 치유까지. 적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하는 충렬의 전력에 나가들의 눈동자에 활력이 돋는 중이었다. 실력을 보여주고 나니 강한 믿음이 생겨 버린 탓이다. 나가들은 메두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슬슬 가지기 시작했다.
‘대단해.’
‘역시 인간의 몸으로 언데드의 땅에서 괜히 영주를 하는 분이 아니었어.’
그렇게 나가들의 신망을 받으며 충렬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웨어울프와 촌촌들 외에도 충렬과 일행들을 습격하는 적들은 많았다. 그렇지만 이전과 달리 그 숫자가 많지 않았다.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은 단순히 몇몇으로 그룹을 이루었을 뿐. 간혹 많이 등장하면 10마리에서 20마리였다.
그런 놈들을 처치하는 것이 까다로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일이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촌촌까지만 하더라도 느긋이 처치하며 상대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을 아껴야 할 때임을 다시금 상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은 더 이상 없었다.
현재는 이동 속도가 느린 성녀를 품에 안고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프렘은 잘 따라오고 있었고, 나가들의 이동속도도 느리지 않았다.
또다시 습격해 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충렬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 들이치는 몬스터들은 나무를 타는 원숭이형 몬스터였다.
‘동맹들은 무슨. 아예 적들의 소굴에 들어앉은 상황이 되어버렸군.’
충렬은 멈춰 서서 상대하지 않았다.
“이대로 쭉 목적지로 이동해 주십시오.”
말 그대로 쭉 직진하면서 몬스터들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파괴 광선.”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감히 충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냥 한줄기의 카르마만 남길 뿐이었다.
[폭탄 바나나를 들고 접근해 오던 몽크렛을 처치하였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동료 하나가 당하자 나머지 몽크렛들이 등을 돌려 후다닥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렬은 쫓지 않았다. 그저 가야 할 길만을 향하여갔다. 몽크렛 외에도 각종 몬스터들이 등장했지만, 격퇴는 너무나 쉬웠다.
그렇게 나가들과 함께 얼마나 이동했을까? 나가들은 반나절 정도로 이동하면 도착할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그보다 절반도 되지 않은 시간일 때, 나가들이 말했다.
“여, 여왕님의 기운이 근처에서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 가면 뵐 수 있습니다!”
“드디어……!”
빠르게 오기는 했지만, 마주치는 시기가 너무 일렀다. 너무 급박하게 달려왔던 탓일까?
‘아니, 내가 일찍 도착한 것이 아니라 저쪽에서 그만큼 빠르게 출발했을 테지.’
다행히 저쪽의 대처도 늦지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저쪽에서 빨리 출발했다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충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충렬의 뇌리를 자극시켰다.
‘신성력과 관련된 기운이 느껴지는군.’
새벽의 여신이 예전에 신성한 자들을 부렸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맑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텁텁하고 답답한, 뜨거운 느낌이 가득 느껴지는 신성력이었다. 그 느낌에 충렬은 확신했다.
‘천신의 세력 또한 마찬가지로 근처에 존재한다.’
확실했다. 천사들을 마주했을 때 느껴본 적이 있던 기운이었다. 마침 프렘 또한 그 기운을 느꼈다. 프렘의 표정이 굳어졌다.
[드디어 녀석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인가.]
녀석들이라 함은 천신의 세력을 말했다. 프렘이 충렬의 얼굴을 바라보며 답변을 요구했다. 때문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임으로 답변을 대신해 주었다. 다행히 프렘은 경거망동하여 나서지 않았다. 웬일로 프렘은 진지하게 충렬에게 말했다.
[내 자신이 자제되지 않는다. 어서 빨리 달려가 달려들고 싶은 충동이 너무나 강하게 든다. 그러니 실수하지 않게 너의 명령만 듣겠다. 나를 잘 써먹어줘.]
과연 프렘은 무서운 녀석이었다.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여 조금이라도 더 천신의 세력에 타격을 입히고 싶어 했다. 적들을 괴롭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감정마저 억누르다니. 몬스터 출신치고는 그 자제심이 대단했다.
어쨌거나 그래준다면 충렬도 환영이었다. 괜히 잘못 나서서 상황이 꼬여 버리면 안 되었으니까.
“그나저나 메두사 여왕이 있는 곳에 천신의 세력이 있다라…….”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충렬은 품에 안은 성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프렘, 다른 이들을 데리고 뒤따라서 오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공간 도약을 사용해 일행들보다 빠르게 앞서갔다.
***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공간 도약을 5번 정도 사용하였을 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넓은 늪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넓은 늪지대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나가들의 숫자와, 그에 상응하는 적들이 있었다.
적들은 주로 하급 천사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기에 각종 몬스터들이 천사와 그 세력을 돕고 있었다.
인간들은 헬리오스에서 본래 살아가던 주민들이었지만, 천신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었다. 천사들의 숫자는 200이었고, 신봉자라고 표시된 인간들의 숫자는 3천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도전자들도 껴 있잖아.’
도전자들의 숫자 또한 천사들의 숫자에 못지않았다. 대충 세어보아도 200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적들의 숫자를 계산한다면 하급 천사 200, 도전자 200, 신봉자 3,000. 그리고 각종 몬스터들이었다.
하지만 눈여겨서 보아야 할 존재가 있었다. 바로 모든 이들을 지휘하며 전체적인 전쟁을 조율하는 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 존재는 인간 여성이었다.
<성녀 이리실라.>
새벽의 여신이 성녀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천신 또한 성녀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성녀가 메두사를 포함한 2,000의 나가들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