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25화 (225/237)

# 225

***

충렬이 돕는다는 말을 하자 나가들 중 하나가 재빠르게 말했다.

“아마, 여왕 폐하께서는 언데드의 땅으로 오시려고 할 겁니다. 영주님께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당분간 해골왕께서 숨겨주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가가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서 언데드의 땅으로 진입하려면 거쳐야 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인원이 많기에 아마 그곳으로 오실 겁니다.”

그곳은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지금껏 시스템의 이동만으로 왔다 갔다 했던 충렬이었다. 때문에 그러한 장소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에 온 나가가 알고 있었다.

“그곳으로 가는 워프 스크롤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염치불구 하지만 같이 가주신다면…….”

나가의 말을 들은 충렬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단번에 파악했다.

‘혹시 모르니 같이 마중을 나가달라는 소리군.’

어차피 그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환영하기 위한 마중이 아니었다. 현재 메두사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동하는 도중에도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리라.

‘도와주기로 결정한 이상 빠르게 도와준다.’

마침 나가들 또한 당장 충렬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시간을 지체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 있는 인원끼리 이동하죠. 스크롤을 사용하십시오.”

현재 이곳에 있는 인원은 나가 셋, 성녀 실비아, 충렬, 그리고 프렘이었다. 고작 셋만 출발한다는 소리에 나가가 조금 당황했다.

“저, 적들이 조금 많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나가의 걱정에 충렬이 답했다.

“괜찮습니다.”

네임드가 없어도 충렬은 이미 1천에 달하는 언데드를 따로 소환할 수가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프렘이 악몽을 하나만 소환해도 감히 대적할 자는 없으리라. 성녀까지 함께한다면 다친 아군을 재빨리 치료할 수도 있었다.

“성녀님. 함께 가시죠.”

“네. 당연하죠, 충렬 님. 드디어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겨서 기뻐요.”

충렬이 이 정도 인원으로만 간다고 하자 나가들이 불안해했지만, 그래도 수긍했다. 이곳의 영주가 직접 행차한다는데 막무가내로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럼, 워프 스크롤을 사용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가 하나가 특이한 글자가 써진 종이를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찢으려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스템이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사신으로 방문한 나가가 ‘워프 스크롤(10인 이하용 - 죽음과 삶의 경계)’을 사용하려 합니다.]

[당신을 포함한 혼돈의 성녀 실비아, 그리고 데스 리치 프렘과 함께 이동하시겠습니까?]

당연했다.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답했다.

“함께 이동한다.”

그러자 푸른빛이 순간 발생하더니, 나가들과 충렬의 일행들을 휘감았다.

번쩍!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그들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

충렬과 일행들이 도착한 것은 사방이 온통 회색으로 보이는 들판이었다. 그렇지만 한쪽으로 갈수록 배경은 어두워졌고, 다른 한쪽으로 갈수록 배경을 밝아졌다. 물론 어두운 배경의 풀들은 말라 비틀어져있었다. 그리고 밝은 쪽은 싱싱한 생기를 머금은 풀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양쪽을 나뉜 구역에는 심상치 않게 생긴 게이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게이트의 숫자는 단 2개였다.

[‘죽음과 삶의 경계’지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원하시는 방향으로 발을 옮기십시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나가들이 안내를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나가들이 향한 곳의 게이트는 밝은 쪽의 게이트였다. 밝은 쪽의 게이트에는 신기하게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뱀들의 정글>

그렇게 충렬과 일행들은 곧바로 나가들의 안내를 받아 그곳으로 향했다. 게이트로 발을 옮기자 또다시 이동되었다.

***

경계 지역에서 나가자 수풀이 가득한 정글 지역이 나타났다. 늪지대와 거대한 각종 강줄기가 드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드디어 다른 나가들을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 도착한 것이다.

[뱀들의 정글 지역에 도착하였습니다.]

[현재 위치는 죽음과 삶의 경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뱀들의 정글 지역에 도착했지만, 방금 지나왔던 경계 지역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이곳에도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트는 쌍방향게이트였다. 어쨌거나 이곳에 도착하자 나가들이 입을 열었다.

“저희들이 사는 곳은 거리가 제법 됩니다. 만약 여왕폐하께서 출발했다면 지금부터 간다는 가정 하에 반나절 안에는 마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메두사가 스크롤을 사용해서 이곳으로 빠르게 오면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확고했다. 스크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고, 혼자 도망칠 생각이 없어서였다.

그런 그녀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가들도 다함께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감히 동족들을 놔두고 혼자 피신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간단한 설명을 끝낸 나가들이 길을 안내하려 했다.

“그럼 이쪽으로…….”

그러나 충렬은 앞서 가려는 나가들의 어깨를 잡았다. 옷을 걸치지 않아 여성의 살결이 그대로 만져졌지만, 충렬은 흑심을 품고 만진 것이 아니기에 그 어떤 느낌도 받지 않았다.

“잠깐. 멈추십시오.”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느껴졌다. 천신의 세력과 관련된 신성한 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나가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또한 아니었다. 충렬은 나가들에게 물어보았다.

“누군가 이곳에 마중을 나오기로 했습니까?”

