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22화 (222/237)

# 222

***

숙련 등급이 무려 8등급으로 상승한 데프론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당장에 선택지가 주어졌다.

[데프론이 상위의 존재 두 가지 중 하나로 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등급의 상승은 새로운 모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등급이 등급이니 만큼, 그에 어울리는 것을 주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주어지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다.

[1. 데스 나이트]

[병종이 보병에서 기사로 상승한다. 소수의 병력만 부릴 수 있으나, 본인 자체의 강함이 듀라한일 때보다 더욱 상승한다.]

[2. 데스 제너럴]

[수많은 보병들을 다스리는 장군의 직위를 가져가게 된다. 이전보다 더욱 많은 보병들을 부릴 수 있으며, 관련된 능력을 습득한다.]

설명은 제법 간단히 쓰여 있었다. 그러나 충렬의 고민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데스 나이트가 아니면 데스 제너럴이라…….’

둘 모두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하기야, 애초에 상위의 존재로 변하는 것인데 나쁜 선택지가 주어지지는 않으리라.

‘그래도 선택은 잘해야겠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선택해야 할 터였다. 곰곰이 생각해 본 충렬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데스 제너럴을 선택해야 하나.’

데스 나이트도 좋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더 끌리는 것은 데스 제너럴이었다.

‘이제부터는 개개인의 전투력보다는 전체의 전투력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대규모의 군세에 맞서야 했다. 그렇다면 데스 나이트보다는 제너럴이 적합하리라. 한번 그쪽으로 생각하니 데스 나이트는 선택하고 싶지가 않았다. 마음을 정한 충렬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데스 제너럴을 선택한다.”

그러자 시스템은 그 즉시 데프론을 상위의 존재, ‘데스 제너럴’로 만들어주었다.

[데프론이 ‘듀라한’에서 ‘데스 제너럴’로 승급합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데프론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처음 나타난 변화는 소환 스킬과 관련해서였다. 제너럴이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인지 소환 스킬에는 심상치 않은 변화가 발생했다.

[군단보병 소환 스킬이 강화됩니다.]

[기존보다 소환 가능한 숫자가 더욱 증가합니다.]

화려하게 무언가가 막 변화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 간단하게 강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도대체 소환 가능한 숫자가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 것일까? 잠시 후 보이는 스킬의 설명엔 놀라운 정보가 쓰여 있었다.

[군단보병 소환: 죽음의 군단 보병들을 소환할 수가 있다. 다크 오러를 소모하여 소환한다. 최대 300까지의 보병을 유지할 수 있다.]

설명은 이전보다 더욱 간결했다. 그러나 그 문장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최대 300기까지의 보병들을 부릴 수 있다고?’

부릴 수 있는 최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그만큼 소환하기 위해서는 데프론의 오러 소모가 심할 테지만, 미리 조금씩 소환하여 유지하면 되었다.

‘어쨌거나 300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고작 한 단계의 등급 상승이 있었을 뿐인데 이 정도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소환 스킬 다음에는 다른 스킬들의 강화가 이루어졌다.

[‘어둠의 질주’가 ‘어둠의 돌격’으로 강화됩니다.]

[어둠의 돌격: 다크 오러를 터뜨려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보병들의 하체에 전달한다. 보병들의 달리기가 매우 빨라진다.]

어둠의 돌격은 평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또한 결코 평범한 강화는 아니다.’

대규모의 군대를 일시에 돌진시키기 위한 최적의 스킬이었다. 어째 시스템의 설명은 모두가 한결 간결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묵직한 내용들을 전달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돌격 다음에는 데프론의 모습과 관련한 변화가 생겨났다.

[‘듀라한의 갑옷’이 ‘데스 제너럴의 갑옷’으로 강화됩니다.]

[데스 제너럴의 갑옷: 장군의 자격을 얻은 언데드에게 주어지는 갑옷이다. 일정 이하의 피해는 가볍게 무시한다. 무척 고급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보병들의 전투력과 사기가 상승한다.]

