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
여명의 지대로 이동한 것은 충렬뿐이었다. 모든 소환수들은 영지에 남아 충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충렬이 영지로 되돌아오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신을 직접 알현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본래라면 오르지 않을 레벨이 한계 돌파로 인하여 3만큼 증가합니다.]
[당신의 레벨이 53이 되었습니다.]
시스템의 알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새벽을 관장하는 자’의 물질적인 형체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이제부터 헬리오스의 신도들에게 그녀는 여신으로 비추어집니다.]
[‘새벽을 관장하는 자’의 명칭이 ‘새벽의 여신’으로 변경됩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는 여신이 작별 인사로 준 선물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졌다.
[당신은 새벽의 여신과 몸을 섞었습니다.]
[그녀의 채취가 당분간 다른 신들로부터 당신의 신원을 숨길 것입니다.]
[새벽의 여신의 잠재적인 보호를 받는 영지에서 벗어나도, 다른 신들이 당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끝이었다. 이제부터는 충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
충렬이 머무는 영주의 저택. 그곳의 대 회의실에 핵심적인 인물 모두가 모였다. 충렬의 네임드부터 시작해 대리인 박해일, 그리고 라이트, 김시민, 자르딘, 왕찌엔, 실비아 등.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빠지지 않았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곳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신이 직접 이곳에 와서 공격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다만 신들의 세력이 이곳을 침공해올 수가 있었기에, 그들을 충분히 막을 세력을 형성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답은 정해져 있었다. 최고 연령을 가진 아르타디아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몇몇은 임무를 수행하며 성장시키고, 나머지는 세력들을 흡수하러 다녀야 한다.”
세력의 흡수. 그 방법은 간단했다.
“마침 이곳은 언데드의 땅이다. 강한 존재가 그 아래를 모두 집어삼킬 수 있는 장소지.”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핵심을 찔러왔다.
“북부지대를 정복할 때가 왔다.”
그녀의 말은 북부 쪽의 언데드 땅을 정복하고, 그곳에 머무는 언데드들을 수하로 부리자는 말이었다. 어차피 북부는 충렬과 관계없는 세력의 언데드들이 있는 장소였다. 굳이 다른 쪽으로 가서 해골왕과 그와 친분이 있는 언데드들과는 부딪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해골왕은 이쪽에 우호적이다. 괜히 적대해서 전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해골왕이 존재함으로 인해, 북부 외의 장소에서는 침공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오로지 북부에만 집중을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아르타디아의 말에 자르딘과 왕찌엔도 동의했다.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언제까지고 웅크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단순히 영지의 확장이 아니었다. 이제 인원수를 불릴 때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부로 진출해야 했다.
그들의 의견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세력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그 후에는 천신이 되었든, 마신이 되었든.
‘한쪽을 집어삼켜야 해. 혹은 둘 다 집어삼킨다.’
처음부터 신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 신들이 부리는 세력들을 눌러 버린다면 당장에 큰 위협은 줄어들 것이리라.
어쨌거나 가장 먼저 할 것은 북부 진출이었다. 임무도 중요하지만 자잘한 임무 따위로 세력을 확장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북부 진출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박해일이 입을 열었다.
[북부로의 진출은 내가 맡기로 하지. 그러지 않아도 정찰을 위해 자주 다녔던 장소다.]
그는 대리인이었다. 괜히 진출을 위해 나서다가 다치면 곤란했다. 하지만 박해일은 라이트를 살며시 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이제는 몸이 너무 근질근질거려서 말이지. 밖에 좀 나가고 싶다.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라이트에게 대리인을 물려주는 것이 괜찮을 것 같은데.]
박해일의 말에 라이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 또한 밖에 나가는 것보다 안에 머무는 것이 좋아. 대리인이라는 위치가 귀찮기는 하지만… 맡겨준다면 밥값은 충분히 하겠어. 머물게 되는 장소가 위험에 처하도록 놔둘 수는 없으니까.”
태양왕 라이트. 그가 대리인을 맡는다면 영지의 방어는 믿을 만했다. 그 어떤 주민들보다 강한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될 무렵, 그것을 토대로 시스템이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의 대리인 ‘박해일’은 북부 정복을 위하여 대리인의 위치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그는 후임으로 ‘라이트’를 지목하였습니다.]
[대리인의 위치를 물려준 후, 박해일은 군단장의 지위를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군단장의 지위라. 북부를 정복한다고 말하니 새로운 지위가 생겨났다. 일단 충렬은 승낙했다.
“허락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영지의 대리인이 ‘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영지의 군단장이 ‘박해일’이 되었습니다.]
대리인과 군단장의 구분은 확실했다.
[군단장: 출정하는 모든 병력을 통솔하고 관리한다.]
대리인은 영지 내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출정하는 병력과 관련해서는 군단장만이 명령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대리인과 군단장이 서로 이야기를 통하여 출정시킬 병력의 수를 정할 것입니다.]
대충 북부의 땅과 관련해서는 그들에게 맡기면 될 것 같았다.
‘물론 초반에는 도움을 조금 주어야겠지.’
영지에 병력 자체는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방어를 하기에 충분한 병력일 뿐.
‘출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어떠한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충렬이 합세하여 도움을 주어야 했다.
***
마스터가 된 충렬은 더 다양한 임무들을 수행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임무는 나중으로 미루었다.
‘북부 정복을 위해 전초기지를 만들어놓는 것이 우선이다.’
기반을 마련하게 도움을 준 뒤, 그 후에 각종 임무를 통해 여러 자원들을 가져와야 했다. 출정하기 전, 영지에서 하루 정도는 푹 쉬기로 했다.