충렬의 물음에 나가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동맹들조차 모두가 배신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나가는 금방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그녀가 놀라서 소리치려고 하자 충렬이 그 나가의 입을 막았다.

“쉿.”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애초에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충렬과 일행들이 게이트에서 등장한 순간부터 이쪽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보가 벌써 흘렀나 보군.’

메두사가 이곳을 향한다는 정보가 말이다. 나가들이 흘린 정보는 아닐 터였다. 그녀들의 행동을 본다면 내부에서 새어버린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뭐, 그랬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었다. 이미 적들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당장에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

코를 자극해 오는 짐승의 냄새. 그 냄새가 사방에서 맡아졌다. 암흑 투기를 끌어 올려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 충렬이 놈들의 숫자를 세어갔다.

‘적으면 100. 많으면 200인가.’

다행히 생각보다 적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맡아지는 냄새의 종류는 단 하나였다. 아마 한 종족이 단독으로 이곳을 포위한 것 같았다. 도대체 누굴까.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지만 누가 이곳을 포위했는지는 곧 알 수가 있었다.

사방을 포위한 녀석들이 울부짖으며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아우우우!”

“아우우!”

울부짖는 늑대의 소리. 녀석들은 바로 웨어울프였다. 웨어울프들의 덩치는 거대했다. 제일 작은 녀석이 2미터 30센티미터였다. 보통 건장한 성인 남성이 온다고 해도 덩치로는 상대가 안 될 정도였다.

[다수의 웨어울프가 당신들을 포위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는 그것이 끝이었다. 어떤 녀석들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본래 녀석들의 터전이 아니었기에, 놈들과 관련된 묘비도 주변에 없었다.

그렇지만 시스템과 묘비에서 놈들을 파악할 필요는 없었다. 나가들 또한 놈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으니까.

“헉……! 이렇게 많은 웨어울프들이!”

“이 배신자들!”

나가들은 분노했지만, 그 분노는 잠시였다. 그녀들 중 하나가 재빨리 웨어울프들에 대한 정보를 충렬에게 알려주었다.

“저 늑대들은 엄청난 반응 속도와 치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 것 같습니다 영주님. 이대로 게이트에 다시 들어가심이…….”

물론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들을 필요는 없었다. 충렬이 묻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 죽여도 상관이 없다는 소립니까?”

충렬의 물음에 나가들이 당황했다. 놈들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말하고 후퇴할 때였다. 그런데 죽여도 상관이 없다고 물어보다니. 당황한 나가 하나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네……? 아, 네……. 주, 죽일 수만 있다면야…….”

죽여도 된다는 나가의 말. 그 말에 포위망을 형성한 웨어울프들의 생사가 결정되었다. 충렬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나선 것은 프렘이었다. 프렘의 몸은 이미 리치였지만, 일그러진 녀석의 얼굴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나타내주었다.

[천신과 그 세력을 돕는 녀석들은 나에게 맡겨라.]

그 말을 끝으로 프렘이 스킬을 사용했다. 평소 광인처럼 말을 하는 프렘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데스 필드.]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프렘의 몸에서 어둠의 힘이 일순간 터져 나갔다. 그리고 넓은 범위의 주변이 어두워졌다. 떠 있던 태양도 가릴 만큼 거대한 어둠이 주변을 잠식했다. 어둠은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더니, 마치 안개처럼 모든 장소를 뒤덮었다.

그렇게 검은 안개가 주변의 모든 웨어울프들에게 스며들었다.

[프렘이 데스 스피릿에 저장된 죽음의 힘을 대폭 적용하여 ‘데스 필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아군을 제외한, 주변의 웨어울프 200마리에게 죽음의 저주가 스며듭니다.]

[상대가 프렘보다 강하지 않습니다.]

[죽음의 저주가 이곳에 있는 200마리의 웨어울프들에게 완벽히 적용되었습니다.]

‘놈들의 숫자가 정확히 200마리였나 보군.’

그렇게 웨어울프들은 끝이었다. 데스 필드로부터 발생한 죽음의 저주. 그것은 웨어울프들의 생명력을 단시간에 갉아먹었다. 수준의 차이가 얼마나 났던 것인지, 웨어울프들이 비명을 지를 시간도 없었다.

몸이 꺼멓게 물들어진 순간, 웨어울프들의 숨이 끊어졌다.

[웨어울프가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웨어울프가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웨어울프가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웨어울프가 처치되었습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웨어울프가…….]

…….

[총 200마리의 웨어울프를 처치하였습니다.]

[습득한 카르마의 총합은 200,000카르마입니다.]

시스템의 음성과 동시에 들려오는 것은, 포위망을 형성한 웨어울프들이 쓰러지는 소리였다. 온 몸이 검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웨어울프들은 마치 서로 짠 것처럼 바닥에 몸을 뉘였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웨어울프들이 가볍게 전멸하는 모습에, 함께 붙어있던 나가들의 몸이 굳었다. 그녀들은 충격을 먹고 말았던 것이다.

“어… 어떻게…….”

어떻게 단번에 전멸시킬 수 있냐는 물음이겠지.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프렘의 활약을 지켜본 충렬이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안내해 주십시오.”

충렬이 무덤덤하게 길을 묻는 사이, 프렘은 재빨리 웨어울프들의 시체를 수거하는 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