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24화 (224/237)

# 224

***

충렬은 영지로 떠나기 전, 몇몇 네임드들을 남기기로 했다. 어차피 모두가 동시에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영지의 군단장인 박해일을 앞세워 계속해서 땅을 점령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네임드를 남겨서 박해일을 도와야 할까. 프렘이 전장에서 발생한 시체들의 수거를 끝내갈 무렵, 충렬은 생각을 끝마쳤다.

‘그냥 모두 남겨야겠군.’

자신은 문양에 있는 케르베로스와 악티니언만 데리고 영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영지로 이동한 뒤, 이곳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간단했다. 순간 이동 스킬이 있는 아르타디아를 다시 소환해서, 박해일이 있는 곳으로 재차 이동하면 되었다. 지금은 영지 귀환석으로 되돌아가고 말이다.

만약에라도 다른 네임드가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따로 소환하면 되었다.

“모두 박해일을 도와주십시오. 저는 잠시 영지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박해일은 믿음이 갔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였으니까. 북부 여정을 제대로 이행할 것이리라.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영지에 머물 생각은 없다만.’

어쨌거나 충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영지에 어떤 상황이 닥쳤는지 모두에게 설명한 뒤였다. 특히 샤오링은 입을 굳게 다물며 충렬의 말에 답했다.

“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최선을 다할게요.”

마렉은 자만하는 말투였다.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편하게 다녀와.]

아르타디아는 단번에 충렬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말해주었고 말이다.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것 같다면 박해일과 나머지들은 내가 직접 순간 이동으로 피신시키도록 하겠다.”

그렇게 무리들의 대답을 들은 충렬이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중에 보죠. 나머지 일은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충렬의 말에 박해일이 마지막으로 답했다.

[그래. 너도 잘 다녀와. 이쪽의 일은 내가 잘 맡아서 하지.]

그의 말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지 귀환석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느새 시체 수거를 모두 끝낸 프렘이 갑자기 충렬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함께 돌아가자. 나가들이 왜 돌아왔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는 성격 때문일까? 프렘은 충렬과 함께 돌아가기를 원했다. 프렘의 말에 충렬이 승낙했다. 그가 가고 싶다는데 굳이 남길 필요는 없었다.

충렬은 프렘과 함께 영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시스템, 영지 귀환석을 사용한다.”

***

충렬이 도착한 곳은 여관의 앞이었다. 마침 라이트가 여관의 앞에서 충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충렬이 돌아오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느새 영지에 적응한 것인지 그는 친근하게 충렬을 맞이해 주었다.

“오, 충렬. 빨리 와주어서 고마워.”

충렬은 그런 그를 향해 물어보았다.

“사신들이 왔다면서요?”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지 않아도 여관에서 쉬도록 하고 있어.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성녀가 잠시 그녀들을 치료하는 중이야.”

그녀들이라면 나가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치료를 하고 있다라…….’

조금 뒤에 오면 될 것 같았다.

“그럼, 저는 잠시 신전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프렘은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알겠다.]

성녀가 여관에서 나가들을 치료하는 사이, 신전에 가서 가호부터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

혼돈의 신전에 방문한 충렬은 당장 가호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누구에게 새벽의 가호를 사용할지 고민했다.

‘이번에도 가호를 사용하는 데에 100만 카르마가 필요하네.’

그러나 누구에게 적용할 지에 대한 고민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대충 누구에게 사용할지 마음을 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케르베로스에게 사용한다.’

케르베로스를 강하게 만들 때가 되었다. 예전에는 간접적으로 지옥의 환경이 마련되었기에 막강한 힘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의 힘이 없었다.

‘하지만 녀석에게 강한 힘을 쥐어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녀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줄 수가 있을 것이리라.

충렬은 곧바로 시스템에게 말했다.

“케르베로스에게 새벽의 가호를 적용한다.”

충렬의 말에 시스템이 답했다.

[100만 카르마를 소모하여 새벽의 가호를 사용하려 합니다.]

[적용 대상은 ‘케르베로스’입니다.]

[맞습니까?]

충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그러자 시스템이 곧바로 답변을 주었다.

[케르베로스에게 새벽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동시에 시스템은 케르베로스에게 나타난 변화를 알려주었다. 박해일의 경우와 달리, 케르베로스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미리 정해져 있는 것처럼 곧바로 변화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 변화는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케르베로스가 새벽의 가호로부터 발생한 힘을 흡수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케르베로스가 특수한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였습니다.]

특수한 조건 중 하나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케르베로스의 몸에 새벽의 힘이 잠재된 상태로 저장됩니다.]

그리고 당장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케르베로스는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당신의 문양에 머무르고 있던 케르베로스가 수면기에 들어갑니다.]