그 말을 끝으로 데프론에게 어둠의 장막이 내려앉았다. 장막은 데프론의 전신을 보이지 않게 가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막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변화한 데프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데프론은 듀라한일 때보다 더욱 강력해 보였다.

‘몸집도 훨씬 커졌군.’

데프론은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50센티미터 정도 더욱 커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듀라한의 갑옷보다 더욱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게 되었다.

검은 색의 두꺼운 갑옷의 이음새에는 두터운 동물의 털이 박혀 있었으며, 등에는 흘러내리는 망토가 존재했다. 망토도 그냥 망토가 아니었다. 각 모서리에는 갑옷에 쓰인 동물의 털이 꼼꼼하게 박혀 있었다.

‘예전보다 더욱 위엄이 서는 모습이야.’

이전에는 전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전사들을 이끄는 그들의 수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제너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스킬의 강화가 끝났다. 이제 데프론은 무려 300기의 해골 보병들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성장은 더 남아 있었다. 새로운 스킬의 습득이 곧 이어졌다.

새롭게 습득한 스킬. 그것은 앞으로 데프론의 성장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데프론이 ‘영향력’을 배웁니다.]

[영향력: 숙련 등급과 관련 없이 활동에 따라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한다. 영향력이 증가하면 소환이 가능한 숫자의 최대치가 증가한다. 그리고 각종 효과가 발생한다. 수치는 일정 단계마다 적용된다. (현재 적용된 효과: 없음)]

당장에 무언가가 주어지는 그러한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숙련등급 자체를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이 필요한 시기였다.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군.’

결국 다른 이들보다 먼저 데프론은 엄청난 물량의 소환수들을 부릴 수가 있게 되었다. 활동하면 활동할수록,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리라.

***

데프론과 그의 보병들이 암흑기사들을 박살 내는 행위는 광군주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듀라한은 데스 제너럴이라는 존재로 성장해 버렸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광군주가 허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도대체 저 괴물 같은 녀석을 누가 만들어낸 것이지?]

누가 만들었긴. 충렬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어쨌거나 광군주는 고민했다. 이대로 병력을 돌진시킬 것인가. 아니면 후퇴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이다.

[제기랄. 이건 좀 위험해 보이는군.]

아직 500마리의 해골 병사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대충 그려지는 전투의 양상은 자신의 승리였다.

[그렇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데스 제너럴이 된 녀석이 다시금 소환 스킬을 사용할까봐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나쁜 느낌이 광군주의 뇌리에 경고를 주었다.

평소의 그라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미친놈처럼 달려들었겠지만, 간만에 광군주의 머리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암흑기사들이 없으니 불안하군. 아무래도 녀석들을 다시금 만들기 위해 가야겠어.]

생각을 정리한 광군주가 자신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군 후퇴하라!]

후퇴라는 쪽팔림은 잠시였지만, 광군주는 병력의 손실을 아끼고자 했다. 만약 적이 해골 보병들을 소환하여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을 알았더라면, 암흑기사들을 저렇게 허망하게 잃지는 않았으리라.

[사기꾼 같은 자식들. 순수하게 병사들끼리의 싸움을 시키지 않다니.]

순수한 싸움을 시키지 않았다고? 이미 데프론은 순수하게 싸움을 시켰다. 그저 소환 스킬을 사용해서 또다시 보병들을 소환했을 뿐이었다.

광군주의 불만은 그냥 패배자의 푸념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남아있는 해골 병사 500마리에게 명령을 내린 광군주. 그가 탈것의 머리를 뒤로 돌렸다. 도망가기로 결정한 이상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광군주는 그 장소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누군가 순간 이동으로 자신의 길을 막아왔다.

파앗.

그 소리를 끝으로 진득한 혈향을 풍기는 뱀파이어가 그의 근처에 등장했다.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뱀파이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위치해 보니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의 길을 가로막은 존재는 뱀파이어가 아닌 리치였음을.

그제야 광군주는 놀랐다.

[리치가 뱀파이어보다 더 상위의 스킬을 사용한다고?]

