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
***
수호성인들의 요새까지 점령한 충렬과 그 무리들은 잠시 요새에 머물렀다. 아르타디아가 아이들을 잘 데려다줄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수호성인들과 고위 기사들은 이곳에 남길 생각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게 할 것이었다. 충렬이 북쪽을 향해 가는 동안, 그들은 이곳에 남아 주변의 땅을 정복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곳은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결코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충성을 맹세한 그들이 움직일 무렵,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타디아가 돌아왔다.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충렬은 무리들을 이끌고 곧바로 북상했다. 충렬이 지치지 않는 한, 이곳에서 떨어져 나갈 인원은 없었다. 충렬만 건재하다면 모두가 지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이전과 달리, 이후부터는 정처 없이 떠도는 언데드의 무리들이 간혹 등장했다.
요새에서 떠나온 지도 대략 1시간. 충렬이 처음으로 마주한 떠돌이들은 다음과 같았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의 무리>
[인원: 7]
신기하게도 언데드들은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충렬의 직업 때문이었다.
[소속이 없는 좀비의 무리가 네크로맨서의 향기를 맡고 다가옵니다.]
[그들이 당신의 병력에 합류하고자 합니다.]
[7마리의 좀비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인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들의 명칭이 ‘좀비’로 변경됩니다.]
[당신의 병력에 20마리의 좀비가 추가됩니다.]
[추가된 병력은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저장됩니다.]
그렇게 좀비의 합류는 시작에 불과했다. 충렬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욱 많은 언데드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소속이 없는 대부분의 언데드는 합류를 선택했다.
합류를 선택하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충렬의 병력을 보고서는 감히 시비를 걸지 못했다. 그냥 자기의 갈 길을 갔다.
떠나가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었다. 결국 충렬에게 가세하는 언데드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으니까.
[10마리의 해골 병사가 당신의 무리에 합류합니다.]
[12마리의 좀비가 당신의 무리에 합류합니다.]
[11마리의 해골 병사가…….]
그렇게 요새에서 벗어나고 한나절이 흘렀을 무렵, 충렬의 반지에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가 저장되었다.
[현재 네크로 군단의 반지에 저장된 스택과 병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첩된 스택: 355]
[저장된 병력: 좀비 112마리, 해골 병사 119마리.]
반지에 저장된 스택만 사용해도 355마리의 새로운 언데드가 나타날 것이었다. 그 언데드와 저장된 병력의 숫자를 합치면 그 숫자가 586마리에 해당했다.
계산한 숫자는 네임드들이 소환한 언데드를 합치지 않은 숫자였다.
‘네임드들의 소환수까지 합치면 700에 가까운 숫자가 되겠지.’
그리고 최근에 합류한 수호성인들과 영지의 병력들까지 합치면 천 단위는 가볍게 넘어갔다.
어쨌거나 길을 가면서 얻은 해골 병사는 데프론이 소환하는 보병들보다 강하지 않았다. 단순히 기본 장비만 착용하고 있는 병사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 숫자가 모일수록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겠지.’
아직 시간은 많았다. 더 많이 돌아다닌다면 다닐수록 병력의 수는 늘어날 것이리라.
‘진작 돌아다녀 볼 것을 그랬나.’
물론 마스터가 아니었다면 돌아다닐 시간도 없었을 터였다. 각종 임무에 강제로 보내졌으니 말이다.
역시 도전자의 진정한 시작은 마스터부터였다. 이전과 달리 무척이나 자유도가 높았다.
‘그래도 지금 최대한 돌아다녀야 한다. 천신과 마신에게 발각되기 전에 최대한 세력을 불려야 해.’
새벽의 여신이 준 기회를 악착같이 이용해야 했다. 때문에 충렬은 쉬지 않고 계속 북상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동할 무렵, 새로운 언데드들 또한 등장했다. 떠돌아다니는 언데드는 해골 병사와 좀비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변을 떠돌던 와이트들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일정량의 카르마를 제공하면 당신의 무리에 합류하겠다고 합니다.]
[15,000카르마를 제공하면 30마리의 와이트를 고용할 수가 있습니다.]
[15,000카르마를 제공하시겠습니까?]
카르마 500에 와이트 1마리였다. 이제 그 정도의 카르마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 현재 소지하고 있는 카르마만 130만을 가볍게 넘겨갔으니 말이다. 충렬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들을 고용한다.”
충렬의 말에 와이트들이 소리를 지르며 충성을 맹세했다.
[키에에엑!]
[키아아아악!]
그리고 곧장 합류했다.
[30마리의 와이트가 당신의 무리에 합류합니다.]
[와이트: 주변을 정처 없이 떠도는 유령의 종류이다. 적을 할퀼 때마다 상대의 마나를 착취하며 아군에게 전달할 수 있다.]
왜 시스템이 카르마가 중요하다고 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정말로 카르마는 화폐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소속이 없지만 쓸모 있는 녀석들을 고용하려면 카르마가 필요한가 보군.’
물론 그것은 합류하고 싶을 의지가 있을 때였다. 반대로 충렬의 무리들을 위협하는 언데드들도 있었다. 충렬의 병력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전투를 선택하는 녀석들이었다. 때마침 그런 녀석들이 저 앞에서 나타났다.
[미치광이 암흑기사들이 당신에게 도전합니다.]
[총 2마리의 암흑기사가 죽음의 말을 타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들의 랜스 차징은 무척이나 큰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흑갑을 덧씌운 죽음의 말. 그리고 그러한 말을 몰고 돌진해 오는 암흑기사.