마침 해야 할 일들도 있었으니까.
“박해일. 따라오십시오.”
[알겠다.]
해야 할 일이란 바로 박해일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굳이 함께 가지 않아도 되지만, 그가 강해지는 순간을 보고 싶었기에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박해일을 강화시키는 법은 어렵지 않았다. 혼돈의 신전에서 카르마를 지불하고 새벽의 가호를 받으면 되었다.
‘어차피 네임드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화를 하면 된다.’
그렇지만 박해일은 이제 곧바로 북부로 출정해야 했다. 일단 그를 강화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출정하는 군단장이 약하면 곤란했다.
그렇게 가호를 받을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한 둘은, 곧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을 들었다.
[새벽의 가호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카르마: 1,000,000 카르마]
[100만 카르마를 이용하여 누구를 각성시키겠습니까?]
시스템의 말에 충렬이 답했다.
“박해일을 각성시킨다.”
그러자 시스템이 답해주었다.
[군단장 박해일에게 새벽의 가호가 흡수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박해일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
박해일에게 새벽의 가호가 흡수되고 새로운 목록들이 등장했다.
[박해일을 다음 목록 중 하나의 존재로 각성시킬 수 있습니다.]
[여명의 저격수: 새벽의 저격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은밀한 사격으로 대상을 암살하는 능력을 지녔다.]
[보우 마스터: 새벽의 힘을 자신만의 힘으로 흡수시켰다. 활에 관해서 막대한 전투력을 가지게 되었다. 전장에서 그를 막을 자는 없다.]
[스카우트: 정찰에 특화된 직업이다. 자신의 몸을 숨겨서 적의 시선을 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장한 목록은 단 3개였다. 단순히 직업과 설명만 등장하는 것과 달리, 박해일에게는 그 능력들이 함께 보인 것인지 그가 입을 열었다.
[하나같이 다 괜찮은 직업들이군.]
그는 간단히 각각에 대한 설명을 이어서 해주었다.
[여명의 저격수는 단일 대상과의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아마 보우 마스터나 스카우트로는 그 정도의 수준을 따라가기 힘들겠지.]
하지만 박해일은 여명의 저격수를 걸렀다.
[하지만 전장에는 알맞은 직업이 아니다. 전장에 도움이 되려면 보우 마스터가 아니면 스카우트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무래도 보우 마스터를 선택해야겠군. 스카우트의 능력이 많은 도움은 되겠지만, 전투가 발생하면 전력이 되기는 힘이 들 테니까.]
결국 그는 보우 마스터를 선택했다.
[나는 보우 마스터를 선택하겠다.]
박해일의 의견에 충렬 또한 동의했다.
‘아마 보우 마스터가 되면 제법 괜찮은 능력이 생기나 보네.’
때문에 시스템에게 말했다.
“보우 마스터를 선택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박해일을 ‘보우 마스터’로 각성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알 수가 있었다. 박해일이 얼마나 많이 강해졌는지를.
***
각성이 되는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박해일의 몸이 순간 번쩍이더니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해 버렸다. 후드가 달린 망토가 생겨났으며, 그의 몸 곳곳에는 각종 장비들이 생산되었다. 물론 해골의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박해일이 ‘보우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그는 경험을 쌓을수록 보우 마스터와 관련된 새로운 능력들을 배워갈 것입니다.]
천천히 성장할 수도 있었지만, 당장에 박해일은 막대한 스킬을 배웠다.
[박해일이 ‘레인 애로우’를 배웁니다.]
[레인 애로우: 화살 하나를 하늘에 존재하는 구름에 쏘아 올린다. 화살이 구름에 파고들면 구름은 잠시 후, 지상에 화살로 이루어진 비를 쏟아낸다. 단, 자주 사용할 수는 없다.]
[박해일이…….]
…….
레인 애로우부터 시작해 각종 스킬들이 그에게 주어졌다.
‘왜 보우 마스터를 선택했는지 알겠군.’
보우 마스터 하나가 전장 자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여러 병력들과 대치할 수도 있었고, 물리칠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해일의 탈것인 검치호가 소환되더니, 녀석의 모습 또한 바뀌어갔다.
[검치호가 ‘백호’로 진화합니다.]
[백호: 새벽의 힘에 영향을 받아 하얀 호랑이로 진화되었다. 각종 마법적인 능력을 부릴 수 있게 되었으나, 육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강함을 자랑한다.]
그 말을 끝으로 백호로 된 검치호의 덩치가 점점 커져갔다. 잘못하면 현재 장소보다 더 커질 염려가 있었기에 박해일은 곧바로 녀석을 역소환시켰다.
[돌아가.]
물론 그 의도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현재 모습이 변하는 중입니다.]
[역소환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케르베로스급으로 덩치가 커져가던 백호. 녀석으로 인해 신전의 작은 방이 부서져야 했다.
***
혼돈의 신전의 한쪽 벽이 부서지는 참사가 있었지만, 복구를 위한 수리는 금방 시작되었다.
박해일과 백호. 이제 그 둘이 전장의 선두에 서서 많은 일들을 수행해 낼 것이었다. 박해일 외에도 충렬은 누군가에게 새벽의 가호를 부여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새벽의 가호가 사용되었습니다.]
[당분간 새벽의 가호는 다시 사용하기 힘듭니다.]
[새벽의 힘이 모두 충전되면, 그 후에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그랬다. 아무리 카르마가 충분해도 새벽의 가호를 또다시 받으려면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면 일단 지금은 할 일이 없었다. 영지의 정비는 평소에 해왔기에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오늘 하루는 쉰다.’
그리고 내일부터, 북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해 출정할 것이었다.