[특별한 자극이 발생하지 않는 한, 깨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케르베로스에게 특수한 자극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케르베로스는 초월적인 존재로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것입니다.]

케르베로스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잠에 빠져 들어갔다. 그렇게 케르베로스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끝마친 시스템이 알려왔다.

[새벽의 가호가 사용되었습니다.]

[새벽의 가호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충렬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 남아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의 말을 끝으로 충렬은 신전의 밖으로 나서야 했다.

***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충렬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초월적인 존재라…….’

도대체 어떤 존재로 되려는 것일까?

‘분명 엄청난 존재겠지.’

그렇기에 당장의 변화 없이 수면기에 빠져든 것이리라. 어쨌거나 케르베로스는 이제 어쩔 수 없었다. 녀석에게 자극을 가할 방법은 나중에 찾아야 했다.

‘지금은 나가들을 방문해 봐야겠어.’

마침 여관으로 향하던 충렬의 발걸음은 멈추어졌다. 저 앞에 위치한 여관에서 나가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나가들의 숫자는 총 셋이었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기어코 어딘가로 향하려 했다.

“영주님께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치료해 주지 않아도 됩니다. 어서 영주님을 뵙게 해주십시오.”

물론 나가들의 행동을 성녀는 막으려했다.

“여러분들은 휴식을 좀 취해야 해요. 영주님을 이리로 부를 테니…….”

그러나 성녀 실비아의 음성은 멈추어졌다. 충렬이 여관을 향해 오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성녀의 시선이 충렬에게로 향하자 나가들의 시선 또한 충렬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들은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여, 영주님! 제발 저희들을 도와주십시오!”

나가들 쪽에서 사신을 보냈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의 모습을 보일 줄은 충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일단은 그녀들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일어나세요.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

충렬은 여관의 안쪽으로 나가들을 이끌었다. 충렬이 보기에도 그녀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기에 대화는 방에서 이루어졌다. 실비아는 옆에서 나가들에게 연신 활력을 돋구어주고 있었고, 프렘은 충렬의 옆에서 가만히 나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들이 충렬을 찾은 이유는 바로 해골왕의 소개 때문이었다. 예전에 분쟁지역에서 마주친 적이 있던 나가는 이미 침공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가 왕국과는 접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랬는데 마침 해골왕이 연결해 주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어쨌거나 나가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그러니까 대충 상황은 알겠습니다.”

나가들의 왕국에 발생한 상황은 제법 심각했다. 메두사의 능력을 노리고 대대적인 공습이 발생했던 것이다. 나가들은 수많은 동맹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조리 배신을 당했다. 나가 왕국을 침입한 자들이 자신들에게 화살을 돌릴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나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충렬의 인상은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충렬의 인상이 찌푸려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공습을 일으킨 세력. 바로 그 세력 때문이었다.

‘또 그 녀석들인가.’

그 세력은 바로 천신의 세력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렘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프렘은 간신히 분노를 참아가며 말했다.

[능력을 갈취하고자 터전을 침공하다니. 상종하지도 못할 놈들!]

프렘의 고향 또한 천신의 세력에 짓밟힌 이력이 있었다. 때문에 녀석은 나가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화가 났던 것이었다.

애초에 천신을 죽이고 싶었던 프렘은 충렬에게 즉시 말했다.

[이들을 무조건 도와줘서 그놈들을 쳐야 한다! 내가 앞장서겠다!]

그러나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무작정 이들을 도울 수는 없었다. 대책을 생각해 내야 했다. 만약 돕게 된다면 이쪽 또한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도와주지 않을 수도 없다.’

메두사와 자신이 손을 잡을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천신과 그의 세력이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메두사가 천신의 세력에 당한다면 큰일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막강한 군세를 자랑하는 천신의 세력에게 메두사의 능력이 빼앗긴다면…….

‘나중에 놈들을 상대할 때 더욱 힘들어지겠지.’

아직 체감할 수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메두사의 능력은 엄청난 것 같았다. 그러니 굳이 침공을 감행한 것이리라.

본래라면 이기적인 계산으로 이득을 취하는 충렬이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

어차피 충렬도 얼마 있지 않으면 천신의 눈에 노출되는 처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의 여신이 숨겨주는 중이었다. 지금이라면 메두사의 세력을 데리고 함께 힘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이 나가들에게 말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충렬의 말에 나가들이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그녀들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동맹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포위망을 뚫고 이곳까지 찾아온 처지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랬는데 설마 이렇게 선뜻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다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눈물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뜻은, 그만큼 자신들이 모시는 메두사를 위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번만 잘 도와주면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 있겠군.’

나가들을 보면 뒤통수를 치는 이들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울 가치는 충분했다.

거기다가 평범한 무리들을 돕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왕국을 형성한 세력을 돕는 일이었다. 분명 이번의 일만 잘 해결해 준다면 나중에 그녀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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