그러나 녀석들은 고작 2마리였다.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
[당신의 문양에서 쉬고 있던 케르베로스가 꺼내어달라고 합니다.]
[케르베로스는 저들을 단숨에 잡아먹어 벌하기를 원합니다.]
그 동안 가만히 있던 케르베로스가 나서려 했다. 하지만 굳이 녀석이 나설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다녀올게요, 오라버니.”
몸이 근질근질했던 샤오링. 그녀가 곧바로 나섰다.
[샤오링이 홍염의 단전에서 내공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홍염보(紅焰步) 5성을 최대로 이끌어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샤오링이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파밧!
그녀가 지나가며 밟은 땅에는 화려한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르륵!
죽음의 말보다 빠르게 접근하는 샤오링의 모습에, 암흑기사 둘이 당황했다. 아니, 정확히는 빠르기 때문이 아니었다.
[암흑기사 둘이 홍염의 불길을 목격하고서 도망갑니다.]
[그들이 말머리를 돌립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규모의 병력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던 녀석들이, 고작 불길을 보고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이 도망을 가보았자 내공을 사용하는 샤오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탈것이 있다고 한들, 그녀의 홍염보는 탈것보다 더욱 빨랐다.
곧이어 도망치기 시작하는 암흑기사들의 뒤를 잡은 샤오링. 그녀가 풀쩍 뛰며 날아올랐다. 곧바로 암흑기사의 수급을 베기 위해서다.
그러나 암흑기사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았다. 샤오링이 뛰어오른 순간, 녀석은 들고 있던 랜스를 검으로 바꾸었다. 신기하게도 무기를 바꾸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암흑기사가 들고 있던 랜스를 암흑의 검으로 변경합니다.]
그렇게 암흑의 검을 든 녀석이 뒤를 베어오는 샤오링을 마주했다.
[암흑기사가 암흑의 검으로 샤오링의 공격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녀석은 샤오링의 검을 막을 수가 없었다.
[샤오링이 검기를 사용합니다.]
[홍염의 내공이 ‘블랙 데스’에 주입되어 붉은 검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블랙 데스에서 발생한 검기를 샤오링은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그녀가 검을 휘두르자 주변의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화르륵!
그리고 이어지는 결과는 놀라웠다. 샤오링의 검기는 암흑기사의 검을 포함해 녀석의 머리까지 두 쪽으로 쪼개어 버린 것이다.
서걱.
그 소리를 끝으로 암흑기사 하나가 명을 달리했다. 강인하게 생긴 생김새와 다르게 너무 허망한 결과였다.
[암흑기사의 머리가 갈라지며 사망합니다.]
[샤오링이 암흑기사를 처치하였습니다.]
[5,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암흑기사가 소환하였던 죽음의 말이 역소환됩니다.]
샤오링에 의하여 가볍게 처치되었다고는 하지만, 암흑기사는 제법 강한 녀석이었나 보다.
‘5천 카르마나 주다니.’
보스급의 몬스터가 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감상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아직 한 녀석이 더 남아 있었다. 녀석은 동료가 당하는 것을 보자마자 더욱 빠르게 말을 몰았다. 당연히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녀석의 수급이 베어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도망가던 암흑기사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됩니다.]
[샤오링이 암흑기사를 처치하였습니다.]
[5,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암흑기사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자, 녀석이 소환했던 탈것은 역소환이 되며 사라졌다. 프렘은 암흑기사 둘이 사망하자 그들에게로 다가가더니 시체를 수거했다.
[키키킥. 제법 쓸 만한 시체를 구했잖아? 이건 내가 가져도 되겠지?]
프렘이 시체를 가져가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셔도 됩니다.”
충렬의 허락에 프렘이 기쁜 표정으로 시체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프렘이 암흑기사의 시체 2구를 수거합니다.]
[시체 수거 스킬에 저장된 시체가 총 823구로 늘어납니다.]
프렘이 시체를 수거하고 있을 무렵. 충렬은 가만히 생각했다.
왜 숫자가 적음에도 저렇게 적대적으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쳤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러나 고민을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놈들이 공격적으로 나왔던 이유. 그 이유는 얼마가지 않아 밝혀졌다. 암흑기사 둘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던 녀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충렬은 얼마가지 않아 적대적인 대규모의 군세를 맞이하게 되었다.
***
2미터 50센티미터는 훌쩍 넘을 정도의 키에, 떡 벌어진 덩치. 어두운 갑주로 전체를 무장한 언데드가 코뿔소 같이 생긴 탈것에 탑승하고 있었다. 딱히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의 뒤에는 엄청난 숫자의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코뿔소 같이 생긴 것의 이름은 ‘데스 라이노’였다. 그것에 탑승하고 있는 언데드는 역시 심상치 않은 존재였다. 그의 머리 위로 그가 어떤 인물인지 표시되어 있었다.
<떠도는 광군주 뮤레컨>
광군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의 병사들도 온통 이상한 명칭을 가지고 있었다.
<미쳐 버린 암흑기사>
<돌아버린 패잔병>
<정신이 나간 해골 전사>
<제정신이 아닌…….>
…….
전부다 정상적인 명칭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그렇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녀석들의 숫자가 대략 600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암흑기사들의 숫자만 100이었다.
어쨌거나 그러한 병력을 이끌던 광군주의 두 눈이 순간 번뜩였다.
[먹잇감을 발견했군. 전부다 죽여서 나의 병사로 만들어야겠어. 크큭.]
스산한 살기를 내비치는 그는 곧바로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조금 전, 암흑기사 둘을 정찰 보낸 장소였다.
그랬다. 그 장소는 바로 충렬과 그의 무리들이 있는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