그랬다. 광군주의 길을 가로막은 것은 레일리였다. 그녀는 블러드 블링크를 사용해 그의 길을 가로막았고, 광군주는 그것에 놀라했다. 보통 뱀파이어들은 이런 고위의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레일리가 고급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에 그가 놀랄 시간은 없었다.

광군주의 앞에 도착한 레일리. 그녀가 곧바로 공격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데프론의 성장이 끝나자마자 움직인 것은 레일리였다. 그녀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혈액을 아끼기 위해 아무런 소환수도 소환하지 않은 상태였다.

“모든 병력들을 상대하지 말고 광군주를 빠르게 처리하면 되지 않나요? 제가 다녀올게요.”

그 말을 남긴 그녀가 순간 이동으로 곧장 광군주에게 이동하려 했다. 충렬 또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기에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레일리는 순간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블러드 블링크.”

[레일리가 블러드 블링크를 사용하여 순간 이동을 합니다.]

그녀가 목표지점으로 삼은 곳은 광군주의 바로 앞이었다. 왜 그러한 위치로 이동했는지는 대충이나마 알 것 같았다.

‘가까운 위치로 이동한 이유는 바로 광군주의 방어 스킬 때문이겠지.’

원거리에서 큼지막한 스킬을 사용한다면 녀석이 또다시 막아버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레일리는 광군주의 근처까지 이동한 것이리라.

그렇게 광군주의 근처에 도착한 레일리는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그 마법은 ‘블러드 스피어’였다.

“블러드 스피어.”

블러드 스피어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기본 공격 마법이었다. 물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다르기는 했다. 기본적인 마법을 가지고도 그녀는 필살기에 필적하는 수준을 보여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소유한 블러드 마스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게 간단한 기본 마법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무지막지한 스킬로 탈바꿈되었다. 그녀는 이용할 수 있는 힘을 최대로 사용하여 블러드 스피어를 발현했다.

[레일리가 블러드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혈액을 ‘블러드 스피어’에 투자합니다.]

[블러드 스피어의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블러드 스피어의 숫자가 대량 증가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레일리의 주변으로는 엄청난 숫자의 피의 창이 등장했다. 그 숫자는 무려 100이라는 단위를 가뿐히 넘겼다.

[등장한 블러드 스피어의 숫자: 123]

블러드 스피어 하나의 크기가 대략 2미터였다. 그런데도 숫자는 총 123개였다. 그리고 그 모든 피의 창들이, 일시에 광군주에게 쏘아져 나갔다.

[레일리가 블러드 스피어의 목표물로 ‘광군주’를 지목하였습니다.]

[모든 블러드 스피어가 발사됩니다.]

그 말과 동시에 블러드 스피어가 광군주를 향해 들이쳤다.

쉬이이익!

쉬이이이이익!

쉬이이이이이익!

사방에서 들이치는 블러드 스피어에 광군주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대…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다니……!]

대비할 시간을 왜 주는가. 죽으라고 사용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블러드 스피어가 광군주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푸욱.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그녀의 창이 박힐 때마다 광군주의 비명이 들려왔다.

[크아악! 도대체 어디서 이런 리치가 튀어나온……!]

분명 그는 이전까지 이러한 수모를 겪은 적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아직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맷집이 강한 것 같기는 했다.

도전자들의 묘비에서는 광군주의 맷집 또한 엄청나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맷집이 강하든지 말든지 상관은 없었다. 레일리의 블러드 스피어는 광군주의 몸을 온통 들쑤시는 중이었다.

푹.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푹. 푸욱.

덕분에 광군주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를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수많은 블러드 스피어에 의해 몸이 계속 들썩이니 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레일리가 발현시킨 모든 스피어들이 사용되기도 전이었다. 블러드 스피어로 광군주를 갈기갈기 찢어놓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레일리가 광군주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였습니다.]

[광군주가 처치되었습니다.]

[광군주 처치에 따라 30만 카르마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군주에게 소속되어 있던 해골 병사들의 소속이 ‘무소속’으로 변경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